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기본법 시행의 의의
국어상담소 제도 정착을 위한 제언
국어 능력 검정 시험에 거는 기대와 과제
한국어 교원 자격증 제도의 의의
좌담
이곳 이 사람
어원 탐구
우리 시의 향기
우리 소설 우리말
국어 생활 논단
고향 말을 찾아서
알면 쉬워지는 우리말
국어 산책
국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국립국어원 소식
국어기본법 시행령 제정 소식
국어 기본법과 국어기본법 시행령의 조문 대비표
이곳 이 사람
국회의원 이계진
  방송인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17대 국회에 초선 의원이 된 이계진 의원. 그는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으로서 정부 입법안인 국어기본법안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국회 문광위원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는 데에 힘을 쏟았다. 또 국회에서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기 전에 국어 전문가에게 국어적인 면에서 문장이 바른지 검토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의원 입법으로 제정하고자 준비 중에 있다. 그는 어지러운 간판 문화를 개선하고자 간판 문화 개선 공청회를 열고 간판이 아름다운 문화 공간으로 변모하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방송 언어의 개선, 올바른 국어 읽기 운동 등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새국어생활 편집자는 8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가 이계진 의원을 만나 보았다. --- 편집자 주

오른쪽: 이계진 의원(소속: 한나라당, 지역구: 원주),
왼쪽: 김문오(국립국어원 새국어생활 편집 담당자)

김문오 의원님께서는 국어에 관심이 많으시고 국어기본법이 제정되기까지 적극적으로 도와 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어기본법의 제정 의의와 국어 생활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계진 국어기본법은 정부 입법안이죠. 원래 지난 16대 국회 때 상정됐다가 의결이 안 되어서 17대 국회로 넘어왔어요. 제가 마침 국회의 원이 돼서, TV 프로그램에서 토론을 하거나 기자들 질문에 답변할 때, 꼭 하고 싶은 의정 활동의 중요한 내용들을 얘기하라 그러면, 두세 가지 내용 중에 국어기본법이 통과되도록 하는 데에 제가 앞장서도록 하겠다는 걸 꼭 넣습니다. “아 저 사람 아나운서니까 국어기본법 이야기를 하는가 보다, 참 민생 현안이 많은데…….”라고 할 만큼 국어기본법에 대한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별로 없었어요. 그게 사실입니다. 의정 활동을 하는 분조차도 ‘국어기본법이 뭐며 왜 필요한가’라고 하는 분도 있었어요. 저는 국어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이나 법안 내용을 잘 아니까 제정에 적극적으로 찬성했습니다만, 국어기본법이 재상정되어 심의하는 과정에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한자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토속어에 대한 사랑 때문에 ‘국어기본법을 만들면 표준어만 강조되고 토속어는 더욱 위축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참 경사스럽고 다행한 일! 국어 생활의 기본이 되는 ‘국어기본법’을 만들었다는 것은

이계진 제가 17대 국회의원으로 있는 동안에, 국어기본법은 꼭 통과시켜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말에 대한 기본법이 이제야 생겼다는 것은 늦어도 너무 늦은 것입니다. 우리의 글을 가진 지가 560돌인가요? 훈민정음이 창제된 지 562년, 반포된 지 559년이 지났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된 글자를 가지고 있는 국민의 언어를 규정하는 법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요. 그래서 뒤늦게나마 국어기본법이 생겼다는 것 자체만 해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특히 방송ㆍ통신이 발달함에 따라서 잘못된 언어생활이 만연하고 있고 또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요. 우리 국어의 근본이 흔들리는 시점에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시점에 우리 국어 생활의 기본이 되는 법을 만들었다는 것은 참으로 경사스럽고 다행한 일이지요. 이 법을 통과시킬 때에 저는 이 법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의원들을 설득해서 통과시켰는데, 그러고 나서도 의원들 중 몇 분은 이게 뭘까 왜 중요할까 그런 생각이었어요. 몇 분은 물론 동의를 했지만.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국어기본법이 통과된 뒤에 제가 상임위원회에서 기록(국회 속기록)에 남기기 위해 이 말을 했습니다. “17대 국회는 국어기본법 통과시킨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일을 했다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이것이 완전한 법은 아닙니다. 아직도 허점이 많고 사실 후속 조치의 법을 많이 만들어야 되는 뼈대가 되는 법에 불과한 것 아닙니까?

김문오 국어 발전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한 법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계진 그런 의미에서 국어기본법이 비록 완전한 건 아니지만 국어 생활에 큰 뼈대가 되는 법을 만들었다는 데에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국어기본법의 제정을 위해 열심히 애썼습니다.

김문오 제가 생각할 때에 국회의원의 임무에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임무, 예산ㆍ결산을 심사하는 임무도 있지만, 전국적이거나 전 국가적인 범위에 걸치는 법령들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임무 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입법 업무가 국회의원의 본연의 임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데 국회를 통과하는 수많은 법률 중에는 아직도 어문 규범과 국어 문법에 어긋난 문장, 뜻이 모호한 문장,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어, 일본어 투 등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법률 용어와 법률 문장을 개선할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의원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지난 2004년 4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법률 용어 순화를 위한 국가 기관 합동 회의가 있었는데 그 뒤 실제로는 국가 기관 간의 협조 체제를 구성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일이 어떻게 추진되면 좋겠습니까?


새로 만드는 법률, 법의 기본적인 내용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문장과 용어 다듬자

이계진 국회 전체에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는 제가 다 알 수가 없습니다. 타 상임 위원회에서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 법은 초기에 일본법을 모태로 해서 상당 부분을 베꼈기 때문에 용어가 거의 일본식 용어로, 제대로 번역된 것도 있고 이상하게 번역된 것도 있다고 알고 있어요. 딱딱하고 통상 쓰는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갸우뚱할 만한 내용들이 사실 많습니다.
  그런 것을 다듬자는 취지에서 법률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법률을 발의해서 의결하기 전에 법률의 용어와 문장을 권위 있는 국어학자들을 통해 국어적 문제가 있는 것들을 여과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초안을 제가 준비하고 있습니다.
  법을 알기 쉽게 쓰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도 또 한계가 있다고 그래요.
  왜냐하면 법을 아름다운 문장, 알기 쉬운 문장으로 다듬다 보면 법의 문장이 갖는 의미의 모호성 때문에 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제가 다는 모르지만 몇 가지 그런 얘기 하는 걸 들었어요.) 그런 것은 국어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가 함께 논의를 해야 할 거예요. 그래서 한꺼번에 이걸 다 고치기는 어렵고 하나하나 고쳐 나가는 과정에서 국어기본법을 만들었고 새로 만드는 법에 대해서는 문장을 다듬자, 어려운 용어는 명확하게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자 하는 그러한 작업을 시작을 한 거죠. 이것이 효과가 있다면 과거의 법을 죄다 고치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겠지요. 생각 같아서는 한 번에 다 고치면 좋겠지만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예산의 문제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선 이러한 작업을 시작해 보자는 취지에서 제가 국회법 개정안을 제가 내놓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김문오 국가 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한 정책 홍보 용어 등을 사용할 때에도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만, 법은 더욱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법령은 국민이 그 내용을 읽었을 때 무슨 내용인지 알아야 잘 지킬 수 있는데 법률 전문가들만 알 수 있는 법령이라면 민주 국가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문제가 많을 것입니다. 국민은 자기의 자유와 권리를 찾기 위한 목소리를 전보다 더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법률 용어와 문장을 알기 쉽게 다듬는 데에 관련되는 국가 기관들이 상시적으로 모여서 장기적 계획 아래 체계적으로 용어와 문장을 다듬어야 하는데, 현재는 각 기관별 순화 작업이 별도로 되고 있어서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구속력 있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회 사무처ㆍ법제처ㆍ법원행정처ㆍ한국법제연구원ㆍ국립국어원 등이 법률 용어ㆍ법률 문장 순화 사업을 추진할 때 동일한 기준을 사용함으로써 법령의 체계성ㆍ통일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국가적인 법령 용어ㆍ문장 순화 사업의 담당 기구가 필요합니다. 입법 관련 국가 기관 연합체(또는 ‘법령 용어ㆍ문장 순화 추진단’ 또는 ‘법령 용어ㆍ문장 순화 위원회’)가 만들어져서 체계적ㆍ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면서 구속력 있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계진 입법ㆍ사법ㆍ행정부가 서로의 권한을 견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쪽의 통제로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지를 않고 있어요. 국어 전문가와 입법 전문가가 모여서 발의된 새로운 법부터 해서 법의 기본적인 내용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전후 관계가 바뀌어서 뜻이 모호해진 것을 명확하게 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법률 용어와 문장을 쉽게 다듬는 일이 국민의 호응을 얻으면 현행법을 모두 이런 식으로 고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건 현행법을 모두 개정을 해야 해요.
  이미 나간 법을 글자 하나 고치는 것도 개정인데, 그러니까 한자로 쓴 것을 한글로 바꾸는 것도 개정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옛날과 달라서 문장 하나 고칩시다 이렇게 해서 되지를 않습니다. 법령의 개정이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콤마 하나를 바꾸는 것도 개정안을 내야 됩니다. 콤마 하나를 빼느냐 넣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죠. ‘뭐뭐 등’의 의미가 되느냐, ‘뭐뭐와’의 의미가 되느냐가 다 달라요. 개정을 하여야 합니다. 국어학자들이 생각하는 문장 의미만 생각하는 그런 거와는 다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해야 됩니다. 이건 방대한 작업입니다. 결국은 우리가 이런 걸 다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법률 용어와 문장을 알기 쉽게 다듬는 것에) 제가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고 계속 가지겠습니다.

김문오 저도 법률적인 의미에 손상이 가도록까지 문장만 다듬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국회에서 법률 용어와 문장을 국어 전문가의 여과를 거치도록 하자는 내용의 법을 발의하려고 준비하신다니 생각하신 바와 같이 법률 용어와 문장의 순화를 제도적으로 떠받쳐 줄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계진 제가 발의하고자 하는 법안의 내용은, 알기 쉬운 법률 만들기의 첫걸음으로, 우선 국회에서 새 법안부터 문장도 다듬고 용어도 잘못된 것을 고치자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김문오 심지어는 ‘국어기본법’과 그 시행령의 문장을 다듬는 과정에서도 국립국어원의 의견이 100% 반영되지 못하고 최종 심의 과정에서 법조계의 관행대로, 법률의 투식대로 바뀌어 버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계진 그런데 문장이 좀 잘못돼도 법을 잘 지키면 좋지요 뭐. 법을 안 지키니까 문제지요.

김문오 이제 다른 것에 대해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의원님께서도 방송계에서 오래 활동하셨기 때문에 관심이 많으신 분야일텐데요. 오늘날 방송이 우리의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합니다.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들의 발음, 어휘 선택, 자막 등을 모두 포괄해서 방송 언어라고 한다면, 이런 방송 언어의 역기능을 줄이고 순기능을 강화하려면 어떤 방안이 있겠습니까? 고견을 좀 들려주십시오.


방송인은 우리말을 지키겠다는 문화적 식견과 국어 사랑의 마음을 지녀야

이계진 이건 너무나 엄청난 문제이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또는 (문제의 원인이) 어디가 먼저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예를 들면 방송에 책임이 있다고 하기에는 국민이 ‘깨진 말’을 너무나 좋아해요. 정통의 올바른 말을 사용하면 그런 방송을 하면 국민이 재미가 없다고 보지를 않아요. 말을 뒤집고, 깨부수고, 소란을 떨고, 이상한 말투의 말을 하고 해야 국민이 본단 말이예요. 그러면 그 책임이 국민에게 있다고 봐요. 그런데 책임이 국민에게 있다고 보기에는 (또 문제가 있어요), 국민이 어떻게 하든 방송은 올바른 말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보면 방송사에 책임이 있다고 보이는데……. 이말은 무슨 말이 되는가 하면 양자에 다 책임이 있는데, 특히 더 책임이 있는 쪽은 방송 쪽이지요. 방송을 하는 주체인 방송사나 방송인들이 단합해서 우리말을 지키겠다는 높은 문화적 식견과 국어 사랑의 마음이 없어서는 영원히 해결이 안 됩니다.
  시청률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국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어떤 방송 하나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시청자들이 거의 다 그 방송을 외면해 버리는, 보고 듣지 않는 방송이 돼 버리니까 아무 효과가 없어요.
  모든 방송국이 협력하고 모든 방송인이 합심을 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특히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인터넷까지도 방송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거든요. 인터넷의 동시 다발성과 속도, 또 엽기……, 이런 것에 대한 호기심과 그 기능 때문에 아주 이상한 말로 정상적인 언어와 문자를 깨서 전파시키는 이상한 풍조가 생겨 있잖습니까? 이것이 우리 국어를 해치고 있는데 이것을 누가 바로잡을 수 있겠습니까? 법으로 통제한다고 듣겠습니까? 국민의 국어 사랑에 대한 기본적인 양식이 없고서는 어떻게 통제가 되겠습니까? 각각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언어나 문자를 어떻게 법으로 일일이 통제를 하겠습니까? 수천만이 동시에 교신하고 있는데……. 이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특히 아직까지 영향력이 큰 모든 공중파 방송사들이 국어 사랑에 대한 생각을 다시 고쳐 잡으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김문오 방송 프로그램 중 국민이 재미가 없어도 좋다고 기대하는 것은 뉴스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계진 뉴스가 아직까지는 제일 덜 망가진 언어를 쓰지요.

김문오 뉴스 진행자의 발음에서도 개선할 점이 많지만, 뉴스에 등장하는 자막이 너무 흥미 위주이거나 선정적이거나 튀게 하려는 쪽에 관심이 많고 올바른 국어 사용에는 관심이 적은 것 같습니다.

이계진 현재 우리 방송에서 표기나 표현을 정확하게 하고, 거기다 발음까지 정확하게 해 달라는 것은 무리인 수준이 되었어요. 한심하지요.
  방송의 게스트, 일시 출연자들은 잘못된 발음을 용인할 수 있어요. 해도 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나 방송 진행 주체, 즉, 주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진행자(엠시), 장기 고정 출연자 이런 사람들은 올바른 발음과 올바른 표현이 필수적이어야 합니다.
  그걸 지금은 강제로 할 수 없는데, 국어기본법이 정착되고 발전되면 방송인들의 언어 사용에 대한 제제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의견을 피력하는 의원들이 있어요. 저는 그걸 오히려 뒤로 미루자고 그랬어요. 국어기본법이 정착되기도 전에 그걸 먼저 해서 저항이 생기면 국어기본법조차도 빛을 발할 수 없다고 봅니다. 국어기본법이 정착된 뒤에 그 다음 단게에서는 강제 조항을 둘 수 있다고 봐요.
  하루아침에 모든 걸 다 이루려다간 저항에 부딪쳐 기본도 못 지키는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기본부터 지키면서 한 걸음 한 걸음씩 발전시켜 가도록 하자는 것이 제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강제 조항을 둬야 한다는 동료 의원들에게도 그런 식으로 설득했습니다.
  제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 드릴까요?

김문오 예, 그러시지요.

이계진 오늘 제가 당직자 회의를 갔다왔는데, 당직자 회의에서 언어에 대한 얘기를 했더니 처음에 저 사람이 무슨 저런 얘기를 하는가 하는 시선으로 보더니 나중엔 모두 깜짝 놀라는 거예요. 이번에 8ㆍ15 경축 북한 대표단이 왔잖아요. 사절단이 경축 행사를 마치고 나서 청와대를 간 적이 있어요. 청와대 대변인이 뭐라고 브리핑을 했는가 하면, “북측 대표단이 노 대통령을 ‘접견’할 예정이다.” 이렇게 브리핑을 했어요. 언론 보도도 그렇게 나갔어요. 저는 그 소식이 헤드라인 뉴스로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김문오 ‘방문’이라고 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계진 그렇죠. ‘예방’이나 ‘방문’이죠. 그런데 그것이 무슨 문제가 있는가 하면, 용어를 한 번 잘못 쓴 것이 그 사람의 실수라면 차라리 괜찮겠는데, 남북이 대치한 상태에서 한반도에서 남의 정부와 북의 정부 중 어느 정부가 정통성이 있는가 하는 어떤 의식을 북측은 인식하면서 용어를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한결같이 용어를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을 접견했고 선물을 주시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선물을 드렸다.” 이렇게 상하 관계를 설정해 놓고 있어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의 보도 문장을 보면 그대로 나타납니다. ‘주시고’ ‘드린’ 거예요. 아니, 나이로 보아도 김대중 대통령이 위지요. 근데 젊은 김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을 접견하고 선물을 주신 걸로 북한 언론에서는 표현합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 청와대 대변인이 뭐라고 했느냐 하면, 북측 대표단이 우리 대통령을 접견할 예정이라고 한 거예요. 이런 망발이 어디 있습니까? 국어에 대해 거의 몰상식한 거예요. 국기(國基)를 흔드는 일 아닙니까? 우발적 사건으로 보기에는 너무 위험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받아서 신문ㆍ방송에서 다 그대로 보도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몇 시간 후에 그 잘못을 누가 지적했는가 봐요. 난 그 지적한 내용을 몰랐는데……. 청와대 대변인실에서는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서 노무현 대통령으로 주어를 바꾸어서, 노 대통령이 북측 대표단을 접견한 것으로 고쳐서 보고했대요. 이미 보도 자료는 다 나가 버렸는데도 말예요.
  오늘 당직자 회의에서 제가 그걸 지적하니까, “아! 듣고 보니 심각한 문제네.” 이런 반응들을 하더군요.
  우리가 사회의 지도자층이 국어를 잘 모르는 것을 ‘애교’ 정도로 보는 세상, 말을 막 해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인기가 올라가고, 인터넷 검색 순위가 올라간다는 이런 환경은 국어 환경으로서 참 오염된 환경입니다.

김문오 지식인들이나 지도자 층에 있는 분들이 언어생활에 모범을 보이면 국민이 따라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계진 그게 중요합니다. 제가 국어 강의를 할 때, 어떤 의미의 지도자든 지도자는 올바른 언어 그리고 표준어를 써야 한다는 걸 항상 강조합니다. 지도자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종교 지도자, 군대의 장교, 지휘자, 학교 선생님, 회사의 사장, 그룹의 총수 이런 모든 분들이 지도자인데, 그들이 올바른 국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더 넓은 의미의 언어생활의 지도자는 누군가 하면 방송인이예요. 방송인이 올바른 언어를 써야죠. 국어기본법이 앞으로 발전하면 방송인들이 쓰는 말에 대해서도 잘못 쓰는 일이 있다면, 올바른 제제를 할 수 있는 그런 내용도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김문오 제가 의원님의 블로그에 들어가 본 적이 있습니다. ‘블로그’라는 말을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다듬기 사이트’(www.malteo.net)에서는 ‘누리사랑방’이라고 다듬었습니다. ‘누리’는 정보ㆍ통신 분야의 용어를 순화할 때에 자주 쓰이곤 합니다.
  온 누리 사람들이 그 망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인터넷’을 ‘누리그물’, ‘네티즌’(누리그물을 이용하는 사람)을 ‘누리꾼’,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자유롭게 통신망에 접속하여 갖가지 자료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뜻하는 ‘유비쿼터스’는 ‘두루누리’, 휴대 전화로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인터넷을 이용하는 일이나 기술을 뜻하는 ‘와이브로’(WiBro)는 ‘휴대누리망’이라고 다듬은 것과 맥락이 같습니다.
의원님의 누리사랑방에 들어가 보니까 음악이 흐르고 시와 그림, 사진 등이 있었습니다. 냉냉한 느낌이 아니라 참 온화하고 푸근한 느낌, 넉넉한 사랑방 같은 여유로움을 느꼈습니다. 그 내용은 우리의 일상적인 얘기에서부터 사회적인 쟁점 등 다양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런 내용들이 우리의 언어문화 개선과도 맥이 닿아 있는지요?


아름답고 감동적인 세상을 만드는 정치, 아름다운 우리말을 널리 알리는 일 하고파

이계진 제가 평소 말하고 싶은 내용을 질문해 주셨는데요. 제가 정치인으로서 그러한 블로그를 이용하는 이유는 젊은이들과 접촉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블로그가 적당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쓰는 말에는 제가 정치인으로 지향하는 세계가 담겨 있어요. 따뜻하고 웃음이 있고 감동이 있는 것…….
  ‘정치인이 왜 수필을 쓰고 있나’ 하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딱딱한 정치적인 얘기는 한나라당 홈페이지나 지역구 홈페이지에 싣습니다. 제 블로그, 누리사랑방에는 우리가 이루고 싶은 세상에 대한 가치관을 담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말과 경어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가끔 일부러 깨진 말을 쓸 때는 따옴표를 쓰고 씁니다. 소위 이렇게 하는 표현이란 뜻으로요. 그건 그들과 접촉하기 위한 하나의 끈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너무나 완벽하고 쌀쌀맞게 문장을 써서 ‘그대들과 나는 교양 수준이 다르고 격이 다르다’는 식으로 느껴지면 안 되거든요. 그들이 쓰는 용어를 일부러 가끔 써서 따옴표를 붙여 ‘그대들이 흔히 쓰는 이 말’이라는 기분을 실어서 그들과 친밀하게 말을 하려는 겁니다. 그리고 존대말을 써서 ‘-습니다’로 하거나 적어도 ‘-요, -죠’까지는 씁니다. 안 그러면 말줄임표를 써서 그들이 느끼게 해 주고 …….
  저는 누리사랑방을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젊은이들과 접촉해서 ‘우리가 가야 할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세상이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가 그렇게 되도록 노력을 하겠다’ 하는 생각을 전하려고 해요.
  또 하나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어법에 맞게 존대말을 써서 그들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인터넷 세상에서 마구 쓰는 우리말을 모범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자주 글을 올리곤 합니다. 제 누리사랑방에 대한 호응이 참 좋습니다. 제가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여기 앉아서 누리사랑방에 글을 올리고 읽고 할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제 누리사랑방에서 재미있게 쓰면 그게 언론에 재확산이 돼요. 그러면 제 방을 찾아오는 사람은 천 명밖에 안 되지만 신문과 인터넷에서 한 번 쓰면 수백 수천 명이 그걸 받아서 봅니다. 그래서 여러 번 화제가 됐었어요. 제가 정치를 하면서 국민과 만나는 하나의 접촉 방법이죠. 저로서는 누리 세상을 잘 활용하고 있지요. 인터넷을 ‘누리망 세상’이라고 해야 하나요. ‘누리그물’이라 해야 하나요?

김문오 ‘누리그물’이라고들 합니다.

이계진 저는 ‘웰빙’을 ‘참살이’로 다듬었다는 말을 듣고 그건 좀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문오 예 문맥에 따라 부적절하게 느껴지는 일이 있을 겁니다. ‘웰빙 떡볶이’가 ‘참살이 떢볶이’라고 하면 왠지 어감이 안 어울리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을 적이 있습니다.
  ‘웰빙’을 ‘참살이’로 다듬은 것이 다소 부적절하기는 하지만 일반 국민의 참여로 탄생했다는 데 의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인터넷을 통한 말다듬기 방식을 도입하게 된 데에는 배경이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예전에는 미술, 의류, 건축, 운동ㆍ경기, 금융, 연극 등 해마다 분야별로 다듬을 말들을 골라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협의하여 순화어(다듬은 말)를 많이 만들어 내기는 했지만 양적인 데에 치중해 오다 보니까, 과연 다듬은 말이 얼마나 쓰이고 있는가, 안 쓰인다면 왜 안 쓰이는가를 미처 추적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만들기만 하고 사장되어 버리는 것보다는 다만 몇 개라도 성공하는 순화어가 좀 나와야 되겠다는 취지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일반 국민 참여 방식의 ‘우리말 다듬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이계진 그런 의미에서 제가 한 가지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국립국어원의 원장님이나 부장님들이 대표적인 신문방송사 문화부 출입 기자들을 불러 (술이라도 한잔 같이 하면서) 간담회라도 하면서 국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면서 한두 가지 순화어들을 알려 주고, 그런 방면으로 화제 삼고 기사를 쓸 때 활용해 보라고 적극 권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때 모든 것을 다 망라하지 말고 대표적인 것 몇 개만 골라서 권유해 보는 것이 좋을 겁니다. 요즘 사람들은 골치 아픈 것은 싫어하니까요. 그들이 다듬은 말을 자꾸 쓰면, 국민에게 퍼져 나가는 거예요. 그런 방법도 현실적으로는 필요합니다.
  학자들은 앉아서 그냥 “우리가 연구한 것 너희들이 알아서 갖다 써라”, “이게 좋은데 왜 안 쓰느냐?” 이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꾸 홍보를 해야지요. 학문도 어떤 의미에서는 세일즈를 해야 합니다.
  황우석 교수가 네이처 지에 발표만 하고 가만히 있었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을 겁니다. 황우석 교수는 논문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말도 아주 잘합니다. 여기저기 강연하고 보도진 만나서 멋진 말로 연구 결과를 표현하니까 여기저기서 “황우석!, 황우석!”하면서 더 상승효과를 낸 거지요. 학자들도 이제는 책상 앞에서 좀 일어나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걸 연구한 학자도 기분이 좋을 것 아닙니까? ‘웰빙’이 아니라 ‘참살이’로 쓰는 것이 진짜 좋으면 ‘참살이’로 앞으로 계속 쓰일 수 있게 ‘아휴, 웰빙이라 쓰지 말고 참살이라고 좀 써 줘요, 김 기자’ 이렇게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야 합니다.

김문오 최근에 좀 희망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국립국어원과 문화방송(2005. 4), 한국방송(2005. 8.)과 방송 언어 개선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일입니다. 주요 방송국에서 홈페이지를 통해서나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말 다듬기’ 관련 내용도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면 훨씬 더 홍보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계진 혹시 한국방송(케이비에스)이 ‘한국어 능력 시험’ 출제할 때 국립국어원의 협조를 받습니까?

김문오 예, 금년 하반기부터 한국방송이 국립국어원의 지원과 지도를 받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이계진 그래야 될 겁니다. 그리고 생활 언어, 음성 언어에 대해서는 방송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요즘 방송인들 중에도 정확한 발음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물론 있습니다만, 대개의 전문 방송인들은 엄격한 발음 훈련을 도제식으로 받는 전통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방송을 30년 한 사람으로서 주장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겁니다. 우리말에는 ‘낮이 아닌 밤(夜), 먹는 밤:(栗)’처럼 짧은소리, 긴소리 구분이 있는데, 이것뿐만 아니라 높으면서 길게 발음하는 소리도 있습니다. 가령 ‘어:명(御命)’이라는 말의 ‘어’ 소리는 ‘짧은 어’는 물론 아니고 그렇다고 ‘낮고 길게 내는 어’도 아니고 ‘처음은 낮고 나중은 높아지도록 하면서 길게 발음하는 어’ 소리여야 정확한 발음입니다. ‘그게 어:↗명(御命)이냐?’를 ‘그게 어명이냐’로 짧게 발음하면 채신머리 없게 들리지요. 이렇게 국어 발음에 유의할 것들이 있는데 현재 정확한 발음의 전통이 상당히 무너지고 있어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김문오 저도 텔레비전을 볼 때, 장단음 구분이 잘 안 되는 것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극 같은 데에서 ‘과거(科擧) 시험’을 ‘과:거 시험’이라고 길게 발음하는 사람을 몇 번 보았습니다. 소리의 길고 짧음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이런 말들은 정확한 발음 지도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계진 그렇습니다. 과거 시험의 과거는 짧게 발음해야 되지요. 길게 발음하면 지나간 일을 뜻하는 과거(過去)가 되지요. 우리말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교육이 학교에서나 방송에서나 잘되어야 하겠습니다.

김문오 의원님께서는 간판 문화 개선을 위한 공청회도 여신 적이 있고 간판 문화 개선에도 관심이 많으시지요?

이계진 내일 평창ㆍ속초 쪽으로 현장 답사를 갑니다. 관광지 간판을 예쁘게 바꾸자고 강원도에서 시범 운영하는 곳이 있습니다. 평창ㆍ속초 쪽을 한 바퀴 돌아본 다음에 전문가들과 함께 다시 한 번 토론을 갖고 또 입법을 할 예정입니다.

김문오 어떤 계기로 간판 문화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게 되셨고 그 후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간판이 아름답고 작고 수효가 적은 선진국, 그렇게 부러웠어요

이계진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없습니다. 계기는 단순한데요, 우리 간판 너무 어지럽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어지럽다고 가끔 생각하면서도 거기에 그냥 젖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해외에 선진지를 과거에 출장이나 관광을 갔을 때, 부러운 것 중 하나가 시각 공해가 없다는 것입니다. 도시에 어지러운 간판이 없다는 것이 부러웠어요. 간판이 아름답고 작고 수효가 적다는 것이 그렇게 부러웠어요. 우리도 언젠가 저런 것을 해야 되지 않겠나 하고 생각했는데 제가 마침 정치인이 되고 나니까 ‘내가 해야지’ 하는 생각에 그걸 들어 들고 나오게 됐습니다.
  성과를 조금 얘기하자면, 일반 국민들은 법이 아직 안 나와서 잘 모르시는데, 간판업자나 간판 디자인 하는 분들은 ‘맞다! 어지러운 간판 고쳐야 된다’고 하면서 상당히 호응이 좋아요. 그리고 문화관광부에서 간판 문화 개선 시범 지구를 몇 군데 운영하는 데가 있는데, 간판, 가로 시설물, 공공 디자인 등 도시 생활 공간 환경을 문화적 환경으로 새롭게 바꾸는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문화관광부 문화정책국에 ‘공간문화과’를 신설(2005. 8. 31.)하고, 간판 문화 개선 소위원회까지 새로 구성했습니다. 그 위원장이 접니다. 문화관광부에서 간판 소위원회를 만들자 기구까지 만들고 책임자까지 따로 정했어요. 아주 좋은 일이고 정부에서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장 조사를 하고 학자들, 간판 제작업자들, 관계 부처인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문화관광부의 책임자들과 함께 토론회를 한 번 하고 그 다음에 입법을 할 계획입니다.
  이것도 저는 뚝딱 1~2년 내에 고치자는 게 아니라 한 십 년 정도 기간을 두고, 모법을 만들고 각 지역의 조례를 지역 특성에 맞게 만들어서 십 년쯤 걸려 고치는 걸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그럼 왜 십 년이 걸려야 하느냐? 뚝딱 고치면 항상 부작용이 있습니다. 갑자기 고치자면 사람들은 나라에서 보조해 주기를 바라게 돼요. 한 십 년이면 업주가 바뀔 수도 있고 간판이 낡아서 새로 할 경우도 있으니까요. 교체를 할 일이 있을 때 고치라는 뜻에서 그렇게 십 년이라는 기간을 두는 것입니다.

김문오 간판이 도시의 풍광을 아름답게 하고 간판에 담길 정보를 잘 얻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판에 쓰인 글자의 한글 맞춤법이나 외래어 표기법도 고려하여 이번 기회에 같이 정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떡볶이’를 ‘떡뽁이, 떡뽂이, 떡뽂기, 떡볶기, 떡복기’ 등으로 틀리게 적는다든지, ‘찌개’를 ‘찌게’라 잘못 적는다든지, ‘휴게실’을 ‘휴계실’이라 잘못 적는 등의 한글 맞춤법을 어기는 사례나, ‘펑크’를 ‘빵꾸, 빵구’라 한다든지, ‘배터리’를 ‘밧데리’란 한다든지, ‘센터’를 ‘센타, 쎈타’라 한다든지 하는 따위의 외래어 표기법을 어기는 사례는 바른 표기로 정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전국에 등록된 간판업 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간판에 자주 등장하는 틀린 표기들의 바른 표기를 교육하고 자료집을 배포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계진 맞습니다. 그래요. 맞춤법을 준수하는 일은 물론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강제할 수는 없지만 간판 표기에서 표준어를 따르도록 권고는 해야 됩니다.
  간판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지금 써서는 안 되는 옛날 문자인 아래아나 반치음 같은 것을 쓰는 일이 있어요. 등록까지 된 게 있잖아요? ‘글’ 같은 것 말입니다. 그게 현대 국어 표기법으로는 잘못이지요. 이런 것을 마구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겁니다.
  그리고 어법에 좀 틀리지만 사투리 투의 말을 써서 사람들에게 토속적인 느낌을 주도록 의도적으로 그렇게 쓰는 게 있지요?

김문오 ‘안동국시’ 같은 것 말씀이지요?

이계진 예, ‘안동국시’ 했을 때와 ‘안동국수’ 했을 때, 느끼는 게 좀 다르지요. 그런 문제는 너무 경직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표준어를 쓰도록 해야 한다는 권고 사항 정도로 운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문오 저도 동감입니다. 한편 국회도서관 같은 공공 기관에서 ‘신분증 패용’ 등의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도 ‘신분증을 달아 주십시오’처럼 길어지더라도 상대방이 알기 쉽게 배려해 주는 말을 해도 될 텐데 공연히 어려운 말을 쓴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이계진 ‘신분증 패용’은 ‘신분증을 다세요’, ‘신분증 달기’라고 해도 되지요. (상대방이 알기 쉽게 말을 쓰는 것은) 국어에 대한 관심이 문제지, 법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김문오 공공 기관의 표지판도 좀 더 쉽게, 좀 더 상대방을 배려하는 표현으로 바뀌도록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아까 ‘안동국시’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방언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쓰기에 적절한 말은 아니지만 지역민들의 정을 주고 받는다든지, 그 속에 국어사적인 흔적을 담고 있어 국어학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연구거리가 되기도 하지요. 방언에는 우리의 전통문화도 녹아 있고 방언은 우리의 중요한 언어 자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계진 저도 동의합니다.

김문오 의원님은 고향인 강원도 원주 지역의 방언을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이계진 원주 지역에는 토속어 방언이 많지 않아요. 몇 가지밖에 안 돼요. 원주는 경기도와 교통이, 생활의 드나듦이 연장선에 있어서 경기도와 말이 같아요. 예를 들면 이런 게 있어요. ‘옷’ 하지 않고 ‘오티’라 하고, ‘얼굴’ 하지 않고 ‘얼굴이’라 해요. ‘얼굴이’까지가 명사예요. ‘얼굴이가 벌겋다’, ‘야 너 오티에 뭐가 묻었다’ 이렇게 써요. 그런 몇 가지 단어의 쓰임이 좀 다르지 억양이나 뭐 이런 것은 경기도와 거의 같아요.

김문오 동지 팥죽에 들어가는 ‘새알심’을 원주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이계진 ‘옹시미’라고 해요. 원주뿐만 아니라 영동 지역에서도 옹시미라고 해요. 특수한 몇 개 단어 외에는 원주엔 토속어가 많지 않은 편입니다.


방언을 표준어에 편입시키는 작업도 너무 문을 닫아 놓지 말고 해야

  국어기본법이 앞으로 발전적으로 나간다면, 오히려 토속어에 대한 보호ㆍ연구도 함께 활성화되리라고 생각됩니다. 또 어휘를 늘려 나간다는 의미에서는 방언을 표준어로 격상한다고 할까 표준어에 편입시키는 그런 작업도 너무 문을 닫아 놓지 말고 해야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토속어들이 있잖아요? 시어로서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든지 그래서 그 표현 아니면 도저히 그 맛을 살려낼 수 없는 표현들 같은 것은 표준어권에 편입해서, 복수 표준어로서 포용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문오 의외의 답변이십니다. 저는 의원님께서 전체적인 소통이나 방송 언어에 관심을 많이 가지셔서 방언에 대해서는 그런 관대한 생각을 가지실 거라는 예상을 못 했었는데요…….

이계진 현재 표준어로 들어가지 않은 말을 너무 막 쓰는 것은 곤란하지요. 그러나 그런 제도를 만들어 놓고 국어기본법을 잘 활용을 한다면 방언도 사실 그 자체로 갖는 생명력이 있잖아요. 그걸 너무 무시하면 안 되지요. 그러나 원칙 없이 아무 말이나 막 쓰는 일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표준어를 중심으로 하되 앞으로는 그런 어휘들도 살려서 표준어 어휘를 늘리는 거예요.

김문오 문학 작품에도 필요하면 쓰고요.

이계진 그럼요, 그럼요.

김문오 몇몇 지역 방송국에서는 지역민들에게 선조들의 언어 자산 알리기 차원에서 사투리 대회도 하고, 사투리로 운영하는 특정 프로그램이 있다고도 합니다.

이계진 그런 규정이 없이 너무나 마구 쓰면 역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표준어로 선정된 것은 열심히 쓰고 그렇지 않으면 좀 더 다듬는다든지 이건 도저히 표준어의 범위에 넣기 어렵다든지 하면 그건 사사로이 쓰임에만 쓸 수 있게 한다든지 그런 게 있어야지요.

김문오 그런 복수 표준어를 늘리는 일은 그냥 책상머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국어기본법에 나와 있는 제도인 국어 실태 조사를 꾸준히 해서, 누적되게 계속 많이 쓴다는 것이 포착되면 그것을 표준어로 인정하는 과정을 (국립국어원에서는) 취할 예정입니다.

이계진 이제 좋은 국어기본법이 만들어져 있으니까 포용력 있는 국어 정책이 필요한데 그것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도록 문을 열어서 선별을 해야 될 거예요.

김문오 앞으로 의정 활동을 하시면서 하시고 싶은 일이나 포부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이계진 국어와 관련해서요?

김문오 아닙니다. 더 넓게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이계진 한글날 국경일 재제정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제가 한 가지 하는 일이 뭔가 하면,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읽기’, 올바른 낭독법에 대한 교재를 만드는 일입니다. 올바른 국어 읽기 운동이 좀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성과를 봐서 구체적으로 법제화가 필요하다면 법제화를 해서라도, 어려서 우리말 발음을 바르게 배울 수 있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기본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밖의 타 분야에 대한 정치 이야기는 오늘 인터뷰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생략하겠습니다.

김문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이나 동포들에게 우리말 교재나 우리말 교사를 보급하는 일과 관련해서 현재 하시는 일이 있으신지요?

주요 거점에 한국어를 올바로 지도할 수 있는 교사들을 파견하자

이계진 그것과 관련해서는 얼마 전 문화관광위원회 결산 보고 때 동료 박찬숙 의원이 애기를 꺼내 나하고 같이 동조해서 같이 연구해 보자고 그랬는데요. 한인들 3세, 4세 중에 우리말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들에게 올바른 국어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그곳에 있는 방송들을 지원하는 문제 그리고 올바른 우리말을 하는 교사들을 파견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 앞으로 연구해 보자고 그랬어요.
  은퇴한 아나운서 같은 사람들을 국외 한국어 교육 현장에 파견하면 아주 효과가 크거든요, 현지에는 선생님도 발음이 나쁘고 한국어 발음을 겨우 하는 그런 문제점이 있습니다.
  사할린, 연해주, 모스크바, 중앙아시아, 중국, 브라질, 미국, 일본 등 10여 곳 정도 되는 주요 거점에 우리말을 올바로 지도할 수 있는 교사들을 파견하면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곳에 방송하는 사람들의 발음을 제대로 가르쳐 놓으면 올바른 한국어 보급에 효과가 클 것입니다.

김문오 끝으로 국립국어원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 주십시오.

이계진 너무나 적은 예산에 열악한 환경에 고생하지요, 뭐. 그래서 저는 가끔 국립국어원에 좀 더 힘을 실어 드릴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산 지원 문제라든가 그런 것이 나오면 눈여겨보고 지원을 해 드릴 테니까 거기에 연구하는 학자 여러분 힘드시더라도 열심히 하시라고 그런 말씀 드리고 싶어요.
  너무 힘든 일 하시는데, 아까 말씀드렸듯이, 연구한 결과를 앞으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좀 하세요. 연구한 결과를 마케팅을 해서 알려야 신도 나지요. 연구한 결과를 누가 책으로 받아서 저기 구석에 쌓아 놓으면 학자들도 기분 나쁘잖아요. 그러지 말고 원장님이 기자들과 만나 술도 한잔 하시고, 마케팅을 좀 하셔서 연구한 학자들 신도 좀 나시게……. 저로서는 예산 지원이 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눈여겨보고 지원을 하도록 힘을 좀 쏟아 보겠습니다.

김문오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계진 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