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순화, 왜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나?
국어 순화의 문제점과 극복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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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권두언
  우리가 한국 사람인 것은 우리에게 우리의 역사가 따로 있고, 우리말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 모두에게 이러한 자각적 인식이 과연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나라 사랑, 국어 사랑’의 구호를 외치기 수십 년이 넘었으되 그동안 국민의 평균 어휘력이 늘었다거나, 표현력이 향상되었다거나, 국어 환경이 좋아졌다거나 하는 증거를 찾기 어렵고, 대다수 국민의 국어에 대한 관심은 맞춤법이나 한자 쓰기와 관련된 문제가 전부일 만큼 국어에 대해서 여전히 무심하다. 실은 상당한 수준의 지식인들까지도 국어와 관련된 문제는 이 정도가 전부인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국어는 전문가 몇 사람의 것이 아닌데, 국어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은 닫혀 있고, 아직까지도 국어의 문제는 소수의 국어 운동가나 국어학자들 몇 사람만의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우리가 한글로 문자 생활을 하게 되면서 그 우선적 과제가 표기법의 정리와 표준어를 세우는 일이었던바, 이러한 일이 학자들 손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국어의 문제는 학자들이나 간여할 문제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생겼고, 국어의 표기가 오랜 역사를 거쳐 자연스럽게 발달해 온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인위적으로, 또 계획적으로 정리된 것이어서 상당히 엄격한 까닭에 맞춤법을 숙달하는 것으로 국어에 대한 의무가 모두 끝나는 것처럼 생각들 한다.
  그러나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꾸려 나가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듯 국어를 다듬고 가꾸어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언어는 자연 발생적인 것이며 스스로 생성 변화하는 것이므로 인위적으로 다스릴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세대 간·지역 간·계층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문화 창조의 기본적 수단인 언어의 기능을 최대화하기 위해, 국민의 정서적 통합을 위해, 그리고 이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언어 자료의 보존을 위해 언어는 끊임없이 가꾸고 다듬어야 한다. 그래서 어느 사회나 언어 규범이 있는 것이며, 꾸준히 언어 순화 작업을 벌이는 것이다.
  모든 문화 활동은 언어가 그 밑바탕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지금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폭넓은 문화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에 비례하여 국어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 더 넓고 세심해야 할 것이다. 언어의 표현력이 풍부하고 정밀·정확하면 그만큼 문화의 질도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요에 맞추어 ‘새국어생활’을, 편집 방침을 크게 바꾸고, 새롭게 단장하여 내놓는다. 이른바 국어 전문 학자들의 전유물처럼 되어 있는, 그리고 그들이 밝혀내고 있는 상당량의 국어 관련 지식이 이제는 널리 대중화함으로써 일반의 국어에 관한 이해와 관심이 향상되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분위기가 이제 한창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대중의 국어 생활을 위에서 교도하는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거니와 그것은 개화기, 일제 침략기, 광복 후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문자 생활의 정착을 위한 진통기가 길었던 우리의 역사적 배경으로 인한 것이었다. 국어의 발전은 전 국민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 원활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는 가정 아래, 이러한 시대를 만들기 위한 매개 역할을 ‘새국어생활’이 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어는 소수 전문가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거듭 되새기게 되기를 바란다.

2005년 3월 31일

국립국어원
원장 남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