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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이주 여성의 언어 문제와 해결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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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이주 여성의 언어 문제와 해결 방안

왕한석∙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1. 국제결혼 이주 여성의 현황

  20세기 중엽 산업화와 함께 빠르게 바뀌기 시작한 한국 사회는 최근 들어 더욱 빠르고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우리 생활의 곳곳에서 보여 주고 있다. 그중 하나가 소위 ‘국제결혼 이주 여성’의 급증 현상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결혼은 우리 사회에서 그 숫자도 많지 않았지만 그것도 주로 한국 여성이 외국인 남성과 결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급증한 ‘새로운’ 국제결혼은 수많은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오는 것, 다시 말해 주로 아시아 각국의 여성들이 한국인 남성과 혼인하여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되고 자녀를 낳고 이 땅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

<표 1> 국제결혼 건수와 비율(1990년~2004년)
(단위: 명, %)
연도 총 결혼 건수 국제결혼 외국인 아내 외국인 남편
건수 % 건수 % 건수 %
1990 399,312 4,710 1.2 619 0.2 4,091 1.0
1991 416,872 5,012 1.2 663 0.2 4,349 1.0
1992 419,774 5,534 1.3 2,057 0.5 3,477 0.8
1993 402,593 6,545 1.6 3,109 0.8 3,436 0.9
1994 393,121 6,616 1.7 3,072 0.8 3,544 0.9
1995 398,484 13,494 3.4 10,365 2.6 3,129 0.8
1996 434,911 15,946 3.7 12,647 2.9 3,299 0.8
1997 388,591 12,448 3.2 9,266 2.4 3,182 0.8
1998 375,616 12,188 3.2 8,054 2.1 4,134 1.1
1999 362,673 10,570 2.9 5,775 1.6 4,795 1.3
2000 334,030 12,319 3.7 7,304 2.2 5,015 1.5
2001 320,063 15,234 4.8 10,006 3.1 5,228 1.6
2002 306,573 15,913 5.2 11,017 3.6 4,896 1.6
2003 304,932 25,658 8.4 19,214 6.3 6,444 2.1
2004 310,944 35,447 11.4 25,594 8.2 9,853 3.2
1990~2004 5,568,489 197,634 3.5 128,762 2.3 68,872 1.2
자료: 통계청, 인구 동태(혼인, 이혼). http://kosis.nso.go.kr 계산.(설동훈 외 2005: 3)

  새로운 국제결혼의 기본 양상은 먼저 다음의 <표 1>에서 명확히 읽을 수 있다. 1990년도부터 2004년도까지의 기본 통계치인 이 표를 보면, 대체로 말해 1994년도까지는 전체 국제결혼의 건수는 별 변화 없이, 외국인 아내의 숫자만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다가 1995년에 와서는 전년도에 비해 전체 국제결혼 건수는 2배로, 그리고 외국인 아내의 숫자는 3배 이상 늘었음을 볼 수 있다. 이후에는 또 일정 기간 유사한 수준의 숫자가 유지되다가, 다시 2003년과 2004년도에 전체 국제결혼의 건수뿐만 아니라 외국인 아내의 숫자가 가히 폭발적으로 늘었음을 본다. 표에서 나타나듯 2004년의 경우 전체 결혼 건수의 11.4%가 국제결혼이고, 그것의 70%가 넘는 8.2%가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 간의 혼인이다. 한마디로 지난 10여 년 사이에, 우리 사회는 새로이 혼인한 사람 100명 중 11명가량이 외국인과 혼인을 하고, 또 새로이 장가를 간 남자 100명 중 8명가량이 외국인 여성과 혼인을 하는 방식으로 엄청나고도 급격하게 변화한 것이다.

<표 2> 국제결혼 이주 여성의 출신국 분포(2005년 4월 기준)
(단위: 명, %)
출신국 외국인 아내 등록 외국인 2002년 이후 귀화자
인원수 % 인원수 % 인원수 %
전체 66,912 100.0 55,964 100.0 10,948 100.0
한국계 중국인 31,739 47.4 24,681 44.1 7,058 64.5
중국 11,577 17.3 9,721 17.4 1,856 17.0
일본 7,097 10.6 7,076 12.6 21 0.2
필리핀 5,457 8.2 3,692 6.6 1,765 16.1
베트남 4,675 7.0 4,592 8.2 83 0.8
태국 1,364 2.0 1,340 2.4 24 0.2
몽골 1,072 1.6 1,055 1.9 17 0.2
러시아 950 1.4 933 1.7 17 0.2
기타 구소련, 동유럽 1,190 1.8 1,161 2.1 29 0.3
아시아 저개발국 595 0.9 549 1.0 46 0.4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35 0.1 28 0.1 7 0.1
중남미 140 0.2 124 0.2 16 0.1
기타 선진국 1,021 1.5 1,012 1.8 9 0.1
자료: 법무부, 데이터베이스, 2005 계산.(설동훈 외 2005: 4) 

  돌이켜 보면 80년대 중반부터 농촌 총각의 결혼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였고, 그 해결책의 일환으로 90년대 초반부터 농촌 총각과 재중 동포(소위 중국의 ‘조선족’) 처녀와의 혼인이 본격적으로 주선되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이것이 오늘날 새로운 국제결혼 물결의 본격적인 시작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9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는 재중 동포 외에도 다른 외국인 여성들(일본이나 필리핀 등)이 한국으로 시집오기 시작하였고, 최근에 와서는 혼인 이주 여성들의 출신국별 분포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태국, 베트남, 몽골 등). 다음의 <표 2>는 국제결혼 이주 여성의 출신국별 분포에 관한 통계치이다. 현재까지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부인들의 출신국은 중국이 64.7%(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부인들의 47.4%는 재중 동포임)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일본, 필리핀, 베트남, 태국, 몽골, 러시아 및 구소련권의 순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체로 말하여 지금까지 한국에 들어온 국제결혼 이주 여성의 약 절반은 재중 동포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언어와 문화를 달리하는 그야말로 아시아 각국의 ‘외국인’ 부인들인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간략히 정리하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여성과의 국제결혼은 몇 가지 기본적 특성을 갖는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이미 [본대로->본 대로] 그 숫자가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많으며, 또 최근 와서 그 숫자가 더욱 급증하는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둘째, 외국인 여성과 혼인을 하는 한국인 남성은 대다수가 국내에서 배우자를 구하지 못한 농어촌의 총각 및 도시의 저소득층 총각들이라는 점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2004년 및 2005년 초까지 농어촌 지역에서 신고된 혼인 건수의 무려 27.4%가 국제결혼이었다고 한다. 셋째, 초기의 국제결혼은 주로 같은 민족인 재중 동포 처녀들과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아시아 각국의 그야말로 외국인 여성들로 그 범위가 다양하게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최근의 국제결혼 급증 현상이 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 일어난 새로운 변화이기는 하지만, 혼인 당사자나 우리 사회가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준비를 지금껏 해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외국인 배우자를 택하는 한국인 남성들도 국제결혼에 대한 기본적인 준비 없이 혼인 결정에 임하지만, 한국으로 시집을 오는 외국인 부인들도 거의 모두가 한국어 및 한국 문화에 대한 기초적인 배경 및 교육도 없이 한국에서의 혼인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전자는 단순히 국내에서 구하지 못한 배우자를 대신 외국에서 구하는 것처럼 보이고, 후자는 주로 경제적 동기에서 더 잘살고 싶은 막연한 꿈을 안고 그냥 한국으로 혼인을 해 오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금껏 우리 사회는 이들의 혼인 및 가정생활을 당사자 개인의 문제 또는 ‘그들만의’ 문제로 생각하였지, 우리 모두가 함께 나서서 도와주어야 할 문제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한국 사회에 정착하여 한국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들 외국인 부인들을 하루빨리 우리 사회의 진정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할 생각과 준비를 그동안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2. 언어 적응에 관한 사례 연구

  필자는 국립국어원의 의뢰를 받아 2005년 7월 국제결혼 이주 여성의 언어 적응 문제에 관한 기초적인 실태 조사를 행하였다(왕한석 외, 2005). 전라북도 임실군 일원에서 행해진 이 연구는 여러 출신국별로 그리고 대체적인 한국 체재 기간별로 적합한 연구 대상자를 선정하여, 그들의 언어 적응 양상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 연구에서 선정된 연구 대상자는 모두 19명이었는데 출신국(및 민족)별로 구분하면, (1) 중국 동포 2명, (2) 중국 한족 2명, (3) 일본인 3명, (4) 필리핀인 3명, (5) 태국인 2명, (6) 베트남인 2명, (7) 몽골인 2명, (8) 우즈베키스탄인(재(在)우즈베키스탄 동포=소위 ‘고려인’) 3명으로 도합 19명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언어 적응 양상은 (1) 한국어 학습 과정, (2) 한국어 사용 능력의 정도, (3) 언어 학습 및 언어생활의 일반적 상황 등을 주로 파악함으로써 이해하고자 한 것이었다.
  다음의 <표 3>은 개별 연구 대상자의 연령이나 한국 체재 기간 등과 같은 개인적 특성을 간략히 정리한, 연구 대상자의 전체 목록이다.
  
<표 3> 연구 대상자의 전체 목록

국가 · 민족 구분

이름 연령 한국 체재 기간 학력 자녀 수
1. 중국 동포 ①-A
②-B
23
28
1년 4개월
2년 11개월
고등학교 졸
전문대학 졸
1명
1명
2. 중국 한족 ③-C
④-D
23
29
0년 10개월
6년 9개월
중학교 졸
중학교 졸
1명
2명
3. 일본 ⑤-E
⑥-F
⑦-G
27
33
44
4년 1개월
5년 6개월
6년 8개월
고등학교 졸
전문대학 졸
고등학교 졸
1명
2명
1명
4. 필리핀 ⑧-H
⑨-I
⑩-J
28
31
35
5년 5개월
5년 4개월
7년 5개월
대학교 중퇴
전문대학 졸
대학교 졸
3명
2명
1명
5. 태국 ⑪-K
⑫-L
23
42
1년 0개월
6년 9개월
중학교 졸
중학교 졸
.
2명
6. 베트남 ⑬-M
⑭-N
19
21
0년 3개월
1년 7개월
고등학교 졸
고등학교 졸
.
1명
7. 몽골 ⑮-O
⑯-P
25
43
1년 7개월
7년 10개월
전문대학 졸
대학교 졸
1명
.
8. 우즈베키스탄 ⑰-Q
⑱-R
⑲-S
22
33
34
2년 2개월
5년 0개월
2년 2개월
고등학교 졸
대학교 졸
대학교 졸
1명
2명
1명
  
  

  3. 한국어 사용 능력의 수준과 실제 모습

  연구 과정에서 가장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된 영역은 당연히 이들 이주 여성들이 학습한 한국어 사용 능력의 수준과 그것의 실제 모습을 경험적으로 파악하는 것이었다. 주로 집중적인 면접의 방법을 통해 개별 연구 대상자가 구사하는 다양한 종류의 발화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대체로 5가지의 분석 범주 즉 (1) 발음의 정확성, (2) 문법적 표현 정도, (3) 어휘 구사력, (4) 대화 능력 및 담화 구성 능력, (5) 상황에 따른 언어 사용 능력 등으로 나누어 기술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 경험적 기술에 바탕하여 개별 화자가 보여 주는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언어 사용 능력을 평가하고, 이를 다시 서로 비교함으로써, 모든 연구 대상자들의 언어 사용 능력을 일련의 등급 구분으로 체계화하고자 하였다. 다음의 <표 4>는 19명의 연구 대상 이주 여성들의 한국어 사용 능력에 대한 등급 구분의 분석 결과이다.

<표 4> 연구 대상자의 한국어 사용 능력 등급 구분
Ⅰ등급 (3명)  ③-C (중국 한족, 23세, 0년 10개월)
 ⑪-K (태국, 23세, 1년 0개월)
 ⑬-M (베트남, 19세, 0년 3개월)
Ⅱ등급 (5명)  ⑭ -N (베트남, 21세, 1년 7개월)
 ⑫-L (태국, 42세, 6년 9개월)
 ⑲-S (우즈베키스탄, 34세, 2년 2개월)
 ⑯-P (몽골, 43세, 7년 10개월)
 ⑨-I (필리핀, 31세, 5년 4개월)
Ⅲ등급 (5명)  ⑰-Q (우즈베키스탄, 22세, 2년 2개월)
 ⑱-R (우즈베키스탄, 33세, 5년 0개월)
 ⑮-O (몽골, 25세, 1년 7개월)
 ⑩-J (필리핀, 35세, 7년 5개월)
 ⑧-H (필리핀, 28세, 5년 5개월)
Ⅳ등급 (4명)  ⑦-G (일본, 44세, 6년 8개월)
 ⑥-F (일본, 33세, 5년 6개월)
 ⑤-E (일본, 27세, 4년 1개월)
 ④-D (중국 한족, 29세, 6년 9개월)
등외 (2명)  ②-B (중국 동포, 28세, 2년 11개월)
 ①-A (중국 동포, 23세, 1년 4개월)

  여기서 먼저 가장 낮은 단계인 ‘Ⅰ등급’에 속하는 화자들은 한마디로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수준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말문이 트이지’ 않은 화자들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언어적 상호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문장 구성은 거의 단어 나열 수준이며, 또 청취 능력도 매우 낮은 단계이다. 따라서 연구자와의 인터뷰도 통역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다음의 두 사례는 ‘Ⅰ등급’에 속하는 두 화자와의 대화 예인데, <사례 1>은 태국 출신인 ⑪-K 화자의 것이고, <사례 2>는 베트남 출신인 ⑬-M 화자의 것이다.
  
  <사례 1>
(어느 나라서 오셨어요?)
“몰라요. 몰라요.”
(어느 나라서?)
“어느…….”
(필리핀에서 왔어요?)
“아니, 몰라요. <웃음> <시모를 보며> 엄마... 엄마... <웃음>”
((통역))
“쏭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말레이시아가 쏭카.”
(시어머니: ‘태국서 왔어요. 그려.’)
(쏭카가 고향이고, 어디서 왔어요?)
“어느…….”
(말레이시아에서 왔어요?)
“아니. <웃음> 아니오. 아니예요. 태국 사람.”
  
  <사례 2>
(이 집 식구 소개 좀 해 주세요. 이 집에 누구누구 살아요?)
“이 집?”
((통역))
(이 집에 누구누구 살아요?)
“누구?”
((통역))
“우리 집에 엄마, 정병일.”
(또?)
“또?”


  다음 단계인 ‘II등급’에 속하는 화자들은 일단은 ‘말문이 트인’, 그럼으로써 한국어를 약간은 할 수 있는 화자들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어의 표현 능력이 떨어져 일상적 의사소통에서 비언어적 신호(non-verbal cues)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사람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등급에 속하는 화자들은 가족의 범위 내에서는 그런대로 무리 없이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행하지만, 가족 바깥에서의 언어적 상호 작용에서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화자들의 경우 일상적이지 않은 새로운 화제(topic)에 대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데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음의 세 사례는 ‘II등급’에 속하는 세 명의 연구 대상자들과 나눈 대화의 예이다. <사례 3>은 베트남 출신인 ⑭-N 화자의 것으로, 이 화자의 한국어 능력은 이제 막 ‘Ⅰ등급’을 지나 ‘II등급’으로 넘어온 수준 정도가 될 것이다. <사례 4>는 태국 출신인 ⑫-L 화자의 것인데, 이 경우는 한국 체재 기간이 상당히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 학습이 그리 잘 이루어지지 않은 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사례 5>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S 화자의 것인데, ‘재우즈베키스탄 동포’(=고려인)로 어려서 배운 한국어에 대한 잠재적인 지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잘 발현되지 않는 사례일 것이다.

  <사례 3>
(임실에는 왜 갔어요?)
“시장에.”
(임실읍에 남편이랑 갔어요? 뭐 샀어요?)
“고기 좀 사러…….”
(무슨 고기?)
“고등어.”
(또?)
“물고기 몰라.”
(또 뭐 샀어요?)
“야채.”
(야채 이름 구체적으로 댈 수 있어요?)
“…….”
(이름은 모르고 보면 알아요?)
“네.”
(또 뭐 샀어요?)
“옷 샀어.”
(누구 옷?)
“신랑 옷.”

  
  <사례 4>
(우체국은 가신다고 그랬어요, 안 가신다고 그랬어요?)
“갔다 왔어요.”
(뭐 하러 가시죠?)
“편지 보내, 태국[에] 보내.”
(누구한테 보내요?)
“우리 엄마, 옛날에는 엄마……, 오빠요.”
(은행은요?)
“은행 가, 가요.”
(통장은 많아요?)
“통장이 없어요.”
(왜 없어요?)
“통장 많이, 신랑 돈.”
(근데 은행 가서 돈 찾고 저금하는 데 어려움은 없어요?)
“있어. 써내[써서 내야] 되잖아, 그거. 써 주세요, 아가씨. 써 주세요 그래.”
(아가씨가 많이 써내면 어떡해요?)
“아니 그것 땜이 아냐. 따는[다른] 거. 그거 돈 빼는 제가 돈은 안 빼. 돈은 카드 있잖아 빼.”
(쓰는 건 아가씨한테 해 달라고 그러고 돈은 카드로 빼요?)
“써는…… 있잖아. 써 돈은 한번 안 썼어요.”

  
  <사례 5>
(전화는 잘 받으세요?)
“예, 전화받았어요. 그 말 안 좋아해. 한국말 잘 모르잖아. 안 좋아해, 전화받는 거.”
(한국말로 전화합니까?)
“예.”
(한국말로?)
“한국말로? 아뇨. 전화받아. 어머니, 아버지 누구……. 그냥 이렇게 복흥 정라 씨 있어요?”
(전화를 받으면 누구 바꿔 달라면 바꿔 주고. 그러면 군청의 장 선생 전화 왔었죠? 우리 간다고. 그 얘기 다 알아들었어요?)
“나 알아들었어 온다고 사람. 누구세요 구창[군청] 사람 잘 모르잖아. 누구 온다고.”

  
  세 번째 단계인 ‘III등급’에 속하는 화자들은 대체로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II등급’의 화자들과는 달리, 일상적 대화에서 비언어적 신호에 의존하는 정도가 그리 높지 않으며, 또 가족 내뿐만 아니라 가족 바깥에서의 언어적 상호 작용에서도 별다른 무리 없이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행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 등급의 화자들은 친숙하지 않은 새로운 화제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담화를 구성하는 능력을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다.
  다음의 두 사례는 ‘Ⅲ등급’에 속하는 두 명의 화자와 연구자가 나눈 대화의 예이다. <사례 6>은 몽골 출신의 ⑮-O 화자의 것으로, 연구 대상자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인터넷을 통한 체계적인 한국어 학습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짧은 체재 기간에 비해 놀라울 정도의 학습 성취를 이루고 있다. <사례 7>은 필리핀 출신인 ⑧-H 화자의 것인데, 단문 중심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예가 될 것이다.
  
  <사례 6>
(시아버지는 어떻게 부르세요?)
“시아버지, 그냥 아버지.”
(아버님이라고 합니까? 아버지라고 합니까?)
“어쩔 때는 아버지 하고, 아버님.”
(어떤 때는 아버지 하고, 어떤 때는 아버님 합니까?)
“사람들 좀 많이 있으면 아버님 하고, 가족들끼리만 있으면 아버지라고…….”
(시어머니는 어떻게 부르세요?)
“그냥 어머니.”
(어머님이라고는 안 하세요?)
“어머님은 잘…….”
(안 해요?)
“응.”
(시아버지는 아버님 하는데 시어머니에게는 안 한단 말이죠?)
“까까워라고 생각하고 좀 어머니라고…….”
(엄마라고는 안 합니까?)
“가끔 좀……. 가끔 바쁘면 엄마라고 가끔 해요. 바쁠 때, 애기 좀 봐 주세요.”
(남편은 뭐라고 부릅니까?)
“그냥 자기.”
(애기 아빠도 씁니까?)
“어쩔 때는 애기 아빠라고 해요. 다른 사람들 말씀하실 때 애기 아빠라고 하는데, 애기 아빠 어디로 집에 안 계셔, 어디로 저리저리 갔을 때는. 둘이 있을 때는 자기라고 불러요. 근데 애기 낳아서 좀 자기라고 불르면, 애기 아빠 좀 싫어하는 거 같아요.”

  
  <사례 7>
(시장 가서 어떻게 하는지 한번 해 보세요.)
“만약에 신발 살 때요. 어제…… 아 언제가…… 어제 장날 장화 샀거든요, 우리 애기 아빠 장화요. 그래가꼬 그냥 ‘아저씨 장화 혹시 있으세요?’ 그랬어요. ‘있어요.’ ‘얼마예요?’, ‘만 원이에요.’ 그러는데요. ‘8천 원 하면 안 될까요?’ 그랬어요. ‘그래요, 가져가세요.’ 그랬어요.”
(8천 원 주고 사 오셨어요?)
“네, 8천 원 주고…….”
(그럼 사고 나서 그냥 돌아오세요?)
“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런 거 안 하세요?)
“아뇨, ‘많이 파세요.’ 그랬어요.”

  
  마지막 단계인 ‘IV등급’에 속하는 화자들은 대체로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달리 말하여 나름대로 ‘완성된’ 한국어의 사용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한국어는 이른바 ‘유창한’ 단계로 특징지어질 수 있으며,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장애 없이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다.
  다음의 두 사례는 ‘Ⅳ등급’에 속하는 두 화자의 발화 자료이다. <사례 8>은 일본 출신의 ⑦-G 화자의 것이고, <사례 9>는 중국 한족 출신의 ④-D 화자의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유창한 수준의 한국어를 나름대로 잘 구사함을 볼 수 있다.
  
  <사례 8>
((아이들 교육 문제에서 반일 감정 문제로 옮겨 가) 독도 문제가 불거지면 조심이 되십니까?)
“예, 많이. 그때는 <웃으면서> 남편도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나쁜 사람이 없는데요. 그래도 일본 사람 보면 감정이 있으니까……. 조심하고 행동하고요. 학교 다니고 있는 애기 엄마는 많이 걱정하고 있었던 거 같애요. 엄마가 일본 사람이니까 좀 이지메, 완[왕]따 이럴까 봐. 그러고 앞으로 우리 애기도 그렇지만, 그런 거 애기 엄마들 그런 거 있는 거 같애요. 콘[공]부시키는 것도 그렇고요. 한국에서 많이 공부 시키잖아요. 세계에서 남바 완(No. 1)이라 그러는데요. 학원도 많이 보내고, 학비도 많이, 학원비도 많이 들어가고…….”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거 보장해 주면 너무 좋겠어요. 그리고 애들이 공부시키는 거 너무 걱정이에요. 책 같은 거 보고 집에서 콘[공]부……. 애기 엄마들이 집에서 공부시키잖아요. 그러고 한국 애기 엄마들보다 비교하면 못하는 거 많잖아요. 그게 제일 걱정이고요.”

  
  <사례 9>
(얘가 유치원 다닙니까?)
“다.”
(둘 다? 어린이집입니까?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데 불편함 없습니까? 어떤 이야기합니까?)
“선생님도 애들이 유치원에 있을 때는, 어쩔 때는 애가 아프고 그런 때가 있으면 저한테 전화하거든요. 그러면 제가 ‘알았습니다. 데리고 올게요.’ 병원에 데려가요. 다른 때는 대충……. 어쩔 땐 애들 왜 안 보냈냐고 전화도 오고……. 또 뭐……. 엄마들이 무슨 회의 있어요. 언제 뭐, 정확히 시간은 없고요. 선생님이 다 전화상으로 공지를 하고 같이 모이고…….”
(나가세요?)
“나가야 되는데, 가게도 때문에 못 나가요.”
(나가셔야 되는데…….)
“나가셔야, 나가야 되는데, 시간이 우리랑 시간이 안 맞아요. 낮에는 손님과 일하고, 저녁에 거의 7시 정도 그 시간은 제가 밥을 해야 되잖아요. 애들도 먹여야 되고, 애기 아빠도 식사해야 되니까. 우리는 시간이 식사, 밥 준비 시간 밥 먹을 시간을 8시 넘고, 그럼 못 가는 거죠.”

  
  위의 Ⅰ~Ⅳ의 네 등급에 속하는 화자들은 모두 외국인 화자, 즉 모어가 한국어가 아닌 화자들이다. 이들은 혼인에 의해 한국으로 이주함으로써 외국어인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고, 따라서 상당한 수준의 능숙성에 도달하였더라도 어디까지나 모어가 아닌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배워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과는 달리 모어로서의 한국어를 어려서부터 습득한 화자들이 있었는데, 바로 중국 동포 출신의 화자들이다. 물론 이들의 한국어는 오늘날 서울 지역이나 조사 대상 지역에서 사용되는 한국어와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렇지만 이들도 분명히 한국어의 한 변이어(variety) 즉 방언 중 하나를 모어로 배워 사용해 온 사람들이므로, 순수 외국인 화자들과는 구분되는 별개의 범주 즉 ‘등외의 등급’으로 구분 짓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그리고 이들의 발화 자료는 여기서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4. 한국어 학습의 일반적 상황

  전체 연구 대상자 중 순수한 외국인 화자는 모두 17명이 된다. 그런데 이 중 약 절반인 8명이 혼인을 정하고 한국으로 입국하기 직전에 짧은 시간이나마(대체로 1개월가량) 자신의 나라에서 한국어 공부를 조금 하였다고 했다. 그런데 그 내용은 대체로 한글 읽기 정도의 수준이었던 것 같다. 또 특정 종교 단체를 통해 혼인을 한 사람들은 한국 입국 후 가정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교회에서 소위 ‘임지 기간’을 보내는데, 이 기간에 교회에서 한국어 공부를 나름대로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17명 중 6명이 이에 해당하는데, 수련 기간은 대체로 1~2개월이고, 긴 경우는 4~5개월까지 간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경우든 이들 이주 여성들이 한국어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초적인 교육 배경을 가지고 혼인 생활을 시작한 사례는 없었다. 모두가 말을 모르는 상태에서, 기껏해야 인사말과 간단한 일상 표현 정도만을 아는 상태에서, 혼인 생활을 시작하였다고 보고한다. 다시 말하여, 이들 외국인 부인들은 결혼 생활의 시작과 함께 낯선 언어인 한국어를 자신의 낯선 집에서 새로이 그것도 혼자서 배워야 하는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혼인 직후 남편이나 시부모와의 의사소통은 그야말로 ‘손짓’과 ‘눈치’만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이때에 꼭 전해야 하는 말은 사전을 찾아 상대방에게 해당 단어를 보여 주는 방식으로 [의사전달->의사 전달]을 하기도 하였다. 다음의 <사례 10>은 바로 이러한 방식의 [의사전달->의사 전달]에 대한 증언의 예이다.
  
  <사례 10>
(말이 안 통하면 어떻게 하셨어요? 처음에.)
“그때는요, 막 사…… 사전 보여 주고요.”
(사전?)
“사전을 보여 주고…….”
(누가? 신랑이?)
“에. 뭣을 하고 주면[하고 싶으면?] 살, 사전 찾아 갖고 보여 주고……. 그래요.”
(그럼 뭘 모를 때 남편이 사전 찾아서 리마이엘 보여 주고……, 리마이엘도 사전 찾아서 보여 줘요? 이게 뭐냐고?)
“에, 에.”

  
  전체적으로 이들 외국인 부인들은 (1) 남편 및 가족들에게 모르는 것을 묻고, (2) 사전 및 한국어 학습서를 기본 참고 도서로 이용하고, (3) 텔레비전의 여러 프로그램들을 시청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초보적인 학습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사람들은 (4) 어린이용 책, 주로 동화책 등을 읽으면서 자신의 언어 학습을 더 진전시키는 것으로 말하였다.
  그런데 이들의 남편 및 시부모들은 일반적으로 외국인 아내 및 며느리에게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지적, 교육적 배경을 갖고 있지 못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생활 여건도 외국인 아내, 며느리의 한국어 학습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따라서 가정 내에서의 한국어 학습은 처음부터 단편적이고 임시적인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것으로 보였다.
  연구자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들 외국인 부인들이 사용해 온 사전 및 한국어 학습서였다. 아주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이들이 사용하는 소위 ‘사전’은 모두가 단어장 수준이었으며, 또 이들이 공부하는 한국어 학습서는 거의가 여행자용 회화 소책자였다. 달리 말하면, 대부분의 이주 여성들이 자신의 모어와 한국어 단어를 간략히 대비해 놓은 단어장과 여행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편집한 회화 소책자 정도만을 가지고, 혼자서 힘들게 한국어 공부를 해 온 것이 이들의 언어 학습의 실상인 것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외국인 부인들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준 것은 텔레비전 시청이었다. 모든 연구 대상자들이 텔레비전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도 효율적인 학습 도구라는 데에 전적으로 동의하였다. 따라서 텔레비전 시청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체계적인 가르침도 없이 혼자서 외국어인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그것도 언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가 지난 성인들인데도 마치 모어를 배우는 어린이들처럼 스스로 한국 사회 속에 살면서 배워야 하는, 힘들고도 어려운 상황이 바로 이들의 언어 학습 상황인 것이다.
  
  

  5. 한국어 교육의 시급성

  혼인 이주 여성들은 한국인과 혼인하여 자녀를 낳고 한국에서 영구히 살 목적으로 이 땅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입국 후의 법률적 지위와 상관없이, 하루빨리 한국 문화에 적응하고 한국 사회에 참여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일 구성원이 되기 위한 필수적이고 기초적인 조건은 말할 것도 없이 적절한 수준의 한국어 사용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 될 것이다. 언어 사용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문화적 적응도 그리고 제대로 된 사회생활의 수행도 불가능함은 굳이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적절한 언어 사용 능력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체계적인 언어 교육이 필수적인데, 이들 이주 여성들은 지금껏 외국어로서의 한국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거의 받아 보지 못했던 것이 그간의 솔직한 현실이다. 따라서 이들 이주 여성들을 진정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첫걸음은 바로 이들에게 체계적인 한국어 학습의 기회를 폭넓게 공여하는 것이 될 것이다.
  혼인 이주 여성들을 위한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는 이들을 위한 ‘한국어 학습 교재’의 개발이고, 또 하나는 이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다. 말할 것도 없이 후자의 핵심 부분은 구체적인 ‘교육 과정’의 개발이 될 것이다. 물론 학습 교재와 교육 프로그램은 함께 준비되고 개발되어야 하겠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현장의 상황에서 더욱 시급한 것은 한국어 학습 교재의 개발인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면 이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의 목표와 성격은 어떻게 규정되어야 할까? 쉽게 답하기는 어렵겠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의 목표 및 성격과는 상당 부분 달라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은 장기간 동안 많은 시간을 투입하여 대학의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상황에 있지 못하며, 또 초보적인 언어 학습과 함께 매일 매일의 가족생활을 영위해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의 목표와 성격은 이들이 처해 있는 사회적 상황과 현실적 필요성에 맞추어 설정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잠정적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정도의 원칙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이들이 배워야 하는 언어 지식은 이론적 면에서 한국어의 문법 지식 즉 ‘언어 능력(linguistic competence)’이기보다는, 한국 사회라는 언어 공동체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언어적ㆍ문화적 지식의 총체인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ve competence)’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여, 이들은 한국어의 구조에 대한 문법적 지식뿐만 아니라 한국어의 사용에 대한 문화적 지식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넓은 범위의 한국어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들 이주 여성들은 이미 한국에서 살고 있고 종국적으로 한국인이 되고자 하는, 언어 및 문화 적응의 양면에서 ‘통합적인’ 동기 지향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한국어의 의사소통 능력이라는 언어 교육과 함께, 일상적인 생활 문화의 중요한 측면들이 통합적으로 교육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한국어에 대한 언어 교육과 한국 문화에 대한 문화 교육이 부분적으로라도 통합되어 이루어지는 방식이, 이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의 이상적 형태가 될 것으로 믿어진다.
  또 이들이 처해 있는 사회적 상황이나 현실적 필요성 등으로 미루어 보면, 이들에 대한 언어 교육의 접근법은 그야말로 ‘의사소통 중심적 언어 교수법(the communicative approach to language teaching)’이 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시 말하여, 발음이나 문법상의 정확한 수행 등에 치중하기보다는, 화용적으로 그리고 기능의 면에서 한국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즉 실제의 대화에 참여하고 일상적으로 중요한 사회적 상호 작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더욱 쉽게 길러 주는 교수법이 이들에게는 가장 적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언어 교육에서도 언어 사용의 네 기능 영역 즉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모두 교육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러 제약 때문에 이 네 기능 영역들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아마도 말하기, 듣기 교육이 읽기, 쓰기 교육보다는 우선적인 중요성을 지닐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이유는 이들의 일상생활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영역은 ‘글로 하는 담화’이기보다는 ‘말로 하는 담화’의 영역일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덧붙인다면, 이들 국제결혼 이주 여성들에게 잘 준비된 학습 교재와 교육 프로그램으로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그럼으로써 그들에게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될 첫 문을 열어주는 것은, 이 시대에 그들과 함께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가 행해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책무일 것이라는 점이다.


| 참고 문헌 |

설동훈 외(2005), “국제결혼 이주 여성 실태 조사 및 보건·복지 지원 정책 방안”, 서울: 보건복지부.
왕한석 외(2005), “국제결혼 이주 여성의 언어 및 문화 적응 실태 연구: 전라북도 임실군 (및 순창군·남원시) 일원 사례 보고서”, 서울: 국립국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