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중∙국립국어원 국어생활부장
I. 들어가기
2005년은 한국어의 역사에서 중요한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국어기본법이 공포되고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국어와 그 기록 수단인 한글은 한국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명문화된 규정이 아주 빈약하였다. 1948년에 공포된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은 대한민국의 공용문서는 한글로 쓰지만 당분간 한자를 병용한다는 내용의 단 한 조로 된 법이었다. 문화예술진흥법 역시 국가는 국어 정책을 펴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어문 규범을 제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국어심의회를 두어야 한다는 내용뿐이었다. 이런 소략한 규정들만으로 국어의 발전이 법적으로 보장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국어의 사용, 발전, 보전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하기로 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2002년 한글날을 맞아 국어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고 여론 수렴 과정과 국회 심의를 거쳐 2년 여가 지난 2005년 1월 27일 국어기본법이 공포되었고 6개월 후에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은 폐지되었고 국어 관련 조항이 들어 있던 문화예술진흥법의 제2장 역시 삭제되었다.
이 글은 국어기본법 안에 어떤 제도가 새로 마련되었는지, 그리고 새로 마련된 제도가 어떤 의의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국어기본법이 실효를 거둘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나아가 국어기본법의 미비점을 찾아내 앞으로 어떻게 개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 한다.
II. 국어기본법의 의의
1. 국어기본법과 동법 시행령의 의의
국어기본법의 의의는 국어 관련 법령을 한곳에 모아 놓았다는 데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전에 없었던 새로운 제도가 몇 가지 새로 마련되었다. 전에 있던 제도라도 국어기본법에서 종전보다 더 뚜렷하고 강하게 바뀐 것이 있다.
새로운 제도로는 국가 기관과 지방 자치 단체에 국어 문제를 책임지는 국어책임관을 지정할 수 있게 된 점,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에게 전문성을 인정하는 자격을 부여할 수 있게 된 점, 국민의 국어 능력을 검정할 수 있게 된 점, 국민의 국어 능력을 키워 주기 위해 국어상담소를 운영할 수 있게 한 점, 그 밖에 국민이 전문 용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전문 용어를 표준화하도록 한 점을 들 수 있다. 국어 발전 계획은 종전의 문화예술진흥법에도 있었던 내용이지만 종전에는 선언적인 조항에 그쳤던 반면 국어기본법에서는 5년마다 정기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고 2년마다 시행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실효성을 훨씬 높였다.
2. 조항별 내용과 의의
1)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의 책무(법 제4조)
※국어기본법의 띄어쓰기는 관보에 고시된 대로 따름. 이하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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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사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국어능력의 향상과 지역어의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
②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신ㆍ신체상의 장애에 의하여 언어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이 불편 없이 국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
지역어의 보전을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의 책무로 명시한 것은 얼핏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왜냐하면 건국 이후 우리나라의 언어 정책은 표준어의 확산, 보급에 매진해 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역어의 보전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비록 제4조가 선언적 조항에 그치는 것이기는 하지만 국어기본법에 지역어 보전을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의 책무로 명시함으로써 지역어 보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앞으로 지방 자치 단체의 장은 지역의 언어를 조사, 기록하고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을 확실한 법적 근거에 따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2) 국어발전기본계획의 수립(법 제6조, 제7조, 제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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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문화관광부장관은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5년마다 국어발전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이라 한다)을 수립ㆍ시행 하여야 한다. |
② |
문화관광부장관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제13조의 규정에 의한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
③ |
기본계획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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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국어정책의 기본방향과 추진목표에 관한 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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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어문규범의 제정 및 개정의 방향에 관한 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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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국민의 국어능력증진과 국어사용환경의 개선에 관한 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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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국어정책과 국어교육의 연계에 관한 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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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국어의 선양과 국어문화유산의 보전에 관한 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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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국어의 국외보급에 관한 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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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국어의 정보화에 관한 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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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남북한 언어통일방안에 관한 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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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정신ㆍ신체상의 장애에 의하여 언어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및 국내 거주 외국인의 국어사용 상의 불편 해소에 관한 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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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국어발전을 위한 민간부문의 활동 촉진에 관한 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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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그 밖에 국어의 사용ㆍ발전 및 보전에 관한 사항 |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을 5년마다 세우도록 한 것은 종전의 문화예술진흥법의 선언적 조항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다. 2년마다 시행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 것도 중요한 변화다. 국어정책의 시행 결과를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 또한 그 보고를 받도록 규정함으로써 국어 정책의 계획과 시행 결과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공히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국민적 관심사요 중요 사안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3) 실태 조사(법 제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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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문화관광부장관은 국어정책의 수립에 필요한 국민의 국어능력ㆍ국어의식ㆍ국어사용환경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거나 실태를 조사할 수 있다. |
② |
문화관광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자료수집이나 실태조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국가기관 및 국어 관련 법인ㆍ단체 등에 대하여 자료의 제출이나 의견의 진술 등을 요구할 수 있다. |
③ |
국어능력ㆍ국어의식ㆍ국어사용환경 등 실태조사의 실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종전의 문화예술진흥법에는 국가가 국어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규정만 했지 국어 정책의 수립에 필요한 기초 조사에 대해서는 의무 규정을 두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종합적이고 전면적인 언어 사용 실태 조사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렇다 할 만한 국어 정책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어 실태에 대한 상세한 조사 결과가 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국어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데 충실한 실태 조사가 없었으므로 정책을 수립하기가 어려웠다. 국어기본법 제9조에서 실태 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 이제야 비로소 본격적인 국어 사용 실태 조사, 국어 의식에 관한 조사, 국어 능력에 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4) 국어책임관(법 제1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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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그 소속공무원 중에서 지정할 수 있다. |
② |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국어책임관의 지정 및 임무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국어책임관은 국어기본법에서 신설된 몇 가지 새로운 제도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라 할 만하다. 비록 강제 조항이 아니고 수의 조항이기는 하지만 국가 기관과 지방 자치 단체에 국어책임관을 지정할 수 있게 된 것은 국어 발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의의가 지대하다.
국어책임관은 홍보 담당 부서장 또는 그에 준하는 직위의 사람이 맡게 되었는데 해당 부처와 기관의 대국민 홍보에 쓰이는 언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해당 부처와 기관 홈페이지의 언어가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였느냐를 국어책임관이 관장한다. 홈페이지의 갖가지 정보는 각 실, 국, 과에서 작성하게 되겠지만 국어책임관은 홈페이지의 언어에 대한 전체적인 책임을 지므로 국어 전문가의 도움을 빌려서라도 정확하고 품위 있는 언어 사용이 되었는지를 감독해야 한다.
국어책임관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홈페이지만이 아니다. 대국민 홍보 활동에 쓰이는 모든 언어 자료가 다 국어책임관이 눈여겨봐야 할 대상이다. 중앙 부처의 국어책임관은 국어기본법 시행령 제12조에 따른 전문용어표준화협의회에도 관여하게 되어 있고 국어기본법 제22조와 시행령 제16조에 따른 국어능력향상정책협의회의 위원으로도 활동하게 되어 있다.
국어책임관은 해당 부처의 정책의 대상이 되는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대해서도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며 해당 부처 소속 직원의 언어생활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국어책임관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립국어원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자료를 제공하는 등 일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어야 함은 물론이다.
5) 어문 규범의 영향 평가(법 제1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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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문화관광부장관은 어문규범이 국민의 국어사용에 미치는 영향과 어문규범의 현실성 및 합리성 등을 평가하여 정책에 반영하여야 한다. |
② |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평가의 항목ㆍ방법 및 시기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어문 규범의 영향 평가는 그동안 어문 규범에 현실성이 없고 합리성이 없어 보이는 조항이 많아서 국어기본법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실성이 없고 합리성이 없는 어문 규범은 언어생활에 혼란을 주기가 쉽다. 어문 규범이 국민의 언어생활을 편안하게 해 주지 않고 오히려 족쇄가 되고 국민을 불편하게 한다면 그런 어문 규범은 수정해야 마땅하다. 제12조는 바로 이러한 점을 법에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어문 규범이 있다 해도 쉽사리 고치기 어려운 것이 그동안의 고충이었는데 어문 규범의 영향을 평가하여 정책에 반영하도록 되었으므로 국민의 편리한 언어생활을 위한 좋은 장치가 마련되었다고 하겠다.
6) 국어심의회(법 제1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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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문화관광부에 국어심의회(이하 “국어심의회”라 한다)를 둔다. |
② |
국어심의회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심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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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기본계획의 수립에 관한 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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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어문규범의 제정 및 개정에 관한 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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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그 밖에 국어의 발전과 보전에 관하여 문화관광부장관이 부의하는 사항 |
③ |
국어심의회는 위원장 1인과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60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
④ |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하고, 위원은 국어ㆍ언어학 또는 이와 관련된 분야에 전문지식이 있는 자 중에서 문화관광부장관이 위촉한다. |
⑤ |
제2항 각호의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국어심의회에 분과위원회를 둘 수 있다. |
⑥ |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국어심의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국어심의회는 종전의 문화예술진흥법에 규정된 내용과 상당 부분 달라졌다.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의 수립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게 되어 있는 점이 기본적으로 다르고, 분과 위원회의 구성 내용이 달라졌다. 종전에는 5개 분과로 되어 있었으나 국어기본법시행령에 따라 언어 정책 분과, 어문 규범 분과, 국어 순화 분과로 나뉘게 되었다. 종전에는 한글 분과, 표기법 분과, 정보화 분과, 한자 분과, 순화 분과로 되어 있었는데 한글 분과, 표기법 분과, 한자 분과는 어문 규범 분과에, 정보화 분과는 언어 정책 분과에 흡수되었다.
7) 공문서의 작성(법 제1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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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공공기관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문자를 쓸 수 있다. |
② |
공공기관이 작성하는 공문서의 한글사용에 관하여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제14조 제1항은 비록 한 항이지만 두 가지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공문서는 어문 규범에 맞추어 작성해야 한다는 것과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종전의 문화예술진흥법에 있었던 내용이고 후자는 이번에 폐지된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에 들어 있던 내용이다. 따라서 새로이 보태진 제도는 없다고 볼 수 있다.
8) 국어 정보화의 촉진(법 제1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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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문화관광부장관은 국어를 통하여 지식ㆍ정보를 생산하고 활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도록 국어정보화를 위한 각종 사업을 적극 시행하여야 한다. |
② |
국가는 인터넷 및 원격정보통신 서비스망 등 정보통신망을 활용하는 국민이 국어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 |
③ |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2조제3호의 규정에 의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국민이 국어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
제16조에 따라 문화관광부는 국어 정보화를 위한 각종 사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조항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시행 방법을 명시한 시행령이 있어야 하는데 제16조에 대응되는 시행령이 없는 것은 아쉽다.
9) 전문 용어의 표준화(법 제17조)
국가는 국민이 각 분야의 전문용어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체계화하여 보급하여야 한다.
제17조는 국가가 전문 용어를 표준화하고 체계화해서 보급할 것을 의무화한 조항이다. 법 제17조에는 시행령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나 시행령에서 상세한 규정을 마련하였다. 다음은 국어기본법 시행령 제12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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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법 제17조의 규정에 의한 전문용어의 표준화 및 체계화를 위하여 각 중앙행정기관에 5인 이상 2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 전문용어표준화협의회를 두며, 그 협의회는 해당 기관의 국어책임관ㆍ관계분야 전문가 및 공무원으로 구성한다. |
② |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해당 기관의 업무와 관련된 전문용어를 표준화 및 체계화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전문용어표준화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관광부장관에게 심의를 요청하여야 한다. |
③ |
문화관광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심의 요청된 전문용어 표준안을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 후 이를 해당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회신하고, 해당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확정안을 고시하여야 한다. |
④ |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고시된 전문용어를 소관 법령의 제정ㆍ개정, 교과용 도서 제작, 공문서 작성 및 국가 주관의 시험 출제 등에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
⑤ |
문화관광부장관은 학술단체 및 사회단체 등 민간부문에서 심의 요청한 관련 분야의 전문용어 표준안에 대하여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하고 확정안을 고시할 수 있다. |
시행령에 따르면 중앙 행정 기관에서는 5인 이상 20인 이하의 ‘전문용어표준화협의회’를 두게 되어 있다. 이 협의회에서 해당 중앙 행정 기관 소관의 전문 용어 표준화안을 만들어 국어심의회에 심의를 요청하게 되어 있다. 이 제도가 실효를 얻기 위해서는 국어심의회가 심의를 요청받았을 때가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어심의회의 위원들은 주로 국어학자들 중심으로 되어 있으므로 수많은 전문 분야의 용어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것이고 심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어심의회에서 그때그때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불러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0) 국어의 보급(법 제1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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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국가는 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과 재외동포의출입국과법적지위에관한법률에 의한 재외동포(이하 “재외동포”라 한다)를 위하여 교육과정과 교재를 개발하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국어의 보급에 필요한 사업을 시행하여야 한다. |
② |
문화관광부장관은 재외동포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어를 가르치고자 하는 자에게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
③ |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자격요건 및 자격부여의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제19조는 국어기본법에 마련된 몇 가지 새로운 제도 가운데 가시적인 효과를 뚜렷이 낼 부분의 하나다. 특히 제2항이 그러하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가르치고자 하는 자에게 자격을 부여하게 된 것은 중대한 변화임이 틀림없다. 그동안 외국인이나 재외 동포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제도적 바탕 없이 이루어졌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이 학교의 정규 과정이 아니라 대학의 부설 기관이나 학원 등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교사에 대한 자격 규정이 없었다. 이제 국어기본법에 따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에게 자격을 부여할 수 있게 되어 한국어 교육이 비로소 튼튼한 토대를 얻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이 하나의 독립된 전문 분야로 인정을 받게 되었으므로 한국어 교육의 질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11) 민간 단체 등의 활동 지원(법 제21조)
국가는 국어의 발전과 보급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법인ㆍ단체 등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 안에서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짤막한 조항이기는 하지만 국어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법적인 토대가 마련된 데 의의가 있다. 국어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활동 못지 않게 민간단체의 노력이 중요함을 생각할 때, 민간단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데 이 조항의 의의가 있다.
12) 국어 능력의 향상을 위한 정책(법 제2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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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을 위한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데에 힘써야 하며, 국어능력의 향상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
② |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관계 중앙행정기관 간의 협의기구를 구성ㆍ운영할 수 있다. |
③ |
협의기구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제22조는 제4조와 부분적으로 중복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제4조 제1항에서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는 국민의 국어 능력의 향상과 지역어의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제4조에 없던 내용으로,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 시행하기 위하여 관계 중앙 행정 기관 간의 협의 기구를 구성, 운영할 수 있게 된 점이 다르다. 시행령에 따르면, 이 협의 기구는 국립국어원장을 의장으로 하고 14개 부처의 국어책임관과 그 밖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부처의 국어책임관을 위원으로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정책협의회의 의장이 국립국어원장이고 간사가 국립국어원의 소속 공무원이므로 정책협의회의 성패는 국립국어원이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13) 국어 능력의 검정(법 제23조)
-
① |
문화관광부장관은 국민의 국어능력의 향상과 창조적인 언어생활의 정착을 위하여 국어능력을 검정할 수 있다. |
② |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국어능력의 검정방법ㆍ절차ㆍ내용 및 시기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이 조항은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가느냐에 따라서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될 것인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국어 능력의 검정 대상은 누구로 할 것이며, 국어 능력의 검정 후 활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국어기본법은 물론이고 시행령에도 뚜렷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14) 국어상담소의 지정(법 제2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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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문화관광부장관은 국민들의 국어능력을 높이고 국어와 관련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국어 관련 전문기관ㆍ단체 또는 고등교육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학교의 부설기관 등을 국어상담소로 지정할 수 있다. |
국어상담소는 국어책임관, 한국어 교원 자격 등과 더불어 국어기본법에서 마련된 새 제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국민들이 언어생활과 관련해서 궁금한 점을 해결하고 언어 능력을 높이고자 할 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마련된 것이다. 국어상담소의 성공 여부는 상담원들의 자질에 크게 달려 있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상담할 경우에는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맞춤법과 표준어 등 단어 차원의 상담만 한다면 국어 능력을 높이는 데에도 별로 기여하지 못할 것이고 국민의 언어생활도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국어상담소는 앞으로 문장과 표현에 대한 바른 안내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훌륭한 문장 작법 지침서를 개발해서 보급해야 한다. 수동적으로 앉아서 기다리는 상담에서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상담을 해야 할 것이고, 묻는 것만 답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알아야 할 지식을 모아서 퍼뜨리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예산 당국이 바른 국어 사용의 중요성을 깨달아 국어상담소의 운영에 필요한 예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지역마다 국어상담소가 개설되는 것이 필요할 터인데 예산의 뒷받침이 없이는 상담소의 활발한 운영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III. 국어기본법의 부족한 점
1. 선언적인 조항
1) 국어 문화의 확산(법 제1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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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문화관광부장관은 바람직한 국어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신문ㆍ방송ㆍ잡지ㆍ인터넷 또는 전광판 등을 활용한 홍보와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
② |
신문ㆍ방송ㆍ잡지ㆍ인터넷 등의 대중 매체는 국민의 올바른 국어사용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
제15조는 법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선언적인 문장으로 되어 있다. 특히 제2항은 너무 내용이 모호해서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아하다. 최소한 신문, 방송, 잡지, 인터넷 등에 대해서는 국어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 정부나 시민 단체의 감시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야 하는데 그런 조항이 없다.
2) 국어 정보화의 촉진(법 제16조)
II-2-8)에서 이미 언급하였지만 국어 정보화를 위한 국가와 정보 통신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를 규정한 국어기본법 제16조는 뒤따르는 시행령이 없다. 더 이상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과연 이런 조항이 어떤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2. 수의적인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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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조 |
① |
문화관광부장관은 국어정책의 수립에 필요한 국민의 국어능력, 국어의식, 국어환경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거나 실태를 조사할 수 있다. |
제10조 |
① |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그 소속공무원 중에서 지정할 수 있다. |
제19조 |
② |
문화관광부장관은 재외동포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어를 가르치고자 하는 자에게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
제21조 |
국가는 국어의 발전과 보급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법인, 단체 등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 안에서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
제22조 |
(국어 능력의 향상을 위한 정책 등)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관계 중앙행정기관 간의 협의기구를 구성, 운영할 수 있다. |
제23조 |
① |
문화관광부장관은 국민의 국어능력의 향상과 창조적인 언어생활의 정착을 위하여 국어능력을 검정할 수 있다. |
제24조 |
① |
문화관광부장관은 국민들의 국어능력을 높이고 국어와 관련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국어 관련 전문기관, 단체 또는 고등교육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학교의 부설기관 등을 국어상담소로 지정할 수 있다. |
위에서 보는 것처럼 국어기본법에 마련된 대부분의 새로운 제도가 ‘할 수 있다’로 되어 있다. ‘해야 한다’로 되어 있어야 강력하게 언어 정책을 펴 나갈 수 있음은 물론이다.
3. 내용이 재고되어야 할 조항
1) 국어책임관
국어책임관으로는 홍보 담당 부서장 또는 이에 준하는 직위의 사람을 지정하게 되어 있다. 자신의 고유 업무에 국어책임관이라는 직책을 추가로 맡게 된 셈이다. 주 업무인 홍보 업무에도 바쁜데 부가적으로 주어진 새 업무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더구나 국어 발전과 보전을 위한 업무는 국어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과 지식이 상당 부분 필요한데 그런 자질을 갖춘 행정 공무원은 별로 없다. 국어책임관을 맡고 있는 동안 열심히 수련해서 상당한 수준에 오른다 하더라도 얼마 지난 후에는 그 자리에 새로운 사람이 오게 되어 있다. 요컨대 국어책임관은 국어 정책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이 맡거나 그게 당장 어렵다면 국어책임관을 보좌할 수 있는 국어 전문가가 항상 그림자처럼 곁에 있어야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국어책임관을 둘 수 있는 기관의 명세 또한 분명치 않다. 사법부나 입법부에도 국어책임관을 둘 수 있게 제도화되어야 할 터인데 국어기본법 시행령에서 입법부나 사법부는 국어책임관을 둘 수 있는 장치가 빠져 있다. 입법부는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률을 만들어 내는 곳이므로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입법부에도 국어책임관을 둘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할 것이다.
2) 전문용어표준화협의회
전문용어표준화협의회에서 해당 부처의 전문 용어에 대한 표준안을 마련하도록 되어 있는데 표준안을 마련할 전문 용어의 범위가 불확실한 상태이다. 고도의 전문적인 전문 용어부터 일반 대중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전문 용어까지 전문 용어라 해도 깊이가 천양지차일 터인데 어느 정도까지의 전문 용어를 전문용어표준화협의회에서 다룰 것인지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각 부처의 전문용어표준화협의회 상호 간의 협의 기구도 필요하리라 보는데 현재의 법령에는 그런 문제에 대한 배려가 없다. 전문용어표준화협의회는 앞으로 시행착오를 거쳐 가면서 현실에 맞게 모법과 시행령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3) 국어능력향상정책협의회
국어능력향상정책협의회는 14개 부처의 국어책임관과 기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부처의 국어책임관으로 구성되며 의장은 국립국어원장이 맡는다고 되어 있다. 우선 국어 능력에 대한 정의부터가 매우 불확실한 상태인 데다가 문화관광부, 교육인적자원부 정도의 부처 외에는 국어 능력 향상을 해당 부처의 업무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부처가 얼마나 있을지 회의적이다. 더구나 협의회의 성격으로는 강력한 시책을 펴기가 어렵기도 하다. 따라서 이 협의회는 비상한 준비가 따르지 않는 한 큰 성과를 낼 것 같지 않다.
4) 국어 능력의 검정
국어 능력의 검정은 현 단계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국어 능력의 개념부터 학계 안에서도 일치된 정설이 없고, 국어 능력의 검정 방법도 표준화된 것이 없는 형편이다. 또 국어 능력 검정이라고 할 때 평균적인 국민의 국어 능력을 검정할 것인지, 고도의 전문적인 언어 능력이 필요한 각 전문 직종의 국어 능력을 검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국어 능력의 검정은 안정된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태이다.
국어 능력의 검정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법에 규정된 바가 없다. 국어 능력 검정 우수자에게 채용, 승진 등에 혜택을 주도록 하는 애초의 안이 법안 성안 과정에서 빠졌다. 그런 혜택이 없어진 마당에 국어 능력 검정 시험을 치를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IV. 맺음말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제도라는 것은 처음부터 완벽한 것이 있을 수 없고 끊임없이 현실에 맞게 다듬어지게 마련이다. 국어기본법도 마찬가지이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은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할 것이고 있으나 마나 한 규정 역시 실효성이 있도록 고쳐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처럼 마련된 국어기본법을 현재의 조건 속에서 최대한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실천하는 일이다. 이 일에는 국립국어원이 앞장을 서야 하겠지만 국어 관련 민간 단체, 운동가, 국어학자, 문인, 방송인, 기자, 교열 종사자 등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하겠다. 더욱이 상당히 많은 조항이 ‘해야 한다’가 아닌 ‘할 수 있다’ 식의 수의적 규정으로 되어 있는 만큼 관련 당사자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자칫 사문화될 위험마저 있다. 현재의 조건 아래서 법의 실효성을 최대한 높이도록 실천하는 한편, 미약하고 불합리한 규정은 개정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 말은 문화를 발전시키는 동력임을 널리 인식시켜 국어기본법이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을 한층 높이는 밑받침이 되도록 하여야 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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