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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알고 있는 어원 몇 가지(5)

조항범∙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이 글은, 평소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어원을 대상으로 그 잘못을 수정하고 바른 어원설을 제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우리는 앞서 이와 같은 목적으로 ‘가랑비, 가시내, 가시버시, 갈보, 고릿적, 까치설, 노털, 대박, 도루묵, 샛강, 시집, 어음, 억지 춘향(이), 업둥이, 영계, 자린고비, 짱개, 총각무, 해장국, 환장’ 등의 어원을 다룬 바 있다. 여기서는 앞선 글과 같은 방법으로 ‘삼수갑산(三水甲山), 소나기, 수수께끼’를 대상으로 그 어원을 소상히 밝히고자 한다.
    

2.

      2.1. 삼수갑산(三水甲山)

  ‘삼수갑산’을 무슨 ‘강’이나 ‘산’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삼수갑산이 뭐예요? 무슨 ‘강(江)’이나 ‘산(山)’을 가리키나요?”와 같은 어리석은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러나 ‘삼수갑산’은 ‘강’이나 ‘산’ 이름이 아니고, 단지 지명(地名)일 뿐이다. 곧 ‘삼수’는 ‘三水’라는 지역 이름이고, ‘갑산’은 ‘甲山’이라는 지역 이름이다.
  지도를 펴 놓고 ‘삼수(三水)’와 ‘갑산(甲山)’이라는 지역을 한번 찾아보라. ‘삼수’는 함경남도 북서쪽 압록강 지류에 접하고 있는 지역이다. ‘三水’로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세 개의 큰 물줄기가 합류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이 ‘삼수’는 대륙성 기후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가장 추운 지역에 속한다. 겨울철 평균 온도가 영하 16~18도라고 하니 그 추위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삼수’는 추운 지역으로서뿐만 아니라 접근하기 용이하지 않은 험한 오지(奧地)로도 유명하다.
  ‘갑산’은 함경남도 북동쪽 개마고원의 중심부에 있는 지역이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특유의 풍토병이 있을 정도로 사람이 살기 불편한 곳이다. ‘甲山’이라고 쓰는 것만 보아도 큰 산이 겹겹이 쌓여 있는 오지임을 알 수 있다. 지명에 큰 산이 있어 산세가 험한 지역임이 암시되어 있는 것이다
  ‘갑산’은 산세가 험하여 접근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삼수’처럼 추워서 살기가 불편한 지역이다. 이렇게 보면 ‘삼수’와 ‘갑산’은 험한 오지라는 점, 매우 추운 지역이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이들 지역은 험한 오지인 데다가 추운 지역이어서 예전부터 중죄인(重罪人)을 귀양 보내는 적소(謫所, 귀양지)로 손꼽혔다. 이 지역으로 한번 귀양 갔다 하면 살아 돌아오기 어려웠다.
  험한 오지이고, 추운 지역이라는 공통점으로 인하여 ‘삼수’와 ‘갑산’이라는 지명은 쉽게 어울려 쓰인다. 이것이 ‘삼수갑산’이다. 공통적 특성을 지니는 두 지역을 아울러서 그 특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하여 ‘삼수갑산’이 ‘험하고 추운 산골’, 더 나아가 ‘유배지’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이 ‘삼수갑산’은 ‘가다’와 어울려 주로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어찌어찌하겠다.”, “삼수갑산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어찌어찌하겠다.” 식으로 쓰인다. “삼수갑산을 가더라도~.”나 “삼수갑산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라는 표현은 무릅쓰거나 각오해야 할 최악의 상황을 강조하여 결연한 의지를 밝힐 때 쓰는 말로 아주 굳어진 느낌이다. 이러한 표현에서 ‘삼수갑산’은 ‘몹시 어려운 지경’이나 ‘최악의 상황’이라는 비유적 의미를 띤다.
  이렇게 보면, ‘삼수갑산’은 ‘험하고 추운 산골’, ‘유배지’라는 의미 이외에 ‘어려운 지경이나 상황’이라는 또 다른 비유적 의미를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삼수갑산(三水甲山)’을 ‘산수갑산(山水甲山)’으로 발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삼수’와 ‘갑산’이 남한에서 보면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이어서 잘 모르는 터에, ‘삼수(三水)’가 ‘경치’를 뜻하는 ‘산수(山水)’라는 단어와 어형이 유사하여 그쪽으로 쉽게 이끌린 결과 ‘산수갑산’이라 발음하는 것이다. 그렇게 발음하고는 ‘경치가 수려한 곳’으로 생뚱맞게 해석한다.
  ‘삼수갑산(三水甲山)’을 ‘산수갑산’으로 발음하는 것은 자음 발음을 혼동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예로 ‘풍비박산(風飛雹散)’에 대한 ‘풍지박산’, ‘복불복(福不福)’에 대한 ‘복걸복’이나 ‘볼질복’ 등을 더 들 수 있다. ‘바람이 날고 우박이 흩뿌리는 것’이니 ‘풍지박산’이 아니고 ‘풍비박산’이고, ‘복’ 아니면 ‘복이 아닌 것’이니 ‘볼걸복’이나 ‘볼질복’이 아니라 ‘복불복’이며, ‘짜고 깁는 것’이니 ‘짜집기’가 아니라 ‘짜깁기’인 것이다. 잘못된 발음은 의미까지 바꾸어 놓을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도 정확하게 발음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2.2. 소나기

  ‘소나기’가 어떤 비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갑자기 세차게 몰아쳐 쏟아지다가 이내 개는 비가 ‘소나기’이다. 갑자기 내리는 눈을 ‘소나기눈’이라 하고, 갑자기 많이 먹는 밥을 ‘소나기밥’이라 하는 것만 보아도 ‘소나기’가 어떤 속성의 비인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소나기’는 갑자기 퍼붓는 비로서뿐만 아니라 빗줄기가 굵은 비로서도 특징지어진다. 소나기가 세 개의 굵은 빗줄기로 쏟아진다고 하여 ‘소나기 삼 형제’라는 관용적 표현을 만들어 쓰고 있다.
  이 ‘소나기’의 어원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소를 내기하다’라는 설이 전해 온다. 어느 해 가뭄 때에 시골 농부 두 사람이 비가 오늘 올 것인가 내일 올 것인가를 놓고 공방을 벌이다가 급기야 내기를 걸었다고 한다. 내기에 진 사람은 내기에 이긴 사람에게 자기가 기르던 ‘소’를 주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억수 같은 비가 쏟아졌는데, 그 비를 ‘소’를 걸고 ‘내기’를 한 비라 하여 ‘소내기’라 불렀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꾸며 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지금은 이와 같은 어원설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최근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또 해괴한 어원설이 떠돈다. “두시언해(杜詩諺解)”라는 책과 ‘동동’이라는 고려 때의 노래를 보면, 그릇을 거꾸로 기울여서 속에 든 물건을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게 하는 것을 ‘소다’라 하고, 흘러내리는 냇물을 ‘나리’라고 하는데, 이 두 말이 합쳐진 ‘소나리’에서 ‘소나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고는 ‘소나기’를 ‘쏟아지는 내’로 해석하고 있다. ‘소다’에 대한 설명도 이상하거니와 ‘비’를 ‘내’로 해석하는 것은 더더욱 이상하다.
  이와 같은 어원설 이외에도 ‘천둥’을 뜻하는 함경 방언 ‘소낙’에서 왔다는 설, ‘손(날짜에 따라서 네 방위를 돌아다니며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는 귀신)’과 ‘악(있는 힘을 다하여 모질게 마구 쓰는 기운)’이 결합된 단어라는 설 등도 있으나 신빙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소나기’가 이른 시기의 문헌에 ‘쇠나기’로 나온다는 사실로서도 위에 제시한 여러 어원설은 무력해진다. ‘쇠나기’는 ‘소낙’은 물론이고 ‘소내기’와 ‘소나리’와도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소나기’의 어원은 ‘쇠나기’의 어원을 밝히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쇠나기’는 ‘쇠’와 ‘나기’로 분석하여 이해할 수 있다. ‘쇠’는 ‘매우, 심히’라는 뜻의 부사이다. ‘쇠’는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중세 국어에서는 쓰이던 말이다.
  ‘나기’는 ‘出’의 의미를 갖는 동사 ‘나-’에 접미사 ‘-기’가 결합된 어형이다. 이렇게 보면 ‘쇠나기’는 ‘심히 내리는 것’이라는 어원적 의미를 갖는다. ‘쇠나기’의 ‘쇠’와 부사 ‘쇠(몹시)’의 성조(聲調)가 평성(平聲)으로 같다는 점, 그리고 ‘소나기’가 ‘급하고 세게 내리는 비’ 곧 ‘급우(急雨)’라는 점이 ‘심히 내리는 것’이라는 어원적 의미를 뒷받침한다.
  중세 국어의 ‘쇠나기’는 18세기까지도 유지된다. 그런데 19세기에 오면 제1음절에서 ‘ㅣ’가 탈락하여 ‘소나기’로 변한다. 그리고 ‘소나기’는 ‘ㅣ’ 모음 역행 동화에 의해 ‘소내기’로도 변한다. ‘소내기’가 20세기 초 이후의 문헌부터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내기’는 표준어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소나기’가 표준어인 것이다.
  오늘날에는 ‘소나기’와 함께 ‘소낙비’라는 단어도 쓰인다. 이 단어가 처음 보이는 것은 19세기이다. 이는 물론 ‘소낙’과 ‘비’가 결합된 형태이다. ‘소낙’은 ‘소나기’와 아주 동떨어진 단어가 아니다. ‘소나기’를 ‘소낙이’로 적고 그것을 ‘소낙’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것으로 잘못 분석한 뒤, ‘소낙’에 ‘비’를 결합하여 ‘소낙비’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소나기’를 ‘쏘나기’로, ‘소내기’를 ‘쏘내기’로 되게 발음하기도 한다. 이런 된 발음이 나오게 된 것은 ‘소나기’가 거세게 오는 비라는 점을 크게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2.3. 수수께끼

  요즘 아이들은 별로 ‘수수께끼’ 놀이를 즐기지 않는다. ‘수수께끼’보다 재미있는 오락이 많은데 굳이 이 놀이를 할 이유가 없다. ‘수수께끼’ 놀이는 이제 지난 시절의 해묵은 놀이쯤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수수께끼’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아직도 ‘수수께끼’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증거이다. ‘수수께끼’는 시대를 넘어 참으로 기발하고 신선하다. ‘수수께끼’ 놀이는 비유와 상상의 오묘한 세계에 빠져들게 하여 무한한 희열을 맛보게 한다. 언어유희치고 이만한 것이 없다.
  재미를 만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수께끼’라는 단어의 어원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 왔는지 이에 대해 떠도는 어원설이 아주 풍성하다. ‘수수’를 ‘수소(황소)’로 보아 ‘황소를 걸고 겨루는 놀이’로 해석하기도 하고, ‘시시격(猜詩格)’이라는 한자가 변형된 것으로 보아 ‘글자를 헤아려 하는 격담’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수수’를 ‘술수(術數)’로, ‘께끼’를 ‘꺾이’의 변형으로 보아 ‘술수를 써서 상대를 꺾는 놀이’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여러 어원설은 어느 것 하나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수수께끼’라는 단어의 어원을 밝히지 못할 것도 아니다. ‘수수께끼’와 같은 의미로 쓰였던 예전의 여러 단어를 찾아 상호 비교해 보면 그 어원을 쉽게 밝힐 수 있다.
  ‘수수께끼’와 관련해서 비교적 이른 시기의 문헌에 나타나는 단어는 ‘슈지엣말’과 ‘슈지’이다. ‘슈지’에 대해서는 한자어 ‘誰知(수지)’ 또는 ‘須知(수지)’로 보는 설이 있으나 믿을 수 없다. ‘슈지’는 ‘휴지(休紙, 못 쓰게 된 종이)’와 관련된 어형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휴지’의 첫소리 ‘ㅎ’이 구개음화 현상에 의해 ‘ㅅ’으로 변하여 ‘슈지’가 될 수 있다.
  ‘슈지’는 ‘못 쓰게 된 종이’라는 뜻에서 ‘불필요’ 또는 ‘불필요한 말(不用之言)’이나 ‘쓸데없는 것’이라는 의미로 변해 간 것으로 추정된다. 16세기 언간(諺簡)인 “순천김씨묘출토간찰”의 “너려 니다 속졀이랴 슈지로다(너에게 이른다고 한들 속절이랴 쓸데없는 말이로다)”에서 보듯 ‘슈지’가 ‘불필요한 말’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슈지’의 의미 파생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불필요한 말’이라는 의미를 근거로 ‘비유적으로 빗대어서 물어보는 쓸데없는 말’ 곧 ‘수수께끼[謎語]’라는 의미로까지 발전해 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슈지’가 ‘수수께끼’라는 의미를 갖게 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
  18세기 후반에 오면 ‘슈지엣말’이나 ‘슈지’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그 대신 ‘슈지겻기’라는 새로운 단어가 나타난다. ‘슈지겻기’의 ‘슈지’는 앞에서 본 ‘미어(謎語)’라는 의미의 그것이며, ‘겻기’는 중세 국어 ‘-[競]’에서 파생된 명사형이다. 따라서 ‘슈지겻기’의 어원적 의미는 ‘미어(謎語) 겨루기’가 된다. 바로 이와 같은 의미에서 ‘미어(謎語)를 겨루면서 노는 놀이’라는 구체적 의미로 발전해 간 것이다. 물론, ‘슈지겻기’는 ‘미어(謎語)를 겨루면서 노는 놀이’라는 본래의 의미로서뿐만 아니라 ‘슈지’라는 말이 갖는 ‘미어(謎語)’라는 의미로도 아울러 쓰였다. 19세기 말에 오면 ‘슈지겻기’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이와 유사한 ‘슈슈겻기’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제2음절의 ‘지’가 ‘슈’로 바뀐 것이다. 두 단어 사이의 관련성은 더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어형이 유사하고 의미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동질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듯하다. 그렇다면 ‘슈슈겻기’는 ‘슈지겻기’의 제2음절 ‘지’가 우연히 제1음절 ‘슈’에 이끌려 변한 어형으로 추정된다.
  바로 이 ‘슈슈겻기’가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수수께끼’의 전신(前身)이다. ‘슈슈’는 ‘수수’로, ‘겻기’는 ‘께끼’로 변하여 고정된 것이 바로 ‘수수께끼’이다. ‘겻기’에서 ‘께끼’로 변하는 과정에는 된소리화, ‘ㅣ’ 모음 역행 동화 등의 복잡한 음운 변화가 일어났음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하여 ‘께끼’의 본모습은 사라지고, 그야말로 그 정체는 ‘수수께끼’가 되고 말았다.
  요컨대, ‘수수께끼’는 ‘슈슈겻기’로, 또 ‘슈슈겻기’는 ‘슈지겻기’로 소급되므로 ‘수수께끼’의 초기 어형은 ‘슈지겻기’이고, 그 어원적 의미는 ‘미어(謎語) 겨루기’라고 볼 수 있다.
    

3.

  지금까지 언급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삼수갑산(三水甲山)’은 함경도 지명(地名)인 ‘삼수(三水)’와 ‘갑산(甲山)’이 결합된 형태이다. 험하고 추운 곳이라는 공통점으로 함께 어울려 ‘험하고 추운 산골’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산수갑산’이라 하기도 하지만, 이는 ‘삼수(三水)’를 음상(音相)이 유사한 ‘산수(山水)’로 잘못 발음한 결과이다.
  
  (2) ‘소나기’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소를 걸고 내기 한 비’라는 어원설이 전한다. 그러나 15세기 어형이 ‘쇠나기’라는 점에서 이 어원설은 무의미해진다. ‘쇠나기’의 ‘쇠’는 ‘매우, 심히’라는 뜻의 부사이고, ‘나기’는 ‘出’의 의미를 갖는 동사 ‘나-’에 접미사 ‘-기’가 결합된 형태이다. 그러므로 ‘쇠나기’는 ‘심히 내리는 것’이라는 어원적 의미를 갖는다. ‘쇠나기’는 19세기에 제1음절 모음에서 ‘ㅣ’가 탈락하여 ‘소나기’가 된다.
  
  (3) ‘수수께끼’는 18세기 문헌에 보이는 ‘슈지겻기’로 소급한다. ‘슈지’는 ‘미어(謎語)’, ‘겻기’는 ‘겨루기’의 뜻이므로 ‘슈지겻기’는 ‘미어 겨루기’라는 어원적 의미를 갖는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미어를 겨루면서 노는 놀이’라는 의미로 발전한다. 18세기의 ‘슈지겻지’는 19세기 문헌에 ‘슈슈겻기’로 변해 있다. ‘슈슈겻기’는 ‘슈지겻기’의 제2음절 ‘지’가 제1음절 ‘슈’에 이끌려 형태를 달리한 것이다. 이 ‘슈슈겻기’가 복잡한 음운 변화를 거쳐 지금의 ‘수수께끼’가 된 것이다.
    

| 참고 문헌 |

김민수 외 편(1977), “우리말 語源辭典”, 태학사.
안옥규(1980), “어원사전”, 동북조선민족교육출판사.
조영언(2004), “한국어 어원사전”, 다솜출판사.
조항범(1997), “다시 쓴 우리말 어원 이야기”, 한국문원.
조항범(2004),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1, 2)”, 예담.
조항범(2005), “그런, 우리말은 없다”, 태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