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제1차 국어발전 기본 계획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의 수립 경위 및 내용
국어 능력, 어떻게 키울 것인가?
국어 발점 기본 계획의 "한국어 세계화"
사전 편찬과 국어 정보화의 과제
사회 통합을 위한 언어 정책의 필요성과 실행과제
문화와 국어
이곳 이 사람
어원 탐구 
우리 시의 향기
우리 소설 우리말
국어 생활 논단
고향 말을 찾아서
국어 산책
국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국립국어원 소식
특집: 국어 발전 기본 계획 
국어 능력, 어떻게 키울 것인가? 

권재일∙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교수


1. 국어 능력이란 무엇인가

  살아가면서 우리가 경험하는 여러 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 활동일 것이다. 언어 활동은 인간의 모든 활동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언어 활동은 크게 두 가지 과정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언어 내용을 표현하는 과정이고, 둘째는 표현된 언어 내용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표현 활동이 말하기고, 이해 활동이 듣기이다. 글을 통해 언어 활동을 할 경우에는 쓰기가 표현 활동이며 읽기가 이해 활동이다. 이러한 언어 활동을 통하여 우리는 의사소통을 수행한다. 나의 생각과 느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아울러 상대방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받으면서 그동안 우리는 사회생활을 이끌어 왔으며 나아가서 이를 통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형성해 왔다. 따라서 우리가 효과적으로 사회생활을 이끌어 가고 나아가서 바람직한 역사와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언어 활동을 원활하게 해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국어 능력을 최대한 키워야 할 것이다.
  국어 능력을 키우는 것은 위에서 말한 대로 표현 활동으로서 말하기와 쓰기 능력, 이해 활동으로서 듣기와 읽기 능력을 함께 키우는 것이다. 이제 이 글에서는 이러한 국어 능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리 각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과 정부가 제도적으로 해야 할 일로 나누어 살펴보겠다. 이에 앞서 먼저 왜 지금 시점에 국어 능력이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는가 하는 것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2. 국어 능력이 왜 문제인가

  우리는 태어나면서 우리말을 습득한 결과 조금도 불편함이 없이 언어 활동을 하고 있다. 실제 우리 머릿속에 우리말에 대한 언어 능력이 자리 잡고 있어 저절로 문법성을 판단할 줄 알고 표현의 적합성도 판단할 줄 안다. 그러나 실제 언어 활동을 하다 보면 말이 꼬이거나 적합한 단어가 이어지지 못해 표현을 제대로 못하여 망설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똑같은 내용의 말을 듣거나 글을 읽었는데도 내가 듣고 읽어 이해한 내용과 다른 사람이 듣고 읽어 이해한 내용이 서로 달라 의견이 엇갈린 경험도 흔히 있다. 아마도 이런 것이 바로 언어 능력의 차이에서 온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왜 이러한 문제가 생겨났을까?
  우선 최근에 우리가 겪는 국어 환경의 변화에서 그 요인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외국어, 외래어의 유입에서 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옛적에는 한자와 한문이 들어와 우리의 언어 생활에 자리 잡게 되면서 이를 배워 잘 아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에서 의사소통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20세기 들어 일본어의 유입, 그리고 이어서 영어의 유입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외국어의 유입은 한 언어의 어휘 자원을 풍부하게 하여 언어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어의 남용과 오용이라는 데에 있다. 불필요하게 우리말 가운데 외국어를 섞어 쓰는 일, 외국어의 뜻과 용법을 잘못 알고 쓰는 일, 이런 것이 바로 정상적인 국어 생활을 어지럽게 하여 의사소통을 어렵게 한다.
  국어 환경 변화에서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언론과 인터넷 통신 언어에서 일상적인 표현과 문법에 벗어난 언어를 사용하고, 일시적인 유희 언어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이 퍼져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에서 언론, 특히 방송이 우리 생활에 끼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 신문과 방송은 우리 곁에서 늘 우리의 생활과 생각을 이끌어 간다. 따라서 이들이 우리말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우리의 국어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방송 언어는 시청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신문의 글자 언어와는 달리 국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실제 방송에서 발음을 잘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휘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외래어나 외국어를 잘못 쓰거나 지나치게 많이 써서 우리말의 존엄성을 해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우리말은 품위가 없고 외국어는 품위가 있다는 잘못된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물론 방송이 국어 교과서이기를 요구할 수 없지만, 방송이 우리말을 제대로 쓰려는 의지를 가지고 이를 꾸준히 실천하기를 우리는 기대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통신 언어가 우리말에 끼친 영향은 이 자리에서 다시 되풀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와는 조금 성격을 달리하지만 다음 두 가지 문제도 국어 능력과 관련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정상적인 외국어 교육에서 벗어나 지나친 외국어 교육 열풍도 적지 않게 국어 능력을 떨어뜨리는 한 원인이 되었다. 어린아이 때부터 영어 교육에 몰두하고, 더 나아가서 어려서부터 외국에 유학 가는 것과 같은 열풍은 보이게 보이지 않게 국어 능력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될 것으로 본다. 이는 국어에 대한 상대적인 무관심을 불러왔고 이 때문에 국민의 정상적인 국어 사용 능력을 저하시켰다. 북한 이탈 주민, 국제결혼에 따른 이주 여성, 외국인 근로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도 국어 능력 문제와 관련하여 새롭게 떠오른 과제이다. 이들이 우리말 속에서 생활하는 한 이들이 겪게 되는 국어 능력의 문제는 이제 중요한 우리 사회의 현안이 되었다.
  국립국어원에서 조사한 국민의 국어 능력 수준에 대한 각종 보고서를 통해 보면, 최근 우리의 국어 능력 수준이 저하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공공 분야와 민간 분야를 막론하고 보고서와 기안문 같은 문서 작성 능력, 발표와 토론 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그래서 국민의 국어 능력 수준을 향상시킬 정책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사회적으로 영어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들인 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어 능력 계발에는 관심을 덜 가졌다. 그래서 국어를 제대로 사용해야겠다는 인식이 극도로 약화되었다. 또한 영상 시대를 맞아 독서량이 크게 줄어든 것도 국어 사용 능력의 약화를 불러왔다. 이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이나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우리가 와 있다.


3. 귀담아 듣고, 생각하며 말하자

  국어 능력을 키우는 것과 관련하여, 여기서 지금까지의 우리들의 언어 활동에 대한 태도를 잠시 생각해 보자. 생각해 보아 문제가 있었다면, 이를 극복하는 것이 국어 능력을 키우는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해와 표현과 관련한 문제이다.
  우리의 언어 생활을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말하기에 큰 비중을 두고, 남의 생각을 이해하는 듣기에는 너무 소홀히 해 온 것 같다. 앞에서 밝혔듯이 의사소통은 생각과 느낌을 상대방과 더불어 주고받는 것이다. 표현과 이해의 되풀이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이나 이해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올바른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 우리의 언어 생활에서 남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는 자세가 부족했던 것 같다.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데에 너무 치우쳤다. 그러나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가, 나의 생각이 존중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의 생각도 존중하는 민주 사회라고 한다면, 언어 활동에 있어서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소중한 만큼 남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상대방의 표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생각을 존중하고 이를 자신의 생각과 견주어 정확하게 판단하는 자세, 곧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자세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장 바람직한 언어 활동일 것이다.
  우리가 체험하는 여러 경험에서 보면 거기에는 하나의 절대 가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늘 다양한 가치가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가치의 존재를 이해하고 자기와 다른 의견에 대해서도 귀 기울여 듣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과 문화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길이다”라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터득할 때 우리의 국어 능력도 덩달아 키워지는 것이라 믿는다.
  다음에는 표현의 측면에 대해 살펴보자. 언어 활동의 기능에는 정보 전달의 기능도 있고 친교 활동의 기능도 있다. 그러나 그 기능이 무엇이든 표현에 담긴 알맹이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흔히 알맹이가 없거나 또는 알맹이가 있더라도 말의 조리가 없어 알맹이를 찾기가 어려운 대화를 경험한다. 이러한 말하기 현상은 말하는 사람이 생각 없이 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나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말의 조리를 갖추어 표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하여 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이를 종합화할 수 있는 사고 활동을 바탕으로 하고 여기에 생각이나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풍부하고 적절한 어휘의 구사 능력과 생각과 느낌을 체계화할 수 있는 문장 구성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국어 능력이 높아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말하기 활동이 될 것이다.


4.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의 실천을 기대한다

4.1. 국어 발전 기본 계획

  최근 국립국어원은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을 발표하였다. 국어기본법에 바탕을 둔 것이다. 국어기본법 제6조에는 문화관광부 장관은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5년마다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을 수립ㆍ시행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은 단순히 국어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의무를 지니는 계획이다.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을 살펴보면, 국어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항이 빠짐없이 포함되어 있으며, 기본 방향과 추진 목표가 뚜렷하게 설정되어 있다. 또한 추진 과제를 3대 중점 추진 과제와 10대 추진 과제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어 국어 정책의 집행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창조’, ‘소통’, ‘나눔’으로 제시한 추진 목표는 국어의 현실을 비추어 볼 때 합리성과 수행 가능성을 함께 아우르고 있다.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을 통한 문화 창조 역량 강화, 한국어의 세계화를 통한 언어문화 권역 확대, 다원주의 언어 정책을 통한 국가 성장 동력의 지속 창출’이라는 추진의 기본 목표는 구체적인 사업을 펼쳐 나가는 데 필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가운데 국어 능력을 키우는 것과 관련한 내용도 10대 추진 과제 중에 비중 있게 포함되어 있다. ‘국민의 국어 능력 증진 여건 조성’이란 과제가 그것이다. 이에 대한 추진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는데, 이제 이 과제와 관련하여 정부가 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국가 경쟁력의 바탕인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국어 능력검정시험 제도를 확대함으로써 국민의 창조적인 언어 생활의 정착을 도모한다.
  둘째, 지역의 국어상담소를 육성하고 운영을 활성화하여 지역민의 국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국어 사용 능력 향상을 도모한다.

4.2. 국어 능력 검정 시험

  국립국어원의 자료에 따르면, 생각 밖으로 국민들의 국어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국어의 잘못된 사용으로 의사소통이 지장을 받고 그것은 나아가서 국민 간의 정보 전달의 장애를 초래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국민들의 종합적인 국어 사용 능력을 측정하는 것인데 이를 통하여 국어 사용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올바른 국어 능력 향상과 창조적인 국어 문화 창조를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어 능력을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우수한 사람을 우대하는 정책을 편다면, 국민들의 국어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것은 취업이나 승진에서 영어 능력이나 한자 능력을 갖춘 사람을 우대하는 것과 같은 취지라 하겠다.
  국어 능력 검정과 관련한 국어기본법의 규정을 보면, 제23조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은 국민의 국어 능력의 향상과 창조적인 언어 생활의 정착을 위하여 국어 능력을 검정할 수 있다.”라고 하였으며, 시행령 제18조에서는 국어 능력의 검정은 1. 듣기, 2. 말하기, 3. 읽기, 4. 쓰기, 5. 그 밖에 국어 사용에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시험을 실시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그동안 자체적으로 국어 능력 검정 시험을 시행해 온 곳에는 두 기관이 있다. 재단 법인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이 시행하는 ‘국어 능력 인증 시험’과 한국방송이 시행하는 ‘KBS한국어능력시험’이다. 이 두 기관은 그간 독자적으로 시험을 시행해 왔는데, 국어기본법에 따라 2005년에 각각 국어 능력 검정 모의시험을 실시하였고 2006년에는 각각 한 차례씩 국어 능력 검정시험을 실시하였다. 예상 학력이 고졸 정도인 국민 가운데, 국어 능력 검정을 희망하는 지원자에 대한 제한 평가의 성격을 지녔다.
  앞으로 국립국어원은 검정 시험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시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첫째, 검정 시험을 내실화하고 타당성ㆍ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심층 연구를 수행한다. 여기에는 출제 방법, 평가 기준 마련 등 국어 능력 평가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을 포함한다. 둘째, 검정 시험 횟수를 해마다 두 번에서 일곱 번으로 늘인다. 셋째, 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과 협조하여 채용 시험ㆍ승진 시험 등에 전형 자료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하는 등 검정 결과의 활용성을 높인다. 공공 기관이라 함은 중앙 행정 기관 등 국가 기관, 지방 자치 단체, 정부 투자 기관과 특별법에 의한 특수 법인을 말한다.
  이와 같은 국립국어원의 방향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 검정 시험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는 검정 시험의 성격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현재 두 시험 기관은 출제 내용이나 성격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새롭게 제3의 검정 시험 기관이 선정되면, 세 시험을 각각 차별화하여 검정 대상자의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차별화하는 방법은 문제 유형으로, 문제 수준으로, 응시자의 목적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제3의 기관을 선정할 때에도 이러한 점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검정 결과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내적으로는 검정 자료를 바탕으로 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을 비롯한 국어 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기본 자료로 적극 활용하여야 할 것이며, 외적으로는 각종 기관이 채용 시험ㆍ승진 시험의 평가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하여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어 시험 성적을 제출하게 하는데, 왜 영어 점수보다 국어 점수가 채용이나 승진에 더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논리를 개발하여 각종 기관에 홍보하고 설득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들이 이 시험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를 통해 국어 능력이 키워질 수 있을 것이다.

4.3. 국어상담소

  다음으로는 지역의 국어상담소를 육성하고 그 운영을 활성화하여 지역민의 국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국어 사용 능력을 키우는 것에 대해 살펴보자.
  국어상담소는 국민의 국어 사용 능력을 높이기 위하여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언어 문제를 전문적으로 상담해 주는 기관이다. 오늘날 많은 국민들은 어문 규범에 어긋나게 언어 생활을 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어휘와 국어의 문장 구조에 맞지 않은 문장을 사용함으로써 의사소통에 지장을 받고 있다. 국가 기관이나 공공 단체에서 사용하는 문서에도 역시 마찬가지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그래서 이를 그냥 두면 국어의 오용을 방치하는 결과가 된다. 공공 기관이나 국민들의 언어 생활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풀어 줄 장치가 필요한데, 그 실천을 위한 제도가 바로 국어상담소이다.
  국어상담소 제도를 규정한 국어기본법 제24조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관광부 장관은 국민들의 국어 능력을 높이고 국어와 관련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문 인력과 시설을 갖춘 국어 관련 전문 기관ㆍ단체 또는 고등교육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학교의 부설 기관 등을 국어상담소로 지정할 수 있다.” 그리고 국가는 위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국어상담소에 대하여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일부를 예산의 범위 안에서 보조할 수 있다고 하였다.
  국어기본법과 그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마침내 공식적인 국어상담소가 문을 열렸다. 준비 단계인 첫 해인 2005년에는 전국적으로 열한 개의 상담소가 지정 받았고 이어 세 곳이 더 추가되었다. 구체적인 상담은 각 상담소가 하겠지만, 이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제도적인 제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국어상담사 제도에 관한 것이다. 그 필요성은 모두 인정하였지만, 사회에 또 다른 새로운 자격 제도를 추가하여 사회적인 부담을 가져온다는 우려가 있어 국어기본법에는 채택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 대신 상담원의 자격 요건을 시행령에 제시하는 것으로 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장차 국어 생활 지도자로서 국어상담소의 상담원의 양성, 자격 등에 대한 제도가 분명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자격을 갖춘 국어상담사를 국립국어원에서 양성하거나 위탁받은 각 대학의 국어상담소, 혹은 전문대학원, 사회교육원 등에서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정규 양성 과정을 마친 경우에는 일정한 자격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전문적인 지식과 식견을 가진 국어상담사가 상담을 맡아서 국어 생활을 보다 더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국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국어상담소 간의 자료와 정보를 교환하고, 상담 내용을 표준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상담 자료를 서로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표준화하는 일은 어문 규범의 측면에서는 꼭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인터넷 상담도 가능할 것이다.
  셋째, 상담 방법 또는 상담 내용과 관계되는 문제인데, 적극적 상담 방법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찾아오는 사람을 상담하는 것을 소극적 상담이라면, 찾아가서 하는 상담을 적극적 상담이라 하겠다. 국어상담의 필요성을 알리고 더 나아가 국민들의 올바른 국어 생활을 확산하기 위하여, 지역 상담소가 그 지역의 공공 기관, 단체를 직접 방문하여 개별 상담과 집단 상담을 펼쳐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각 행정 기관에서는 매월 직원들을 위한 교양 강연을 실시하는데, 이런 기회에 국어 상담원을 파견하여 국어 생활에 대해 교육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적극적 상담은 국어상담소를 지역 사회에 널리 알리는 효과도 있고, 실질적으로는 주민들의 국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이 모든 일을 위해 예산의 절대 확보가 필요하다. 해당 국어상담소가 자체적인 사업을 펼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앞서야 하겠지만, 정부가 각 지역의 거점 국어상담소를 중심으로 예산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5. 맺음말

  언어는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신 세계를 형성하는 구실도 한다. 그래서 한 국가나 민족은 공통된 언어 구조에 이끌려 공통된 정신과 생각을 가지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고유한 문화를 창조한다. 그러므로 언어는 이를 사용하는 민족과 그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우리 민족이 이 땅에 태어난 이래로 우리의 생각을 이어 주고 문화를 이끌어 준 것이 바로 우리말이다. 우리가 우리말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높이 받들어 지켜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말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높이 받들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국어를 사용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수준 높은 국어 능력을 통해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나아가서 우리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그러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인도 노력해야 하고 정부도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 개인과 정부가 힘써야 할 일을 제안해 보았다. 개인은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한편으로는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듣고, 한편으로는 조리를 갖추어 생각하여 말하는 태도로 언어 활동을 해야 할 것을 제안하였다. 정부는 국어 발전 기본 계획에서 제시한 대로 국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국어 능력 검정 시험과 국어상담소 제도를 보완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