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아∙안양대학교 교양학부 연구전임강사
1. 머리말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언어 환경은 기존의 언어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했다. 흔히 통신 언어라고 불리는 새로운 언어가 등장한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통신 언어는 ‘말하기와 글쓰기’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의사소통 방식으로서, 글쓰기를 말하기처럼 사용하는 과정에서 소리 나는 대로 쓰는 방식과 이모티콘(그림말)이라는 보조 기호를 사용하는 방식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예전보다 다양한 쓰기 방식을 시도하고 있으며, 오늘날에는 점차 가상의 공간을 떠나 현실의 공간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정복(2003: 454~455)은 통신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언어 사용의 진지함이 약해지고 언어 내용보다는 언어 형식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으려는 일종의 퇴행 현상과 심리적 혼란을 겪기 쉽다고 진단했으며, 정진수(2004: 154~162)도 언어 폭력이 난무하고 한국어 자체의 형태와 의미가 변질된다고 우려하였다. 즉 통신 언어의 문제점1)은
이와 같은 현상은 2001년도에 실시한 ‘어문 규범 능력 검사(“국어 사용 실태 지수 개발 및 조사 방법에 관한 연구”(문화관광부 2001년 연구 용역 보고서), 124쪽 참조, 연구 책임자: 민현식)’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중ㆍ고등학생은 31점, 대학생은 34점으로 나타났고, 이는 6년 전 점수인 55점, 56점에 비해 40% 정도(약 22∼24점) 떨어진 수치로, 국어 사용 능력 저하의 원인과 함께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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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규범적인 언어 파괴 현상에 있으며, 아직 언어 규범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이러한 언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통신 언어는 컴퓨터 통신을 매개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매체의 특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즉 온라인으로 연결된 상대방과 정상적인 대화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타수(자판을 두드리는 수. 타자 수)를 줄일 수밖에 없고, 2차원의 평면적인 활자를 3차원의 입체적인 대화 상황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변형과 보조 기호의 사용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통신 언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이제는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미 하나의 문화2)로
구현정(2002)에서는 반형식주의, 전통의 거부, 다양성의 추구, 차별성의 강조와 같은 현대 포스트모더니즘 문화의 특성을 토대로 통신 언어의 양면적 특성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고 있으며, 권재일(2004)에서도 언어 규범과 전통에서 벗어나려는 통신 언어의 부정적인 측면과 다양성과 차별성을 추구하는 통신 언어의 긍정적인 부분을 청소년의 문화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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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잡았다. 즉 컴퓨터 세대인 젊은이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된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서로의 생각을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통신 언어를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도입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으로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언어 현상이라고 진단하고,3)
통신 언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최근의 학위 논문(권성한(2002), 최원복(2002), 김민희(2003), 김현정(2004), 정진수(2004), 변강섭(2005) 등)에서 부정적인 평가와 함께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통신 언어의 부정적인 평가에 비해 긍정적인 평가에 관한 논의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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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과 2005년에 조사한 자료4)를
2001년 자료는 “인터넷 통신 어휘 사전”에 수록된 것을 대상으로 하고, 2005년 자료는 인터넷 대화방, 게시판, 전자 우편 등에서 조사한 것을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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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대로 통신 언어의 사용 양상을 살펴보면서, 이를 토대로 통신 언어에 ‘생성-확산-정리(유지/변천/소멸)’라는 일정한 사용 원리가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아울러 변천이나 소멸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유지되는 통신 언어의 생명력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겠다.
2. 통신 언어의 사용 양상
통신 언어의 유형은 일상 언어를 기준으로, 크게 ‘형태 변이형’, ‘의미 전이형’, ‘새말형’으로 나눈다. 이 가운데 ‘형태 변이형’은 일상 언어를 소리 나는 대로 쓰거나, 음절 축약, 음운 첨가, 음운 교체 등과 같이 변형이 가해진 형태이고, ‘의미 전이형’은 형태 변이 없이 일상 언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형태이며, ‘새말형’은 일상 언어에서 사용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형태이다.
2.1. 형태 변이형
통신 언어의 세 유형 가운데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형태 변이형’은 일상 언어에 비해 타수(≒음소 사용 개수)가 줄어든 형태와 타수가 늘어난 형태로 나누어진다. 전자는 소리 나는 대로 쓰거나 음절을 축약한 형태로서 ‘의사소통의 경제성’이라는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고, 후자는 음운을 첨가하거나 교체한 형태로서 ‘의사소통의 차별성’이라는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또한 형태 변이형은 하나의 일상 언어에 하나의 통신 언어가 대응하는 ‘1:1’의 형태와 하나의 일상 언어에 최소 2개에서부터 최대 34까지의 통신 언어가 대응하는 ‘1:n’의 형태로 나누어진다.5)
2,699개의 통신 언어를 대상으로 형태 변이 유형을 살펴본 결과, ‘1:1’의 형태는 43.32%이고, ‘1:n’의 형태는 56.68%로 조사되었다(서은아 2003: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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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자인 ‘1:n’의 형태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네티즌(누리꾼6))의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모두가 함께 하는 우리말 다듬기 사이트(www.malteo.net)’에서 ‘네티즌(netizen)’을 ‘누리꾼’[뜻: 인터넷(누리그물)을 이용하는 사람]으로 다듬은 바 있다(“새국어생활” 제15권 제1호(2005년 봄) 39쪽 참조). 이하 ‘네티즌’을 ‘누리꾼’이라고 다듬어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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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가 반영된 것이며, 컴퓨터 통신을 이용하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기초 어휘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호칭’의 변이형이 가장 많다.7)
익명성이 보장되는 통신 공간에서는 이름보다는 아이디나 호칭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특히 오빠(34개), 언니(23개), 아저씨(16개) 등과 같은 호칭어의 변이 형태는 다른 유형보다 다양하게 나타난다(서은아 2003: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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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자료와 2005년 자료를 단순 비교했을 때, ‘1:n’의 형태는 점차 변이형의 개수가 줄어드는 변화의 양상을 보인다. 즉 통신 언어의 사용 영역이 점차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변이형의 개수가 줄어드는 형태로 단순화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어떤 것은 하나의 대표 형태만 남기고 모두 사라지기도 한다.
2001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친구’와 ‘남자 친구’는 ‘1:n’ 형태의 통신 언어로서 ‘친구’의 경우 ‘칭구, 칭거, 칭긔, 칭그, 췬구, 췅구, 찡구, 찡규, 팅구, 팅그’ 등의 변이형이 사용되었고, ‘남자 친구’의 경우 ‘남친, 남칭, 남틴, 남튄, 남듼, 남띈, 남띤’ 등의 변이형이 사용되었는데, 2005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친구’의 경우 ‘칭구, 칭그, 틴구, 틴그’ 등 그 변이형이 일부 줄어들었고, ‘남자 친구’의 경우에도 ‘남친’이 주로 사용되면서 대부분의 변이형은 사라졌으며, ‘남칱, 볼펜’ 등 새로운 변이형이 나타났다.
이처럼 대체로 음절 수가 많거나 발음하기 어려운 복잡한 형태의 통신 언어는 그 사용 주기가 짧고, 발음하기 쉽고 단순한 형태의 통신 언어는 그 사용 주기가 길다. 발음의 경제성과 사용의 편리성 등이 통신 언어의 다양한 형태 변이를 단순화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2.2. 의미 전이형
의미 전이형은 초기의 의미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과 다른 말로 대체되는 것, 시간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 등으로 나누어진다. 의미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어휘 선택의 적절성이 많은 누리꾼들에게 수용된 형태라고 할 수 있고, 다른 말로 대체되거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수용이 거부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의미 전이형은 기본적으로 은어적 속성을 갖는다. ‘은어’란 특수한 집단이나 계층에서 비밀스럽게 통용되는 말인데, ‘통신 언어’도 인터넷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누리꾼끼리만 사용하는 언어이므로, 이 둘은 은밀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단, 은어와 달리 통신 언어는 비밀 보호라는 목적이 없기 때문에 은밀성 외에도 개성이 돋보이는 표현의 사용 주기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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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ㄱ. 죄성(←죄송)!! 공사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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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제발 도배 좀 하지 말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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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여기 집주인이 누구에여? |
“홈페이지나 카페가 미처 완성되지 않았거나 일시적으로 폐쇄된 상태”임을 뜻하는 예문(1ㄱ)의 ‘공사 중’이나 “게시판과 같은 공간에 한 사람이 동일한 내용의 글을 계속해서 올리는 행위”를 뜻하는 예문 (1ㄴ)의 ‘도배’는 개성이 돋보이는 표현으로서 여전히 그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운영자 또는 관리자’를 뜻하는 예문 (1ㄷ)의 ‘집주인’은 예문 (1ㄱ,ㄴ)과 달리 일상 언어와 통신 언어의 의미적인 유사성이 크기 때문에 개성이 약하다고 할 수 있고, 이런 경우에는 다른 말로 대체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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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ㄱ. 악...꼬리 짧게 써야 하능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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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그나저나 전지현 씨 꼬리는 볼 때마다 몇 초간 머엉... |
예문 (2)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 예로, 예문 (2ㄱ)의 ‘꼬리’는 원래 ‘답하는 글’이란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예문 (2ㄴ)에서는 ‘인터넷 동영상 배너(banner) 광고’라는 의미로 바뀌었다. 이처럼 의미가 달라지는 까닭은 ‘답하는 글’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다른 변이형, 즉 ‘답끌, 대끌, 댓글, 리플, 립’ 등에 비해 ‘꼬리’란 말의 세력이 약화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원인은 개성이 없기 때문이라기보다 많은 누리꾼들의 지지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2.3. 새말형
새말형은 ‘광팬(狂+fan)’, ‘글무(글+無)’ 등과 같이 둘 이상의 일상 언어를 결합하여 새말을 만드는 형태가 있는가 하면, ‘냉무(내용+無)’, ‘설남(서울+男)’ 등과 같이 형태 변이가 일어난 말과 일상 언어를 결합하여 새말을 만드는 형태가 있고, ‘야그남터(이야기+나눔+터)’, ‘영멜(영어+메일)’ 등과 같이 둘 이상의 형태 변이가 일어난 말을 결합하여 새말을 만드는 형태가 있다. 이 외에도 의미 전이가 일어난 말과 일상 언어를 결합한 형태도 나타난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새말형의 경우 단일어보다 복합어로 생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새말형 통신 언어를 만드는 접두사나 접미사는 일상 언어에서와 마찬가지로 생산성이 매우 높다. 특히 접미사 ‘-방, -팅, -딩’은 새말을 만드는 대표적인 접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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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ㄱ. 설방 잘 운영 할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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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이 방은 잠방!! 노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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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심심해서 문팅하믄서 꼬시거 이써~~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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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 즐팅해~나 나간다~~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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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직딩들은 즐이요!!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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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 대딩되면 좋겠다. |
예문 (3ㄱ, ㄴ)의 ‘설방’, ‘잠방’에 쓰인 접미사 ‘-방’은 초기 통신 언어에서 ‘야자방(반말을 주고 받는 방), 속닥방(대화하는 방), 물고기방(PC방)’으로 사용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그 형태가 유지되고 있고, ‘잠방(잠수방), 비방(비밀방), 피방(피시방)’ 등과 같은 새로운 말을 만드는 데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예문 (3ㄷ, ㄹ)은 접미사 ‘-팅’에 의해 만들어진 새말인데, 초기에 ‘멜팅(메일 미팅), 문팅(문자 미팅), 야팅(야외 미팅), 허접팅(허술한 미팅, 허섭스레기처럼 별로 건질 게 없는 미팅)’ 등은 ‘미팅’이란 의미로 사용되었고, ‘눈팅(눈으로만 보면서 하는 채팅), 양팅(일대일 채팅), 잠팅(잠깐 동안 하는 채팅), 정팅(정기적인 채팅), 죽팅(죽치고 기다리는 채팅), 즐팅(즐겁게 하는 채팅), 졸팅(졸지에 하는 채팅)’ 등은 ‘채팅’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현재에는 ‘-팅’이 ‘채팅’의 의미로만 사용되고 있으며, ‘미팅’의 의미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이는 컴퓨터 통신의 특성상 미팅보다 채팅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으로 보인다. 예문 (3ㅁ, ㅂ)의 접미사 ‘-딩’은 초기 통신 언어에서 ‘-뒹, -딍, -딩’처럼 세 가지로 사용되었지만8),
접미사 ‘-딩’의 변이형은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초뒹, 초딍, 초딩), 중학생(중뒹, 중딍, 중딩), 대학생(대뒹, 대딍, 대딩)까지 체계적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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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딩’만 유지되어 ‘직딩(직장인), 유딩(유치원생)’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새말이 나타난다.
3. 통신 언어의 부침(浮沈) 양상
통신 언어의 사용 양상을 토대로 그 사용 원리를 살펴보면, 우선 통신 언어가 생성되는 단계에서는 타수를 줄이거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형태 변이’와 ‘의미 전이’, ‘새말 만들기’ 등이 시도됨을 알 수 있다.
이들 통신 언어의 부침 양상을 볼 때, 처음에는 누군가에 의해 생성되고 이것이 지지를 얻으면 조금씩 더 확산되며, 확산 과정이 지속되면서 취사선택되어, 일부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일부는 조금 다른 형태나 의미를 가지도록 변천되기도 하며, 일부는 소멸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대체로 유지형의 경우 변천형이나 소멸형에 비해 발음하기 편리한 단순한 형태라는 특징이 있다.
- 생성 → 확산 → 정리(유지/변천/소멸)
위와 같은 흐름은 형태 변이형이든 의미 전이형이든 새말형이든 같은 양상을 보인다. 아래에서는 그중 형태 변이형을 중심으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형태 변이형은 확산 단계에서 변이형의 수가 많은 형태와 변이형의 수가 적은 형태, 변이형이 단일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변이형이 많은 형태는 기초 어휘로 볼 수 있으며, 아직 생성 초기 단계이거나 시간이 지나도 누리꾼들에게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변이형은 많지만 각 변이형의 사용 빈도는 높지 않다. 변이형이 적은 형태는 기초 어휘가 아니거나 폭넓게 사용되는 과정에서 누리꾼들에게 소수의 형태 혹은 어느 하나의 형태가 대표 형태로 수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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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ㄱ. |
냐, 언냐, 언뉘, 어뉘, 언휘, 엄늬, 엉냐, 엉뉘, 엉늬, 엉니, 엉릐, 엉리, 엉링, 온냐, 온뉘, 온늬, 옹뉘, 옹늬, 옹닄, 옹릐, 옹리, 용릐, 응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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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
겜, 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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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
겨회 |
예문 (4ㄱ)의 ‘언니’의 형태 변이형 통신 언어는 변이형이 무려 23개에 달한다. 이는 이 어휘가 기초 어휘임을 뜻하며, 생성 초기 단계는 아니지만, 특정 형태가 누리꾼들에게 수용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문 (4ㄴ)의 ‘게임’의 형태 변이형 통신 언어는 변이형이 2개 정도이다. 이 경우 기초 어휘이면서도 변이형이 적은 것은 누리꾼들에게 이 형태가 수용된 것임을 의미한다. 예문 (4ㄷ)의 ‘교회’의 형태 변이형 통신 언어는 변이형이 고작 1개에 불과하다. 이는 이 어휘가 기초 어휘가 아님을 의미한다.
형태 변이형은 정리 단계에서 유지되거나 소멸되는데, 누리꾼들에게 수용된 것은 유지형으로 남고, 거부된 것은 소멸된다. 예컨대 ‘고등학생’은 생성 단계에서 ‘고뒹, 고딍, 고딩, 고딩어’ 등으로 다양한 변이형이 나타나는데, 이 가운데 발음이 쉽고 단순한 형태인 ‘고딩’이 누리꾼들에게 폭넓게 수용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나머지는 소멸되었다. 이후 ‘고딩’의 접미사 ‘-딩’은 학생(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뿐만 아니라, 노인(노딩)이나 직장인(직딩)까지 가리키는 말로 사용 범위가 확대된다.
4. 맺음말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함께 온라인으로 연결된 가상공간에서 사용되는 통신 언어는 규범적인 잣대로 규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누리꾼들에게 자정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속성을 간과한 무리한 요구이다. 다만 통신 언어를 현실 공간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고, 언어 규범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통신 언어는 일상 언어처럼 국가 기관에서 규범을 제시하지 않았는데도 발음의 경제성이나 형태의 단순성, 개성적인 표현, 누리꾼의 수용 등과 같은 일정한 원리에 따라 ‘생성→확산→정리(유지/변천/소멸)’된다. 즉 일정한 사용 원리에 따라 생성되고 정리되는 것이다.
더욱이 2001년과 2005년이라는 시간적 차이를 두고 통신 언어의 사용 양상을 살펴본 결과, 현재까지 유지되는 말 가운데 ‘답글’, ‘도배’, ‘번개’(갑자기 모임), ‘샘’(←선생님), ‘정모’(←정기 모임), ‘컴’(←컴퓨터), ‘펌’(←퍼옴, =베껴 옴) 등의 형태는 비교적 안정적인 사용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리플’의 경우, ‘리플’이란 말을 그냥 쓰는 대신 ‘댓글’이나 ‘답글’이란 말로 순화하여 쓰려는 움직임도 있다.
|참고 문헌|
- 구현정(2002), ‘통신 언어-언어 문화의 포스트모더니즘’, “국어학” 39, 국어학회.
- 권성한(2002), ‘청소년 통신 언어의 문화적 의미 연구’,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
- 권재일(2004), ‘통신 언어, 어떻게 볼 것인가?’, “말과 글” 100호,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 권오경ㆍ서은아(2002), “인터넷 통신 어휘 사전”, 동인.
- 김민희(2003), ‘통신 언어의 양상과 기능에 대한 연구’,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
- 김현정(2004), ‘통신 언어에 대한 연구’,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
- 민현식(2001), “국어 사용 실태 지수 개발 및 조사 방법에 관한 연구”, 문화관광부 연구보고서.
- 변강섭(2005), ‘컴퓨터 통신 언어에 대한 고찰’, 원광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
- 서은아(2003), ‘통신 어휘의 유형별 특성 연구’, “인문과학연구” 11, 안양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 이정복(2000), “바람직한 통신 언어 확립을 위한 기초 연구”, 문화관광부 연구보고서.
- 이정복(2003), “인터넷 통신 언어의 이해”, 월인.
- 정진수(2004), ‘컴퓨터 통신 언어 연구’, 청주대학교 박사 학위 논문.
- 최원복(2002), ‘컴퓨터 통신 언어의 실태와 개선 방향’, 원광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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