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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의 국어능력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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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정보화 시대의 영어교육과 국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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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영어 공교육 강화와 한국어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영어교육과 국어교육

이창덕·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Ⅰ. 머리말

  얼마 전 대도시 한 초등학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수업 시간이 시작되고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셨는데도 아이들은 여전히 떠들고 장난치면서 수업 준비가 되지 않았다. 반장이 일어서서 전체 인사를 했지만 몇몇 아이들은 계속 떠들고 있었다. 선생님이, 등을 돌리고 뒷자리 아이와 계속 장난치고 있는 아이의 이름을 불렀으나 반응이 없었다. 선생님이 다시 “○○○, 선생님이 부르는 소리 안 들리니?” 했더니 그제야 그 학생은 선생님을 향해서 고개를 돌리면서 “미(Me)?” 했다. “선생님이 네 이름을 몇 번이나 불렀는데 못 들었어?” 하니까 못 들었다는 뜻으로 양어깨를 추어올리며 입을 삐죽했다는 것이다. 국제화 시대 조기 영어교육 열풍이 불고 있는 이즘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다. 세계화, 개방화 흐름이 빨라지고 국민 소득의 70% 이상을 무역으로 벌어들이는 우리나라에서 세계어로 통하는 영어를 배우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영어를 배우려고 애를 쓰는 동안 국민들의 영어 소통 능력과 국제 감각은 좋아졌지만 정체성과 가치관의 혼란, 국어교육의 위축, 사교육비 급증, 계층 간의 교육 격차와 갈등 심화 등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새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발표 이후 영어교육 관련 쟁점들을 살펴보고 영어 공교육 강화 시대에 국어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영어와 한국어의 관계와 위상,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영어를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여러 요인들을 고려하여 영어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영어교육과 관련해서 국어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Ⅱ.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영어교육과 국어교육

1. 한국인에게 영어는 무엇인가

  잘 알다시피, 19세기 말까지 한국 사람은 한문 이외에 외국어를 잘할 필요가 없었다. 필요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한문 이외에 다른 외국어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지식과 정보는 중국을 통해서 전수받고 한문을 잘하는 사람은 당시 사회에서 불편이 없었고, 지도자로 인정받으면서 살 수 있었다. 한문 이외에 다른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종교적 이유나 무역 업무 종사 등의 이유로 외국인을 접하는 극히 일부 사람들뿐이었다. 20세기 들어서서 일본이 우리 정치, 역사, 문화에 적극 개입하고 한반도를 강점까지 하면서 일본어가 일시적으로 가장 중요한 외국어가 되었었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이 세계 지도국으로 부상하고, 미군정 시대와 6․25 동란을 거쳐 한미 동맹 시대를 맞이하면서 영어가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외국어가 되었다. 미국에 유학을 다녀오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한국에서 실력 있는 지도자로 인정받고 부와 명예와 권력을 차지할 수 있었다. 국비 유학생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 가서 박사 학위를 받아오거나, 미군 부대 등에서 외국인들을 만나 영어를 익히고, 그런 연고로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고 돌아오면 귀한 인재로 대우받고, 실제로 지도자의 위치에서 일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까지는 한국에서 미국이나 영국 등 영어권 나라로 유학을 가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당시 한국의 경제 형편으로 개인이 외국에 가서 유학하고 학위를 받고 오기는 여간 귀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제한은 나중에 해외여행이나 유학이 자유화되었을 때 잠재적 폭발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1990년대에 이르러 세계적으로 정보화, 세계화 물결과 함께 한국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해외여행과 해외 유학이 자유로워지자 해외 영어 연수나 외국 유학을 떠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영어 열풍은 모든 계층과 지역을 휩쓸고 이제는 정부도 이를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정부에서 2007년 영어 사교육에 우리 국민이 지출한 비용이 국가 전체 교육 예산의 절반 가까이 되는 15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할 정도이다. 실제 우리 국민이 영어와 관련해서 지출한 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엄청난 비용도 문제이지만 영어 열풍은 이제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그런데도 영어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이제,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는 영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라고 말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녀의 유학이나 영어 실력 향상에 돈을 들이는 것은 자녀들을 위한 가장 확실한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되었다. 새 정부에서 공교육에서 영어교육을 강화하고 영어 사교육의 문제점을 바로잡겠다고 발표하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영어 공교육이 잘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한편은 영어 사교육 열풍을 더욱 부채질하고, 경제력 차이에 따른 영어교육의 수준 차이를 더욱 벌어지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21세기 세계사의 흐름에서 한국의 정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영어를 외면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영어는 세계 거의 모든 나라 사람이 만나서 교류하는 세계 소통의 국제어가 되었다. 프랑스 등 언어적 자존심을 강조하던 나라도 최근에 공교육에서 영어교육을 강화하고, 심지어 원수의 나라라고 미국을 미워하던 북한까지도 얼마 전부터 영어를 정규 학교에서 가르치기 시작했다. 현재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고, 첨단 과학, 의학 등 세계 발전의 핵심인 기술 정보들이 대부분 영어로 기록되고, 인터넷 정보도 대부분 영어로 소통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영어는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영어교육 열풍 현상에 대해서 짚어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한국인의 삶에서 정말 영어가 현재와 미래에 그렇게 중요한가, 만약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영어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정체성과 국어교육 혼란과 약화, 사교육과 계층 갈등 심화 등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 등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먼저, 한국에서 한국인에게 영어는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따져보아야 한다. 엄밀히 말해서 영어는 한국인에게 모국어가 아니라 외국어이다. 과거 수천 년 동안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분명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현재 한국의 국가 경쟁력과 한국인 개인의 사회적 성공에 영어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영어는 어디까지나 외국어다. 우리 아이들이 국어를 습득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고, 국어를 약화시키는 영어라면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 현재의 영어교육은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일부 그릇된 유학생 부모처럼 아이가 자라면서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집에서도 영어를 사용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영어가 개인의 성공에 중요해 보이더라도 국어를 배우고 쓰지 못하게 하면서까지 자녀들이 영어를 잘 배우게 해서는 안 되며, 또 한국과 한국어를 모르고 영어만 잘하게 해서는 안 된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영어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한국인의 삶에서 영어가 국어를 대체할 수 없고, 또 한국인의 삶의 성패가 영어에 의해 좌우되도록 내버려 둬서도 안 된다. 영어교육을 강조하는 사람은 정보화, 세계화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말하지만 국가 경쟁력은 영어 실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만난 사람 가운데 한국과 한국어를 제대로 모르면서 영어만 잘하는 사람이 제대로 국제적 역할을 잘 해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세계 역사를 보아도 자신의 언어를 가지지 못한 나라가 세계 역사의 중심에 선 적이 없었다. 또 현재도 여러 가지 이유로 자기의 고유어를 두고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치고 세계 지도 국가가 된 나라가 없다. 현재 아무리 영어가 중요하고, 사회적 성공을 위해 필요하다 하더라도 한국인은 한국어를 제대로 습득하고, 구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고려할 것은 영어 이외에 다른 외국어도 잘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 한국 사람이 세계의 다양한 국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상호 이익을 도모하려면 영어 이외에도 다양한 외국어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 ‘국제연맹’에서 불어가 제1 국제회의 언어로 사용되다가 불과 20여 년 후에 ‘국제연합’에서는 영어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는 점은 현재 영어교육 일변도의 경향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현재 영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나라들은 영어의 지위가 유지되거나 더욱 강화되도록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고, 현재도 그 지위를 이용해서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50년 뒤에도 100년 뒤에도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세계의 정치, 경제의 판도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컴퓨터 관련 정보산업의 급격한 발달로 영어를 굳이 잘하지 않아도 국제 활동이 가능한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여 다양한 외국어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은 영어 잘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어느 사회든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2. 왜 영어를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한반도에서 수천 년 동안 영어 없이 살아오던 한민족에게 왜 21세기에 들어서서 갑자기 영어가 이다지 중요해지고 영어교육에 이토록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게 되었는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과 영어교육에 대한 찬반은 극명하게 갈라진다. 
  한국에서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영어를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국가 차원에서 21세기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민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 소통이 영어로 이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국제적 활동에서 소통에 지장이 없는 이른바 글로벌 인재가 많을수록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둘째, 개인 차원에서 세계화, 정보화된 사회에서 직업 선택과 사회적 활동의 범위를 넓혀서 성공적인 삶을 살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기성세대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영어 소통이 어려워서 당했던 불이익을 생각하고, 또 주변에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자식들을 영어 하나는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많다. 이런 주장은 아주 강력한 설득력이 있고, 현재의 영어교육 열풍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조기 영어교육 등 영어교육 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영어교육 강화로 학습자들의 학습 부담과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 영어에 편중된 교육은 학습자들의 인성을 고르게 발달하지 못하게 하고, 사교육 심화로 경제적 빈부 차이가 학업 능력의 차이를 유발하게 함으로써 빈부 간, 도농 간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둘째, 조기 영어교육을 강화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영어 사용이 늘어나면 우리 국어를 약화시키고 우리 언어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민족 정체성 약화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영어를 배워야 하는가,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개인에 따라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모든 한국 사람이 같은 이유로 영어를 배우고, 영어를 잘해야 할 필요는 없다.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국가적으로 영어 등 외국어 능력을 갖춘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필요하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영어를 배울 때는 영어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영어를 배워서 그 영어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개개인의 목적의식이 분명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영어를 위한 영어교육에 몰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유학을 보낸 학부모에게 왜 어린 자녀를 유학 보냈느냐, 장차 무엇을 전공시킬 것이냐고 물으면 전공은 모르겠고, 외국 유학을 다녀오면 영어 하나는 잘할 것 아니냐고 대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영어 하나를 위해 투자하는 노력, 시간,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허황하고 비효율적이다. 한국 안에서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경우도 왜 영어를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상급 학교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서 영어를 공부한다고 답한다. 그들이 상급 학교에 영어 관련 학과로 진학하는 것도 아니고, 취업을 해서 영어로 업무를 취급하는 것도 아닌데, 단지 진학과 취업 자체만을 위해서 영어에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한국에서 영어 실력을 기준으로 개인의 능력을 측정하려 하고, 실제 영어 사용과 상관없이 영어 실력 하나로 진학, 취업, 승진, 급여까지 결정되는 것은 분명 영어 거품이고 현재 한국 사회의 병폐이다. 한국 사회가 최근에 만들어 놓은 영어 만능 풍조가 빚어낸 영어 과대평가의 그릇된 현상이다. 국어로 자기소개서 하나 작성하지 못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제대로 발표도 못하는데 학생들은 많은 시간을 영어 공부에 매달리고, 정부는 각급 학교 교육과정에서 영어 시간을 대폭 늘리고, 부모들은 해마다 수십조 원의 돈을 영어 사교육에 쏟아 붓는 것은 비효율과 낭비가 이만저만 아니다. 또 쇠고기 사태에서 보듯이 정작 필요한 전문 분야의 영어 실력가가 없어서 국가적 손해와 망신을 당하면서도, 온 국민이 생활 영어 회화를 잘하도록 하겠다고 영어교육 목표를 정하는 것은 목표 설정이 잘못되었다. 전문 영역마다 해당 분야의 영어 실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되 생활 회화보다는 고급 정보를 읽고 쓸 수 있는 인재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 또 각 전문 영역에서는 영어 능력과 상관없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을 남겨 두어야 한다. 김덕수 사물놀이 패는 영어와 불어 실력에 상관없이 구미 각국에서 성공적 공연을 하고 한국 예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았고, 박동진 명창은 영어 한마디 없이도 유럽 공연에 성공하고 극찬을 받았다. 
  정부와 교육계, 산업계는 모든 영역에서 영어로 인재를 뽑으려는 현재 정책을 버리고, 다양한 잣대로 인재를 선발하도록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영어 하나만 잘하면 모든 성공이 보장되고, 영어 못하면 다른 것을 아무리 잘해도 성공하기 힘든 제도와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국가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된다. 전문 분야의 실력도 있고, 영어도 잘하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우리 한국어는 원천적으로 영어와는 너무나 다른 유형의 언어여서 외국에서 공부하지 않은 한국 사람이 영어를 잘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학습자의 학습 부담과 부모들이 투자하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모두 외국 유학을 시킬 수도 없고,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영어와 전공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개인은 무리해서 자식을 외국에 유학 보내고 정부는 국어교육을 포기하고 영어 몰입 교육을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부작용이 많고 교육의 질적 수준을 현격히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양쪽을 다 잘하려고 하면 수륙양용, 양수겸장과 같은 대단한 장점을 갖출 것으로 보지만 실제 개구리 같은 양서류는 물에서도 뭍에서도 최고의 경쟁력과는 거리가 멀다. 거듭 말하지만, 영어를 배워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하고, 그 무엇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도록 해야지 영어 자체가 목적이 되는 영어교육, 전공에 상관없이 영어를 잘하기 위해 유학 가는 식은 곤란하다. 영어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기 전문 영역의 최고인 사람이 경쟁력이 있지, 영어는 잘하지만 전문 영역의 실력이 없는 사람은 경쟁력이 없다.

3. 어떻게 영어를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한국 사람이 영어를 배우고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는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언제부터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영어를 배우고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교육 정책들에 대해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언제 영어를 배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 1997년부터 정부는 종래 중학교부터 가르치던 영어를 초등학교 3학년부터 가르치기 시작하고, 지난 정부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까지 영어교육을 확대할 것인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조기 영어교육과 영어교육 확대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사람은 초등 영어교육 10년 동안 초등학교 아동들의 영어 능력과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향상되었고, 정체성과 국어교육에도 별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긍정적 영향이 있으며, 사교육비 증가나 학습자 부담의 가중과 같은 부작용이 무시해도 좋은 정도라고 주장한다.1) 조기 영어교육과 영어교육 확대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지나친 사교육 조장과 그에 따른 부담, 지역과 계층 간 불평등 심화, 정체성의 혼란, 국어교육에의 악영향 등 부작용이 심하고, 영어교육에 들인 시간과 돈의 투자에 비해 효과가 너무 낮다고 주장한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언제 영어교육을 시작할 것인가, 조기 영어교육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아직 없다. 다만, 언어를 연구하고 국어교육을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조기 영어교육과 영어 공교육 강화에 관한 의견을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싶다. 
  첫째, 모국어를 제대로 습득하기 전에 영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부작용이 더 크므로 신중해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학자들 간에 견해가 다르지만 모국어를 제대로 배우기 전에 외국어를 집중적으로 배우게 하는 것은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세다. 
  둘째, 조기 영어교육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정규 학교 교육에서 영어교육 시간을 갑자기 늘리는 것은 안 된다. 정규 학교 교육과정에서 영어를 강화한다고 다른 교과 시간을 줄이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영어 몰입 교육 역시 문제가 많다. 우리말로 기초 개념을 습득하기도 전에 영어로 각 교과 영역의 기초 개념들을 익히도록 하는 것은 모국어 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동들이 영어를 접하는 시간을 늘리고 영어 환경에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서는, 정규 학교 수업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KBS 등 공영 방송 체제를 바꾸어 영어로 송출하는 KBS3과 같은 채널을 새로 만들어 KBS1 방송을 동시에 영어로 내보내고, EBS 등의 어린이 영어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영어로 된 만화 프로그램 등은 한국어로 더빙할 것이 아니라 영어․한글 자막을 처리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영어교육을 1, 2학년까지 확대하고 영어 시간을 일주일에 한두 시간 늘린다고 하더라도 개별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영어로 듣고, 말할 기회가 거의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방식은 영어 사교육만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영어 사교육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영어 시간을 늘릴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일상에서 영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방송, 인터넷상의 영어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다양한 영어교육 콘텐츠를 개발해서 그것만으로도 어느 누구나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셋째, 영어 능력을 대학 입시와 취업 시험에 직접 연계시키는 것은 안 된다. 국제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학교 성적을 올리고, 상급 학교 진학을 하고, 취업하는 데 영어가 주로 사용되도록 해서는 실질적인 영어 실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모든 입시에서 영어 능력이 당락을 결정하는 결정적 변수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영어 능력 점수는 직접적으로 영어에 관련되는 학과에서만 반영하도록 하고, 나머지 학과는 기본 능력만 갖추면 영어 실력이 합격 여부에 관계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본 능력 시험은 정규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만으로 충분하게 해야 한다. 영어 사교육 없이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한 스스로의 학습만으로 학교 교육을 보충할 수 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통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은 실생활에서 쓸모없는 영어교육, 학생들이 틀릴 수밖에 없는 시험 문제를 연구하는 영어교육이 중요한 원인이다. 현재의 입시 제도와 취업 시험 제도에서 영어를 반영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누가 영어를 가르쳐야 하는가? 현재는 영어 교사 자격을 갖춘 한국인 영어 교사와 영어 원어민 교사가 영어를 가르친다. 정부는 앞으로 초등학교 1학년까지 영어교육을 확대하고, 영어 몰입 교육을 실시한다고 하면서 교사 연수를 하고, 원어민 교사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교과 내용을 영어로 가르치는 능력은 단기간의 연수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정부에서 내놓은 영어 교사 연수 방안은 막대한 예산만 낭비할 가능성이 많다. 현장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단기간의 연수를 받은 후에 국어를 제외한 모든 교과 내용을 가르치도록 하는 것은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고, 아동들이 국어를 제대로 배울 기회를 박탈하는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또 국가가 교사 자격을 관리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영어 원어민을 자격 검증도 없이 수백, 수천 명 정규 학교 교사로 투입하는 것은 엄청난 외화의 낭비이며, 교사 양성과 임용의 원칙을 영어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어 몰입 교육은 일부 시범학교에서 운영해 보고, 그것을 감당할 교사들은 단기 연수가 아니라 장기 양성 계획을 세워 양성한 후에 점차적으로 각 학교에 배치되도록 해야 한다. 준비도 없고 기초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영어교육을 확대하고, 몰입 교육, 원어민 강사 배치 등의 무리한 일을 벌일 것이 아니라 장기 계획을 세워 영어 교사를 육성하고, 외국인 강사도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국가 책임으로 일정 기간 훈련을 거친 후에 교사로 임용하도록 해야 한다.

4. 영어 공교육 강화 시대에 국어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일반 백성들은 국어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고, 지도자들은 자기들만 한문을 배워 문서 생활을 하면서 위세를 부리고, 서민들이 사용하던 우리말과 글은 그런 한문의 위세에 눌려서 ‘언문’, ‘암클’ 등의 이름으로 홀대받아 왔다. 20세기 들어 일제 강점기에 민족 각성 운동의 하나로 우리말, 우리글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운동, 즉 독립 운동 차원에서 한글 사랑 운동이 일어나고 민간 차원에서 국어사랑, 국어교육 운동이 일어났지만 국가 차원의 국어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해방이 되어 독립이 되면서 국어교육은 비로소 국가 차원에서 기초가 마련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각급 학교에서 국어는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다루어졌고, 국어 연구와 교육은 애국애족 운동의 하나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20세기 말에 와서 세계화, 정보화 흐름과 함께 영어교육 열풍이 몰아닥치면서 국어 과목은 시간을 줄여도 괜찮은, 줄여야 하는 과목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각 대학에서 교양 강좌로 개설되어 있던 <대학 국어>, <대학 작문>, <교양 화법> 같은 국어 강좌들이 줄줄이 폐강되고 대신 그 자리를 <영어 회화> 등 영어 관련 과목이나 <생활과 컴퓨터> 등 컴퓨터 관련 과목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영어와 컴퓨터 관련 과목을 새로 개설하거나 늘리면서 국어 시간을 줄였다. 이제 더 이상 애국애족 운동의 하나로 국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어졌다. 영어 사교육과 해외 유학 등 영어교육 열풍 시대, 정부가 공교육에서 국민 영어교육을 책임지겠다고 공언하는 시대에 국어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국어교육 담당자뿐 아니라 전 국민이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첫째, 국민의 국어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영어가 아무리 중요해도 일제 말기처럼 한국어 사용을 금지하고 국민 모두 영어로 듣고, 말하고, 읽고, 쓰게 할 것이 아니라면 국민의 국어 인식을 새롭게 해야만 한다. ‘국어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국어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국어 발전과 국어 문화 창조에 이바지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기르는 것’이2) 국가 교육과정의 문서 내용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언어생활에서 실제로 나타나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국어 교육과정에 배정된 시간은 선진 각국에 비해 현저히 적은데도3) 불구하고 최근 정부들은 영어 시간을 늘리면서 국어 시간을 줄이는 정책을 펼쳐왔다.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로 사용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국어 능력이 실제 생활에 반영되게 해야 한다. 국민들의 국어사용에 관한 세밀한 기초 조사를 체계적으로 실시해서 국어 기초 자료를 만들고, 그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가지고 올바른 국어 이해와 사용이 왜 중요한지, 그렇지 못할 때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설명해서 모국어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조차 국어 발음이 틀려도, 어휘 선택을 잘못해도, 문법이 틀려도, 어법이 어긋나게 말하고 글을 써도 용납이 되고, 영어는 철자 하나만 틀려도 큰일로 여기는 분위기에서 국어와 국어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국가 차원에서 국민들의 언어 사용에 관한 기초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을 토대로 국가 언어 정책과 언어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우리도 국어를 바로 세우고 국어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국어사용에 관한 기초 자료들을 만들고 그것을 토대로 국어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인식 전환과 함께 국어 조사와 연구에 획기적 투자를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영어 공교육 강화와 함께 국어교육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영어 능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듯한 현재의 분위기에서는 과거 한문에 눌려서 우리말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말과 글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생활에서 우리말로 표현된 것은 저급하고, 영어 등 서구어로 되어 있으면 고급처럼 인식하는 잘못된 국민 의식은 이미 그 도를 넘어섰다. 고급 화장품 이름을 외국어로 해야만 잘 팔린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최근에는 아파트 이름들이 ‘○○빌’, ‘○○스테이트’, ‘○○팰리스’ 등으로 바뀌고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물건이나 시설들에도 영어 이름들을 붙이는 현상들이 일반화되고 있다. 국어를 이같이 홀대하는 인식을 바꾸고, 국어교육을 제대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획기적 조치들이 필요하다. 국어 기본법의 세부 시행령을 정비해서 국어 기본법을 어긴 단체와 기관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고, 각종 국가 자격시험에서 국어 능력을 예비 시험으로 평가하는 등 새로운 제도의 시행이 필요하다. 대학 입시뿐만 아니라 공무원 시험, 국가 자격시험을 치르기 전에 국어 능력 시험을 먼저 치르도록 하고 각 영역의 기본 능력이 수준 이하인 사람에게는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시험을 응시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하위 영역을 분리하고, 국어의 각 영역 별로 국가 차원의 평가 문항을 만들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영어의 토익, 토플, IELTS와 같은 국어 능력 인증 시험 제도를 만들어 국가 자격 취득에 제한을 두는 등의 제도도 생각해야 한다.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영어교육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면 그에 비례해서 국어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가르치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셋째, 국제어로서 한국어의 위상을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영어를 배워서 국제사회에서 소통 능력을 강화하는 만큼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워서 우리와 소통하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현재도 정부에서 외국어로서 한국어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어 연구와 교육 관련 업무를 하나로 통일하고, 집중 지원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한글의 우수성을 이용하여 문자 없는 민족들에게 그들의 언어를 한글로 기록하도록 지원하는 일도 필요하다. 한국의 경제력의 확장과 더불어 한국어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한국어의 세계화에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한국에서 유학하고 싶은 외국 학생들을 적극 유치하고, 그들이 한국어를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Ⅲ. 맺음말

  세계화되고 개방화된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이제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다시 말해, 세계어가 된 영어를 배우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우리 국민의 영어교육이 과열되고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도 영어를 전혀 가르치고 배우지 않겠다는 국가 정책을 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이 시점에서 한국이 국가 차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배우면서 영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인가를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 국민 각자의 필요에 따라 영어를 배우되 효과적으로 영어를 배우고, 국어와 민족 정체성을 해치지 않고, 영어가 국민 위화감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공교육에서 영어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어교육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그에 따른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정부는 조급한 정책을 시행하려고 하다가 실책을 범하기 쉽다. 영어를 효율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면서도 현재의 영어교육의 과열 현상을 진정시키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정부를 비롯한 영어교육, 국어교육 관련 단체들은 지혜를 모으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현재의 영어교육과 국어교육을 관련지어 정부가 교육정책을 세워 시행할 때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유념했으면 한다. 
  첫째, 영어교육은 국어교육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교육 현장에서 영어는 모국어, 제1 언어가 아니라 하나의 외국어로 다루어야 한다. 영어 교육을 시행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국어 습득을 방해하거나 국어의 위상을 해치는 정책을 함부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 둘째, 영어교육을 학교 교육에서 모두 해결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영어교육 효과를 위해 국어로 이루어져야 하는 국민 교육의 기초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초등 영어교육 확대, 영어 몰입 교육 시행 등은 국어 발전과 국민 정체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영어 방송이나 인터넷 영어 사용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전 국민이 영어 사용에 좀 더 익숙해지도록 하고, 학교 교육에서는 오히려 국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생활 영어를 잘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각 전문 영역에서 영어 능력이 아주 우수한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셋째, 영어교육의 강화와 함께 국어의 위상을 높이고 국어교육을 강화하는 획기적 조치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 국민의 국어사용 실태 조사, 국어 능력 인증제 실시, 외국어로서 한국어 교육 강화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재정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21세기 말에는 한국어의 위상이 더욱 확고해져서 당당한 국제어의 지위를 확보하고, 영어와도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되기를 소원한다. 우리 모두 그렇게 되도록 노력을 기울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