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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국어 발전 기본 계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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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제1차 국어 발전 기본 계획 |
때: |
2007. 4. 10.(화) 새국어생활
좌담회 |
곳: |
국립국어원 2층 회의실 |
참석자: |
이상규(원장)
권재일
김세중
박영주
안상순
양명희
정재환
조남호
허 용 |
김세중: 지금부터 새국어생활 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국립국어원 이상규 원장님께서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이상규(원장): 네. 먼저 어려운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좌담회 주제인 <국어 발전 기본 계획>에 대해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국어원 발전에 대해서 평소에도 많이 도와주시지만 더 많이 도와주십사 하는 뜻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은 우선 최초의 5개년짜리 계획이란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최초로 만들어진 5개년 계획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2차, 3차 계획이 발전적으로 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1차 발전계획의 핵심은 세 가지인데, 제일 먼저 최근 언론에 많이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이 세종학당입니다. 세종학당이 막상 출발하고 보니 매우 적절한 시점에 출발된 것이라고 봅니다. 이는 최근에 중국의 공자학원과 일본의 국립국어연구소에서 중국어, 일본어의 세계화 전략이 강력하게 나오고 있고, 최근에 또 영어의 공용화 정책까지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또 FTA가 통과된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우리말을 지키고 갈고 닦아서 또 한국어를 필요로 하는 외국 사람에게 적절하게 가르칠 수 있는 체계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적절한 일이 아니었는가 생각합니다. 막상 현장에 나가 보니 현장에 많은 사람이 세종학당을 절실한 사업이라 여기고, 정부에서도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장관회의에 보고를 했을 때에도 이 세종학당에 대해서 많은 성원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현재 국어원에서 국가 공직자들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서, 특히 정부기관과 지방정부에서의 공문서 쓰기라든지 글쓰기에 나타난 외국어 남용 문제들이 굉장히 중요한 현안들입니다. 그래서 우리 국어원에서 연 2000여 명이 되는 공직자들을 비롯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교육이 조금 형식적인 면도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5일 강의해서 무슨 큰 효과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하지만 국어원에서 연 2000여 명에 가까운 숫자를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현재 시설이라든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포화 상태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조금 더 구체화해서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증원해 정부에서 인정하는 학교로, 제 꿈은 대학원 수준으로 키워 올리는 것인데, 우선 단계적으로 내년쯤에는 광화문 쪽에 사무실을 하나 얻어 접근성을 편리하게 해서 교육 환경을 끌어올릴 예정입니다. 한 5개년 계획으로 국어문화학교를 주요한 교육승인기관 내지는 대학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두 번째 과제입니다.
세 번째로는 국립국어원의 가장 본질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대한 것입니다. 그동안 표준국어대사전이 사실 급작스럽게 추진하고, 단기간에 추진되었던 사업이었기 때문에 표준국어대사전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저희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예산 지원이 안 돼서 제대로 수정을 못했습니다. 최근에 와서 2008년도까지 1차적인 수정을 하고 있습니다만, 사전편찬 사업은 손으로만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사전의 균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전 기술적 측면이 대단히 필요한 것이죠. 낱말망을 구성해서 서로 연계되어 있는 단어들을 연결해서 서로 뜻풀이나 표제어 선정에 있어서 여러 가지 체계적 균형성을 갖추는 데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겁니다.
이런 것과 더불어 앞으로 장기적으로는 웹을 기반으로 하는 다국어 사전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추측컨대 2차 발전계획이 그 쪽으로 총력을 실어 국어원이 언어 자료를 관리하는 종합적인 정보화 기지가 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전이 국내인용만이 아니고, 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다국적 사전으로 발전시켜 나가게 됩니다. 현재 국어원에서 그 사업을 장기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여러 자문단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사업에 착수를 할 예정입니다.
이게 대체적인 1차 국어 발전 기본 계획입니다. 1차 기본계획은 국민들에게 좀 더 다가가고, 국민들에게 좀 더 서비스하고, 국민들의 소통을 위해서 국가 정부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국어원의 모든 연구원들이 힘을 합쳐 노력을 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국립국어원의 1차 기본계획이 잘 이끌어져 갈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고 잘못되는 일이 있으면 질책을 해 주십시오. 아무리 계획이 좋아도 예산 확보가 안 되면 아무 일도 못합니다. 다행스럽게 장기적인 예산 확보, 5개년까지의 예산 확보는 불투명하지만 내년 2008년도 예산은 약 75억 정도 증액될 전망입니다. 문화부의 장기 예산 목록에도 실려져 있고, 예산처 담당자들도 긍정적으로, 정부 부처 기관 중에서 국어원이 비교적 혁신의 속도도 빠르고 여러 가지 일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마 예산확보 부분도 아직 국회 최종 통과까지 험난한 고비가 많이 남았습니다만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시고 1차 계획이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도와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김세중: 안녕하십니까. 오늘 좌담회 사회를 맡은 국어생활부장 김세중입니다. 이렇게 귀한 시간 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먼저 참석하신 선생님들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외부에서 오신 분들부터 먼저 소개를 하겠습니다. 서울대학교 언어학과의 권재일 교수님이십니다. 그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의 허용 교수님이십니다. KBS 한국어팀의 박영주 팀장님이십니다. 금성출판사의 안상순 선생님이십니다. 그리고 한글문화연대의 정재환 부대표님 오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국립국어원 국어정책팀장 조남호 팀장, 그리고 국어생활부에서 새국어생활을 맡고 있는 양명희 학예연구관입니다.
오늘 좌담회는 그 내용이 저희 국립국어원의 계간지 새국어생활 여름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주제는 최근에 마련된 국어기본법에 의거하여 마련된 국어 발전 기본 계획입니다. 본격적인 좌담회에 들어가기에 앞서 조남호 팀장님이 국어 발전 기본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조남호: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2005년도에 통과된 국어기본법 제6조 1항입니다. 문화관광부 장관은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5년마다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규정에 따라 2006년도에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작년에 작업을 해서 12월 29일자로 장관 보고가 되었습니다. 수립 경과로 본다면 사실 6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했습니다. 그 전에는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 여러 가지를 검토하였고, 6월에 실무진을 구성해서 실무진들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실무진이 국어원 내에서 의견을 모으고, 각 팀에서 하고 있는 업무 등의 정보를 모아서 분류하고, 또 외부의 자문도 구하고 국어심의회도 거쳐서 2006년 12월에 기본계획이 완성되었습니다. 기본계획은 보통의 계획이 그렇듯이 환경의 분석과 진단을 먼저하고 그 다음에 진단 결과에 따라 정책 기본 방향을 수립했습니다. 기본방향에 따라 3대 중점 추진 과제와 10대 추진 과제로 나누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기본계획의 골격을 마련했습니다. 3대 중점 추진 과제 중 하나는 아까 원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국어문화학교인데,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ㆍ연수 체계 정비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 다음은 요즘에 한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이 증가해 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동북아 지역 거점 기반 한국어 세계화 전략 추진입니다. 올해부터 세종학당이란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항입니다. 마지막은 다국어 지원 한국어 학습용 웹사전 편찬입니다. 이렇게 세 가지를 저희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10대 추진 과제라고 해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 외에 향후 5년 동안 추진해야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주제별로 묶어서 10개의 주제로 나누었습니다. 다시 각 주제별로 2개에서 6개 정도에 해당되는 소주제들, 소과제별로 정리해 전체 국어 발전 계획을 짰습니다. 10대 추진 과제에 포함되어 있는 세부 과제는 총 39가지입니다. 간단하게 이 정도로 말씀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김세중: 5개년 계획이 3대 중점 추진 과제와 10대 추진 과제로 되어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좌담회에 들어가겠는데요, 저희들이 3대 중점 추진 과제와 10대 추진 과제를 몇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봤습니다. 국어 능력 향상, 한국어 국외 교육 진흥, 사전 편찬과 정보화, 사회 통합, 그리고 문화유산 보전 이렇게 5가지로 나누어 보았는데요, 물론 이 5개 영역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과제도 있기는 합니다만 이 5개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선생님께서 보시고 이런 것은 짚어 줘야겠다고 생각되는 것은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면 첫 번째 영역부터 좀 이야기를 풀어갔으면 합니다. 국어 능력 향상과 관련해서 국어 발전 기본 계획에서 세워두고 있는 계획이 국어문화학교를 좀 더 키워서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을 이끌어야겠다는 내용이 있고요, 그리고 국어기본법에 들어 있어서 지금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어상담소를 더욱 발전시켜 국어 능력 향상을 이끌어야겠다는 거고요, 역시 국어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는 건데요, 국어 능력 검정 시험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은 지난 12월에 문화부장관에게 보고가 됐고, 또 최근에는 언론을 상대로 기자 간담회를 했기 때문에 큰 윤곽은 결정이 되었고, 지금에 와서 그 윤곽 자체를 바꾸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세부 시행 계획을 지금부터 짜야 합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는 이미 짜고 있습니다. 이 계획은 큰 방향만 제시하고 큰 목표만 들어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겠다는 것은 세부적인 계획을 따로 세우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좌담회에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울 때 이러이러한 데에 주안점이 놓이는 것이 좋겠다든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든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시면 앞으로 저희들이 실제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계획 자체에 대한 선생님들의 평가도 곁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첫 번째 영역인 국어 능력 향상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합니다. 문화학교 얘기부터 할까요. 권재일 선생님께서 전에 국어원에 정책부장으로 계신 적도 있고 하시니 먼저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권재일: 우선 국어기본법에 의해서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을 처음으로 시행하는 것을 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어 발전을 위해서 큰 골격, 그리고 세부적인 계획을 비교적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세웠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합니다. 그 중에서 처음 제기되는 것이 국어 능력 향상인데, 국어 능력이라고 하는 것은 자국어에 대한 것이지만 사실 자국어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국어는 학교 과정에서, 국어생활 중에서 계속 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생활에서는 국어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휘가 부족하거나 어긋나는 표현을 쓰거나 또 말하기는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 글쓰기 활동을 할 때에는 많이 주저하는 경우가 대부분 국민들의 현실입니다. 그런 것을 해소하는 것이 이번 국어 발전 기본 계획에서 추진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그 중에 한 가지가 국어문화학교를 확대ㆍ개편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국립국어원에서 소규모로, 한정된 범위에서 국어문화학교를 운영해 왔는데요, 과연 그것으로써 일반적인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하는 것 자체는 도움이 되겠지만 크게 기여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어문화학교를 확대해서 전문 국어교육 기관화하고 교통편이 좋은 광화문에 그런 교육 기관을 설치한다는 것은 대단히 환영할 만합니다. 그러나 그런 제도가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거기에 담긴 내용이 빈약하다고 하면 문제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교육해 왔는데, 공무원들은 교육을 하라고 하면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교육이라고 하면 휴가 온 것처럼 생각을 하기 때문에 여기서 좋은 내용을 가지고 한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안 되어 있을 경우에는 성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설령 그런 마음으로 왔더라도 여기서 제공해 주는 교육 내용이 충실하면 보람을 느끼고 또 그것이 국민들의 국어 능력 향상에 효율성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계획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국어원, 또는 정부기관이 해야 할 일은 좀 더 적극적이고,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는, 생활에 맞는 내용을 짜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작업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는 거기에 지금까지는 공무원들, 출판인들만 참여했는데 좀 더 범위를 넓혀서 많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방법으로는 여기에서 1주일이 아니라 한 2주일 정도 교육하고 그러고 나면 수료증 등을 만들어 줘서 뭔가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도움이 된다, 승진에 도움이 된다 하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도만 만들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마련하는 정부기관, 또 참여하는 수강생들 모두가 적극적인 자세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문화학교에 대해서는 거기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세중: 고맙습니다. 지금 말씀하셨지만 아직은 일반인에게는 못하고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온라인 국어문화학교를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을 지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하루 이틀에 되는 것은 아니고, 강의 내용도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5개년 계획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1, 2년 안에 당장 실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어 능력 향상과 관련된 내용들이 국어상담소를 어떻게 많이 이용하게 하느냐 하는 것과 국어 능력 검정 시험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고, 그것을 본다는 것은 또 국어 능력을 키우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니까 시험을 널리 알려서 시험 준비를 하게 하고, 시험이 좀 객관화된 시험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 KBS 한국어 팀장님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박영주: 네. 저희가 한국어능력시험을 주관해서 치르고 있기 때문에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6회의 시험을 치렀습니다. 그래서 6만여 명 정도가 시험을 봤거든요. 사실 이 시험이 완벽하지 못하고 문제를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한 가지 자부하는 것은 그로 인한 국어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증대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시작은 KBS 입사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이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면서 아홉 살, 열 살부터 여든이 넘은 어르신까지 시험을 보셨거든요. 나의 국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한 분이 참 많다, 늘 말하고 쓰고 있지만 그러나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가늠하기는 참 어렵기 때문에 그러한 욕구가 상당히 있었고, 그러한 이유로 많은 분들이 시험을 치렀는데요. 말씀드렸지만 지금까지는 점수로 환산이 돼서 제시를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그 점수를 가지고는 가늠하기 어려운 바가 있었는데, 저희가 이번에는 등급을 좀 나누어서 점수 제시를 합니다. 이러므로 해서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시험에 응시하리라고 보는데, 여기를 보면 국어 발전 기본 계획에 국어검정시험제도의 확대 이런 부분이 들어 있는 데요, 그렇다면 국어원이 상당 부분 지원을 해야 하는데 지금 현재 저희가 2천만 원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한 회를 치를 때 1억 원 이상이 드는 시험인데. 그 다음에 여기에 홍보도 하시겠다 이런 계획을 가지고 계신데 실질적으로 아직까지는 체감을 못하거든요. 지금 현재는 저희 시험뿐 아니라 한국어능력시험을 취업이나 혹은 진학에 가점 자료로 채택하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토지공사라든가 주택공사, 우리은행, 또 성균관대학교 수시 입학에 가점 자료로 채택을 하고, 몇 개의 특수목적고에서 이 시험을 채택하고 있는데, 물론 확산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이런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요.
아까 문화학교를 말씀하셨는데, 사실은 공무원들이 1년에 몇 시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시간 때우기 식으로 문화학교에 참여하는 것도 어느 정도의 구속력이나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만 보다 더 확실한 구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격을 획득하도록 하면 훨씬 더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시험이 많아지는 게 개인에게는 부담이 되고 또 어찌 보면 사교육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국어 능력에 관해 구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자격을 부여하고 그것을 따도록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허용: 국어 능력에 대해 구속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볼 때 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로의 확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외대에서는 졸업인증제로 자기 전공에 따라서 외국어 졸업 점수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제가 소속되어 있는 한국어교육과에서는 한국어능력시험을 어느 점수 이상 따도록 하는 방안을 학과에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물론 KBS 시험으로 현직 국어교사의 자격과 관련된 전체 능력을 평가하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요.
박영주: 물론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 이게 국어 능력을 완전히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인가 하는 건데요, 이건 또 별개의 문제고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저희나 국어원이나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 현재는 집필시험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직은 종합적인 평가라고 내세우기는 어렵지만 기초적인 능력은 측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안상순: 저는 KBS의 한국어능력시험 문제를 아직 접해 보지 못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평가하는지, 평가의 목표는 무엇인지 좀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박영주: 평가의 목표는 영역별로 나누어져 있는데, 듣기, 쓰기, 언어문화, 어휘, 어법 등 몇 개의 분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기존의 국어교육에서 다루는 부분을 다 포괄하면서, 저희가 방송사다보니까 다양한 콘텐츠가 있어요. 그래서 가요, 드라마, 영화 이런 쪽의 대사 등을 이용해서 좀 입체적으로 시험을 구성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희 듣기시험에는 특징이 좀 있습니다. 듣기의 내용이 시사문장 혹은 방송문장, 보도문장 이런 것을 제시하고 그것의 종합적인 내용을 이해해야만 답을 쓸 수 있는 그런 문제를 냅니다. 요즘 주가 얘기가 나오고 그것의 의미를 분석한 다음에 ‘이 내용을 요약한 것은’ 혹은 ‘이 내용의 다음에 올 것은’ 이런 식으로 토익이나 토플시험을 조금 차용한 부분은 있는데 좀 입체적으로 구성을 한 거죠. 그래서 종합적인 이해력을 묻습니다. 중학생들은 저희 시험에서 점수를 얻기가 어려워요. 일반적인 국어 상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있거든요.
권재일: 법적으로 보면 국어기본법 시행령이 평가 내용을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그 밖에 국어사용에 필요한 사항 이렇게 해서 법적 사항으로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안상순: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 평가의 목표가 무엇인가가 대단히 중요할 거 같아요. 가령, 평가가 일반 국민들의 보편적인 국어 능력 향상에 초점을 둔 것이냐 아니면 아까 허 교수님 말씀대로 한국어 교육을 전공한 학생이 졸업하기 위해서 이수해야만 할 그런 수준의 평가냐에 따라서 평가의 방향이나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데, 현재는 평가의 초점이 불분명한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시작 단계니까 그렇긴 하겠지만, 장차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낮은 단계의 평가와 국어 능력이 숙련되거나 심화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높은 단계의 평가가 구별되어 실시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 앞서 토익, 토플 이야기가 잠깐 나왔었는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토익, 토플과 자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능력시험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토익, 토플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에서의 언어 의사소통 정도를 테스트하고자 하는 것인 데 반해, 국어능력시험은 기본적 의사소통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모국어 화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최소한 토익, 토플과 같은 수준은 넘어선 것이라야 할 것입니다.
조남호: 네. 일단 일반적으로 말씀드리면 최근 들어와서 한쪽에서는 국민들의 국어 실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또 한편으로는 국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많이 증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요새는 글쓰기를 해야 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졌다고들 합니다. 블로그가 유행하면서 예전 같았으면 글을 쓸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 요즘은 글을 쓰고, 이왕이면 글을 잘 써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겨 글쓰기에 대한, 나아가서는 국어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내가 국어 실력이 모자라는구나, 국어 실력을 향상시켜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또 회사 인사 담당자들이 예전엔 영어 실력으로 평가를 했었는데 요즘에는 영어 실력이 비슷해서 그것만으로는 신입사원을 뽑기가 어려워서 국어 실력으로 평가를 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그동안 국어는 누구나 다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별로 신경을 안 써도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전체적으로 사회가 여러 가지 전문적인 능력들을 요구하다 보니까 국어 실력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 많이 지적되면서 국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그러면 어떤 사람을 새로 뽑거나 할 때 무엇으로 평가할 것이냐 하는 것인데, 이것은 결국 검정시험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으면 그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을 자격을 갖춘 것으로 봐서 뽑거나 할 수 있을 겁니다. 사회적으로 국어 실력을 더 요구하게 되고 그에 따라서 보완할 수 있고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이 검정시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는 국어검정시험이 그런 쪽으로 나가야 되지 않나 생각하는데, 지금 지적하신 것처럼 사실 저희가 발전계획을 준비하면서도 보면 저희가 검정시험을 준비해 온 경험이 짧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발전계획에서 지원해 줘야 되는 부분이 단순히 시험이 시행되는 데 따른 예산 지원뿐만이 아닙니다. 시험 내용들이 좀 더 내실을 갖출 수 있도록 기본적인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이냐, 목표를 뭐로 삼아야 될 것이냐 이런 기본적인 연구들도 저희가 진행해서 성과물을 내주고, 또 한편으로는 많은 기업들에서 검정시험 결과를 채택할 수 있도록 해 주고 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다 뒷받침이 되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시는 KBS 쪽에서는 객관적으로 평가가 잘 이루어졌다고 할 만한 시험문항 개발에도 좀 더 신경을 써주셔야 되고, 저희 쪽에서는 이 발전계획에 따라서 기본적인 방향이랄까, 평가 요소를 연구하고 그 다음에 사회적으로 그 시험을 인정하고 채택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역할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상순: 국민들의 국어 실력이 저하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과거에는 지금보다 국어 실력이 좋았는지 의문이 듭니다. 만약 국민들의 국어 능력에 어떤 문제가 있다면, 실력의 저하라는 면보다는 우선적으로 바른 국어생활이 제대로 영위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준 높은 표현, 즉 아름답고 세련되고 짜임새 있는 표현을 얼마나 잘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주술 호응이 안 되는 글을 쓴다든지 규범에 맞지 않는 어휘를 사용한다든지 지나치게 저속한 말을 사용한다든지 하는 문제가 먼저 개선되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도구로서의 평가는 일반형과 심화형으로 구별하여 실시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바른 언어 생활과 관련된 언어 능력을 먼저 평가하고, 그런 바탕 위에서 좀 더 심화된 평가를 단계적으로 하는 거죠.
권재일: 정재환 선생님에 앞서 제가 한 말씀드리자면, 지금 안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데, 현재 시험이 두 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KBS가 있고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이 있고 또 제3의 시험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들 세 개 시험이 서로 차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험 대상도 비슷하고. 그렇다면 비슷한 성격을 두 개, 세 개 둘 것이 아니라 국어원으로서는 어떻게 차등화 할 것인지, 수준에 따라서 하든지 목표에 따라서 하든지 간에 차등성을 두고 끌어간다면 불필요한 경쟁도 줄일 수 있고, 이런 시험을 원하는 사람은 이 시험을 택하고, 저런 시험을 원하는 사람은 저 시험을 택하고 할 수 있도록 조정해 나가는 것이 국어원에서 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3의 시험 기관이 협의를 구할 때는 이런 쪽으로 해서 다른 시험하고 구별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김세중: 네. 저희들이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당장 처음부터 분화된 체계를 갖추기는 어려울 것 같고, 지금 같은 비슷한 시험이 계속되다 보면 지금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영역이 나누어져 독자적인 색깔이 더 커지고 진화를 해 나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허용: 원장님께서 지금 국어원에서 하는 문화학교를 대학원 수준까지 끌어올린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된다면 일반적인 국민들의 차원이 아니라 그보다 높은 단계로 될 가능성이 많겠지요.
김세중: 그 말씀은 지금 하고 있는 일반인 내지는 보통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학교는 문화학교대로 놔두고, 고급의 국어정책 관련한 사람을 배출해 내기 위한 과정을 좀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인데요. 시험도 분화가 필요하다는 얘기와 함께 저희들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교육과정도 평범한 수준의 교육과정과 높은 수준의 교육과정 등 여러 수준으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허용: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국어 능력 향상 부분에 대해 한 말씀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다 아시는 상식적인 얘기지만 요사이 외국어 남용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일상생활 용품에까지 파고들어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샴푸 같은 것을 ‘헤어트리트먼트’ 이렇게 써 놓으니까 연세가 높으신 어르신들도 알 수가 없고, 어떤 것은 저도 모르겠더라고요. 적어도 이와 같은 외국어 남용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규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남호: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우리가 지금 국어 능력을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이 사실 제가 볼 때는 맞춤법을 제대로 못한다 이런 정도의 문제에 그치는 것 같지는 않고 지금 지적하신 것처럼 외국어, 외래어를 많이 쓴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는데,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비판들이 있습니다. 정부 부처들이 외래어라고 할 수도 없고 외국어라고도 할 수 없는 것들을 많이 쓰니까 국무총리 지시로 외국어를 남용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릴 정도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토론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도 많이 지적되는 사항입니다. 모 기업 사장님하고 같이 식사한 적이 있는데 그 사장님이 지적한 얘기가, 아이티(IT)기업 쪽이라서 더 문제가 심각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회사에 모여서 회의를 하면 회의가 안 된답니다. 토론을 해서 뭔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아무도 얘기를 안 하고, 회의를 소집한 사람만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얘기를 할 뿐이랍니다. 회사가 발전하려면 토론회를 거쳐서 뭔가 결론을 내고 그래야 되는데 사람들이 말을 할 줄 모른답니다. 토론 자체가 안 되니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되는 원인 중의 하나로 요새 젊은 사람들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접하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글이라는 것들이 짧은 문장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까 글 쓰는 능력이라든지 토론 능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런 전체적인 문제를 보면서 국어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끌어올릴 것이냐, 또 회사 입장에서는 수준이 있는 사람들을 채용을 해야 되는데 그걸 어떤 식으로 파악해서 채용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고민들이 발생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외국어 남용이라는 부분도 결국은 우리말로 뭔가를 만들어낼 줄 모르기 때문에 간편하게 이미 외국에서 쓰던 말들을 가져다 쓰고 이런 식이 되는 거니까 결국은 국어 능력 저하나 이런 문제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거죠.
허용: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속에는 의도적인 면도 있겠지요.
조남호: 일부는 그런 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계속 지적되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들어 쓰는 경우도 있고요.
김세중: 지금까지 나온 문제에 대해서 정재환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죠.
정재환: 네. 사실은 조남호 선생님께서 아까 말씀을 하셨는데 저도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국어능력시험문제는 한국어능력시험이 생겨서 국어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높아졌죠. 그리고 제 주위에서도 시험을 봤다는 분들이 몇 분 계시거든요. 그런데 한결같이 말씀하시는 게 시험이 참 어려웠다는 얘기였어요. 그러면서 다시 한번 우리말이 어렵구나 이런 얘기들을 하셨는데, 사실 그분들은 저보다도 젊은 분들, 후배들이었는데 방송이나 신문, 이런 언론 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셨어요. 그런 쪽으로 자기가 관심이 있고, 또 자기 진로하고도 관계가 되니까 그 시험을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아까 박영주 선생님께서 9세부터 노인들까지 시험을 봤다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분들은 개별적으로 관심이 좀 특별해서 응시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으로서 한번 봤다고 볼 수가 있겠죠.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이 시험이 나한테 필요한가,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낄 때 더 많은 분들이 시험을 본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는 이 시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안 볼 거 같아요. 이미 취업도 했고, 당장 요구하는 데가 없기 때문에 안 볼 거 같은데, 그건 뭐냐면 조남호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몇 년 전에 어느 은행에선가 국어 시험 점수를 요구하기로 했다는 신문기사가 난 적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이렇게 되어야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마지못해서라도 국어에 좀 관심을 갖고 공부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검정시험 자체에 어떤 내용을 풍성하게 하고 질을 높이는 것도 차츰 정비를 해 나가야 되겠지만 기업체의 호응을 끌어내는 게 상당히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영어만 보니까 변별력이 없다, 그러니까 중국어 등의 제2외국어 점수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우선적으로 국어능력시험 점수를 보고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쪽으로 기업들을 유도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해서 그런 쪽의 어떤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세중: 그것과 관련해서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은 국어기본법이 통과하고서 6개월 동안 국어기본법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이 있었는데요, 그 시행령 안에 공무원 승진 시에 국어 능력 검정 시험의 성적이 높은 사람이 우대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규정을 넣었었습니다. 그래야만 국어 능력 검정 시험의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넣었었는데, 또 다른 면을 걱정하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법제처 심사 시에 이것이 무슨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고 해서 시행령 안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은 국어 능력 검정 시험을 본다고 해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는 전혀 제시된 게 없습니다. 그 시행령 안에 넣었던 것도 일반 기업에는 그런 것을 넣을 수 없기 때문에 공무원에 한해서 그걸 넣었는데 법제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국어기본법을 개정할 때에 그런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켜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무원들은 대부분 문서, 글쓰기를 피할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요.
안상순: 결국은 평가의 타당성 문제일 겁니다. 국어능력시험을 강제로 기업에 의무화하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공무원 시험이야 시행령에 담으면 저절로 의무 사항이 되겠지만요. 문제는 평가가 그만큼 객관성과 타당성이 있느냐겠죠. 국어능력시험 점수가 높은 사람을 뽑았더니 실제로 업무에 도움이 되더라 하는 판단이 선다면 기업들은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다투어 그 시험을 입사 전형에 도입할 겁니다. 최근 토익, 토플 시험 성적이 진짜 영어 실력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리라 봅니다. 국어능력시험이 토익, 토플 시험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도록 평가의 타당성을 제고해야 할 것입니다.
박영주: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등급화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아주 과학적인 절차를 밟았어요. 한국어능력시험을 3번 이상 치른 사람 300명을 대상으로 해서 그 사람들이 스스로 인지하는 국어 능력하고 점수의 상관성을 먼저 찾았습니다. 그게 거의 일치하는 사람들 중에서 100명을 또 다시 골라서 자료를 만들어서 실제로 국어 능력, 말하기, 듣기, 쓰기, 프레젠테이션 이런 것까지 다 했어요. 그래서 그 점수와 이 사람들의 실제 국어 사용 능력의 상관 관계를 찾아내서 등급을 제시한 거거든요. 그게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객관성과 타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안상순: 국어 능력과 시험 점수의 상관성을 찾았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아까 조남호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토론의 능력 같은 것도 그 평가를 통해서 알아볼 수 있는 건가요. 그 상관성이 있다는 것은 가령 아까 조남호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토론의 능력 같은 것도 그 평가를 통해서 알아볼 수 있는 건가요.
박영주: 그건 아니죠. 직접적인 토론 같은 것은 시험 자체에서 말하기를 평가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아직 말하기 평가 측정 도구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개발하려고 생각하고, 국어원도 지금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세중: 말하기 능력 부분은 까다로운 부분이지요. 그러면 두 번째 주제인 한국어 국외 교육 진흥 쪽으로 넘어갔으면 합니다. 요즘 ‘세종학당’이란 이름으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말씀을 나누어 봤으면 합니다. 허용 선생님부터 말씀을 해 주실까요.
허용: 한국어 국외 교육 진흥과 관련해서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하나는 현재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진출 또는 개척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먼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분을 보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외국인 대상의 한국어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 동포 대상의 한국어 교육입니다. 둘 다 많이 발전해 가고 있지만 아직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요. 늘 문제가 되는 것이 교사와 교재 문제입니다. 교포 자녀들의 경우는 선생님들이 계속 교육을 받고, 초빙을 해서 교육을 시키고 하지만 아직 상당히 문제가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교포 대상은 주로 초등학교, 중학교, 그러니까 고등교육 기관이 아닌 쪽에서 많이 이루어지는데 교재도 없고 그래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많은데 국내에서 개발한 교재가 필요한 곳도 많지만 그렇지 않고 그 쪽의 실정에 맞지 않아 사장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미국에서 SAT 교재와 같은 것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교재를 만들 때 학습자의 필요성에 맞는 교재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국내외 전문가와 현장 선생님들이 힘을 합하여야 하는데 그게 아주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도 SAT 교재 집필에 부분적으로 참여를 하고 있지만 미국까지 왔다갔다하면서 참여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는 해외의 선생님들이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대해 자주 말씀하시면서 그것을 어떻게 형성하면 좋겠냐고 묻기도 합니다. 국어원에서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그 다음에 외국인 대상의 경우는 주로 대학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미국에 있는 대학이라든지 유럽 쪽에 있는 대학은 훌륭한 선생님들이 학위를 받고 가 계시지만 동남아 같은 경우에는 아직은 전혀 그렇지 못한 상태이고, 좋은 인력 이래봐야 교육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가는 경우인데, 요새는 그렇게도 잘 안 가려고 합니다. 옛날에는 그렇게 태국이라든지 러시아에 갔다 오면 취업이 잘 됐어요. 물론 대부분의 한국어 선생님들이 여성이다 보니 우리가 생각하기에 오지 또는 낙후된 지역에 가는 것에 대해 부모님들이 반대하고 또 결혼 적령기라는 것도 이유가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요새는 해외 유학생의 급증으로 전국적으로 각 대학마다 소위 말하는 한국어학당이 많으니까 굳이 안 가도 취업이 돼서 우리 외대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해외에 내보내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것은 한국어 해외 보급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데, 그들이 안 가기 때문에 보급에 문제가 생기고 그러다 보니 한국어 교육이나 국어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 또는 국어원 차원의 고민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국어원의 세종학당은 이런 면에서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종학당은 한국어의 해외 보급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형성에도 구심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잘은 못했지만 몇 년 전에 모어 네트워크 조성이라는 프로젝트를 문광부에서 했었는데, 그런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한국어 교육에 전체적인 네트워크를 세종학당을 통해서 국어원에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트워크가 전산망으로 어느 대학에 누가 있다 하는 정도로 그쳐서는 안 되고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이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세종학당이 그런 역할까지 하기를 기대합니다.
권재일: 제가 두 가지만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한국어 국외 보급을 위해서 세종학당 계획을 세워서 추진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성공적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국어 국외 보급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세종학당은 어떻게 보면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한국어 교육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것도 물론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한국어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이게 무엇이냐면 외국의 대학에 있는 한국어학과에서 대학생을 4년간 한국어 전문가로 키워서 그 사람이 자기 나라에서 또 한국어를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근데 국어원에서 나온 계획은 세종학당에 대한 것에만 거의 비중을 두고 있는데, 그것 못지않게 정규적인 외국대학에서의 한국어 교육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그건 물론 교육부에서 하겠지만 기왕에 한국어 교육을 국어원에서 관심을 가진다면 그쪽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예산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대중적인 한국어 교육을 위한 세종학당, 전문가 양성을 위한 각 대학 한국어학과에 대한 교수 지원, 교재 지원,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이 한국어를 체계적이고 균형있게 보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은 세종학당과 거의 비슷한 성격인데 중국에서 중국어를 외국에 보급하는 기관인 공자학원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 보급에 힘쓰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이를 참고해서 국어원뿐만 아니라 여러 기관의 협조를 얻어 좀 더 폭넓게 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홍보도 상당히 중요하지 않습니까?
김세중: 두 가지 중요한 말씀을 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외국 정규대학의 정규과정에서 한국어 교수진을 양성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좋은 교수진이 나오면 한국어 교육의 질이 좀 더 높아질 것이라는 말씀과 또 하나는 중국의 공자학원을 말씀하셨는데 거기는 제가 알기로는 여러 부처가 다 관련이 되어 있고 예산 액수도 상당해서 힘이 굉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권재일: 국어원도 예산을 더 확보해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허용: 권재일 선생님이 말씀하신 첫 번째 얘기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우리나라 학생들이 잘 안 가려고 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특별히 학생들에게 득이 될 것 같지 않은 나라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 경우는 특별히 그 나라 학생들을 국비로라도 교육시켜서 보다 나은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례로 동남아의 몇 개 나라에서 우리 대학에 한국어나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공부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최근에 있었는데 이런 경우 우리가 적극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조남호: 발전계획 부분에서 어떻게 보면 한국어 교육과 관련해서는 지금 해놓은 부분이 교육부와 외교부 쪽이 같이 있지 않습니까. 각 역할이 있는데 사실 저희가 발전계획을 세우면서 일단은 국어에 관련된 것을 제안했기 때문에 저희가 초점을 둘 수 있는 것은 대중적인 교육 쪽이 국어원의 역할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전문가 양성이란 부분은 한국어 보급의 역할 분담이란 측면에서 교육부가 주도를 해 나가는 것이 맞을 거라 생각합니다.
허용: 근데 재외동포 같은 경우에는 한국어를 어느 정도는 하는데 그 이상 발전을 못합니다. 이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나는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는데 그걸 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나 동력이 없습니다. 교육부에서 국제교육진흥원 등을 통해 한다고는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그들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실은 외국인보다도 재외동포를 키워줘야 우리나라의 역량이 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 편이거든요. 그 사람들은 한국 신문도 읽고 싶어 하고, 한국에 대한 것을 알고 또 하고 싶어 하는데 동력이 없다 보니 결국은 어느 선에서 멈추게 되면 멀어져 버리거든요. 그래서 해외동포에 대해서도 상당히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김세중: 세종학당에 대한 여러 가지 반응이 나왔습니다. 굉장히 시의적절한 중요한 일이라는 지지와 격려도 있었고, 부분적으로는 문제 제기도 있었습니다. 문제 제기 중에는 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습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자기가 한국어를 배우면 경제적 이익이 있기 때문에 배우려는 것이어서 그냥 가만히 놔둬도 그 사람들이 배울 건데 그것을 정부가 예산을 투자해서 굳이 자기 돈 내고 배우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교육비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느냐,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데 자기 사교육비를 들여서 배우지 국가가 무슨 교육비 지원을 해주지 않는 것처럼 정부가 예산을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는 시각도 이미 나온 바가 있습니다. 이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허용: 저는 우리가 옛날에 미국 같은 데에 공부를 하러 갈 때 돈이 없어가지고 어려웠던 것처럼 실제로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쪽 학생들을 보면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워서 대학에 들어가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곳에다가 세종학당이라든지 어떤 것이라도 만들어 주어 일부분 기초적인 것이라도 배우고 오면 그 학생들은 고마워하는 거죠. 낭비라고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김세중: 일부에서 그런 의견이 있다는 것이지 모두의 의견은 아닌 것 같고요.
안상순: 영어하고는 좀 상황이 다르지 않나요. 영어는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국제어니까 영국이나 미국 정부에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겠지만, 한국의 입장은 좀 다르겠죠. 외국인 학습자가 스스로 알아서 배우라고 한가하게 이야기할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김세중: 근데 문제 제기를 하는 쪽은 베트남이나 중국 등 이런 곳에 학습자가 많아서 한국의 사설학원 같은 데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지금 세종학당을 설립하면 그곳에만 몰리게 되고 그러면 그런 학원들이 타격을 입지 않겠느냐 하는 거죠.
정재환: 제가 자세한 내용을 몰라 말씀드리기가 조금 어렵기는 한데요, 이를테면 일본어를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 일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일본어능력시험 1급 정도는 돼야 한ㆍ일 교류재단 쪽을 다닐 수 있고 그러다가 정작 유학을 갈 때 신청을 해서 자격이 되면 그 재단에서 많은 학비를 지원을 해주고 그렇게 해서 일본으로 가는 것으로 얘기를 들었거든요. 이를테면 이미 저절로 수요가 발생해서 한국어 교육을 잘하고 있는데 세종학당을 세워서 마찰 같은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런 쪽으로 궁리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테면 일정 수준이 되는 친구들, 한국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한국어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하는 이런 친구들을 적극적으로 유학제도 같은 것을 만들어서 수용하는 것에 대한 궁리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는 아까 세종학당을 100개를 세울 계획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대개 목표는 가중치를 세우는 것이라 생각을 하는데, 수요를 정확하게 측정을 해가지고 이를테면 1국에 하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나라에는 전혀 세우지 않더라도 어떤 나라에는 대여섯 개를 세운다던가 하는 정밀한 시장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세워 놨는데 학생이 한 명도 없고 이러는 것보다는.
김세중: 네. 당연히 나라에 따라서 사정에 맞게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재환: 그리고 앞서 권 교수님께서 말씀을 하셨는데요, 지금 세종학당이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보급하는 것 아닙니까. 기존에 민족교육이라는 게 또 있는데 그 부분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세종학당 쪽에 총력을 치중하게 되면 행여나 그쪽이 소홀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들어서요. 그래서 그쪽에도 계속해서 대책을 수립하는 쪽으로 고민을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김세중: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공자학원의 첫 번째 목표는 현지에서 직접 중국어를 가르치기보다는 중국어 교원을 현지에서 양성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직접 가르치는 것도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세종학당은 학습자를 가르치되 정규학교 과정의 일부가 아니라 학생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학이나 시설을 빌려서 일반인들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안상순: 어쨌거나 현지에 민간업체들이 진출해서 한국어를 보급하려고 하는 노력은 그것대로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그 자생적인 싹을 없애지 않았으면 합니다.
허용: 문제는 현지에 있는, 소위 말하는, 학원들의 교사들 질적 수준입니다.
안상순: 그것은 또 다른 차원에서 관리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민간 학원들이 엉터리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하면 그건 큰 문제니까요.
김세중: 그것도 중요한데 지금은 제도적인 장치는 없습니다. 한국어 교원 자격은 작년부터 발급을 하고 있습니다만 사설학원에서 그런 자격이 없는 사람을 쓰더라도 우리가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안상순: 세종학당과 민간 학원이 선의의 경쟁 관계를 가지면서 질 높은 한국어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좀 더 나은 방안이 강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세중: 네. 나중에 더 생각이 나시면 말씀을 해 주시고요, 일단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다음 주제는 사전 편찬과 정보화입니다. 사전 편찬은 1999년에 간행한 표준국어대사전을 좀 더 풍부한 내용으로 다룰 수 있도록 계속 보완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사전 정비, 보완은 지속적으로 계속해야 될 사업이고, 신어 조사 사업도 계속해온 사업이어서 앞으로도 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맞춤형 사전을 편찬하겠다는 것이 향후 5년 계획에 들어 있고요, 몇 가지 맞춤형 사전을 편찬할 수 있을지는 예산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앞으로 세부계획에서 결정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보화는 국어 정보 통합 관리 체계라는 것을 운영을 하게 됩니다. 한국어 어휘망을 구축하는 사업도 있습니다. 이 분야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시지요.
안상순: 사전이라는 것이 언어학습의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에 국립국어원에서 사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관심을 어떤 식으로 갖느냐에 따라서 사전을 발전시킬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을 보면 다국어 지원 학습용 웹사전 편찬이라든가 맞춤형 사전 편찬 같은 내용이 들어 있는데, 대단히 의욕적인 사업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우려스러운 면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99년 표준국어대사전이 나오고 나서 국내 민간업체들의 국어대사전이 시장에서 사실상 소멸되었던 과거의 경험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혹시 이런 계획들이 또 한 번 사전의 위축을 몰고 올 가능성은 없는지 조심스럽게 검토되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표준국어대사전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업적이나 성과는 그에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민간 사전의 자생적 발전을 저해한 측면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립국어원이 자신의 이름으로 사전을 펴내게 되면, 동일한 범주의 다른 민간 사전들은 사실상 빛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이라는 권위에 대항할 수 있는 민간 업체는 거의 없기 때문에 국어원이 직접 사전을 편찬하는 일은 신중하게 생각해야만 합니다. 다국어 지원 한국어 학습용 웹사전 내용을 보니까 1차와 2차로 나누어져 있어요. 1차 개발 대상은 한국어 학습 수요가 많은 언어 5개이고, 2차 개발 대상은 사용 인구가 많은 언어 5개로 되어 있습니다. 즉, 1차 대상은 베트남어, 타이어, 몽골어, 러시아어, 인도네시아어이고, 2차 대상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아랍어입니다. 특히 영어, 중국어, 일본어의 경우에는 관련 사전이 이미 국내에 각각 여러 종씩 나와 있습니다. 영한사전, 한영사전, 중한사전, 한중사전, 일한사전, 한일사전 등이 비교적 풍부하게 나와 있어요. 또 1차 개발 대상도 조사를 해 보니까 개발이 안 된 상품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국립국어원에서 웹사전을 개발해서 인터넷에 올린다고 한다면 기존 사전들은 타격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얼핏 보면 웹사전이니까 종이사전하고 직접적인 경쟁은 안 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디지털사전과 종이사전은 이미 경쟁 관계가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실제로 근자에 들어 디지털사전 때문에 종이사전이 굉장히 많이 위축됐어요. 종이사전 시장은 전성기 때보다 많게는 50% 이상 매출이 감소되었습니다. 이런 매출 감소 추세가 어느 선에서 멈출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국어 발전 계획의 내용을 보니까 웹사전 개발이 웹에서 그치지 않고 필요하면 책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되어 있더군요. 한마디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명분은 책을 만들고자 하는 출판업체에 자료를 제공하여 민간 출판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황폐화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조남호: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저희가 다국어 지원 웹사전을 계획했을 때 우선 고려했던 것은 한국어 교육에 초점을 맞춰서 외국 사람이 한국어를 배우는 데 참고할 만한 사전, 한국어 학습용 사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실은 이쪽 언어들이 참고할 만한 좋은 사전이 없다는 겁니다. 사전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사전이지 한국어 학습에 초점을 맞춘 사전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한국어 수요가 많은 베트남이라든가 이런 쪽이 우선적으로 지목이 되었던 것이었고요. 그 다음에 영어, 중국어, 아랍어 등이 포함된 것은 우리가 우리말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든 언어에 대해서 다 개발하면 좋은데 사실은 그런 여건은 어렵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영어, 중국어, 아랍어 이 언어 중에 하나는 접근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걸 통해서나마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이들 언어를 택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 저희가 초점을 둔 부분은 영한 쪽 부분이 아니라 한영, 한일 이쪽 부분들이죠. 저희가 파악해 본 바로는 주로 한영이라든지 한중, 한일 이 쪽 부분이 상대적으로 사전이 상당히 약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주로 시장 형성이 되어 있는 경우는 영한사전, 일한사전, 중한사전 쪽 부분이지 반대쪽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한국어 교육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쓸만한 사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지적하신 것처럼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점을 초래하지는 않을 거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안상순: 그런데 그것이 정말 심각하지 않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인데, 계획에 보면 몽한, 한몽 이게 다 계획에 잡혀 있거든요. 한몽만 하겠다는 게 아니잖아요.
조남호: 아니요. 기본적으로 한몽인데 웹사전의 특징 때문에 한몽이 되면 거꾸로 몽골어를 찾아서 한국어를 볼 수 있는 검색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기본적으로는 한국어가 먼저 있고, 기본이 되는 한국어 쪽 사전을 만들고 거기에 따라서 대역이 될 수 있는 이 쪽을 갖다 붙인다는 방식이거든요.
안상순: 그러면 한몽사전을 만들어 놓고 그걸 뒤집어서 몽한사전을 만들겠다 그건가요.
조남호: 한몽사전을 만들어놓고 상대적으로 검색은 해볼 수 있죠. 몽골어 단어가 풀이 쪽 부분에 있을 것이지 않습니까. 검색해 보면 한국어 단어가 나오니까 상대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죠. 한몽사전을 뒤집어서 한다는 뜻은 절대로 아닙니다. 부분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얘기죠.
안상순: 중요한 것은 다국어 지원 웹사전이 개발됨으로써 그동안 사전 콘텐츠를 생산해 오던 기존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국어원 사전만 남고 나머지는 다 죽어버리는 사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거죠. 만일 그런 사태가 온다면 그것이 사전의 발전일 수는 없지 않아요?
권재일: 사전과 관련해서 제기되었던 문제인데 결국은 국어원에서 출판을 하면 지금 말씀하신 권위 때문에 다른 민간 사전이 피해를 입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사전과 관련해서 생각한 것은 국어원에서는 직접 사전 출판에 관여하지 말고 사전에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해석하고 정리를 해서 그것을 온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더 나아가서 출판사에서 그 자료를 활용해서 출판사에서 내는 사전을 보완하거나 개편할 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안상순: 그러니까 민간이 이미 개발해 놓은 영역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기보다는 민간이 아직 시도하지 않았거나 개발하기 힘든 영역을 개척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할 것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경우에도 만일 그것이 기존 대사전의 볼륨을 껑충 뛰어넘는 초대형 사전, 예컨대 영국의 옥스퍼드 영어사전(OED)과 같은 초대형 사전으로 개발되었더라면 기존 국어대사전이 그렇게 속절없이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랬더라면 표준국어대사전은 오히려 민간 사전을 살찌우는 거대한 젖줄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따라서 국어원은 민간 사전과 경쟁 관계의 사전을 만들기보다는 민간 업체가 다양하고 충실한 사전을 만들 수 있도록 사전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21세기 세종계획의 전자사전 개발 같은 것은 국어원만이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참으로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추진 과제에 들어 있는 맞춤형 사전인 분류사전, 유의어사전, 반의어사전 같은 것도 이미 시장에 다 나와 있기 때문에 국어원에서 중복해서 다시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김세중: 국어원에서 지금 다양한 맞춤형 사전 편찬이라고 했을 때 유의어, 반의어 사전 등이 민간에서 내고 있는 종이사전과 같은 형식으로 낸다는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조남호: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지요.
양명희: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는 좀 다른데요. 기존의 유의어, 반의어 사전의 수준이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정도의 정보를 담고 있지 못하거든요.
안상순: 이렇게 얘기할 수는 있을 것 같네요. 가령, 유의어 사전의 경우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것은 단순히 유의어를 아무 설명 없이 모아 놓기만 작은 사전에 불과한데, 국어원에서 만일 새로운 유의어 사전을 개발한다면 그런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야 할 것입니다.즉, 한국어 유의어를 망라해서 집대성할 뿐 아니라, 유의어끼리의 미세한 차이를 섬세하게 변별해 주는 방대한 사전이라면 커다란 의의가 있으리라 봅니다. 사실 유의어 변별은 아주 제한적으로 시도되고 있지만, 한국어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 일은 엄청난 시간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될 것이므로 민간에서 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국어원에서 하겠다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존 유의어 사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전을 국어원에서 만든다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권재일: 국어원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안 선생님이 걱정하시는 문제가 하루 이틀 전에 나온 것이 아니고 적어도 표준국어대사전이 나왔을 때부터 제기되었던 문제였기 때문에 국어원에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안상순: 그렇게 낙관해도 될까요.
김세중: 국어원이 민간시장을 어지럽힌다거나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말씀 깊이 유념하겠습니다. 그러면 다음 사회 통합이라고 되어 있는 데요, 사회 통합이 10대 추진과제에 3번과 4번에 해당됩니다. 3번은 소외계층을 위한 언어 복지 시책 강화로 세 부류로 나뉘는데 국제결혼 이주여성을 위한 한국어 교육 확대, 그 다음에 새터민 정착을 위한 국어교육 지원, 그리고 수화ㆍ점자 체계를 개선하고 지원하는 그런 계획이 있고요. 그리고 일반인 대상으로 국어 자체를 순화하는 사업, 대중매체 언어를 향상시키는 것, 그리고 차별적 표현 같은 것을 개선해서 언어의 공공성을 향상시키는 것도 이번 5개년 계획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밖에 전문용어 정비, 공공기관의 언어 표현 개선, 교과서와 법령문 등의 언어 감수를 하겠다는 것이 국어 발전 기본 계획에 들어 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정재환: 지금 제목만 말씀해 주셨는데요, 굉장히 해야 될 일이 많네요. 제가 그동안 느낀 것을 몇 가지 말씀드리면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방송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게 방송언어는 정확해야 되고, 또 알기 쉬워야 되고, 청취자가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저도 그렇지만, 그런 점에서 많이 부족하죠. 아나운서, 기자를 제외하면 리포터들도 나름대로 공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취약하죠.
또 문제가 뭐냐면 사실은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면서 자막에 대한 지적을 참 많이 하시거든요. 그런 문제를 어떻게 보완을 할 수 있을까. 역시 최종 책임은 피디가 지는 거지만 작가들이 글을 쓰니까 작가들이 좀 더 분발을 해야 되지 않느냐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어느 방송사에다가 작가들 대상으로 피디를 포함해서 실제로 건물 안에서 일을 하는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해서 이를테면 문화학교 같은 강좌를 열면 어떻겠느냐 하는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는데 비용 문제도 있을 것 같아요. 방송사에서 따로 예산을 책정해야 그런 것도 할 수 있으니까요. 가끔 특강 같은 것을 하는데 그것은 그다지 효과는 없는 것 같아요. 자극은 되고 관심을 환기시킬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두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국립국어원에서 할 수 있다면 방송사와 연결을 해서 방송사 안에 공간을 하나 빌려가지고 이를테면 16강 내지 20강 정도의 과정을 짜서 작가들이나 피디들, 리포터들, 실질적으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등록을 해서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지금 방송사마다 우리말 방송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편성시간이 최근에는 거의 본 적이 없고, 아이들 시간대에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을 좋은 시간대로 옮길 필요도 있는데 굉장히 어렵겠죠. 그런데 어렵다 하더라도 포기해서는 안 될 것 같고, 그래서 요청을 해서 사실 제 욕심에는 8시 뉴스나 9시 뉴스 앞에 한 40초라도 나가면 굉장히 효과가 크지 않을까 합니다. 이를테면 ‘바른말 고운말’이든 ‘우리말 나들이’든 ‘우리말 사랑해요’든 뭐든 간에 본 프로그램은 본 프로그램대로 진행을 하고, 그것을 압축 편집을 해서 40초든 이렇게 만들어 가지고 융통성 있게 방송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매번 들어갈 수는 없겠지만 때때로 들어가는 목적으로 해서 심야에도 한 번씩 넣고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가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앞서 새터민 얘기도 하셨는데, 새터민 문제도 상당히 중요하죠. 사실은 사투리가 심하니까 출신이 북쪽인 것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분들도 많고, 그래서 아예 말을 안 한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말을 걸 때까지는 안 하는 거죠. 그래서 이런 분들한테 하나원 같은 곳에서 기초적인 교육을 하고는 있지만 그 이외에 실제로 학령기에 있는 새터민들도 많지 않습니까. 어린 나이의 새터민들, 그런 학생들에게는 정말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안성에 ‘한겨레 중ㆍ고등학교’라고 있더라고요. 새터민들 공부하는 곳인데 작년 3월에 개교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규 교과과정이 있고 목요일이 특성화 교육을 하는 날이라고 얘기를 들었는데, 그쪽에 계시는 어떤 분이 일주일에 한 번이니까 목요일에 와서 한국어를 좀 체계적으로 가르쳐줄 수 있는 대학원 과정에 있는 학생도 좋고, 아니어도 좋고, 선생님이면 더 좋고, 그런 사람이 있으면 보내 달라고 요청을 한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수소문을 하고 있는데 아직 사람을 못 구했습니다. 자원봉사의 형태가 될 테고, 그쪽에서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실비를 줄 수도 있겠죠. 교통비 정도는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가 알기로는 그런 학교에서는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고, 그런 곳에 지원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학교가 아닌 곳이나 종교단체에서도 학생들을 보호하고 교육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런 곳도 실상을 파악해서 지원을 하면 어떨까 합니다.
결혼이민자도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옛날에 한글학회에서 한글 강습을 하지 않았습니까. 아주 오래 전에. 근데 요즘에는 결혼이민자들을 지원하는 시민모임에서 한국어학당을 하더라고요. 전국에 꽤 여러 개가 세워진 걸로 아는데, 그런 시민단체들하고 좀 연계를 해서 그분들은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지원을 하거든요, 한국에 와서 잘 적응을 해서 살 수 있도록. 그런 데에 국립국어원에서 관심을 갖고 힘을 실어준다면 굉장히 효율적으로 잘 되지 않을까 합니다.
김세중: 국어 사업은 지금 이미 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진흥팀에서 하고 있고, 앞으로 더 확대해 나갈 겁니다.
권재일: 제가 말씀을 드리자면 새터민, 이주 여성들의 교육을 국어원에서 직접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쉽게 얘기해서 북한어를 쓰고 있는 사람이 남한어를 배우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은 새터민이지만 나중에 남북통일이 되면 서로 내왕하는 가운데 서울에 북한의 노동력이 내려왔을 때에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빨리 말을 고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녁에 불러다가 교육을 시키고 이렇게 해가지고는 언제 될지 모르니까 그것을 대비해서 국어교육의 도움을 받아가지고 발음은 어떻게 교정하고, 발음교정 프로그램을 며칠 하면 발음이 교정되고, 문장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런 것을 가르쳐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국어원이 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제로 새터민에게 말을 가르치고 이주 여성들에게 말을 가르치는 것은 시민단체라든지 다른 곳에서 하는 것을 지원하고, 국어원에서는 언어 교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세중: 마지막 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박영주 팀장님께서 말씀해 주시지요.
박영주: 네. 아까 정재환 선생님께서 얘기하신 것처럼 대중매체의 힘이라는 것이 지금은 점차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때에는 깜짝깜짝 놀랄 수밖에 없을 정도입니다.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의 언어를 다듬어야 하는 역할이 저희에게 있는데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상당히 죄송스럽고요. 외부 진행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저희가 교육을 일 년에 한두 차례 하고 있습니다. 이틀 정도, 오전, 오후 해서 두 강좌 정도를 들으라고 권유를 하는데도 실제로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 특히 스타급들은 듣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그 몇 시간의 교육으로 얼마나 언어가 다듬어질까 하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지만 어쨌든 주의를 환기시키는 측면은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모 방송인은 이름 자체가 방송 진행자로서 부적합하다고 해서 이름을 바꾸거나 본명을 쓰라고 권유하고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했지만 바꾸지를 않았거든요. 그리고 언어 교육을 권유해서 한번은 교육을 했어요. 그래서 조금 순화되기는 했지만 한계가 있어서 결국 프로그램을 내렸습니다. 이런 경우처럼 방송 출연자들에 대한 언어 교육은 필요하지만 실효성을 거두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거지요.
또 한 가지, 아까 자막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자막 오기 문제가 있습니다. 요즘 들어서 일본 텔레비전의 영향을 받아서 텔레비전에 자막을 많이 씁니다. 말로 했는데 그 얘기를 요약해서 커다란 글씨로 내보내서, 우리처럼 조금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공해로 느껴질 정도로 시각적으로 피로하거든요. 그런데 거기다가 맞춤법, 쓰기 어법에도 맞지 않는 그런 말들이 나오는데 사실 자막 오류 검색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게 방송사 안에는 보급이 됐는데, 외주에서 미리 제작해 오는 경우에는 예산이 없어서 자막오류검색기를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에 종종 자막 오기가 나타납니다. 프로그램은 있기 때문에 사면 되는데, 살 형편은 안 되고, 저희 한국어팀의 입장에서는 KBS가 싼 값에 혹은 무료로 주고 싶지만 이게 저희가 쓰는 게 아니라 SBS나 MBC에서 더 많이 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게 거국적인 측면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지만 예산적인 문제가 있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자막 오기의 경우에는 청소년,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거든요. 말은 그냥 흘려듣고 지나가면 뇌리에 남지 않기 때문에 좀 덜한데, 자막의 경우에는 오래 남기 때문에 이런 측면을 생각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예산을 늘려서 바로 잡아야 하는 거죠.
김세중: 국어원하고 주요 방송사하고 지금 업무 협정이 체결되어 있습니다. 협정이 체결되어 있는 만큼 지금 말씀하신 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토대는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국어원의 의지, 방송사의 의지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주제가 남았는데요, 좌담회의 시간이 거의 다 되었으니 문화유산 보전에 관한 말씀하고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을 같이해서 짧게 정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권재일: 먼저 문화유산 보전 문제에 관해서는 제일 중요한 것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쓰는 고려말이 있지 않습니까. 올해가 마침 강제 이주 70년이라고 하는데, 이주 70년이라고 하면 10살에 왔던 사람들이 지금 80세입니다. 그러면 원래 말을 고스란히 쓰고 있는 사람들이 80세 이상이라는 얘기인데, 얼마나 살지 모르지만 10년 이내에 우리 고유한 고려말이 완전히 소멸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말을 채록해서 정리하는 일이 필요한데, 예산이 꽤 많이 듭니다. 저는 지금 그 일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만, 그 예산을 정부에서 조금 지원을 했으면 합니다. 중국 지역의 조선말하고 달라서 고려말은 그 분들이 돌아가시면 그 귀중한 자료, 정확하게 말하면 19세기 함경도 방언을 고스란히 보존할 방법이 없어집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문화유산인데 보존하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국어 발전의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국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홍보하고 유도하는 것이 정부, 또는 국어원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국민들이 어떻게 해야 국어에 대해서 자발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인가. 그것은 국민들이 내가 국어에 대해서 잘 알면, 또는 잘 공부하면 나한테 어떤 득이 될 것인가, 이익이 생길 것인가 그것을 제시하여 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그것에 대해서 제가 답을 드릴 수는 없겠지만, 국어원에서 국민들이 국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알면 자기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개발해서 국민들에게 제시해 준다면 기본적으로 국어 능력이 향상될 것이고, 바른 말을 쓰게 될 것이고, 나아가서 말하기, 글쓰기 다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어원이 국민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좀 고민해보는 것이 국어 발전 기본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한 가지 중요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허용: 문화유산에 대해서 말하기에 앞서 한국어 교육에 대해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한국어 해외 보급 문제에 있어서는 여러 기관에서 지금은 일회성 교육인데, 정말로 단계별로 조금씩 깊이 있는, 예를 들어 해외에 있는 코이카 등을 통해서 2년에 걸쳐 연수를 받는다면 똑같은 얘기를 듣는 것보다는 기관별로 네트워크를 형성을 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그 사람들이 바르게 배워야 바르게 가르칠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을 하시면 좋겠고요. 보급이나 네트워크 차원에서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예를 들면 태국에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 이런 것이 2, 3년 전의 자료거든요. 전산화를 통해서 새롭게 되겠지만 늘 느끼는 것은 전산화가 되어 있다고 해서 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세종학당이나 교육원 그런 것을 통해서 거점을 확보를 할 때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야 베트남 쪽에 있는 선생님들이 우리 쪽에 질문도 하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고요.
그 다음에 저희가 현실적으로 겪는 이주 여성들의 한국어, 한국문화 교육 사업에 대해서는 한국어 교육은 어느 정도는 가능할 수는 있습니다. 물론 지역 사투리를 가르치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을 교재에 담는 방법도 문제입니다. 즉, 사투리를 교재에 실어야 하는가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더욱 어려운 것이 문화 교육입니다. 이거는 아까 권재일 선생님도 말씀하셨는데 어떤 프로그램이 있어야지 같은 기혼 여성이라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것은 그들이 우리나라에 이주해 와서 결혼해서 산다고 해서 철저하게 한국 사람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다문화 사회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한국 문화를 수용하게 하는가 하는 문제와 연결됩니다. 그래서 이주 여성들에 대한 문화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될지가 참 걱정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국어원에서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세중: 네. 귀중한 말씀을 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담당 부서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영주: 저는 문화유산 보전에 관련해서는 음성 언어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말의 장단을 구별하지 못하고, 구사 못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데 이런 부분이 지금 어디에서도 다루어지지 않고 있거든요. 교육에서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다 보면 우리말의 품위는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낍니다. 후배 아나운서들 가운데 장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랬을 때 아주 확연하게 구분이 되요. 느낌이 얼마나 경박한지가. 그래서 훈련을 시키는데, 우리 이외의 다른 곳에서는 전혀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요. 이걸 어떻게 한국어 교육에 반영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또 한 가지는 우리말 프로그램에 대한 건데요, 방송사는 어차피 지금도 경쟁 체제입니다. 지금 KBS에서 하고 있는 ‘우리말 겨루기’는 상당히 인기이고요, 1TV이기에 광고에 상관없이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말 겨루기’가 언어에 대한 관심, 국어에 대한 관심을 상당히 불러일으키고 있거든요. 또 잘 알고 계시겠지만 ‘상상플러스’의 경우에는 아주 말초적이기는 하지만 관심을 일으켰기 때문에 영향력이 있는 방송이라는 매체를 국어원에서 잘 이용하셔서 효과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방안을 찾으셨으면 합니다.
김세중: 네. 방송을 적극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재환: 저는 방금 박영주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생각을 잠시 해봤는데요. 저도 방송을 하다 보니까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거든요. 저도 발음 문제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표준 발음도 있고, 장단음이 있다는 것도 알고는 있는데 현실적으로 장단음을 정확하게 구별해내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생각에는 우리가 우리말을 발음하는 가장 기초적인 것이 연음법칙인 거 같은데요, 사실 연음법칙도 현실에서는 제대로 안 되고 있거든요. 제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초등학생이나 박사학위 소지자나 차이가 없더라고요. 교육부하고도 업무 협정이 체결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 테이프 가지고 듣기, 발음 훈련을 굉장히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학생들 보면 이어폰을 꼽고 다니면서 계속 듣고 발음을 익히는데, 우리는 그런 발음하는 규칙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시험을 보고 하는 것은 있지만 그걸 반복적으로 훈련을 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그 간단한 연음법칙조차 안 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또 그것의 중요성을 사람들이 모르고. 그래서 가능하다면 교과 과정에 테이프를 듣고 우리말을 공부하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장단음은 상당히 어려우니까 쉬운 것부터 좀 해결을 했으면 하는 게 제 의견이고요.
또 기본계획 안에 사업으로 들어가 있는데 도시 언어 경관 정비라는 게 있죠. 저는 이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에 간판문화연구소라는 게 발족을 했습니다. 거기는 간판문화라는 전반적인 것에 대해 개선하려고 모임을 만든 것인데, 여기에 표기의 문제가 포함이 되어 있거든요. 표기라는 것이 정확해야 되고, 정보를 잘 전달해야 되고, 누구나 보고 잘 이해를 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것들이 많으니까요. 문제가 되는 게 로마자 쓰기 뭐 이런 것들이 문제가 많이 되죠. 인천 국제공항 같은 경우에는 입국장에 보면 ‘Welcome’이 제일 꼭대기에 있거든요. 신문에 기고도 한 번 했는데요, 그런 문제도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옥외광고물 관련 법안인데요, 거기에 한글을 쓰고 필요하면 병기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현실은 로마자 우선이란 말이죠. 최근에 또 노원구청 같은 경우에는 그쪽에 영어 관련 시설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구내에서 장사하시는 분들한테 간판에 전부 로마자를 쓰게끔 어떤 규정을 만들어서 지시를 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과연 그것이 바람직한가, 아무리 영어 관련 시설이 들어서도 좀 대한민국다운 도시 언어 경관을 지켜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국립국어원에서도 신경을 쓰시고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안상순: 국어 발전 기본 계획 아래 여러 가지 세부목표가 있는데, 세부목표에 대한 좀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국민들의 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능력을 신장시킨다고 했는데 이는 너무 추상적이어서 막연하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가령, 규범을 좀 더 확고하게 인지시킨다고 하면 상당히 목표가 구체적인 데에 반해서, 일반 국어교육 목표인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능력을 신장시킨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거든요. 따라서 도달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했으면 합니다. 또 하나 국어원 쪽에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어문 규범을 좀 더 유연하게 재조정하는 한편, 현행 규범의 빈틈이나 문제점은 하루속히 고치고 보완해 달라는 겁니다. 예를 들면 현행 띄어쓰기 규범은 다분히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표준국어대사전은 띄어쓰기 규범에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하는 면이 있습니다. 어떤 말이 합성어인지 구인지에 대해 매우 일관되지 못한 처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띄어쓰기 규범 자체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요청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표준어 규범도 현재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는데, 복수표준어를 최대한으로 확대해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말에 비표준어의 낙인을 찍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허용: 규범과 관련해서는 국어원에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하나는 앞에서 박영주 팀장님께서 말씀하신 음성 언어에 관한 것입니다. 표준발음법을 보완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표준발음법에는 대표적인 예만 몇 개 나와 있어 하나하나의 낱말에 대해 학생들이 어떤 것이 표준발음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외래어에 대한 발음도 어느 정도 규정을 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례로 은행에서 자주 사용하는 영어의 ‘on-line’의 발음이 ‘온나인’인지 ‘올라인’인지, ‘아울렛’이라는 발음이 맞는지 등등 외국인들에게 발음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그런 규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표준발음법의 규정이 너무 강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두 개 이상의 발음이 공존할 때 그것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경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반 대학도 그럴 테지만, 저는 외국어대학에 있다 보니까 번역을 하는 교수님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는데 할 때마다 저한테 질문을 해요. 띄어쓰기를 어떻게 하느냐. 그런데 지금 나와 있는 것 가지고는 전혀 안 되잖아요, 그런데 국어원 내부 규정은 있지 않겠습니까, 그거라도 좀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보급을 좀 해주십사 합니다.
김세중: 오늘 두 시간 토론을 한 것에서 한 분 한 분 말씀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부 추진계획을 세울 때 적극 반영을 하겠습니다.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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