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 >> 우리말은 띄어쓰기가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일하다’는 붙여 쓰면서 ‘힘든 일 하다’라는 표현에서는 ‘일’과 ‘하다’를 왜 띄어 써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신동수, 광주광역시 동구 운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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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한글 맞춤법에서 문장의 각 단어는 원칙적으로 띄어 쓰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말이라도 어떠한 문법적 구조로 쓰이느냐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령 한 단어인 ‘물속’과 구인 ‘물 속’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본다면, ‘흐르는 물 속’이라는 구절에서는 ‘물’과 ‘속’을 띄어 써야 합니다. ‘흐르는’이라는 관형어가 ‘물 속’ 전체를 수식하는 구조가 아니고, 의미상 ‘흐르는 물의 속’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예구에서는 ‘흐르는 물 속’으로 띄어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 다시 말해 문장 안에서 관형어가 뒤의 말을 수식하는 구조에서 앞의 관형어가 뒤에 오는 말(합성어 혹은 구)의 어디까지를 수식하는지 잘 살펴서 띄어쓰기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다른 예들을 더 들어 보겠습니다. ‘상관없다’, ‘말하다’, ‘분해하다’는 각각 사전에 하나의 단어로 올라 있습니다. 그러나 아래의 예문에서는 그 문법 구조를 고려하여 각각 띄어 써야 합니다.
(1) |
아무 상관없다.(×)→ 아무 상관 없다.(○): ‘아무’가 ‘상관’만을 수식. |
(2) |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말하다’가 한 단어로 있지만 ‘제’가 ‘말’만을 수식. |
(3) |
전기 분해하다.(×)→ 전기 분해 하다.(○): ‘전기’가 ‘분해’만을 수식. |
문의하신 ‘힘든 일 하다’의 경우에도 위의 예들처럼 ‘힘든’이 ‘일 하다’ 전체를 수식한다기보다는 ‘일’만을 수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 역시 ‘일’과 ‘하다’를 띄어 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와 같은 사정은 부사어의 수식을 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아래와 같은 예문들에서는 띄어쓰기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4) |
밥이 꿀처럼 단맛이다.(×)→ 밥이 꿀처럼 단 맛이다.(○) 이 레몬은 아주 신맛이 난다.(×)→ 이 레몬은 아주 신 맛이 난다.(○) 국이 조금 짠맛이 나는구나.(×)→ 국이 조금 짠 맛이 나는구나.(○) |
‘단맛’, ‘신맛’, ‘짠맛’은 모두 한 단어로 존재하지만 위의 예문에서처럼 그 앞에서 부사어가 ‘단, 신, 짠’ 등만을 수식하는 것으로 해석될 때에는 ‘단 맛’, ‘신 맛’, ‘짠 맛’으로 띄어 써야 합니다.
한편 ‘듯하다’와 같은 보조 용언도 원래는 ‘하다’를 붙여 쓰도록 되어 있지만, ‘올 듯 말 듯 하다’와 같은 문법 구조의 문장에서는 ‘하다’가 ‘올 듯 말 듯’이라는 구 전체에 걸리기 때문에 ‘하다’를 띄어 써야 합니다. 다만, ‘본체만체하다’의 경우에는 ‘본체만체’ 및 ‘본체만체하다’가 사전에 한 단어로 올라 있으므로 붙여 쓰게 됩니다.
물음 >> ‘용의 수컷’을 한글로 쓰려고 하는데 ‘수용’, ‘수룡’, ‘숫용’ 등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떻게 쓰는 것이 올바른 표기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이름은 ‘烈(매울 렬)’ 자를 쓰고 있습니다. 평소 제 이름을 쓰면서도 ‘최선렬’과 ‘최선열’ 중 어떤 것이 올바른 표기인지 의문이 생길 때가 많았습니다. 어떤 것이 맞는 표기인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최선열, 대전광역시 동구 가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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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수용’, ‘최선열’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용의 수컷을 ‘숫용’으로 쓰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표준어 규정 제7항에서는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를 ‘수-’로 통일하고 있습니다. ‘수-’가 ‘숫-’으로 쓰일 수 있는 경우는 ‘양, 염소, 쥐’의 세 가지 경우뿐이므로 ‘숫양, 숫염소, 숫쥐’와 비슷한 음운 환경이라고 해서 ‘숫’이라고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한글 맞춤법에 따르면 고유어 뒤에 한자어가 결합한 경우는 뒤의 한자어 형태소가 하나의 단어처럼 인식된다고 할 수 있으므로 두음 법칙을 적용하여 적습니다. ‘새끼를 배지 않거나 열매를 맺지 않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수-’는 고유어인데, 그 뒤에 놓인 ‘용(龍)’은 분리성이 비교적 명확히 인식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룡’으로 쓰지 않고 두음 법칙이 적용된 ‘수용’으로 쓰는 것입니다. 다음의 예들은 이와 같은 이유로 두음 법칙이 적용된 표기로 적는 단어들입니다.
다만, ‘수-용’의 경우 ‘용의 수컷’이라는 의미가 아닌 ‘물에 사는 용’이라는 의미를 가질 때는 ‘수룡(水龍)’이라고 쓸 수 있습니다.
한편 ‘최선열’이라는 이름에서 한자 ‘烈(렬)’의 본음을 쓰지 않고 ‘열’로 쓰는 이유는 관용적인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 제11항에서는 한자음 ‘라, 려, 례, 료, 류, 리’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야, 여, 예, 요, 유, 이’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에 따른다면 ‘최선열’의 ‘렬’은 단어의 첫머리가 아니므로 한자의 본음인 ‘최선렬’로 쓰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이어지는 ‘렬(列, 烈, 裂, 劣), 률(律, 率, 栗, 慄)’은 발음 형태가 [○열, ○율]이므로 관용에 따라 ‘열, 율’로 적는다는 예외 규정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유의하여 ‘최선열’로 써야 어문 규정에 맞는 표기가 됩니다. 만일 문의하신 분의 성함이 ‘최상렬’이라고 가정한다면, ‘렬’ 앞의 음절이 모음으로 끝난 것도 아니고 ‘ㄴ’ 받침으로 끝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한자의 음을 본음대로 쓴 ‘최상렬’이 올바른 표기가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이어지는 ‘렬, 률’을 ‘열, 율’로 적는 다음의 단어들을 더 제시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모음 뒤: |
나열(羅列) |
규율(規律) |
비율(比率) |
실패율(失敗率) |
‘ㄴ’ 뒤: |
분열(分列) |
균열(龜裂) |
진열(陳列) |
백분율(百分率) |
물음 >> ‘있습니다’를 로마자로 적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표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itsseumnida’가 맞는지, 아니면 ‘itseumnida’가 맞는지 알려 주십시오.
(박경덕, 경상남도 합천군 초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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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있습니다’는 ‘itseumnida’로 적으시면 됩니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제1항을 보면, 음운 변화가 일어날 때에는 변화의 결과에 따라 적도록 되어 있습니다.
- (1) 백마[뱅마] Baengma(○), Baekma(×)
- (2) 학여울[항녀울] Hangnyeoul(○), Hakyeoul(×)
(1)의 ‘백마’와 (2)의 ‘학여울’은 음절의 끝 자음이 뒤에 오는 자음과 만나서, 어느 한쪽이나 양쪽이 다른 소리를 닮아 소리가 바뀌는 자음 동화 현상이 일어나는 단어입니다. 이러한 단어는 음운 현상이 일어난 변화의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여 적는 것이 바른 표기입니다. 따라서 ‘있습니다[읻씀니다]’는 일단 ‘itsseumnida’로 적으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로마자 표기법 제1항 [붙임]을 보면, 된소리되기(=경음화)는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 (3) 벚꽃[벋꼳] Beotkkot(○), Beojkkoch(×)
- (4) 낙동강[낙똥강] Nakdonggang(○), Nakttonggang(×)
(3)의 ‘벚꽃’의 ‘ㄲ’은 원래 된소리였기 때문에 로마자 표기 또한 ‘k’를 겹쳐 적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4) ‘낙동강’의 ‘ㄷ’은 원래 예사소리이던 것이 발음만 된소리로 바뀌어 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표기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있습니다[읻씀니다]’ 역시 ‘습’의 ‘ㅅ’이 된소리로 나지만 원래 된소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의 로마자 표기는 ‘itseumnida’로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한편 이러한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지 않고 학술 연구 논문 등 특수 분야에서 한글 복원을 전제로 할 때에 음운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자모 하나하나를 표기된 그대로 적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ㄱ, ㄷ, ㅂ, ㄹ’을 ‘g, d, b, l’로만 적습니다.
- (5) 집 jib
- (6) 값 gabs
- (7) 없었습니다 eobs-eoss-seubnida
‘있습니다’는 보통의 경우 ‘itseumnida’로 적지만, 위 (5)~(7)과 같이 한글 복원을 전제로 표기할 때에는 글자대로 ‘iss-seubnida’로 적을 수도 있습니다.
물음 >> ‘한 살’, ‘두 사람’, ‘세 마리’, ‘넉 달’처럼 고유어 계열의 수 관형사와 고유어 단위 명사를 함께 쓰고, ‘일 년’, ‘이 개월’, ‘이십 분’처럼 한자어 계열의 수 관형사와 한자어 단위 명사를 함께 쓴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열 권’, ‘아홉 장’ 등과 같이 고유어 계열의 수 관형사와 한자어 단위 명사가 쓰이는 예도 많아서 혼란스럽습니다. 무슨 규칙이 따로 있는 건가요?
(김은미, 충청남도 당진군 송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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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우리말에서 보통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 없이 사람이나 사물의 수를 나타낼 때는 고유어계 수사가 주로 쓰입니다. 그리고 수 관형사와 단위 명사가 어울려 쓰일 때에는 단위 명사가 고유어계이면 고유어계 수 관형사가, 반대로 단위 명사가 한자어계이면 한자어계 수 관형사가 그 앞에 놓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고유어 수 관형사와 고유어 단위 명사가 서로 어울리는 것은 어느 정도 규칙적이라 할 수 있지만 단위 명사가 한자어일 때에는 고유어 수 관형사와 한자어 수 관형사가 혼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기대하신 것과 같이 분명한 규칙으로 깔끔하게 설명하기는 어렵고, 대체적인 경향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먼저, 단위 명사가 고유어일 때 고유어 수 관형사가, 단위 명사가 한자어일 때 한자어 수 관형사가 쓰인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 서른두 살(○)/삼십이 세(○) |
(2) |
스무 날(○)/이십 일(○), 두 달(○)/이 개월(○), 두 해(○)/이 년(○) |
(1)은 나이를 뜻하는 고유어 단위 명사 ‘살’ 앞에 고유어 수 관형사인 ‘서른두’가 쓰이고, 한자어 단위 명사 ‘세’ 앞에 한자어 수 관형사인 ‘삼십이’가 쓰인 것입니다. (2) 역시 기간이나 일정 등의 날수를 뜻하는 고유어 단위 명사 ‘날, 달, 해’에 고유어 수 관형사가, 한자어 단위 명사인 ‘일, 개월, 년’에 한자어 수 관형사가 쓰인 예입니다.
그리고 (3)은 단위 명사가 고유어나 한자어가 아닌 외래어인 경우인데, 이와 같은 외래어 단위 명사 앞에는 한자어 수 관형사가 놓이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개, 명, 마리, 대, 장, 권, 채, 통, 부, 자루, 송이, 그루’와 같은 단위 명사들은 고유어 수 관형사와 한자어 수 관형사가 모두 어울릴 수 있습니다. 이 역시 규칙화하기는 어려우나, 적은 수를 셀 경우에 고유어 수 관형사가 주로 쓰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한자어 단위 명사인 ‘개(個), 명(名), 대(臺), 장(張), 권(卷), 통(桶), 부(部)’ 등이 고유어 수 관형사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은 아마도 이들이 거의 고유어와 비슷한 지위를 얻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한편 수 관형사를 아라비아 숫자로 쓰는 일도 많은데, 그것을 읽을 때 역시 적은 수는 고유어로, 많은 수는 한자어로 읽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대체로 ‘스물’이 넘어가는 수는 한자어로 읽고, 그 아래의 수는 고유어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4) |
학생 2[두] 명이 찾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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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2[이] 명이 찾아왔다.(×) |
(5) |
학생 51[쉰한] 명이 찾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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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51[오십일] 명이 찾아왔다.(○)⇒더 자연스러움 |
(6) |
학생 1195[천백아흔다섯] 명이 찾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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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1195[천백구십오] 명이 찾아왔다.(○)⇒더 자연스러움 |
위의 예문들에서 알 수 있듯이 비교적 적은 수를 나타낼 때에는 아라비아 숫자를 고유어 수 관형사로 읽는 것이 자연스럽고, 비교적 많은 수를 나타낼 때에는 고유어 및 한자어 수 관형사로 읽는 것이 다 가능하되, 백, 천, 만, 억, 조 등과 같이 수가 커질수록 한자어 수 관형사로 읽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 밖에 시간 표현에서 ‘시간’은 주로 고유어 수 관형사를 써서 ‘한 시간, 세 시간, 스무 시간, 스물 네 시간’ 등으로 읽습니다. ‘시각’을 나타내는 ‘시’는 ‘한 시, 두 시, 열한 시, 열두 시; 십삼 시, 이십사 시’처럼 12시 이하의 시(時)를 나타낼 때에는 고유어 수 관형사로 읽는 것이 자연스럽고, 13시 이상의 시를 나타낼 때에는 한자어 수 관형사로 읽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분’과 ‘초’ 그리고 날짜를 말할 때는 ‘30[삼십] 분, 55[오십오] 초, 2006[이천육] 년 2[이] 월 10[십] 일’과 같이 아라비아 숫자로 쓰고 한자어 수 관형사로 읽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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