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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국어 생활 논단 
  이민자를 위한 언어 교육 정책

변광수·한국외국어대학교 스칸디나비아어과 명예교수 

 

1. 배경

  스웨덴이 가난한 농업국이었던 1800년대 말부터 1930년대까지 북미대륙으로 떠난 이민자는 100만 명에 달했다. 그 후 산업화 과정을 거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의 전후 복구 사업에 호경기를 맞은 스웨덴은 1960년대부터 외국 노동자들을 대거 받아들였다. 현재 스웨덴 인구 900만 명 중 외국인은 110만 명으로 비율은 13%에 이른다. 출국이민국에서 입국이민국으로 처지가 바뀐 것이다. 외국인의 범주에는 시민권 취득자는 물론 부모 중 어느 한쪽이라도 외국 혈통을 가진 2세까지 포함하여 이들을 통틀어 이민자(invandrare)라고 부른다. 이민은 노동 이민과 망명 이민 두 가지로 분류되며 후자는 2차 대전 후 정치적 이념이나 사상 때문에 조국을 떠난 사람들로서 옛 동구권, 라틴아메리카, 칠레, 이란, 이라크 출신이 많다. 

2. 스웨덴 이민정책의 목표

  이민 초기에는 이들의 사회 적응 문제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다. 이민자들이 전통문화를 버리고 스웨덴 사회에 흡수되도록 해야 한다는 동화 정책론과 그들 고유의 문화 배경을 유지하게 하면서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1975년의 ‘이민과 소수민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이민정책의 방향은 ‘평등, 협동, 선택의 자유’ 세 가지 원칙으로 요약된다. 평등 원칙은 이민자에게도 스웨덴 국민과 동등한 권리, 의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납세의 의무를 다하니 각종 사회보장 혜택도 똑같이 받도록 하는 것이다. 협동 원칙은 스웨덴 국민과 소수민족 간에 문화적 차이를 잘 이해하고 모든 일에 협력을 도모하도록 하는 것이다. 선택의 자유는 이민들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도록 장려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후원한다는 뜻이다. 구체적 방안으로 이민 2세들에게 모국어 교육을 실시하며 소수민족들의 문화 행사에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해준다. 1967년부터 노동허가제가 도입되어 합법적으로 취업한 자는 가족과 함께 영주할 수 있으며 국가가 기본생활을 보장하니 불경기에도 강제 귀국을 당하지 않는다. 1988년부터 ‘인종차별금지 옴부즈맨제도(DO)’가 생겨 직장 생활과 사회 활동에서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하고 있다.

3. 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 교육체계

  취업이민자는 직장 일을 시작하기 전에 700시간의 스웨덴어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는 하루 6시간씩 주 5일간 6개월에 해당하는 긴 수업 기간이다. 수업료는 없으며 교육 기간 중 소속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으니 낯선 타국 생활을 매우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교육 내용은 실용 스웨덴어뿐만 아니라 사회제도,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양 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교육 장소로는 전국 중소 도시에 산재한 전통적인 성인교육센터(ABF, TBV, KV)를 이용하며, 교재와 교육방식은 1973년부터 대학에 개설된 ‘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 교육 이론과 이를 토대로 편찬된 책을 사용한다.
  한편 이민 아동을 위해서는 보조 교사를 배정하여 부족한 스웨덴어 실력을 보충해주는 동시에 아동의 모국어 보조교사까지 채용하여 기타 과목의 학습도 도와준다. 또한 매주 2시간 이상씩 아이들에게 모국어 교육을 실시하여 모국의 언어․문화와 단절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외국인을 위한 교육 활동은 지자체의 교육분야 책임 업무에 속한다. 
  스웨덴의 이민 정책은 이민자의 정체성과 문화전통을 인정해주면서 새로운 스웨덴의 제도와 문물에 조화롭게 적응하도록 갖가지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곧 인권, 평화, 사회정의 차원에서 사회적 통합을 추구하는 매우 진보적이고 선진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4. 이민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 개선 방안

  한편 외국인 100만 명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화될수록 외국노동자들의 국내 유입은 가속화할 것이며 국제결혼의 추세도 증가할 것이다. ‘새국어생활 2008년 봄호’의 특집에서 다룬 ‘다문화 사회와 한국어’의 내용을 검토해보면 우리의 현실은 문제투성이다. 우선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정부 부서, 민간단체, 종교단체들이 각자 행동하며 중구난방식 논의와 주장만 무성할 뿐 이들을 조직해서 유기적으로 협동하게 하는 총괄 부서가 없어 결과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그리하여 필자 나름대로 몇 가지 개선 방안을 아래와 같이 제시해본다, 
  첫째로 교육 계획, 교재 개발, 전문 교사 배치 등은 해당 부서의 협조 아래 국책 기관인 국립국어원이 총괄한다. 
  둘째, 외국인 우리말 교육을 민간, 종교단체의 자선 활동에 내 맡기지 말고 ‘새 가족에 대한 투자’로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 후원이 필요하다. 
  셋째, 교육 시행의 주관 책임 부서로는 도시, 농어촌을 망라하여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하며 운영 재정(교사 월급과 교재비)은 자체 예산에다 정부의 8개 관련 부서(교육, 법무, 행자, 문광, 농림, 보건복지, 노동, 여성)로부터 일정 부분 지원을 받도록 한다, 
  넷째, 교육 시간이 매주 1회 일요일 2~3시간 정도인데 이런 터무니없이 짧은 공부 시간으로는 교육적 효과를 전혀 얻을 수 없다. 매일 2시간씩 주 5일은 계속해야 소정의 학습 목표를 기대할 수 있다. 
  다섯째, 교육 장소로는 시골 농촌의 외국인 주부까지 고려하여 야간 시간에 동네 학교나 마을회관, 노인회관 등을 항시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다. 
  여섯째, 지도 교사 또한 민간 봉사자에게 의존하지 말고 ‘외국어로서 한국어’ 과정을 이수한 전문 교사에게 맡기며 적정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
  요즘 여러 대학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과정을 개설하여 해외 파견 자격 교사들을 양성하고 있으니 우선적으로 그들을 국내에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외국인을 위한 라디오, 텔레비전 한국어 방송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위 특집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농촌의 외국인 주부가 밭을 매면서 한국어를 듣고 익힐 수 있도록 카세트 녹음테이프를 제작․배포하는 것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조치들에 선행하는 대전제는 구체적 방안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강제하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