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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글날에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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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글날에 바란다 |
이계진∙국회의원, 원주
“국기에 대하여 경례!”
“바로!”
“다음은 대통령 님의 경축사가 있겠습니다.”
국경일에 흔히 보고 듣던 경축식 행사는 그렇게 진행되곤 했다. 올해는 한글날이 국경일로 재지정된 뒤 첫해인데 대통령님이 행사장에 나오시기나 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총리님이 나오셔서 경축사를 대독할 가능성이 크다. 아니, ‘가능성’이 아니라‘우려’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관행을 보면…….)
애면글면, 애걸복걸 한글날을 국경일로 재지정한 ‘문화 강국 대한민국’의 올해 한글날 분위기는 여러모로 궁금하다. 경축식이나 제대로 격을 갖추어 할 것인지 혹은 어떤 부대 행사들이 계획돼 있는지…….
내가 국회의원이 된 보람을 찾기 위해서 ‘국어기본법’을 통과시키고, 내가 앞장서서 ‘한글날국경일재지정법’을 통과시키니까(문화관광위원님들의 협조로) 사람들은 ‘이계진 의원의 법안’인 것으로 오해했겠지만 사실은 전자는 낮잠 자고 있던 16대 때의 정부 법안이었고 후자는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이 발의해 놓고 낮잠(?) 자고 있던 법안이었다. 누가 내놓은 법이면 어떤가. 통과된 데 의미가 있다.
훈민정음 반포 558년 만에 ‘국어기본법’이라는 게 통과되고 멀쩡한 국경일을 없앴다가 재지정하느라 논란이 일었던 이 나라 대한민국인데 정말로 부끄럼 없이 문화를 말할 수 있는 나라인지 반성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국경일로 재지정된 한글날을 어떻게 맞고 경축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싶다.
우선 한글날은 올해부터는 축제의 날이어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세계적 인류 문화유산인 창제 문자를 가진 나라와 민족이면 그 자랑스러운 민족의 자긍심을 우리끼리도 자축해야 하겠지만 세계에 알리기 위한 수준 높은 문화 축제를 열어야 할 것이다. 단 하루가 아닌 ‘축제 주간’정도의 기간을 두고 다양하고 깊이 있는 행사들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백화점식 축제이거나 비슷비슷한 먹고 마시기 축제가 아니라, 축제 자체가 세계인의 테마 관광거리가 될 수 있을 정도의 품격을 갖춘 축제여야 할 것이다.
월드컵 축구를 향한 열광이 태극기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친근감을 갖게 한 것처럼 한글날을 전후한 제대로 된 문화 축제는 우리의 한글을 세계에 알리고 국민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한글을 사랑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문화에 대한 국수주의적 사고나 편협한 생각이 얼마나 무서운가도 잘 알고 있지만 자기 것을 비하하고 소홀히 하며 오히려 문화 사대적인 생각을 갖거나 자기 것이 귀한 줄을 모르는 것은 더욱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아닌 미국이나 프랑스나 일본 같은 나라가 완벽에 가깝고도 독창적인 ‘한글’같은 문화유산을 가졌다고 한다면 그들은 아마도 그 문화유산 하나로 세상을 덮으려고 했을 것이다.
구텐베르크보다 앞선 인쇄술을 가졌으면서도 우리는 세계에 그것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제 그보다 위대한 인류 문화재인 창제 문자 ‘한글’을 세계 구석구석에 알리고 자랑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이고도 대대적으로 펼 때가 왔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한글날을 맞는 올해가 어느 정도의 경제적 뒷받침이 되는 대한민국의 힘으로 문화 강국으로 가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여기에는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정치인들과 사회 지도층의 앞선 생각이 필요하다. 적절한 예산의 반영이 필수적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예산은 소모성이 아니라 문화 강국으로 가기 위한 매우 생산적인 투자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문화 민족임을 알리고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으로 인식되면 경제에도 첨단 기술에도 외교에도 무역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이것이 생산적인 투자가 아니고 무엇인가.
개인 문화가 없는 신흥 부자가 ‘졸부’ 이상의 대접을 못 받듯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문화가 없는 경제 대국은 이루기도 어렵거니와 이루고도 항사 주변국 신세일 따름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내가 발의한 ‘인천국제공항’을 ‘인천세종국제공항’으로 바꾸자는 법안 때문에 찬반 논쟁이 일기 시작한 때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반론들인데 여러분의 생각은 과연 어떠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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