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의 참된 의미를 찾아서
한글날 국경일 제정 과정과 의미
훈민정음 해례본의 겉과 속
한글과 정보화
새로운 한글날에 바란다
김근태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
신기남
새로운 한글날에 바란다
이규택
새로운 한글날에 바란다
이계진
말과 글을 생물이다
노회찬
한글날 국경일 제정...
김영명
한글날, 우리말을 되돌아보며
배한성
대통령님도 한글날만큼은...
정재환
쉬운 한글로 친근한 법령을...
한상우
이곳 이 사람
어원 탐구 
우리 시의 향기
우리 소설 우리말
국어 생활 논단
고향 말을 찾아서
알면 쉬워지는 우리말
국어 산책
국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국립국어원 소식
새로운 한글날에 바란다
한글날, 우리말을 되돌아보며

배한성∙성우, 우리말 지킴이


  흔히 프랑스 사람들은 개성이 강해서 그 나라 국민의 수만큼 법이 있다고 한다. 내 주장 내 사고방식이 제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그러는 짓은 물론 아니다. 합리적인 이유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그 사람들의 태도나 사고방식이 오히려 멋져 보인다고 한다. 어쨌든 까탈스러운 것만큼은 신(?)께서도 인정하셔서 프랑스 말과 글 만들기에 고생했단다. 프랑스 말이 마냥 부드럽고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나!
  믿거나 말거나 같은 얘기지만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렇게 말과 글은 그 나라를 설명하거나 상징하는 데 크고 작은 의미로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우스개 얘기로 이런 것도 있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온 선교사들이 한국말과 글을 잘못 쓴 경험담이라던가? 지금이야 우리 주거 환경이 도시일수록 아파트 생활이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호수는 있어도 문패가 없다. 예전엔 꼭 대문 옆에 문패가 있었지 않은가? 어느 날 외국인 선교사가 대문밖에서 이렇게 부르더란 것이다. “실례합니다 개 조심 씨 계십니까” 문패보다 개 조심이란 글귀가 더 컸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세종대왕께서 외국 배낭 여행이라도 하신다면 기절초풍을 하시지 않을까? 동남아는 물론 터키 같은 나라 상점엘 가도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다. “빨리빨리 싸게 싸게 줄게요. 빨리빨리 사 가세요” 어느 상점엔 아예 우리 상점에서 볼 수 있는 광고를 하고 있더란다. “왕창 세일, “폭탄 무더기 세일”, “이 골목에서 한국 사람들 바가지 안 씌우는 곳” 등등등.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던가 곱고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이 얼마나 많은데 왜 그런 말들이 국제화(?)되고 있는가? 소위 3D 업종이다 뭐다 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아 졌다. 파키스탄, 몽골, 필리핀 등등 30만 명의 외국인들이 우리의 언어 문화 배우기에 열심이란다. 그러나 아쉽게도 많은 외국 근로자들이 배우는 우리말과 글은 꾸중, 질타, 협박, 비하적인 표현, 멸시, 비아냥 등 부정적인 언어가 더 많다고 한다.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한국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우리 언어를 갖고 가면 그들은 우리말과 글의 전도사가 될 것이 아니겠는가?
  작년 9월 파키스탄에 다녀왔다. 국제 기아 대책 기구의 홍보 대사로 지진 피해 지역을 KBS 방송 팀과 함께 갔었다.
  이스라마바드에서 북쪽으로 500여 킬로미터 떨어진 무자파라바드란 곳이 우리의 목적지였다. 지진 난 지역에 호텔은커녕 여인숙도 없어 야영을 생각했다 당연히. 그런데 반갑게도 한국에서 근무했던 파키스탄 사람을 만났다. 자기 집에 와서 자라고 방도 내주고 주방, 화장실을 다 공개해 주었다. 한국에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고마운 일도 많았다면서 우리에게 무어든 도와주려 애썼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들으며 언뜻 웃기도 했지만 착잡했다. 그는 지금도 한국에서 함께 근무했던 친구들을 만나면 욕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야, 오랜만이다. 이 ○끼야.” 한다나. 친구도 마찬가지란다. 자기가 근무했던 공장장은 일 잘못했다고 야단칠 때마다 이런 표현을 자주 썼단다. “야 이 화상아!” “이런 진상 단지 같은 ○하고는.......” 그 말을 흉내 내다 자기도 모르게 버릇이 됐단다. 친구들끼리 만나면 “야! 이 진상아, 화상하고는 어쩌고저쩌고…….”한다는 얘기였다.
  얼마 전 보도를 보면 한국 언어 배우기가 매우 어렵더란 기사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욕은 배우기가 가장 쉽다잖은가. 우리 청소년들의 언어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휴대폰이나 인터넷의 축약된 언어는 물론 이모티콘으로 대신하는 잘못된 언어 문화 말이다. 문학, 사학, 철학이 천대받으면서 젊은이들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언어 수준에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언어의 경박함이 천박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일기나 편지 등을 쓰는 문화가 줄어들면서 언어 표현 글 표현도 자꾸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석 같은 시와 문인들이 남기신 보물 같은 문체들이 그렇게 많은데 왜 저급한 것들이 자꾸 확산되는 것일까. 국경일이 된 한글날을 맞으면서 우리의 언어 문화도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최소한도 외국 근로자들의 언어 접근에도 신경 써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