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 >> ‘월가’와 ‘채플린가’의 ‘가’는 접미사인데, 외래어 뒤에서도 붙여 쓰는 것이 맞습니까? ‘가(家 또는 街)’나 ‘식(式)’, ‘형(型)’ 등 접미사가 외래어 다음에 올 경우 띄어쓰기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파리 대학’과 같이 외래어와 우리말이 같이 쓰인 고유명사의 띄어쓰기도 알려 주십시오.
(박해정, 충북 단양군 단양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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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가(街)’는 ‘거리’ 또는 ‘지역’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입니다. 접미사는 자립성이 없는 요소이므로 ‘상점가, 주택가, 종로 2가’처럼 원칙적으로 앞의 말에 붙여 써야 합니다. 그러나 외래어 지명에 붙을 때에는 외래어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띄어 씁니다. 따라서 ‘월 가(Wall街)’와 같이 띄어 쓰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모든 접미사를 외래어인 앞말과 띄어 쓰는 것은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표준국어대사전』을 펴낼 때 외래어 지명이나 그에 준하는 고유 명사에 한자어계 접미사가 결합할 때의 띄어쓰기 지침을 마련한 바 있는데, 그에 따르면 외래어 지명이나 그에 준하는 고유 명사에 ‘-가(街), -강(江), -도(道), -산(山), -시(市), -역(驛), -주(州), -항(港), -해(海)’ 따위가 결합할 때는 띄어 씁니다.
그러나 이들 외에 외래어 다음에 놓이는 다른 접미사들은 붙여 씁니다. 가령 외래어 뒤에 ‘-가(家), -사(社), -호(號), -교(橋), -산(産)’ 등의 접미사류가 결합한다면 이들은 붙여 써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채플린가(Chaplin家)’는 접미사 ‘-가(家)’를 띄어 쓰지 않습니다.
한편 ‘-식(式), -형(型), -단(團)’과 같은 접미사들의 띄어쓰기에 대해서는 따로 마련된 지침이 없습니다. 그것들은 일반적인 기준에 맞추어 붙여 쓰면 됩니다. 따라서 ‘프랑스식, 러시아형, 서커스단’과 같이 붙여 씁니다.
그리고 『표준국어대사전』의 설명에 따르면 접미사 ‘-인(人), -족(族), -어(語)’는 외래어 다음에서는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프리카 어’와 ‘아프리카어’가 모두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외래어와 접미사의 띄어쓰기에 대한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
지명이나 그에 준하는 고유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가(街), -강(江), -도(道), -산(山), -시(市), -역(驛), -주(州), -항(港), -해(海)’ 등은 외래어 뒤에서 띄어 쓴다.
예: 월 가, 리오그란데 강, 아무르 강 |
(2) |
그 밖의 접미사 ‘-가(家), -사(社), -호(號), -교(橋), -산(産), 군(軍)’ 등은 앞의 말과 붙여 쓴다.
예: 채플린가, 케네디가, 마이크로소프트사, HP사, 멕시코산, 포르투갈군 |
(3) |
사전의 지침에 따라 ‘-인(人), -족(族), -어(語)’는 외래어 뒤에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쓸 수 있다.
예: 아프리카 어/아프리카어, 타이 어/타이어, 게르만 족/게르만족, 로마 인/로마인 |
그리고 ‘파리 대학’과 같이 2음절 이상의 고유어가 이어지는 경우에는 접미사처럼 혼동될 염려가 없으므로, 고유 명사의 띄어쓰기 원칙에 따르면 됩니다. 곧 단어별로 띄어 쓰되 그 말을 하나의 단위로 인정하여 붙여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파리 대학’이나 ‘파리대학’으로 쓸 수 있습니다.
물음 >> 띄어쓰기를 할 때 “자네는 훌륭한 화가가
될∨걸세/될걸세.”, “달리기 시합을 한다면 세정이보다 송이가 더
빠를걸/빠를∨걸.” 중에 어떤 것이 맞는지 헷갈리는데 올바른 띄어쓰기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백솔, 서울시 강동구 둔촌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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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네는 훌륭한 화가가 될∨걸세.”, “달리기 시합을 한다면 세정이보다 송이가 더
빠를걸.”로 띄어 쓰는 것이 맞습니다.
‘될 걸세’는 ‘될 것일세’를 줄여 쓴 것으로 ‘될 걸세(거+(이)+-ㄹ세)’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말입니다.
어미 ‘-ㄹ세’(‘이다’의 어간,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ㄹ’ 받침인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서 쓰임)와 ‘-을세’(‘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용언의 어간이나 어미 ‘-었-’ 뒤에서 쓰임)는 하게할 자리에 쓰여(이때 뒤에 보조사 ‘그려’가 붙을 수 있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데 쓰이는 종결 어미로, 무엇을 새롭게 깨달았다는 감탄의 뜻을 나타낼 때도 사용됩니다. 다음은 종결 어미 ‘-ㄹ세/-을세’의 용례입니다.
(1) |
자신의 생각을 설명할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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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
아닐세.(아니-+-ㄹ세) 먹고 싶지 않구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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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누구요?” “날세.”(나+(이)+-ㄹ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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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
헤어질 땐 헤어지더라도 함께 입에 풀칠을 하는 것은 거지들의 기본 예의일세.(예의+이+-ㄹ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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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
우리 이번만 참을세.(참-+-을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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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
이번 그림 참 좋을세그려.(좋-+-을세+그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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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감탄의 뜻을 나타낼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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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
어머, 그게 바로 오늘일세.(오늘+이+-ㄹ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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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그자가 바로 범인일세.(범인+이+-ㄹ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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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
참, 약속이 있을세.(있+-을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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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
그 생각 참 좋을세.(좋+-을세) |
‘달리기 시합을 한다면 세정이보다 송이가 더 빠를걸.’에서 ‘빠를걸’은 ‘빠르-’에 종결 어미 ‘-ㄹ걸’(받침 없는 동사 어간, ‘ㄹ’ 받침인 동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쓰임)이 결합한 말입니다. ‘-ㄹ걸’이나 ‘-을걸’(‘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동사 어간이나 어미 ‘-었-’ 뒤에 쓰임)은 구어체로서, 대개 혼잣말에 쓰여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나 하지 않은 어떤 일에 대해 가벼운 뉘우침이나 아쉬움을 나타냅니다. 이들은 종결 어미이므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합니다.
반면, “좀 더 열심히 공부할 걸 그랬다.”에서 ‘걸’은 ‘것을’의 준말이므로 띄어 써야 합니다. ‘걸’을 ‘것을’로 바꾸어도 말이 되면 의존 명사 ‘것’에 조사 ‘을’이 결합된 형태가 줄어든 것이고, 말이 되지 않으면 ‘-ㄹ걸/-을걸’이 하나의 어미이므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합니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예문입니다.
(1) |
차 안에서 미리 자 둘걸.(‘-ㄹ걸’이 어미임.) |
(2) |
밥을 먹으라고 할 때 먹을걸.(‘-을걸’이 어미임.) |
(3) |
오늘이 학교 개교기념일이라는 걸(←것을) 깜빡했지 뭐야. |
(4) |
여기에 먹을 걸(←것을) 놓아라. |
(5) |
나오라고 할 때 나갈 걸(←것을) 그랬어. |
물음 >> “하던지 말던지 해라”라는 표현에서
‘-던지’가 맞습니까, ‘-든지’가 맞습니까? 두 가지가 다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두 가지가 다 표준어인가요? 둘 다 표준어라면 어떻게 구별하여 사용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김준희, 전남 목포시 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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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제시하신 문장에서는 “하든지
말든지 해라.”로 쓰시면 됩니다. 연결 어미인 ‘-든지’와
‘-던지’는 둘 다 표준어로, 많은 분들이 쓰는 데 자주 혼동을 일으키는 말입니다.
‘-든지’는 나열된 동작이나 상태, 대상들 중에서 어느 것이든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입니다. ‘이다’의 어간이나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 쓰이며, 제시하신 문장에서처럼 ‘-든지 -든지’ 구성으로 쓰일 때는 흔히 뒤에 ‘하다’가 옵니다.
‘-든지’는 또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일어나도 뒤 절의 내용이 성립하는 데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로도 사용됩니다. 이 경우 ‘간에’나 ‘상관없이’ 따위가 뒤따라서 뜻을 분명히 할 때가 있습니다.
(1) |
가. 노래를 부르든지 춤을 추든지 간에 네 맘대로 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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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싫든지 좋든지 상관없이 따를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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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어디에 살든지 고향을 잊지는 마라. |
‘-든지’는 줄여서 ‘-든’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든가’도 같은 환경에서 동일한 의미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던지’는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이나 판단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 어미입니다. ‘이다’의 어간이나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서 쓰이며 주로 과거의 일과 관련이 됩니다. “이것은 원시인이 사용하였던 돌칼이다.”와 같은 문장에 사용된 어미 ‘-던’이 어떤 일이 과거에 완료되지 않고 중단되었다는 ‘미완(未完)’의 의미를 나타냄을 고려하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
가. 얼마나 춥던지 손이 곱아 펴지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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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이가 얼마나 밥을 많이 먹던지 배탈 날까 걱정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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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동생도 놀이가 재미있었던지 더 이상 엄마를 찾지 않았다. |
연결 어미 ‘-든지’와 ‘-던지’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문장에서의 의미입니다. 나열이나 선택을 나타내면
‘-든지’를, 회상이나 과거를 나타내면 ‘-던지’를 쓰시면 됩니다.
덧붙여, ‘든지’는 조사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의 예문에서 볼 수 있듯이 조사 ‘든지’는 어미인 ‘-든지’와는 결합할 수 있는 문법적 범주가 다릅니다. 조사 ‘든지’는 받침 없는 체언이나 부사어, 또는 종결 어미 ‘-다, -ㄴ다, -는다, -라’ 따위의 뒤에 붙어, 어느 것이 선택되어도 차이가 없는 둘 이상의 사물이나 일을 나열하는 기능을 합니다.
(3) |
가. 사과든지 배든지 다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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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함께든지 혼자서든지 잘 놀면 되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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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공부를 잘한다든지 운동을 잘한다든지 무엇이든 하나는 잘해야 한다. |
결국, 조사 ‘든지’의 경우도 문법적 환경은 다르지만 나열이나 선택의 의미를 나타낸다는 점에서는 어미 ‘-든지’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음 >> ‘무뢰’라는 단어가 ‘무례’와 비슷한 의미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럼 예의가 없는 사람을 말할 때 ‘무례한 사람’ 대신에 ‘무뢰한 사람’이라고 쓸 수 있나요? 그렇지 않다면 쓰임이 어떻게 다른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정일훈, 전북 무안군 일로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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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무뢰’, ‘무뢰한’ 또는 ‘무례한 사람’이라고 쓰는 것이 맞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무뢰(無賴)’는 ‘성품이 막되어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을 뜻하고, ‘무례(無禮)’는 ‘태도나 말에 예의가 없음’을 뜻합니다.
- (1) 저런 무뢰를 보았나.
- (2) *그는 무뢰한 사람이다.
(1)에서 ‘무뢰’는 ‘무례한 사람’으로 바꾸어 쓸 수 있습니다. ‘무뢰’라는 단어에는 이미 사람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1)과 같은 표현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서술성이 없기 때문에 접사 ‘-하다’가 붙어 용언으로 쓰일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무뢰하다’는 물론 관형사형인 ‘*무뢰한’의 꼴도 문법상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명사인 ‘무뢰한(無賴漢)’은 사용이 가능합니다.
- (3) 이곳은 광포한 무뢰한들이 가득하다.
- (4) 저 사람은 불측한 일을 저지른 무뢰한이다.
(3), (4)의 예를 보면 ‘무뢰한’이 ‘무뢰’와 비슷한 뜻의 말로 사용됨을 알 수 있습니다. 관형사형 ‘*무뢰한’은 적절하지 않지만, 명사 ‘무뢰한’은 가능한 것입니다. 㰡?표준국어대사전㰡?에서는 ‘무뢰한’을 ‘성품이 막되어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 일정한 소속이나 직업이 없이 불량한 짓을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이라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무뢰’라는 단어에 사내를 뜻하는 ‘한’이 결합하여 의미가 좀 더 확장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의 없는 사람에 대하여 말할 때 다음과 같이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5) 그는 무례한 사람이다.
- (6) 그는 무례하다.
- (7) 저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무례’라는 단어는 서술성이 있는 명사이기 때문에 접사 ‘-하다’가 붙어 용언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이 말에는 ‘무뢰’나 ‘무뢰한’과 달리 사람이라는 의미가 따로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형용사 ‘무례하다’를 관형사형으로 만들어 ‘무례한 사람’이라고 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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