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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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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
원장 남기심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최근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의 수가 일본어 학습자의 수를 앞질렀으며, 미국,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에 새로 생기는 한국어 학과가 증가 일로에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 한국어 교육 기관이 서너 곳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서울과 지방에 한국어 교육 기관을 둔 대학을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불과 이십여 년 전만 해도 국내의 한국어 학원에서 공부하는 외국인은 주로 영어권 사람들이었으나 지금은 세계 곳곳의 서른예닐곱 나라에서 한국어 학습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아오고 있다. 한국어 교육이 이렇게 국내에서뿐 아니라, 외국 현지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 국력의 신장과 무관하지 않은 현상이다. 불과 이, 삼십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환영할 일인가, 아닌가? 우리는 이러한 수요에 대해서 공급의 책임을 지고 한국어의 국외 보급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인가, 아닌가? 어떤 일이든지 그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자면, 그리고 그 일에 헌신하자면 일관된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인가?
한국어를 학습하고자 하는 외국인은 순수 외국인뿐 아니라 구소련 지역의 이른바 고려인의 후손, 미주 지역 이민 교포의 자손 등 한민족의 후예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미주 지역의 한국어 학습자들은 그 나라 국적을 가진 이민 교포의 자녀가 더 많고, 동남아 지역은 모두 현지 외국인들이다. 외국어의 학습이 문화적 소통,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에서 출발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마는 동남아 지역, 구소련 지역 등의 한국어 학습은 한국 회사나 공장에 취업하기 위한 것이 주된 동기이고, 미주 지역 동포 자녀들의 한국어 학습은 부모의 나라 언어를 잊지 않기 위한 것으로, 자발적이기보다는 부모의 바람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들의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동기도 다양하다. 중앙아시아의 동포들에 대해서는 조상의 나라에 대한 그들의 향수를 달래 주고 취업을 도와주기 위한 연민의 정이, 미주 지역의 동포 자녀에 대해서는 우리와의 유대를 공고히 하여 조상의 나라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동남아는 그곳 출신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동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동기는 한시적이고 가변적이어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 일관된 신념이 되기가 어렵다.
이제 우리는 한국어 교육에 임하는 우리의 의지, 한국어 교육에 가치를 부여하는 우리의 철학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점검해 보아야 할 때가 된 듯하다. 어찌 생각하면 외국인에게 우리 손으로 우리말을 가르치는 것은 국가 이익에 반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적인 목적, 또는 산업상의 이유로 정보 수집을 위해 한국어를 잘하는 자국인이 필요한 나라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 지나간, 일백 몇 십 년 전의 일이기는 하나 러시아와 일본이 한국 지배를 염두에 두고 한국어 교육 기관을 자국에 설치한 일도 있다. 그러함에도 외국인의 한국어 수요에 대한 공급의 책임을 우리가 져야 하고, 우리에게 이 일에 헌신할 인력이 필요한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문화의 교류, 국제적 소통이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의 필수적인 요건이기 때문이며 한국도 남이 적극적으로 알고 배우지 않으면 안 될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외국어의 학습은 대개 자기보다 더 나은 문화, 지금까지 모르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 우선적이었지마는 이제는 다른 세계와의 갈등을 없애고 더 원활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 외국어 학습의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 한국어 교육에 종사하고자 하는 이들은 일방적인 한국어 교수에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상대편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학습과 이해에도 똑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학습자의 문화와 언어 습관에 대한 지식이 없이는 효과적인 한국어 교수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일 뿐 아니라 그러한 지식의 축적이 우리 문화의 폭과 깊이를 더해 주는 데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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