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기본법 시행의 의의
국어상담소 제도 정착을 위한 제언
국어 능력 검정 시험에 거는 기대와 과제
한국어 교원 자격증 제도의 의의
좌담
이곳 이 사람
어원 탐구
우리 시의 향기
우리 소설 우리말
국어 생활 논단
고향 말을 찾아서
알면 쉬워지는 우리말
국어 산책
국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국립국어원 소식
국어기본법 시행령 제정 소식
국어 기본법과 국어기본법 시행령의 조문 대비표
알면 쉬워지는 우리말
‘교육 문법’의 개념 정립을 위하여

이희자∙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1. 알면 쉬워지는 우리말 문법

  지금까지의 문법 교육은 ‘말의 구성 및 운용상의 규칙’을 알아야 한다는 것 자체의 중요성 때문에 이를 지식으로서 가르쳐 왔다. 그리하여 문법 지식이 모국어 화자에게는 자칫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명사니 동사니 하는 것 몰라도 잘만 말하고 산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학교 현장에서는 문법 교육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도 바른 국어 생활과 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그 의견을 같이한다. 바른 국어 생활을 하는 데에 필요한 지식을 문법과 구분하여 어법1) 이라고 한다. 이는 ‘말의 일정한 법칙’을 말하는 것으로 ‘어법에 맞는다’, ‘어법에 어긋난다’, ‘손윗사람에게 존댓말을 하는 것이 우리말의 어법이다’ 등과 같은 맥락에서 쓰이는 말이다.
  국어 생활은 크게 말살이와 글살이로 이루어져 있다. 국어 생활을 ‘말글살이’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앞에 문법 무용론을 주장한 것은 말살이에서 그러한 지식이 직접적으로 필요하지 않다고 느낀 데서 온 주장이었던 것이고, 뒤에 어법의 필요성에 대체로 일치한 것은 글살이에는 글 읽기의 효용성 차원에서 일정한 법이 필요하다고 느껴 ‘국어 어문 규정’까지 제정하여 이를 교육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높임과 같은 말살이에서의 어법의 필요성 또한 대체로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어법의 대종을 이루는 것은 ‘한글 맞춤법’인데 그 내용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한다는 것과 문장의 각 단어를 띄어 쓴다는 것’(한글 맞춤법 총칙 제1항과 제2항)이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지키자면 문법 지식이 필요하다. 소리와 형태, 띄어쓰기에 대한 지식이 그것이다.
  아래에서는 이와 같은 취지에서 형태 및 띄어쓰기와 높임법과 관련한 문법 교육을 각각 예를 들어 설명할 것이다.


2. ‘알면 쉬워지는 우리말 문법’에 입각한 설명 사례

2.1 설명 사례 1: 띄어쓰기가 ‘는데’인가 ‘는 데’인가

      2.1.1. 이해하기

  일례를 들어 ‘-는 데’와 ‘-는데’의 띄어쓰기 문제와 관련하여 아래의 예들을 보자. 실제로 쓰이는 예들을 중심으로 문제를 파악해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 아니, 무슨 삼계탕 끓이는 데에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려?
2. 사랑에 빠지는 데 이유가 있을까.
3. 아무튼 나는 네가 그림 공부한다는 데는 반대야.
4. 애 듣는 데서 못하는 소리가 없으시네.
5. 밥을 주는 데 필요하니까 이 그릇도 저에게 주십시오.
6. 머리 위에 있는 별은 하늘을 횡단하는 데 하룻밤이 꼬박 걸린다.
7. 그들은 노는 데 몰두하기도 한다.
8. 배가 아픈데 어떻게 할까?
9. 비는 오는데 우산은 없고.
10. 여자 친구한테 생일 선물을 주려고 하는데 뭘 주면 좋겠어요?
11. 전화했는데 없더라.
12. 방에 있는데 뭘 하는지 꼼짝도 안 해


     2.1.2. 알기

  위의 띄어쓰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것이 문법 지식과 직접적으로 연계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어의 의존 명사와 어미의 특성을 알면 쉽게 해결이 된다. 즉 어미에는 조사가 안 붙는다는 사실과 명사는 조사와 결합하여 쓰인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즉 위 1∼7은 의존 명사 ‘데’가 쓰인 문장이고, 8∼12는 어미 ‘-는데’가 쓰인 문장이므로 앞에 것들은 띄어 써야 옳고 뒤의 것들은 붙여 써야 옳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식별해 낼 수 있을까. 간단하다. 뒤에다가 조사 ‘에’를 붙여 보는 것이다. 아래의 예들은 모두 ‘에’(문맥에 따라서는 ‘에서’)가 자연스럽게 쓰이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 아니, 무슨 삼계탕 끓이는 데에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려?
2. 사랑에 빠지는 데에 이유가 있을까.
3. 아무튼 나는 네가 그림 공부한다는 데에는 반대야.
4. 애 듣는 데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으시네.
5. 밥을 주는 데에 필요하니까 이 그릇도 저에게 주십시오.
6. 머리 위에 있는 별은 하늘을 횡단하는 데에 하룻밤이 꼬박 걸린다.
7. 그들은 노는 데에 몰두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8번 이하 문장에 에를 넣어 보자. 모두 안 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설명을 나타내는 어미인 것이다.
8. (×) 배가 아픈데에 어떻게 할까?
9. (×) 비는 오는데에 우산은 없고.
10. (×) 여자 친구한테 생일 선물을 주려고 하는데에 뭘 주면 좋겠어요?
11. (×) 전화했는데에 없더라.
12. (×) 방에 있는데에 뭘 하는지 꼼짝도 안 해
  이렇듯 원리를 알면 어려운 띄어쓰기의 예도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다. 문법 교육과 어법이 만나는 예이다.


2.2. 설명 사례 2: ‘드리셨어요’와 ‘줬어’로 알아보는 국어의 높임법

      2.2.1. 이해하기

  국어의 높임법2) 복잡하여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다가 이 부분에서 좌절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복잡한 높임법의 체계를 도식을 사용하여 설명해 보자.
높이기 1
  위의 두 말은 모두 한 아이가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할머니에게 밥을 주었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말이다. 같은 내용을 전달하면서, 아이가 “아빠, 엄마가 할머니한테 밥 줬어.”라고 했다면 그 뜻은 통하겠지만 이 아이는 가정교육이 안 돼 있는 영 버릇없는 사람이 되어 버릴 것이다.
  ‘드리셨어요’라는 말 한마디에 내 말의 상대가 누구인지 그 문장에 등장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는 한국어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말 한마디에는 이 문장에 등장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를 각각 높이는 언어적 장치가 다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인 나보다 윗사람인 ‘아버지’여서 ‘드리셨어’ 대신에 ‘드리셨어요’가 쓰였다. 그리고 이 문장의 행동인 ‘주는 행위’를 하는 ‘어머니’ 역시 말하는 나보다 윗사람이기 때문에 ‘드렸어요’ 대신에 ‘-시-’를 넣어서 그 행위를 존대하여 ‘드리셨어요’가 쓰였다. 끝으로 이 문장에서 행동을 하는 사람인 어머니가 ‘주는 행위’를 ‘누구한테’ 하는지를 살펴보면, 이는 어머니보다 윗사람인 ‘할머니한테’이기 때문에 ‘주셨어요’ 대신에 ‘드리셨어요’가 쓰인 것이다.
“아버지1, 어머니께서2 할머님께3진지를 드리32어요1.”
  이 문장에서 숫자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짝을 지어 살펴보자. 이 높임법들은 누구를 높이느냐에 따라 각각 달리 불린다. 1로 표시되어 있는 것은 말 상대이므로 이를 ‘말 상대 높임법’이라 하고, 2로 표시되어 것은 이 문장의 주어이므로 ‘문장 주어 높임법’이라 하고, 3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은 이 문장에서 혜택을 받는 이이므로 ‘혜택을 받는 이 높임법’이라고 한다.


      2.2.2. 더 알기

  말을 할 때에 말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문장을 끝맺는 방법이 다르다. 이는 6가지로 등급이 나뉜다. 이때에 우리말에서 그 분류 잣대는 ‘높임’과 ‘격식’이다. 예를 들어 ‘어서 와요.’는 높임이지만 비격식적인 것이고, 설명하는 글에서 흔히 쓰이는 투인 ‘비가 온다. 날이 춥다’ 등은 낮춤이지만 격식적인 것이다. ‘높임’과 ‘격식’ 이 두 잣대에 따라 높임의 등급을 나누면 다음과 같이해라체 간단하게 나타낼하십시오체 수하오체 있다.
  6개의 등급을 ‘하다’의 명령꼴에 이름을 붙여 아주높임(하십시오체), 예사 높임(하오체), 예사 낮춤(하게체), 아주낮춤(해라체), 두루높임(해요체), 두루낮춤(해체)이라 부른다.
  ‘하십시오체’는 아주높임으로 격식적인 자리에서 쓰인다. 직장이라든지 공식적인 자리에서 높임과 예를 갖추어 쓰는 말투이다. ‘하오체’는 예사 높임으로 어느 정도의 격식을 차리면서 나이 든 부부 사이나 나이 든 남자 어른들 사이에 쓰인다. ‘하게체’는 예사 낮춤으로 어느 정도의 격식을 차리면서 위아래가 구분되는 나이 든 사람들 사이에서 쓰이는데 예를 들어 장인·장모가 사위에게, 스승이 나이 든 제자에게 사용한다. ‘해요체’는 두루높임으로, ‘해체’는 두루낮춤으로 둘 다 비격식적으로 쓰이며 성별, 나이, 신분에 구별 없이 두루 쓰이는데 현대 국어에서는 이 두 화계가 가장 많이 쓰인다.
  ‘해라체’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우선 입말에서 비격식적으로 사용된다. 아주낮춤으로 어른이 아이에게 쓰거나 청소년들이나 아이들 사이에서 친구 간에 사용된다. 다음으로 교과서와 같은 글말에서 격식적으로 사용된다. 이때에는 불특정의 듣는 이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높낮이가 중화된다. 기존의 분류에서 해라체를 높임과 격식의 자질로 분류하여 말할 때 (-)높임, (+)격식으로 분류했는데 대부분 입말과 글말을 구분하지 않은 데서 오는 혼란이다.

표 3 <서술문과 명령문의 각 말의 층위에 따른 종결 어미의 쓰임의 예>

하십시오 체 어머니는 시장에 가셨습니다. / 즉시 수정을 하십시오.
하오체 어머니는 시장에 가셨소. / 즉시 수정을 하오.
하게체 어머니는 시장에 가셨네. / 즉시 수정을 하게.
해라체 어머니는 시장에 가셨다.(할아버지 말씀) / 즉시 수정을 해라.(입말)
어머니는 시장에 가셨다. 아이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서술문의 글말)
해요체 어머니는 시장에 가셨어요. / 즉시 수정을 해요.
해 체 어머니는 시장에 가셨어. / 즉시 수정을 해.
하라체 어머니가 시장에 가다. / 즉시 수정을 하라.

높이기 2
  그런데 한국어는 이러한 동사에만 높임 관계가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부르는 말과 가리키는 말, 심지어 문법 형태소에도 높임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표1의 문장에서 사람을 부르거나 가리키는 면에서 보면 ‘아빠’ 대신에 ‘아버지’, ‘엄마’ 대신에 ‘어머니’, ‘할머니’ 대신에 ‘할머님’이 쓰였다. ‘밥’ 대신에 높임을 나타내는 말 ‘진지’가 쓰였다. ‘어머니가’ 대신에 ‘어머니께서’, ‘할머님에게’ 대신에 ‘할머님께’가 쓰였다. 그리하여 이 모든 면이 복합적으로 잘 지켜져 이 문장은 윗사람에 대한 정중성과 존경이 잘 표현되어 있는 예의 바른 한국말로 인정된다. 이것은 사람들이 말을 주고받을 때 말의 뜻이 무엇인가 하는 것과 함께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예이다.

때에 따라 낮춰야 옳다
할아버지, 엄마가 할머니께 진지 드렸어요.(○)
할아버지, 엄마가 할머니께 진지 드리셨어요.(×)

  할아버지에게 “엄마가 할머니께 진지를 드리셨어요.”라고 하면 안 된다. 우리 어법에 문장의 주체인 엄마가 말하는 사람인 나보다는 높지만 듣는 이인 할아버지보다는 낮으면 그 주체를 높이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를 압존법(壓尊法)이라고 한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아직 안 왔습니다.”라고 하는 것도 압존법에 해당한다. 아버지가 비록 존대할 어른이지만 할아버지는 아버지보다 더 높은 어른이기에 할아버지 앞에서는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 존대하고 싶어도 억눌러서 존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어머니 앞이었다면 “어머니, 아버지께서 아직 안 오셨습니다.”처럼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 온전하게 존대를 하였을 것이다.

■‘주시다’와 ‘드리다’
  ‘주시다’와 ‘드리다’를 혼동할 수는 있는데 ‘주시다’는 주는 사람을 높이는 것이고, ‘드리다’는 받는 사람을 높이는 것이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을 모두 높이려면 ‘드리시다’라고 해야 한다.

표 4 <‘주시다’와 ‘드리다’>

선생님께서 저에게 주셨어요.
언니가 할머니께 진지를 드렸어요.
선생님께서 할머니께 진지를 드리셨어요.
  우리말은 이처럼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존중, 친밀감과 상냥함 등을 표현하는 언어적 요소들이 발달되어 쓰이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갈고닦아 온 우리의 언어 자산이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고 잘 보전할 적에 그 가치가 더욱 빛날 것이다.


3. 맺는 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문법서가 없다. 수천만 누리꾼(네티즌)을 위한 문법서가 필요하다. 알면 쉬워지는 우리 말글살이를 위해 좁게는 어법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문법 지식, 실용적인 문법 지식으로서의 ‘교육 문법’3) 넓게는 텍스트를 산출하는 능력으로서의 ‘교육 문법’이 필요하고 이에 입각한 문법 설명이 필요한 때이다.
  ‘알면 쉬워지는 우리말 문법(교육 문법)’의 내용은 첫째, 우리말의 법칙과 질서를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하는 내용, 둘째, 한국어 화자들이 직관으로는 어렴풋이 알아도 명쾌하게 설명하라면 못하는 내용 등을 담아내야 할 것이다.
  ‘알면 쉬워지는 우리말 문법’의 기술 방식에서는 첫째,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알기 쉬운 말로 간단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고, 둘째, 생동감 있는 생활 속 자료들(실용문, 시, 소설, 동화, 입말 등)을 통해, 즉 텍스트 환경에서, 문법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고, 셋째, 도식화가 가능하면 이를 이용하여 이해를 돕는 것이 필요하다.
  ‘알면 쉬워지는 우리말 문법’의 효용성은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첫째, 해당 내용을 읽고 그 지식을 얻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그 주제로는 더 유식할 수 있고(이해하기-알기, 수동적인 지식), 둘째, 그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 해당 사실을 설명할 수 있고(실천하기1, 능동적인 지식), 셋째, 나아가 그 지식을 가지고 자신과 남의 말글살이를 수정해 줄 수 있을 것이다(실천하기2, 능동적인 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