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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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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
‘시의 향기가 내 마음속에 스며들어 버렸다.’에서 ‘스며들어 버렸다’의 띄어쓰기가 궁금합니다. ‘-아/-어’로 연결된 보조 용언은 띄어 쓰는 게 원칙이지만 붙여 쓸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며들어버렸다’ 이렇게 붙여 쓰는 게 가능한가요?
(김동호, 서울시 중랑구 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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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스며들어∨버렸다’로 띄어 써야 하며, 붙여 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알고 계신 바와 같이 한글 맞춤법 제47항에는 보조 용언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되는 보조 용언은 ‘-아/-어’ 뒤에 연결되는 보조 용언, 의존 명사에 ‘-하다’나 ‘-싶다’가 붙어서 된 보조 용언을 가리킵니다.
제시하신 예문에서 ‘스며들어 버렸다’는 ‘-아/-어’로 연결되었으므로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되는 보조 용언 구성에 속합니다. 하지만 한글 맞춤법 제47항의 단서 조항을 보면, 앞말에 조사가 붙거나 앞말이 합성 동사인 경우, 그리고 중간에 조사가 들어갈 때에는 그 뒤에 오는 보조 용언을 띄어 쓴다고 되어 있습니다.
‘스며들어 버렸다’의 ‘스며들어’는 ‘스며들다’가 기본형인데, ‘스며들다’는 다시 ‘스미다’와 ‘들다’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합성 동사입니다. 그러므로 ‘-아/-어’로 연결되는 보조 용언이지만 띄어 쓰는 것이 맞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합성 동사 뒤에 오는 보조 용언을 무조건 띄어 써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문 규정에서 합성 동사 뒤에 연결 되는 보조 용언을 띄어 쓰도록 한 것은 그 표기 단위가 길어짐을 피하려는 것이므로, 단음절로 된 어휘 형태소가 결합한 합성어 뒤에 연결되는 보조 용언은 붙여 쓸 수 있습니다.
(1) 순이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 나가버렸다.
(2) 철수는 구덩이의 흙을 한번 파-내∨보았다. → 파내보았다. |
(1)의 ‘나가버렸다’는 ‘나다’의 어근과 ‘가다’의 어근이 결합한 합성어에 ‘버리다’라는 보조 용언이 결합한 구성입니다. 합성어 ‘나가다’는 단음절로 된 어휘 형태소가 결합한 것이므로 보조 용언과 붙여 쓸 수 있습니다.
(2)의 문장에서는 문법적인 구조나 의미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파다’와 ‘내다’라는 동사가 결합하여 ‘파내다’라는 합성 동사가 됐는데, 여기에 ‘보다’라는 보조 용언이 결합한 구성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문장은 구덩이의 흙을 시험 삼아 파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때의 ‘파내다’는 단음절로 된 어휘 형태소 ‘파-’와 ‘내-’가 결합한 것이므로 뒤의 보조 용언을 붙여 쓸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보다’를 보조 용언으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문장에서 ‘보다’는 별개의 동사로서, 실제 눈으로 어떤 대상을 보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이때에는 ‘보았다’를 반드시 띄어 써야 합니다.
요컨대, 일반적으로 ‘-아/-어’로 연결되는 보조 용언은 본용언에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되지만, 보조 용언 앞에 놓인 본용언이 ‘단음절+단음절’ 구성이 아닌 합성 용언일 때에는 띄어 써야 한다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외견상 같아 보이는 용언과 용언의 연결 구성이 문법적인 구조나 의미에 따라서 띄어쓰기가 달라질 수 있으니, 뒤따르는 용언이 과연 보조 용언으로 쓰였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잘 살펴서 띄어쓰기를 해야 합니다.
물음>>
“철모르고 선생님을 곯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아왔다.”라는 문장에서 ‘곯리던’이라는 부분이 바르게 사용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에는 ‘골리던’이라고 써야 할 것 같은데요.
‘골리다’와 ‘곯리다’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이백희, 울산시 동구 대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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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제시하신 문장에서는 의미에 따라 ‘곯리던’과 ‘골리던’이 다 가능해 보입니다. 먼저, ‘곯리다’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곯리다’는 ‘곯다’라는 동사의 사동사로 쓰이는데, ꡔ표준국어대사전ꡕ에 실린 ‘곯다’는 다음과 같은 쓰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달걀 곯은 냄새가 난다.
(2) 객지 생활을 오래 해서 몸이 많이 곯았다.
(3) 배 곯지 말고 밥 잘 챙겨 먹어라. |
(1)과 (2)에서 사용된 ‘곯다’는 다의어로서 (1)에서는 ‘속이 물크러져 상하다.’라는 의미로, (2)에서는 ‘(비유적으로) 은근히 해를 입어 골병이 들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3)의 ‘곯다’는 (1), (2)의 ‘곯다’와는 동음이의어 관계로, 항상 ‘배(腹)’를 목적어로 하여 ‘양(量)에 아주 모자라게 먹거나 굶다.’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각각의 ‘곯다’가 사동사로 파생되어 쓰인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채소를 밖에 두어 다 곯려 버렸다.
(2´) 아들이 부모님 속을 곯릴 대로 곯렸다.
(3´) 그렇게 배를 곯리다간 큰 병 난다. |
한편 ‘골리다’는 ‘상대편을 놀리어 약을 올리거나 골이 나게 하다.’라는 의미의 동사로서, 다음과 같이 사용됩니다.
(4) |
그는 동생을 골려 놓고는 도망가기 일쑤였다.
그가 나를 골리려고 괜한 약속을 한 것은 아닐까?
우리는 꾀를 내어 그 못된 녀석을 골려 주기로 했다. |
위의 예문에서처럼 ‘골리다’는 항상 목적어를 취하는데, 목적어에 해당하는 대상(주로 사람이나 동물)에게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거나 그 대상이 부정적 상태가 되게 한다는 점에서 (2´)의 ‘곯리다’와 비슷하여 자주 혼동되는 동사입니다.
그러나 이 두 동사는 미묘한 의미 차이가 있습니다. 제시하신 문장에서, “철모르고 선생님(의 속)을 곯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아왔다.”와 같이 ‘곯리다’를 사용한다면 이때는 ‘아이들이 말썽을 많이 부려 선생님의 속을 상하게 했었다.’ 정도의 의미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철모르고 선생님을 골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아왔다.”처럼 사용한다면 ‘아이들이 장난으로 선생님을 놀려서 약을 올리거나 화가 나게 했었다.’ 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곯리다’와 ‘골리다’ 둘 다 사용할 수 있지만 어떤 의미를 좀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구별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음>>
저희 아버지는 형제가 다섯 분인데 아버지가 그 가운데 셋째이시고, 위로 형이 두 분, 아래로 남동생이 두 분 계십니다. 아버지의 형님 되시는 분들을 부를 때 전부
큰아버지로 하여야 하는지 제일 위인 분만 큰아버지로 하고 나머지 분들은
작은아버지로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또 가족 간에 실수하기 쉬운 호칭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설에 친척 어른께 세배를 할 때 “절 받으세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게 정말 잘못인지 알고 싶습니다.
(강은규, 광주광역시 북구 매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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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아버지의 형님이 두 분 계실 때에는 맨 위의 큰아버지부터
첫째 큰아버지, 둘째 큰아버지로 부릅니다.
아버지의 형을 부르는 말은 ‘큰아버지’입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아버지의 형제 가운데 맏형만을 ‘큰아버지’라 하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형은 모두 ‘큰아버지’입니다. 표준 화법에서는 아버지를 기준으로 하여 아버지보다 위이면 ‘큰아버지’, 아버지보다 아래이면 ‘작은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바른 호칭으로 삼았습니다. 아버지의 형제가 다섯 분인데 아버지가 그 가운데 셋째라면,
‘(첫째) 큰아버지 - (둘째) 큰아버지 - 아버지 - (첫째) 작은아버지 - (막내, 둘째) 작은아버지’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한편 요즘에는 나이 차가 제법 나는 배우자와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손위 동서가 손아래 동서보다 나이가 어려서 서로 호칭 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표준 화법에서 남편 형의 아내에 대한 호칭은 ‘형님’으로 하였습니다. 전통적으로 동서 간에는 남편의 나이 순서에 따라 서열이 정해져 손위 동서의 나이가 적더라도 ‘형님’으로 호칭하고 존댓말을 써 왔습니다. 손위 동서에게 예절을 갖추는 것은 우선 남편의 형을 예우하는 것이란 점에서 지금도 이러한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손위 동서의 나이가 어리고 손아래 동서가 나이가 많은 경우 손위 동서의 입장에서는 반말을 쓰기보다는 ‘하게체’ 정도로 예우를 해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하여 손위 동서가 손아래 동서에게 그 이상의 존대를 사용하는 것은 어색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요사이 젊은 층에서 세배를 할 때 절을 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어른에게 “절 받으세요.”, “앉으세요.” 하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말은 불필요합니다. 이런 명령조의 말을 하는 것은 어른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절을 받는 어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말없이 절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나이 차가 많지 않은 어른이 절을 받는 것을 사양할 때, 권하는 의미로 “절 받으세요.” 혹은 “앉으세요.” 하고 말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세배는 원칙적으로 절하는 자체가 인사이기 때문에 절을 하고 나서 어른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와 같은 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절을 한 후에는 어른의 덕담이 있기를 기다리면 되는데,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내리는 덕담으로는 “새해 복 많이 받게.”, “소원 성취하게.” 정도가 정형이라 할 만하고, 그 밖에 상대방의 처지에 맞는 덕담을 적절히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절을 하고서 어른의 덕담이 곧이어 나오지 않을 때나 일단 덕담이 있은 뒤에는 어른께 말로 인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과세 안녕하십니까?” 정도의 인사가 좋고, 그 밖에 어른의 처지에 맞게 기원을 담은 인사말도 할 수 있습니다.
물음>>
“뭐 없어?”라고 말할 때의 ‘없어’는 [업써]와 같이 발음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 앉아.”, “어떻게 이렇게 젊어?”에서 ‘앉아’나 ‘젊어’가
[안자], [절머]라고 발음되는 것으로 보아 ‘없어’의 발음도 [업서]가 되어야 맞지 않나요?
(김수진,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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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표준어 규정 제14항에 따르면 겹받침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나 어미가 이어질 때에는 뒤의 것만을 뒤 음절의 첫소리로 옮겨 발음합니다. 즉, “여기 앉아.”와 “어떻게 이렇게 젊어?”의 ‘앉아’, ‘젊어’는
[안자], [절머]로 발음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겹받침 가운데 ‘ㄳ, ㄽ, ㅄ’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이때의 ‘ㅅ’은 된소리로 발음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넋이[넉씨]’, ‘곬이[골씨]’, ‘값을[갑쓸]’, ‘없어[업:써]’와 같이 발음하는 것입니다. 이는 표준어 화자들이 마찰음인 ‘ㅅ’을 ‘ㄱ’, ‘ㅂ’, ‘ㄹ’ 따위의 뒤에서는 일반적으로 된소리로 발음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없어’는 [업:써]와 같이 발음하는 것이 표준입니다.
물음>>
우리가 흔히 ‘센세이셔널하다’라고 하는데 형용사인 ‘센세이셔널’에 ‘-하다’를 결합한 것이 어색합니다. ‘센세이션하다’라고 해야 맞지 않습니까?
(박영진, 경기도 일산시 서구 주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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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영어의 동사나 형용사는 우리말 체계에 들어와 쓰일 때 우리말 동사, 형용사와 문법적으로 똑같은 지위를 갖지 않습니다. 이론적 관점에 따라 달리 볼 수도 있지만 영어의 동사나 형용사가 우리말과 함께 쓰일 때에는 대체로 우리말의 ‘어근’ 같은 지위를 갖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어근’은 특정 품사에 소속시키기 어려운 범주로서, 자립성이 없기 때문에 단독으로 쓰이는 일은 없습니다.
영어에서 명사인 ‘센세이션(sensation)’과 그것의 형용사인 ‘센세이셔널(sensational)’ 중에서, 서술성 명사나 어근과 결합하여 용언을 만드는 우리말 접미사 ‘-하다’가 붙을 수 있는 것은 형용사인 ‘센세이셔널’ 쪽입니다. 명사 ‘센세이션’은 우리말에서도 명사의 지위를 가질 수 있지만 ‘-하다’와 결합하여 형용사처럼 쓰일 수는 없습니다. 이에 반해 형용사 ‘센세이셔널’은 어근의 지위밖에는 가질 수 없지만 ‘-하다’와 결합하여 형용사처럼 쓰일 수 있습니다.
이는 영어의 동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형용사와는 조금 다른 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 동사 ‘커스터마이즈(customize)’에 대하여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라는 명사형(동명사)이 존재하는데, ‘-하다’와의 결합은 ‘커스터마이징하다’, ‘커스터마이즈하다’와 같이 둘 다 가능합니다. 이는 ‘-하다’가 동작성을 갖는 명사와 어근 양쪽 모두에 붙어 동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영어의 동사인 ‘커스터마이즈’는 물론 우리말에서 어근적인 성격을 갖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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