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국어생활 :::

1. 국어 발전 기본 계획 수립의 의의

  지난 20세기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언어 식민화 정책과 자본 대국의 언어 약탈 정책으로 동아시아의 많은 국가와 민족의 언어들은 절멸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다. 전 세계에서 특히 아시아 지역은 근대 서구의 폭력과 자본 억압의 고통을 혹독하게 겪은 나라들이 많을뿐더러 그들의 국어나 민족어가 절멸의 위기에 처한 나라가 다수이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 아래에서도 우리 겨레의 말과 글은 결코 소멸되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제 남과 북의 경계를 훨씬 뛰어넘어 아시아의 새로운 내면적 소통을 위해서는 다양한 민족과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은 국가나 민족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연대와 공존으로 나가기 위한 전제 조건인 동시에 초강대국의 디지털 언어 노마디즘(nomadism, 유목주의)이 지니는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필요 불가결한 전제가 된다[Gilles Deleuze 저, 김재인 역(2001), “천개의 고원/자본주의의 분열증”]. 겨레말의 큰 디딤돌 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아시아 지역 언어들 간의 교류를 통해 아시아 지역 국가 간의 새로운 문화 공동체를 결성하는 일은 이 지역의 평화와 질서를 이끌기 위해서도 매우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가 동등하게 교류될 수 있는 ‘소통의 중심’으로서 우리 겨레의 말과 글이 튼튼하게 자리를 잡기 위해 우리와 교류하는 나라에 우리의 한글과 우리말을 널리 알리는 노력을 하는 일은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 국립국어원에서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시행하게 될 제1차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은 그 시행 결과를 2년마다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의 시행 계획은 국가의 국어 정책을 총괄하는 국립국어원이 수립한 국어 발전에 관한 종합 정책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은 이러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3대 중점 추진 과제와 부문별 주요 추진 과제를 5년간 어떻게 펼쳐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업의 추진 계획뿐만 아니라 예산과 인력 확충 중장기 발전 계획도 포함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은 국내적으로는 지식 정보 문화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의 국어 능력을 증진하고 국어 사용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국제적으로는 ‘한류’의 지속과 한국의 문화 산업 시장 확대를 위해 우리 문화의 바탕인 한국어를 세계 속에 소통되는 언어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데 정책 목표를 두고 있다.
  향후 5년간 역점 사업으로 추진될 3대 중점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운영해 오던 국립국어원의 <국어문화학교>를 정부 부처 국어책임관 및 지방 자치 단체의 공직자들을 비롯한 교직자,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교육 대상을 확대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둘째, 한류의 지속적인 확산과 아울러 고용 허가제, 국내 기업의 국외 진출 등의 요인으로 엄청나게 늘어난 한국어 교육의 수요에 부응하고 한국어 교육을 진흥하기 위해 <세종학당>을 5년간 전 세계 100여 군데 설립하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셋째, 국어 규범의 종합적인 관리와 국민적 실천을 위해 <표준국어대사전>의 수정 보완과 더불어 국어 웹사전을 구축하는 사업 계획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수립된 주요 3대 정책 과제는 국어 교육과 연구의 기반을 더욱 보강시켜 나갈 뿐만 아니라 국어 발전의 세계화라는 의의를 지닌다. 또한 정부가 국어의 중요성을 정책으로 반영하여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최초의 종합 계획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2.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의 중점 추진 내용

  첫째, 국민의 국어 사용 능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외래어 등의 무분별한 남용으로 국어 사용 환경도 날로 악화되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부터 올바른 국어를 사용하도록 정부 기관의 외래어 남용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의 국어 사용 능력 증진과 공문서 등 공공 언어의 표현 개선을 위해 국립국어원에서는 ‘국어 전문 교육 과정’을 확대 운영하는 한편, 각급 공무원 교육 훈련 기관에 국어 강좌를 개설하도록 관계 기관에 협조를 요청하였고, 일반 국민 대상으로는 ‘온라인 국어 교양 강좌’를 개발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문화관광부는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과 창조적인 언어생활의 정착을 위하여 ‘국어 능력 검정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각급 국가 기관의 협조를 얻어 공무원 특별 채용 시험이나 승진 시험의 전형 자료로 활용하는 등 국어 능력 검정 시험 제도의 활용성을 증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 동북아 지역을 거점으로 한 ‘한국어 문화 권역 확대’ 추진 계획은 한국어를 세계 속의 언어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전략 과제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기 시작한 한류의 확산에 따라 아시아 전 지역에서 한국어 학습 열풍이 고조되어 있고, 외국 진출 한국 기업의 증가와 국내 취업 외국인의 고용 허가제 실시에 따라 외국에서 한국어를 학습하려는 수요층이 일반 대중으로 폭넓게 확산되고 있어 한국어 국외 교육 진흥 사업을 국가 발전 전략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과제의 정책 기조는 식민지적·제국주의적 언어 약탈의 방식이 아닌 문화 상호 주의를 지향하며, 이를 바탕으로 개방형 한국어 학교인 ‘세종학당’을 재외 한국문화원과 현지 대학 등의 교육 시설을 활용하여 금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200개를 설립하여 운영한다.
  외교통상부나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지금까지 꾸준히 추진해 온 재외 동포 지원 및 제도권 내의 한국어 교육과는 달리,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추진하는 세종학당의 한국어 교육은 일반 외국인이나 노동자들이 주요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따라서 교재나 교원의 교육 방법에 대한 새로운 연구와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중국은 전 세계에 500여 개의 ‘공자학교’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 역시 현재 10여 개의 국제 일본어 보급 센터를 해외의 주요 지역에 100여 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어 국외 교육 진흥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서 교육인적자원부, 외교통상부, 문화관광부와 관련 소속 기관과 단체들로 구성된 ‘한국어 해외 보급 사업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세종학당’ 사업은 이 협의회를 통해 긴밀히 협의하여 추진해 나갈 뿐만 아니라 관계 학자들로 구성된 세종학당 운영자문위원회와 한국어세계화재단 등과 긴밀히 협력하여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한편 국내의 국제결혼 이주 여성과 이주 노동자 및 새터민 등의 증가에 따라 이들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소외 계층에 대한 언어 복지 시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각 지역 대학에 지정되어 있는 국어상담소와 지방 자치 단체와 연계하여 국내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한국어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교육 운영을 지원하고 교재를 개발하여 보급하는 등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국내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이들의 사회 정착을 위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점차적으로 국내 한국어 교원의 자원 봉사단을 구성하는 쪽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는 사전 편찬 사업보다 국어 규범에 대한 규정이 먼저 추진된 결과 국어사전에 담겨야 할 각종 규범이 국민들의 국어 생활에 과대한 영향력을 주고 있다. 점차적으로 규범의 내용을 잘 다듬어진 규범 사전에 담아내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성이 높은 사전을 만들어야 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사전편찬실이라는 기구를 새로 설치하여 <표준국어대사전>을 단계적으로 보완 수정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전인 옥스퍼드 사전의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시소러스(분류어휘집, 분류어휘표)나 온톨로지(개념의 명세화, 어휘의미망) 기법을 활용한 사전 기술의 기반을 구축하여 21세기 미래형 ‘국어 종합 웹사전’으로 발전시켜 나갈 기반을 구축할 것이다. 그리고 반의어, 유의어, 상하위어, 한자어, 문학어 사전 등 부문별 사전 사업을 확대하여 이를 다시 통합하는 동시에 기계 번역, 자연 언어 인식, 언어 추론 등 국립국어원을 언어 자원 관리의 첨단 기술 보육 기관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넷째, 정부 부처별로 지정된 국어책임관이 자체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할 수 있도록 세부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할 것이다. 또한 국어책임관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국립국어원 누리집(홈페이지)의 국어책임관 사랑방(커뮤니티)을 더욱 활성화하여 운영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국어 정책과 어문 규범 관련 정보를 신속히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 각 부처 소관 전문 용어의 정비와 표준화를 추진하기 위해 ‘국가 전문 용어 표준화 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교과용 도서의 어문 규범과 문법의 준수 여부, 어휘 선택의 적절성 검토 등의 교과서 문장 감수를 위해서는 이미 2006년도부터 교육인적자원부와 국립국어원 간에 업무 협정을 체결하여 긴밀한 협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3. 재정과 인력 확충 방안

  국어 발전 기본 계획에 따른 연차적 사업이 확충되려면 무엇보다도 안정된 재정적 기반의 확충과 또한 고급 인력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연차별 재원 확보 계획은 아래와 같다. 이미 문화관광부 중장기 재정 확보 계획에 반영하여 기획예산처 등 정부 부처에 사업의 타당성과 당위성에 대한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단위: 백만 원]

	재원	2007년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계
3대 중점 추진 과제	국고	2000	5725	8845	11720	11900	40190
10대 추진 과제	국고	6472	8472	10990	12805	18610	57777
합계	국고	8472	14197	19835	24525	30510	97967

  이와 함께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능력이 우수한 인재의 확보가 필요하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원활한 인력 수급을 위해 중장기 인력 수급 계획을 마련하여 행정자치부 등 정부 부처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4. 마무리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전쟁과 식민화 등 많은 어려움을 경험했지만 결코 우리의 글과 말은 소멸되지 않고 도리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눈부신 경제 성장과 더불어 세계적인 정보 통신(IT) 산업을 이끄는 선도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바로 세계적으로 우수한 문자인 ‘한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과 말은 이처럼 소중한 존재이다.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의 경계를 넘어서야 하는 일은 아시아의 새로운 연대와 공존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그리고 아시아 지역 국가 간에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문화적 공동체를 결성하는 일은 21세기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이끌어 가기 위한 매우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아시아인들의 역사와 문화의 다양성을 동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중심’으로서 우리 겨레의 말과 글이 튼튼하게 자리를 잡도록 우리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한국의 경제적인 기적과 문화적인 발전을 부러워하면서 한국을 배우고 이해하려는 아시아인들의 눈에 우리들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 한 번만이라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를 향해 우리가 더 겸손해져야 한다.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그들에게 알려 내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려는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우리의 염원을 담고 있는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 기관 등이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일뿐만 아니라 언론계를 비롯한 관련 학계에서도 능동적인 관심을 갖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이 국가 수립 이후 종합적인 국어 발전 계획으로는 처음으로 발표된 것인 만큼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으며 향후 그 파급 효과 또한 매우 크리라고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