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
‘낯설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이 말을 쓸 때는 “~가 매우 낯섭니다.” 하고 말합니다. 여기서 ‘낯섭니다’가 맞는 말인가요? 아니면 ‘낯섦니다’가 맞는 말인가요?
(박수인,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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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현재 계속되는 동작이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나타낼 때,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용언의 어간 뒤에는 ‘-습니다’를,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이나 ‘ㄹ’ 받침인 용언의 어간 뒤에는 ‘-ㅂ니다’를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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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
먹다/먹습니다
있다/있습니다
좋다/좋습니다
기쁘다/기쁩니다
사다/삽니다
갈다/갑니다
놀다/놉니다
둥글다/둥급니다 |
‘낯설다’는 어간이 ‘ㄹ’ 받침으로 끝나므로, ‘ㄹ’ 받침인 용언의 어간 뒤에 오는 어미 ‘-ㅂ니다’가 붙는데, 최종적으로 ‘낯섭니다’와 같은 형태가 됩니다. 이것은 용언이 활용할 때 어간의 끝 ‘ㄹ’이 줄어지면 줄어지는 대로 적는다는 <한글 맞춤법> 제4장, 제2절 어간과 어미, 제18항 규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즉, ‘낯설-’ + ‘-ㅂ니다’에서 ‘설’의 ‘ㄹ’이 먼저 줄고 그 뒤에 ‘-ㅂ니다’가 결합하기 때문에 ‘낯설읍니다’가 아닌, ‘낯섭니다’가 되는 것입니다. ‘낯섦니다’는 ‘[낟썸니다]’로 발음되는 것을 잘못 유추해 ‘ㄹㅂ’을 ‘ㄹㅁ’으로 쓴 오표기입니다.
물음>>
의성어가 다르다고 해서 틀린 말은 아니지요? ‘삐약삐약’ 병아리 울음소리 같은 거 찾아보니까 ‘삐악삐악’이라고 나왔던데 ‘삐약삐약’이라고 써도 틀린 건 아니겠죠? 나라마다도 똑같은 동물 울음소리도 다 다르게 표현하는데 ‘멍멍’, ‘왈왈’, ‘웡웡’ 표현할 때 그냥 다 다른 거겠죠? 그리고
의태어 중에서요, “입에 쏙 넣다”를 “입에 쏘~옥 넣다” 이렇게 써도 되나요?
(이나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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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현재 ‘삐약삐약’은 제주나 평북 지역 등에서 쓰이는 방언으로 조사되어 있습니다. ‘병아리가 계속 약하게 우는 소리’를 흉내 내는 말의 표준어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삐악삐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꼭 사용할 수 없는 말인 것은 아닙니다. 특히 방언을 포함하여 의성어나 의태어에는 같은 의미를 뜻하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 언어생활에서 국어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언어의 본질이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 있고, 이러한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위해 표준어가 존재한다는 취지를 생각해볼 때, 표준어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것이 국어원의 입장입니다. 표준어 사정은 당시에 가장 널리 일반적으로 쓰이던 말을 기준으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겪는 성질도 있어 현재에는 ‘삐약삐약’이 ‘삐악삐악’보다 더 인지도가 높을 수 있고, ‘삐악삐악’과 ‘삐약삐약’의 경우에는 의사소통의 원활한 진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크게 차이가 나는 말이 아니므로 이러한 의성어․의태어는 엄격하게 ‘표준어’의 잣대를 들이대 시정을 권고할 만한 말이기보다는 국어 생활의 풍부함을 위해 용인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의성어․의태어라고 하여 모든 말이 이와 같이 생각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쏙’은 의태어인데, 언어를 사용할 때 어감을 살리기 위해서 ‘쏘옥~’과 같은 형태로 표현해 보고 싶을 수 있습니다. 다만 사전에서 ‘쏘옥’의 예를 제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쏘옥~’으로 표기하기 위해서는 이 말이 현재 널리 쓰이고 있어 ‘쏘옥’으로 써도 그것이 어떤 모양을 설명하는 말인지, 기호 ‘~’가 가리키는 의미가 무엇인지 등의 문제가 모든 언중이 이해할 수 있을 만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입니다.
정리해보면, 언어라는 것이 ‘언중의 약속’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 표준어에 대한 논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의성어․의태어가 소리나 모양을 흉내 내는 말이므로, 표준어의 형태가 아니라고 해도 일반적인 통념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는 정도이고, 어느 누구와의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다면 이를 강력하게 제재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편, 같은 대상의 소리나 모양을 흉내 내는 말이 각 언어마다 다른 이유는 각자 모국어 화자가 가지고 있는 내적인 언어 체계(지식)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언어의 표기 형태와 의미는 서로 필연성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자의적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보는데, 예를 들어 영어와 한국어, 중국어에서 개가 짖는 소리를 각기 다른 형태로 표현하는 것으로부터 이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영어, 한국어, 중국어의 음소 체계, 즉 자음과 모음의 구성 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이 세상의 물리적인 소리를 받아들이는 틀도 각기 다르게 가지고 있으며, 그 때문에 개가 짖는 소리를 ‘바우와우’, ‘멍멍’, ‘왕왕’ 등으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지, 소리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기분에 맞게 묘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저 강아지가 ‘바우와우’ 하고 짖는 소리를 들었어?”라고 이야기할 때 ‘바우와우’의 의미가 상대방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이렇듯
언어는 그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사전에서도 의성어․의태어를 포함해 표준어로 실은 것입니다.
물음>>
사극에서 ‘봉녿방’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보았습니다. 장소를 뜻하는 것 같은데 어디를 이르는 말인가요? 바른 표기는 무엇인가요?
(구혜영, 안양시 금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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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사극의 대사에서 사용된
‘봉녿방’의 바른 표기는
‘봉놋방’입니다.
바깥채는…색시를 곁붙여 술을 마시는 작은 술 방 세 개와 장돌림이나 길손을 받는 봉놋방이 나란히 붙어 있고…….
- 김원일, 불의 제전- |
봉놋방은 위 예문에서 보는 것과 같이 주막의 여러 방 중에 가장 큰 방으로 장돌림이나 길손 여럿이 한데 모여 자는 방을 이르는 말입니다. 묵는 사람과 형식에 따라 그 방의 이름을 달리 부르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예로 ‘화촉동방’이 있습니다. 첫날밤에 신랑 신부가 자는 방을 ‘화촉동방’이라고 하는데 이 말도 묵는 사람과 특별한 의미가 어울려 지어진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음>>
어문 규정을 살펴보다가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한글 맞춤법 제23항에 보면 ‘부스러기’가 예로 나와 있는데, 규정에 따르면
‘부스럭이’가 되어야 맞지 않나요?
(김채린,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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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부스러기’가 바른 표기입니다.
한글 맞춤법 제23항 다만 규정을 보면, ‘-하다’나 ‘-거리다’가 붙을 수 없는 어근에 ‘-이’나 다른 모음으로 시작되는 접미사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은, 그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예로 제시된 ‘부스러기’는 ‘-하다’나 ‘-거리다’가 붙을 수 없는 어근입니다. 사전에는 부사 ‘부스럭’과 ‘부스럭거리다’, ‘부스럭대다’, ‘부스럭하다’가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부스러기’와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없습니다.
‘부스러기’는 잘게 부스러진 물건, 쓸 만한 것을 골라내고 남은 물건, 또는 하찮은 사람이나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단어의 의미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부스러기’는 ‘부스럭거리다’란 의성어와는 무관한 것입니다. 그래서 ‘부스러기’처럼 원형을 밝히지 않고 적도록 한 것입니다.
물음>>
표준어 규정 제1항의
‘교양 있는’이라는 표현은 무슨 뜻인가요?
(김진아, 수원시 권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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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 ‘중류 사회’였던 것을
‘교양 있는’으로 바꾼 것입니다. 이는 표준어를 잘 사용하는 사람이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다.
표준어는 국민 누구나가 사용하는 공용어입니다. 표준어를 익혀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공적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것이며 필수적인 소양이기에 이를 교양으로 삼았으며 표준어를 잘 구사하는 것은 교양의 수준을 넘어 국민이 갖추어야 할 기본이기에 제1항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음>>
저는 평소에 ‘집을 지어’라는 표현에서 ‘지어’를
[지서]로, ‘개가 짖어’라는 표현에서 ‘짖어’를
[지서]로 발음하는데 이게 편하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제 발음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 건가요?
(배옥현, 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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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집을 지어’에서 ‘지어’는 [지어]로, ‘개가 짖어’에서 ‘짖어’는 [지저]로 발음하셔야 합니다.
먼저, ‘집을 지어’라는 표현에서 ‘지어’는 ‘짓다’를 활용한 형태입니다. 한글 맞춤법 제18항에는 어간이나 어미의 형태가 예외적인 형태로 결합하는 용언에 대한 내용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짓다’는 어간 끝 ‘ㅅ’이 줄어질 경우 준 대로 적는다는
원칙에 따라 ‘지어’로 표기하고 [지어]로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으로, ‘개가 짖어’ 같은 경우 ‘짖어’는 ‘짖다’를 활용한 것입니다.
‘짖다’는 규칙 활용
용언입니다. ‘짖어’, ‘짖으니’, ‘짖는’ 등으로 활용합니다. 이때 ‘짖어’의 발음은 [지저]가 되는데, 표준 발음법 제13항의 내용을 근거로 들 수 있습니다.
표준발음법 제13항에서는 홑받침이나 쌍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제 음가대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연음’입니다. 즉, ‘짖어’는 받침 ‘ㅈ’이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가게 되어 [지저]로 발음되는 것입니다.
물음>>
요즘 신문과 방송에서 소고기 수입 관련 보도를 자주 접하는데요, 여기에서 표기에 의문이 생겼습니다. 어떤 신문에서는 ‘소고기’라고 쓰는데, 방송 뉴스에서는 ‘쇠고기’라고 합니다. 원래 ‘소고기’가 바른 표기 아닌가요? 만일, ‘쇠고기’도 맞다면 ‘소달구지’도 ‘쇠달구지’라고 해야 하나요?
(임현정, 서울시 강남구 개포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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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소고기’, ‘쇠고기’
둘 다 맞습니다.
흔히 ‘소고기’가 맞고 ‘쇠고기’는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만, ‘소고기’, ‘쇠고기’는 복수
표준어로 인정되는 말입니다.
표준어 규정 제18항에서는 복수 표준어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발음이 비슷한 두 형태가 있을 때 이것의 발음 차이가 일반적인 음운 현상으로 설명되고 사용 빈도가 비슷하면 둘 다 표준어로 인정한다는 규정입니다.
제18항 다음 단어는 ㄱ을 원칙으로 하고, ㄴ을 허용한다.
ㄱ |
ㄴ |
비고 |
네 |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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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 |
소- |
-가죽, -고기, -기름, -머리, -뼈 |
괴다 |
고이다 |
물이~, 밑을~. |
꾀다 |
꼬이다 |
어린애를~, 벌레가~. |
쐬다 |
쏘이다 |
바람을~. |
죄다 |
조이다 |
나사를~. |
쬐다 |
쪼이다 |
볕을~. |
‘쇠-/소-’에서 ‘쇠-’는 전통적 표현이나, ‘소-’도 우세해져 두 가지를 다 쓰게 한 것입니다.
‘쇠-’는 어원적으로 ‘소[牛]+의[조사]’로 이루어진 말로 ‘쇠고기’는 ‘소의 고기’가 줄어든 형태인데, 이것이 자연스럽게 ‘쇠고기’로 불려 온 것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쇠-’를 소의 부위이거나 소의 특성이 있음을 나타내는 접두사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고기’는 ‘소’의 부속물이므로 ‘쇠-’의 쓰임이 가능한 것이며, ‘쇠가죽/소가죽, 쇠기름/소기름, 쇠머리/소머리, 쇠뼈/소뼈’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소달구지, 소몰이, 소도둑’ 등에서 ‘달구지, 몰이, 도둑’은 소의 부위나 소의 특성을 나타내는 말이 아닙니다. 이들은 ‘소가 끄는 달구지, 소를 몰고 다니는 일, 소를 훔치는 도둑’의 뜻이지, *‘소의 달구지, 소의 몰이, 소의 도둑’으로 해석되지 않으므로 *‘쇠달구지, 쇠몰이, 쇠도둑’과 같은 형태는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쇠고기/소고기’는 둘 다 맞는 말이지만, ‘소가 끄는 수레’를 뜻하는 말은
‘소달구지’가 맞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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