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제1차 국어발전 기본 계획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의 수립 경위 및 내용
국어 능력, 어떻게 키울 것인가?
국어 발점 기본 계획의 "한국어 세계화"
사전 편찬과 국어 정보화의 과제
사회 통합을 위한 언어 정책의 필요성과 실행과제
문화와 국어
이곳 이 사람
어원 탐구 
우리 시의 향기
우리 소설 우리말
국어 생활 논단
고향 말을 찾아서
국어 산책
국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국립국어원 소식
국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물음>>  한글 자모의 이름 중에서 ‘ㄱ, ㄷ, ㅅ’은 왜 그 이름을 각각 ‘기역, 디귿, 시옷’이라고 하나요? ‘ㄴ’은 ‘니은’, ‘ㄹ’은 ‘리을’, ‘ㅈ’은 ‘지읒’, ‘ㅎ’은 ‘히읗’이라고 부르잖아요. 그렇다면 ‘ㄱ, ㄷ, ㅅ’도 ‘기윽, 디읃, 시읏’이 맞는 이름이 아닌가요? 또, ‘ㄱ’을 ‘기역’으로 불러야 한다면 ‘ㅋ’도 ‘키역’이나 ‘키옄’이라고 불러야 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곽봉태, 인천시 남구 주안 5동)


답 >> 한글 자모의 이름은 조선 중종 22년(1527)에 최세진이 지은 『훈몽자회』에서 처음 제시되었습니다. 훈몽자회의 내용 중에 초성과 종성으로 두루 쓰이는 8글자에 대해 각각 초성에서 쓰였을 때의 음가와 종성에서 쓰였을 때의 음가를 예시해 놓은 부분이 있습니다.

ㄱ(其役) ㄴ(尼隱) ㄷ(池末) ㄹ(梨乙) 
ㅁ(眉音) ㅂ(非邑) ㅅ(時衣) (異凝)

  먼저 ‘其, 尼……’류는 초성에서 쓰였을 때의 음가를, ‘役, 隱……’류는 종성에서 쓰였을 때의 음가를 예시하는 글자인데 그것이 결합되어 자연스럽게 글자의 이름으로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각 자음에 모음 ‘ㅣ’와 ‘ㅡ’를 결합시킨 음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마침 한자에는 ‘윽, 읃, 읏’에 해당되는 글자가 없어서 각각 ‘役(역), 末(귿), 衣(옷)’를 사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ㄱ, ㄷ, ㅅ’이 다른 자모들과 달리 ‘기역, 디귿, 시옷’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ㅋ’의 경우 앞서 언급한 ‘ㄱ, ㄷ, ㅅ’의 경우와 달리 자음 ‘ㅋ’에 모음 ‘ㅣ’와 ‘ㅡ’를 결합시킨 음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기역과는 달리 ‘키읔’으로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한편, 표준어 규정에 의하면 위에서 언급한 각각의 자모들의 발음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ㄱ: [기역], [기여기], [기여글], [기여게]
ㄷ: [디귿], [디그시], [디그슬], [디그세]
ㅅ: [시옫], [시오시], [시오슬], [시오세]
ㅋ: [키윽], [키으기], [키으글], [키으게]

  표준어 규정 중 제2부 표준 발음법 제16항에서 한글 자모의 이름은 그 받침소리를 연음하되, ‘ㄷ, ㅈ, ㅊ, ㅋ, ㅌ, ㅍ, ㅎ’의 경우 특별히 발음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ㄱ, ㅅ’은 받침소리를 연음하여 발음하게 되고, ‘ㄷ,ㅋ’의 경우 위와 같이 따로 정해진 발음법을 따르면 됩니다.
  앞서 ㅋ의 자모 이름은 ‘키읔’이 맞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키읔에’를 [키여게], [키여케], ‘키읔을’을 [키여글], [키여클]이라고 발음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한글 자모의 이름은 초성과 종성을 모두 보이기 위한 방식으로 붙여진 것입니다. 원칙적으로는 모음 앞에서 디귿이[디그디], 디귿을[디그들]처럼 발음해야 하겠지만, [디그시], [디그슬] 등과 같이 현실 발음을 반영시켜 규정화하였습니다. 따라서 한글 자모의 이름에 대한 발음은 맞춤법과 차이가 생기게 되었고, 그 이름을 붙인 근본 정신에서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이는 전통성과 기억하기 쉽도록 한다는 것이 오랜 관용을 바꾸어야 할 이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발음과 오랜 관용을 따른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물음>>  남편이 다니는 직장에 전화를 걸었는데 남편 대신 전화를 받은 사람에게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저를 어떻게 소개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주현,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동)


답 >> 배우자의 직장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아무개의 배우자라는 것을 밝혀야 할 경우에는 “집입니다.”라고 하거나 “○○○ 씨의 아내(처, 집사람, 안사람)입니다.”, “○○○ 씨의 남편(바깥사람)입니다.”라고 하시면 됩니다.
  만약 동기의 직장에 전화를 건 상황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는, “○○○ 씨의 동생입니다.”, “○○○ 씨의 형 되는 사람입니다.”, “제 동생이 ○○○입니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전화를 걸 때 말고도 일상생활에서 자신을 남에게 소개할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님의 친구나 부모님을 아는 사람에게 자신을 밝힐 때는 “저희 아버지가 김 ○자 ○자 쓰십니다.” 또는 “저희 아버지 함자는 김 ○자 ○자이십니다.”로 말하는 것이 표준이 됩니다. 물론 “○○○ 씨(부장님)의 아들(딸)입니다.”와 같이 말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자녀의 친구에게는 “○○○의 아버지이다.”가 표준이나 장성한 자녀의 친구를 대접해 “○○○의 아비다.”, “○○○의 아비 되는 사람이다.” 등과 같이 말할 수도 있습니다.
  자녀의 스승에게는 “○○의 아비입니다.” 또는 “○○의 아버지입니다.”처럼 말할 수도 있습니다.

  동기의 배우자에게 자신을 밝힐 때에는 “○○ 아버지(아비, 아빠)인데요.”, “○○ 엄마(어미)인데.”처럼 말하고, 자녀가 없을 경우에는 상대방의 자녀 이름을 넣어 “○○ 삼촌”, “○○ 고모” 등으로 자신을 지칭하시면 됩니다. 제수나 형수에게 “삼촌인데요.”라고 하거나 친정 올케나 동생에게 “나 고모인데.” 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으나 이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동기의 친구에게는 “○○○ 씨가 제 큰형입니다.”, “○○○ 씨의 동생입니다.”처럼 자신을 밝히는데 형의 나이가 10살 이상 차이가 나면 “○○○ 씨가 제 형님이십니다.”처럼 높여서 말합니다.
  부부간에는 서로 목소리를 모를 리가 없기 때문에 따로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 없으므로 서로 “나예요.”라고 말합니다.

  직장에서도 상사가 아래 직원에게 자신을 지칭할 경우 상대방이 목소리로 자신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직함으로 “사장인데.” 또는 “김 사장인데.”라고 하거나 부서와 직함을 모두 넣어 “총무부 김 부장인데.”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아래 직원이 상사에게는 “상무이사입니다.” 또는 “○(○○) 이사입니다.”, “총무부장 ○○○입니다.”처럼 말하고 직함이 없는 평사원들은 누구에게나 “총무부 ○○○입니다.”로 말합니다.
  다른 회사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회사 이름을 밝혀 “○○ 회사 총무부장 ○○○입니다.”로 말하면 됩니다.

 

물음>>   ‘간격이 좁을수록 통과하기 어렵다.’라는 문장에서 ‘좁을수록’은 띄어 쓰는 것이 맞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붙여 써야 하나요? 그리고 ‘좁을수록’의 발음은 [조블수록]/[조블쑤록]중 어느 것이 맞나요? 

(유창수, 서울시 강서구 방화 3동)


답 >> ‘좁을수록’으로 붙여서 써야 합니다. 그리고 발음은 [조블쑤록]으로 하는 것이 맞습니다.
  ‘좁을수록’은 동사 ‘좁다’의 어간 ‘좁-’에 어미 ‘-을수록’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어미 ‘-을수록’은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용언의 어간이나 어미 ‘-었-’ 뒤에 붙어 앞 절 일의 어떤 정도가 그렇게 더하여 가는 것이, 뒤에 이어지는 절의 일에 어떤 정도가 더하거나 덜하게 되는 조건이 됨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입니다. 어간에 결합하는 어미의 경우 붙여 쓰는 것이 규정이기에 ‘좁을수록’은 붙여서 쓰는 것이 바른 표기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을수록’과 같은 형태일 경우에 항상 ‘-ㄹ수록’이 결합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어근의 범위를 확인하여 받침이 있는 어근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받침이 ‘ㄹ’이거나 받침이 없는 경우인지 확인하여야 어떤 어미가 결합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1) 몸이 늙을수록 마음은 어려지는 법이다.
(2)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은 떨어진다.

  위의 예문은 형태는 같아 보이지만 다른 어미가 결합한 것입니다. (1)의 ‘늙을수록’은 받침 있는 동사인 ‘늙다’의 어간 ‘늙-’과 어미 ‘-을수록’의 결합이고 (2)는 받침 없는 동사인 ‘올라가다’의 어간 ‘올라가-’에 어미 ‘-ㄹ수록’이 결합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발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좁을수록’은 [조블쑤록]으로 발음하여야 합니다. 표준발음법 제13항에 홑받침이나 쌍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제 음가대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좁을’의 발음이 [조블]이 됩니다. 그리고 ‘수’를 된소리로 발음하는 것은 표준발음법 제27항 관형사형 ‘-(으)ㄹ’ 뒤에 연결되는 ‘ㄱ, ㄷ, ㅂ, ㅅ, ㅈ’은 된소리로 발음한다는 기준에 따른 것입니다.

(1) 손에 쥐면 터질세라 바람 불면 날아갈세라.
(2) 내가 몇 등일지 마음엔 걱정이 가득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을수록’을 포함하여 ‘-(으)ㄹ’로 시작되는 다른 어미에서도 역시 ‘ㄹ’ 뒤에 오는 자음 ‘ㄱ, ㄷ, ㅂ, ㅅ, ㅈ’을 된소리로 발음해야 합니다. 어미 ‘-(으)ㄹ거나, -(으)ㄹ세, -(으)ㄹ지, -(으)ㄹ진대’ 등이 표준 발음법 제27항에 포함되어 된소리로 발음하게 되는 예입니다. 이 규정에 따라 위에 제시된 예문의 ‘터질세라’는 [터질쎄라]로, ‘날아갈세라’는 [나라갈쎄라]로, ‘등일지’는 [등일찌]로 발음합니다.

 

물음>>  “달리다”를 ‘달림, 달리기’로 바꿀 수 있지만 어떻게 달리 쓰이는지 궁금합니다.

(김유강, 서울시 영등포구)


답 >> 다음은 ‘달림’과 ‘달리기’가 쓰인 문장입니다. 

(1) 나는 한 아이가 비를 맞고 달림을 보았다.
(2) 내 동생은 달리기를 좋아한다.

  (1)의 ‘달림’은 흔히 ‘달리는 것’으로 쓰이며 ‘한 아이가’를 서술하는 기능을 합니다. 즉, 이는 ‘달리다’의 ‘달리-’에 명사형 접미사가 결합한 것이 아니라 ‘달리-’에 명사형 어미 ‘-ㅁ’이 결합한 형태인 것입니다. (2)는 ‘달리-’에 ‘-기’가 결합된 파생 명사입니다.

  어간에 접미사 ‘-(으)ㅁ’, ‘-기’가 붙어서 명사가 되는 것은 그것이 새로운 하나의 단어가 됨을 뜻합니다. ‘걷다’에서 파생된 ‘걸음’은 ‘두 발을 번갈아 옮겨 놓는 동작’이라는 의미로 ‘걸음을 재촉하다’와 같이 쓰이고 ‘걷기’는 ‘걷는 일’이라는 의미로 ‘걷기와 달리기 중 걷기가 좋다.’와 같이 쓰여 각각의 의미를 갖습니다. 따라서 ‘달리기’와 ‘달림’은 서로 구분해 써야 합니다.

 

물음>>  ‘의유당 김씨’와 ‘희빈 장 씨’의 띄어쓰기가 궁금합니다. 

(정난주, 서울시 양천구)


답 >> ‘氏’에는 존칭을 나타내는 의존 명사 ‘씨’와 그 성씨 자체를 뜻하는 접미사 ‘-씨’가 있습니다. 따라서 ‘씨’와 ‘-씨’를 구분하여 쓰되 접미사는 앞 말에 붙여 쓰고 의존 명사는 띄어 씁니다.
  ‘의유당 김씨’에서 ‘의유당’은 ‘호(號)’입니다. 만일 ‘의유당 김 씨’라 한다면 ‘호’ 뒤에 다시 의유당을 가리키는 ‘김 씨’를 반복해 쓴 것이 됩니다. ‘씨’가 존칭의 ‘씨’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희빈 장 씨’와 비교하면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희빈 장 씨’에는 존칭의 ‘씨’가 쓰였는데, 이는 ‘희빈’이 ‘장 씨’의 품계를 이르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의유당 김씨’는 ‘호’에 ‘성’(성씨)’이 이어진 것이고 ‘희빈 장 씨’는 ‘품계’에 ‘성’과 존칭의 ‘씨’가 차례로 이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의유당 김씨’와 ‘희빈 장 씨’처럼 띄어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