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수교 15주년이자 한ㆍ중 교류의
해인 2007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한 북경의
주중 한국문화원이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이번에 확장 이전한 한국문화원은
북경의 상업 중심지역인 광화로에
위치한 단독 건물로, 한국의 선진 아이티(IT)
기술과 장비를 활용해 다채로운 한국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국문화원은 무료로 한국어 교실과
한국 문화 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
음식 소개, 한국 영화 상영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한국을 알고자 하는
중국인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문화원은
중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원을 한국인과
중국인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는 한ㆍ중
문화 교류의 거점으로 만들어 두 나라
국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와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주중 한국문화원을 이끌고 있는 박영대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인터뷰는
전자우편을 통해 이뤄졌음을 밝혀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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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자: 박영대(주중 한국문화원장)
질문자: 장승욱(작가)
때: 2007년 5월 14일 |
장승욱: 북경에 한국문화원이 언제
생겼고,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해왔습니까?
박영대: 북경에 한국문화원이 언제
생겼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불가피합니다. 1992년 한ㆍ중
수교가 이뤄졌고, 1994년 5월에는
한국문화홍보원이 설립되었습니다.
이름이 말해 주듯 문화와 홍보의 두 가지
기능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이
한국문화홍보원의 홍보 기능을 별도로
분리하고 문화 기능을 확대해 지난해 2월
한국문화원으로 개편했으며, 금년 3월 22일
북경시 조양구 광화서리 1번지의 단독
건물에 새로 문을 열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북경의 한국문화원은 한국어
강좌, 서예 전시회, 한국 영화 상영회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한편, 중국 TV와
신문매체 등을 활용해 한국 문화를
중국의 주류 사회에 능동적으로
소개하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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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대 원장 |
장승욱: 그동안 한국문화원의 중점
추진사업 가운데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박영대: 지난 13여 년 동안 한국문화원은
비록 그 규모나 기능의 다양성 측면에서
지금의 한국문화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하게 운영되어 왔으나, 1만
5000여 명 이상의 수강생을 배출해 낸
한국어 강좌만큼은 대단히 효과적으로
운영해 왔고, 그만큼 큰 성과를 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승욱: 현재 한국문화원에서 중점을
두고 펼치는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박영대: 현재의 한국문화원은 종전에
비해 그 규모가 5배 이상 커졌을 뿐만
아니라 그 기능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져서 그 활동 내용을
설명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먼저 한국 문화의 소개라는 기본적인
임무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안에는
한국문화원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아이티(IT) 기술과 한국 문화, 예술을
접목시킨 한국 문화체험 상설 전시실,
지하 1층의 공연장과 기획전시실, 2층의
도서실과 강의실 등을 활용한 각종 공연,
강의, 실습 활동이 포함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현재는 기본 5개 강좌만
개설돼 있으나 금년 상반기 중에 강좌
수가 3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어 동영상 강좌도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활동을 들자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쌍방향 문화 교류의
기초를 세우는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12월에 개최했던 <한ㆍ중
서예 명가 초대전>에서 그러한 쌍방향
문화 교류의 한 예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만, 올해부터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한ㆍ중 문화 예술인의 공동
활동과 작업을 지원하는 한편, 한ㆍ중
양국의 지방정부도 우리 한국문화원을
통해 교류할 수 있도록 해나갈
생각입니다.
현재,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시와
북경시가 협력해 한국문화원에 설치할
예정인 두 도시의 문화 소개 부스,
양국의 저명 화가들이 계획하고 있는
합동 전시회 등을 통해 이러한 작업들이
구체화하고 있어 보람 있게 생각합니다.
세 번째 중요한 활동까지만 소개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주중 한국문화원 건물에는
한국관광공사 북경지사,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
한국저작권위원회 북경사무소,
한국방송광고공사 북경지사 등 4개
단체가 입주해 있습니다. 저희 주중
한국문화원까지 모두 5개 단체가 한 건물
안에 자리를 잡고, 우리 문화를 중국
주류 사회에 효과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펼치고 있는 셈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공동의 노력을 효과적인
시스템으로 엮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활동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현재
한국문화원 지하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개원을 기념해 앞서 얘기한 4개 단체가
합동으로 준비한 <문화상품
특별기획전>이 중국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받으며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공동의 노력이 성과를 낸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장승욱: 어떻게 문화원장을 맡게
되셨습니까?
박영대: 글쎄요. 어떻게 문화원장을 맡게
되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2005년 말 문화원이 입주할 건물을
구입해 놓고 나서 새로운 문화원을
제대로 꾸려내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문화예술과 문화행정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저를 뽑아
보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중국과의 인연은 1990년 8월부터 1993년 2월까지
2년 6개월 동안 대만에 장기 연수를
다녀온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2003년 5월부터
2년 8개월 동안 문화관광부
문화정책과장으로 근무하며, 우리
문화정책의 근간을 세우는 작업에
참여했던 것도 제가 이곳에 오게 된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장승욱: 하루 일과는 어떻습니까?
박영대: 하루 일과에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지난 3월 22일 개원 이후
현재까지 계속하고 있는 일인데,
아침ㆍ저녁으로 문화원의 옥상에서부터
지하층까지 한 번씩 돌아보며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남들과는 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손님이 비교적 많이
찾아오시는 편이고요, 또 매주 1회 이상
외부 행사에 초대되어 축사를 해야 되는
것 정도가 좀 특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장승욱: 문화원 운영의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영대: 주중 한국문화원의 경우를 들어
말씀드리는 것이 이 인터뷰의 목적에
맞겠지요. 한마디로 목적과 실행 방법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일치시키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한ㆍ중
간에는 문화적으로 많은 유사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중국 문화를 알릴 수
있도록 중계 거점 역할을 하는 것이 아주
쉬울 것 같습니다만, 금년이 한ㆍ중 수교
15주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미국,
프랑스 등이 우리나라와 100년 이상의
수교 역사를 가진 것과 비교해 볼 때 두
나라 사이의 관계는 아직도 불안정한
면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중국을 상대로 여러 가지 활동을
펼쳐나가야 하는데 그 효과를 바로
알아내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추진하는 사업들이 목적에
적합한지를 알아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 문화원 전경
장승욱: 문화원장으로서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영대: 주중 한국문화원의 원장으로서
느끼는 보람은 아주 크고 많습니다만,
그중에서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문화원의
활동을 중국의 주류 사회와 직접적으로
연계시켜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 문화원의 경우 90% 이상의
이용자가 중국의 대학생 등으로 기존의
다른 문화원과는 좀 차이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장승욱: 원장에 취임할 때 이것만은 꼭
이루어 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있으십니까?
박영대: 주중 한국문화원의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세운 목표 가운데 하나가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를 소개하지는
않겠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동시에 중국 문화도
한국에 바로 알려서, 최소한 두 나라
국민이 오해와 편견이 없이 서로를
이해하며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성실한
동반자가 되도록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2천여 년의 문화 교류 역사를 가진
한ㆍ중 양국이 더욱 친밀한 이웃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행사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
결과는 앞으로의 활동에 따라 분명해질
것입니다.
장승욱: 살아오면서 지키고자 했던
원칙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박영대: 무슨 일을 하면서 “하는 척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제 삶의 기둥을
이루는 원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을 하든지 아니면 안 하든지
분명히 하자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장승욱: 국력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문화원의 현재 위상은 어떻습니까?
박영대: 굳이 프랑스나 독일, 일본
문화원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문화원의 현주소는 많이 뒤처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형상으로 나타나는 문화원의 숫자나
기능, 운영 실태 등을 비교해 보더라도
앞서 있는 다른 나라 문화원에 비해
상당히 취약한 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장승욱: 한국어 강좌가 최근
시작되었는데 강좌 내용과 수준, 그리고
중국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박영대: 지난 4월 16일 새로 문을 연
문화원에서 한국어 강좌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초ㆍ중ㆍ고급반과
회화반, 드라마반, 노래반 등 13개 반이
문을 열었는데, 1천 100여 명의 신청자
중에서 강의실 등의 여건을 고려해 624명만
선발하였습니다. 5월부터는 사물놀이,
한국 요리, 전통음악 등 3개 반이 추가로
문을 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중국인들의 반응이 아주 좋은 편이고,
고급반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어 기대가 큽니다.
장승욱: 한국어, 한국 문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어떻습니까?
박영대: 아시다시피 올해가 한ㆍ중 수교
15주년입니다. 러시아를 비롯해 이전의
사회주의 국가는 말할 것도 없이 일본만
하더라도 금년이 중일 수교 3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렇게 보면 한ㆍ중 간의
외교관계는 그 역사가 매우 일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두 나라의
무역 규모는 1340억 달러를 넘어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를 기록했고 한ㆍ중 간
인적 교류는 500만 시대에 진입해 세계 1위가
되었습니다. 한국이나 한국 문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높은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장승욱: 한때는 한류가 대단한 바람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영대: 말씀하신 대로 요즈음 한류가
식어간다는 식의 언론 보도도 적지 않고,
또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 걱정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입장에서도 TV
드라마나 온라인 게임 등 한국
대중문화의 유입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자국 문화상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 대해 그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하더라도, 다른 한편으로 또
다른 상황에 대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중국의 젊은이들이
실시간 인터넷은 물론, 위성방송, DVD 등
새로운 매체나 문화상품을 접하는
기회는 가히 무한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중국의
젊은이들이 스스로 찾아서 즐기는
한국의 각종 문화상품의 종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하며, 따라서
종전의 TV 드라마 등 한정된 매체를
통해서 접했던 한국 문화의 전체량을 몇
배 이상 넘어서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 일부 한국 영화의 경우
작품의 완성도, 창의성 등에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의 영화나 기타 문화상품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중국인들이 좋아할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하고 창의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한류의 쇠퇴가 우려된다면, 그 해결책을
중국 현지에서 찾기보다는 우리 한국
내에서 찾아야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장승욱: 중국에서는 한류가 어떻게
시작되었습니까?
박영대: 중국에서의 한류는 90년대 중반
한국 TV 드라마가 중국에 소개되어
호평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한국 TV 드라마가 하나의 촉매
구실을 했다고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한류 시작의 모든 원인이라고
보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발전,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등을 통해 그동안 일본이
대표하고 있던 아시아의 선진국
이미지를 우리 한국도 나누어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전체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장승욱: 한류의 지속을 위한
한국문화원장으로서의 복안은
무엇입니까?
박영대: 중국을, 중국 문화를 이해하려는
적극적이고도 실질적인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국
문화와 문화상품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인들을 이해하고 진정한
미래의 동반자로서 자리를 잡는다면,
한류가 식을 것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어렵더라도 우리의 문학,
전통예술 등을 적극 소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뿌리를 깊게 내리는 것이
가지를 번성케 하고 훌륭한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한 선결과제인 것입니다.
장승욱: 한국어의 문화상품화에 대한
견해와 가능성에 대해서 얘기해
주십시오.
박영대: 좋은 착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4월 28일 중국 국가미술관에서는 <올림픽
기념 중국 화가 채색화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200명의 중국 화가가 전 세계
192개 유엔 가입국의 문화적 상징물을
중국 미술의 전통기법을 활용해
작품화해 전시하는 행사였습니다. 이
전시회에서 중국화가 자오치(趙奇)는
한글과 한국 부채춤을 기본 이미지로 한
작품을 출품했는데, 외국인들도 이미
한글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 것으로
보입니다. 올바른 방향을 정해 발전시켜
나간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승욱: 한국어 교육 수요 증가 원인 및
공급 부족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박영대: 한국의 성장과 함께 한국어를
활용해 자신의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으니 교육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러한
수요에 맞추어 나가기 위해 한국어
교육의 공급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수한 한국어 교사를 육성해야 하며,
한국어 능력 측정제도도 정비해야
합니다. 이런 시점에서 마련된
국립국어원의 세종학당 설립 계획은
시의적절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국립국어원이 중심이 되어
해외에서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통일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장승욱: 현재 한국어 교육 현황은
어떻습니까?
박영대: 현재 중국 내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수요의 급증에 따라 공급 확대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공급되는 상품의
질적 수준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입니다. 최근 중국 전역 100여 개
이상의 대학에서 한국어과를 설치했거나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여 한국어를
교육하고 있으나, 우수 교수요원의
확보와 적절한 교재의 공급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국립국어원이 중심이 되어 한국어
교육의 통일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장승욱: 수준이 낮은 교재들에 대한
대책들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박영대: 수준 높은 교재를 만들어내야
하겠지요. 일반 상품시장에서 지켜지는
기본원칙이 교재시장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립국어원 차원에서
중요 언어권별로 일정한 수준을 확보한
교재를 시급히 만들어내야 합니다.
장승욱: 대도시 외에는 한국어를 배울
곳이 없는 데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영대: 중국의 경우, 우선은 한국어
교육의 거점을 몇 개 도시에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몽고 등
북부지역, 사천성 등 중서부지역, 광동성
등 남부지역을 한국어 교육의
거점지역으로 정해 해당지역의 우수
대학과 합동으로 세종학당을 설립하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장승욱: 한국어 교육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영대: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조건입니다. 문화를
전달하는 것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내면적인 것까지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언어를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과 한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한국어를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필수 요건입니다.
주중 한국문화원에서 1994년 이래 한국어
강좌를 계속 발전시켜 온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 이어 중국이 전 세계에
공자학원을 세워 중국어를 전파하겠다고
나선 것도 다 같은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장승욱: 문화원이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그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박영대: 핵심적인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한국어 교사 요원 육성
프로그램의 운영입니다. 중국 전역에
문화원을 세울 수가 없다고 볼 때,
우수한 한국어 교사 요원을 육성해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것은 대단히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교재의 제작
보급이 시급합니다. 우수한 교재의 제작
보급이야말로 한국어 교육의 성패를
가름할 최우선 과제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중국의 국토와 인구 수 등을
고려해 보면 한국어 교육의 수요는
무한대에 가깝지만, 소요 비용도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좋은 교재의 제작
보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승욱: 마지막으로 한국 유학생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박영대: 미국을 대표로 하는 서구로의
유학도 유학이고 중국으로의 유학도
유학입니다. 그러나 중국으로의 유학은
다른 서방국가로의 유학과 판이하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국가에서 국민소득 1700달러의
국가로 유학을 오는 것입니다. 새로운
성공 국가의 모델인 자본주의 자유국가
한국에서 사회주의 국가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7000만 명의 공산당원이 애를
쓰고 있는 중국으로 유학을 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미리 세워 놓고 중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장승욱: 고맙습니다. 한국문화원의
발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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