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에서의 문화 상호 교류
다문화 사회에서 한국어 교육 방안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언어교육
여성 결혼 이민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 이주민과 인권 현황
일본 다문화·다언어 사회의 정책과 논의
이곳 이 사람
어원 탐구 
우리 시의 향기
우리 소설 우리말
국어 생활 논단
국어 산책
국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국립국어원 소식
특집: 다문화 사회와 한국어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언어교육

이철호·아시아공동체학교 교장 


Ⅰ. 들어가는 말

  2007년 8월 24일 기준으로 단기 체류 외국인을 포함한 체류 외국인이 100만 254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보도 되었다. 이로써 체류 외국인이 주민등록 인구 4천 913만 명의 2%를 차지하며 2006년 7월(86만 5천 889명) 보다 15% 증가하는 등 한국 사회는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급속히 나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민족적․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사회적 지표 중의 하나로 근래 다문화 가정, 다문화 가족이라는 개념이 사용되고 있다.(법무부 2007년 8월 24일 보도자료)
  비교적 다양한 인구 집단으로 구성된 이민국가의 경험과 다르게, 한국 사회에서 주류집단이 아닌 문화적, 민족적, 인종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을 지칭하는 개념은 그리 익숙하지 않지만 흔히 다문화 가정이란 한 가정 내에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들 사이에 결합이라는 의미에서 국적 보다는 문화적 요소를 강조하는 개념이라 하겠다. 다문화 가정은 좁은 의미로는 결혼 이민자 가정을 뜻하나 넓은 의미로는 결혼 이민자․외국인 근로자 가정․새터민 가정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꾸준한 증가와 더불어 이들 자녀들의 사회․문화․교육 적응의 어려움과 다수자 교육의 필요성이 전 사회적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특히 한국어 교육, 이중 언어․다중 언어교육 정책을 포함하는 언어교육 정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언어교육 정책은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정책 모델의 방향성과 밀접히 관련된 것으로서 이들에 대한 현황과 실태, 외국의 선례를 살펴봄으로써 언어교육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Ⅱ. 이주민 대상 국가정책 모델

1. 차별적 배제 모델

  이 모델에서 지배 집단은 이민자나 그 자녀들을 국가 구성원으로 수용할 의지가 없다. 이민자들은 민족적 소수자의 위치가 되며 이들은 시민 사회의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사회, 문화, 정치의 완전한 참여로부터 배제 된다.

2. 동화 모델

  동화주의는 각 문화 사이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사이의 우열 관계에 따라 우월한 문화가 그렇지 못한 문화를 흡수․합병 한다는 인종 문화 정책으로 이에 따른 교육의 최우선 과제는 이주민 자녀들이 한시라도 빨리 주류 문화를 흡수하여 우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화 모델은 점점 사라지고 보다 융통성 있는 통합 정책으로 대치되고 있다. 통합 정책은 집단 결속력이 적응의 중요한 부분이며, 점진적 과정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궁극적 목표는 지배문화로의 흡수다.
  현재 우리 사회의 국가 정책 모델, 이에 따른 교육 정책, 언어교육 정책은 동화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볼 수 있으며 이는 단일민족의 신화가 뿌리 깊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이지만 앞선 서구 다문화 사회의 선례에서 보듯 진정한 상호 이해와 상호 공존을 방해하는 자신을 버리고 타자가 되기를 강요하는 정책인바 좀 더 열린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문화 모델에 입각한 교육 정책, 언어교육 정책의 실시가 요구된다.

3. 다문화 모델

  다문화주의는 사회 구성원의 신념과 상대성을 똑같이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이민자들이 다양성을 포기하지 않고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려야 함을 표방한다. 다문화주의의 핵심 요소는 다양성과 평등, 인권과 정의이며 차이를 다름으로 인정하고 관용과 배려가 꽃피는 학교문화, 자신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서 우리의 전통 문화와 사회에 대한 이해를 심화 시켜주는 교육과정, 타문화에 대한 의식과 감수성을 고양시키는 교육, 다문화 가정 자녀의 장점과 개성을 계발 할 수 있는 언어교육 정책 등은 다문화주의에 기반한 교육 정책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Ⅲ. 다문화 가정 자녀의 현황

1. 결혼 이민자 가정 자녀(국제결혼 가정 자녀)

  2007년 4월 현재 전국 초․중․고에 재학 중인 결혼 이민자 가정 자녀는 13,445명이며 어머니가 외국인인 경우가 전체의 88%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870명으로 가장 많으며 대부분 초등학교(85%)에 재학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언어교육 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변수로 고려해야 할 재혼 이민자 가정 자녀에 대한 현황은 조사된 바가 없는 것 같다. 


국제결혼가정 학교급별 현황

연도
인원 증감(%) 인원 증감(%) 인원 증감(%) 인원 증감(%)
2005 5,332   583   206 35.4 6,121  
2006 6,795 27.4 924 58.5 279 48.0 7,998 30.6
2007 11,444 68.4 1,588 71.9 416   13,445 68.1

자료: 교육인적자원부(www.moe.go.kr)

2. 외국인 근로자 자녀

  2007년 4월 현재 일반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근로자 자녀는 1,209명이며 서울과 경기지역에, 과정으로서는 초등학교(62%)에 가장 많이 다니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자녀 재학 증감 현황(2007년 4월 현재)

연도
인원 증감(%) 인원 증감(%) 인원 증감(%) 인원 증감(%)
2005 995   352   227   1,574  
2006 1,115 12.0 215 -39.0 61 -73.1 1,391 -11.6
2007 755 -32.3 391 81.9 63 3.3 1,209 -13.0

자료: 교육인적자원부(www.moe.go.kr)
※ 외국인학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 8,341명(’06. 12. 기준) 제외

  2006년 4월 기준으로 법무부에 등록된 외국인 자녀 중 취학 연령대(만 7세~18세)는 17,287명으로 추정되며 이중 7,800여 명은 외국인 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파악 되었으며 2007년 4월 기준으로 일반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노동자 자녀는 1,204명으로 집계되어 있다. 결국 이들을 제외한 8,000여 명 가량의 학령기 이주 노동자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Ⅳ. 다문화 가정 자녀교육 실태

1. 결혼 이민자 가족 자녀

  국제결혼 이주 여성, 다문화 가정 실태 조사 등은 비교적 많이 이루어졌지만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로 많지 않은 실정이다. 기존의 연구 결과 중 다문화 가정 자녀의 교육, 언어교육과 관련된 부분을 요약하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다른 과목에 비해 국어 과목이 취약하며 특히 일기 쓰기와 독후감이 취약했고 문장이해력이 떨어지거나 맞춤법이 정확하지 않았다. 이들은 말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유아기에 한국말이 서투른 어머니의 교육 하에 성장했기 때문에 언어 발달이 늦어지고 의사소통의 제한을 받았다. 
  이주 여성 어머니들은 대부분 교육에 대해서 높은 관심과 열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능력 때문에 직접적으로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지 못하였으며 어머니의 한국어 실력이 낮을수록 자녀의 학업 부진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들은 사교육 중심의 한국 교육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 자녀에게 모국에 대한 이해와 자긍심을 키워 줄 것인지 아니면 한국 사회에 대한 정체성을 키워 줄 것인지 혼란스러워 했고 이러한 혼란은 자녀 교육에 영향을 미쳐 자녀들 또한 대부분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외국인 근로자 자녀

  외국인 근로자 자녀는 결혼 이민자 가족 자녀 이상으로 언어능력의 부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몽골 출신 이주 노동자 자녀들의 한국 사회 적응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어 교육에 대한 도움(27.03%), 학교 공부에 대한 지원(24.07 %), 기술 교육(10.67%) 순으로 도움을 원하고 있어 이들은 언어교육을 포함하는 학습 관련 지원을 절실히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노충대, 홍진주 (2006)).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학생 자녀 양육에 필요한 도움으로 한국어와 한글 교육을 가장 많이 꼽고 있으며(64.1%), 방과 후 프로그램(14.0%), 한국인 학생의 외국인에 대한 이해 증진(9.4%)의 순으로 나타났다.(설동훈 외 (2003)) 이러한 한국어 및 학습에 대한 지원요구는 안산, 시화 지역의 이주 아동 학교 실태와 교육적 지원 욕구를 조사한 보고서에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Ⅴ. 외국의 언어교육 정책

1. 호주의 언어교육 정책

• 영어권이 아닌 곳에서 이민을 온 경우 성인과 학생으로 구분하여 국가에서 운영하는 제도화된 기관에서 영어 교육을 실시

• 학생의 경우는 정규 학교에서 교육을 받기 전에 ‘랭귀지 스쿨’ 이라는 어학원에서 일정기간 영어 교육을 받은 후 학교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 자격을 부여하고 정규 학교로 이관

• 성인의 경우는 시드니 내의 지역별 ‘이민자 어학원’에서 영어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어린아이를 돌보는 시설과 인원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육아의 부담이 있는 여성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

• 이민자와 외국인에게 모국어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영어 교육 정책과 소수 언어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교육부 교사 자격증과 동시에 모국어 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를 초등학교와 하이스쿨에서 임용하여 정규 수업 시간에 모국어로 여러 과목을 가르치도록 함

2. 독일의 언어교육 정책

• 각 시별로 다문화 가족에 대한 행정부서를 따로 마련하여 세계화에 준비하고 이주 아동․청소년들의 적응을 도와 줌

• 학교 공부와 더불어 계속 독일어를 배워 나갈 수 있도록 나이별로 수준별로 다양한 시간대로 나누어 독일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진행

- 취학 아동: 5~6세 이주 어린이의 독일어 공부시간과 입학 직전 어린이들이 독일어 능력에 관계없이 함께 놀이를 통해 배우는 시간으로 구성
- 초등학생: 이주 어린이들이 독일어 실력에 따라 나누어져 독일어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짐
- 중․고등학생: 이주 청소년들의 독일어 공부시간, 학교 숙제 도와주는 시간, 특별과외 지도시간이 적응프로그램으로 마련됨.

3. 프랑스의 언어교육 정책

• 취학 연령기 이주민 아동(6~16세)에게 프랑스의 학교 교육을 따라가기 위한 기본적인 프랑스어 교육과 학교적응을 위한 특별학급제도로서 프랑스어 입문반 개설

• 초등학교에는 프랑스어 입문반, 중등학교에는 적응반이 개설되어 있으며 1년 안에 각자 나이에 맞는 일반반 으로 아동을 이동 시키는 것이 목표

• 1970~1980년대 프랑스 정부는 이주민들의 다른 권리를 인정하면서 해당 국가들이 교사를 파견하는 방식에 의해 이주민들이 자국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것을 학교 교육 프로그램으로 제도화한 자국 언어문화 교육 시행

4. 미국의 언어교육 정책

◎ 미국은 1990년대부터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이주민 숫자가 증가하면서 여러 방법과 모델을 사용하여 이주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학교 적응 정책을 마련했다. 그중 하나가 이주 청소년 특별 프로그램으로서 영어능력 향상, 학교와 사회, 교과 과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며 그 외 간호사, 심리치료사, 상담가 등 여러 사회 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하여 이주민의 사회적응을 돕고 있다.
• 프로그램은 일반 학교 내 특별 프로그램으로 혹은 독립적인 학교를 설립해서 운영되며 1년 과정으로 제약을 둠

• 주요 언어 수업인 영어 수업은 구술과 읽기, 쓰기 능력의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사회, 역사, 지리, 수학 등의 교과목을 다양하게 편성하여 가르침
• 프로그램은 학생 중심의 비전통적인 방법으로 교육하기도 함.(영어 수업은 사회과학과 관련된 하나의 지식을 배움과 동시에 영어를 배우는 통합 콘텐츠 수업으로 이루어짐)

◎ 미국은 1964년 미국 의회에서 이중 언어교육법이 통과 된 이후 91년 까지 언어교육 정책을 수정하면서 계속 이중 언어교육을 발전시켜 왔다. 미국의 이중 언어교육은 미국 내의 소수민족 어린이들의 교육을 도와주기 위한 교육적 배려로서, 표준어를 완전히 습득할 때까지 학생의 제1 언어로서 교육을 시작하는 교육에서부터 영어로의 전환을 도울 뿐만 아니라 자기 부모로부터 배운 제1 언어도 지키는 소유 Maintenance bilingual education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1991년 제20회 미국 언어학 대회를 고비로 미국 본토 학생들에게도 원하는 사람에게 이중 언어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



Ⅵ. 다문화 가정 자녀의 언어교육을 위한 제안

  지금까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한 언어교육 정책을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정책모델, 다문화 가정 자녀의 현황과 실태, 외국의 선례를 통하여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앞서 보았듯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이주 부모의 국제결혼을 통해서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경우, 부모의 재혼을 통해서 갑작스럽게 한국 사회로 존재 이전을 해 온 이주 아동․청소년과 외국인 근로자 자녀로 구분된다. 이들은 한국에서 유아기를 보냈느냐, 몇 살 때 한국으로 왔으며 거주한 기간은 얼마나 되느냐, 부모의 가정 형편, 형제자매의 유무 개별적 성향, 피부색과 생김새, 언어습득과 다문화 이해 능력 등에 따라 정체성과 자긍심, 학습능력과 대인관계, 주류 사회로의 적응에 많은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차이를 낳게 하는 가장 결정적 요인은 언어 구사력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아래에서 필자는 ‘아시아공동체학교’에서 활동했던 개인적 경험과 동료교사들과의 대화와 토론에서 비롯된 공유의식을 토대로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언어교육의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1. 다문화 유아원

• 어린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유전적 요소로서 일반적인 학습의 잠재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언어는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학습되어지며 다른 행동 발달과 마찬가지로 언어 학습도 매체와 환경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개인이 다양한 자극에 대하여 반응할 때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강화된다고 한다. 또한 언어 발달에 있어 부모와 형, 누나의 자극이 같은 또래 아동의 자극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말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유아기에 한국말이 서툰 어머니와 대부분 빈곤한 가정형편으로 자녀교육에 충분한 관심과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언어 발달이 늦어지고 이로 인하여 학습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문화 가정 자녀의 언어교육과 이주 부모와 배우자의 언어교육․자녀교육을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통합 운영하는 다문화 유아원을 설립한다면 아이들은 언어 발달 뿐만 아니라 정체성․자긍심 함양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고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의식과 태도를 기를 수 있다. 
  이주 부모 또한 유아원의 교사, 심리치료사, 상담가 등으로부터 자녀 양육, 한국 사회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이해, 자국 언어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그것이 자녀교육애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도움과 조언을 얻을 수 있다.

• 다문화 유아원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이중 언어교육이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외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이주 부모의 존재 때문에 이중 언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유아기의 이중 언어교육은 양날의 칼이다. 잘하면 우수한 아이로 키워낼 수 있고 잘못하면 사고력이 얕은 아이로 키울 수도 있다. 그래서 흔히들 이중 언어교육의 제1조건은 ‘아이들의 즐거움’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모국어의 깊이’ 라고 말을 한다.
  아직까지 자신을 버리고 타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회 문화적 환경, 가정환경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유아원은 한국어 교육과 모국어 교육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많은 이주 부모들에게 유효한 교육적 방향을 제공 할 수 있을 것이다.

2. 이주 아동․청소년을 위한 완충 프로그램

• 다문화 가정 자녀들 중 이주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외국의 선례를 연구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들의 언어교육과 한국 사회․문화 이해를 돕기 위한 체계적인 특별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인정할 것이다. 이들은 등록 또는 미등록 체류 외국인 근로자 자녀들이거나 외국인 부모의 재혼을 통하여 갑자기 우리 사회로 편입된 아이들로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며 한국어를 거의 또는 전혀 구사할 수 없으며 대부분 갑작스러운 존재 이전에 따라 문화 충격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재 경기도 일부 학교를 중심으로 다문화 특별반이 편성돼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학교적응을 돕고 있지만 이주 아동․청소년의 원활한 한국어 습득과 학교적응, 한국 사회․문화․이해와 적응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완충 프로그램이 요구된다.(아시아공동체학교에서는 디딤돌 과정이라 부름) 이를 위해서는 이주민 자녀의 언어로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 과정과 한국어 교육 과정, 학교 공부와 한국어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수준별, 나이별 프로그램, 학생들의 발전 가능성과 문제점을 평가하여 일반 학교 또는 특수한 학교로의 편입을 결정하는 편입 과정, 아이들이 모국어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교육 과정을 포괄하는 교육 과정이 일반 학교 내 혹은 독립된 학교에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완충 프로그램의 설치, 운영과 관련하여, 교육 공급자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 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주 아동․청소년의 방치된 교육권의 조속한 회복과 지속적인 교육 효과를 기대한다면 모든 교육의 주체가 공교육이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한 발 물러나서 다양한 대안학교, 사회 단체, 종교 단체 등에게 교육을 위탁하고 관리와 감독을 공교육 기관이 책임지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만하다 하겠다.

3. 다수자 교육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한국어 능력 부족과 그에 따른 학습 장애는 상급 학교로 진학함에 따라 해소되고 어머니와의 소통 장애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 경향과는 반대로 유아기에서 비롯된 언어 지체, 언어 발달 장애가 초등학교 저학년을 거치면서도 호전되지 않아서 상급 학교로 진학할수록 또래 집단의 아이들에 비해 한국어 구사력의 격차가 더 커지고 심각한 학습 장애, 정서 장애를 겪는 경우도 흔하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학년이 높아지면서도 언어장애가 해소되지 않는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어릴 때, 미숙하고 어눌한 말투와 더듬거리는 글 읽기를 놀렸던 친구와 이를 모른 척했던 선생님에게서 받은 상처, 피부색과 생김새의 차이 때문에 겪었던 왕따와 따돌림의 경험 등이 마음의 문을 닫고 외부와의 소통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게 한 이유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차이를 다름으로 인정하며, 평화와 인권 의식을 내면화하며, 다양한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의식과 태도 감수성을 길러주는 다수자 다문화 교육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한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4. 체계적 한국어 교육 시스템 구축

  국가적 차원에서 다문화 자녀의 언어교육을 위하여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위한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국내의 국어 문제, 외국어 교육 문제, 제2언어 및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유기적으로 연관시킬 수 있는 전담 부서를 따로 두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 하겠다. 



Ⅶ. 맺음말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우리 사회의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언어교육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유아 언어교육, 이중 언어 교육, 이주 아동․청소년을 위한 완충적 언어․사회적응 프로그램, 다문화 교육, 전담 부서를 통한 체계적 한국어 교육 시스템 구축 등은 아직 논의의 수준에 머물거나 대학과 사회 단체, 공립학교의 종교 단체 등에서 산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런 다양한 흐름은 주체들 간의 긴밀한 논의와 네트워크 형성, 다문화 사회로의 불가피한 이전에 따른 다수자의 의식변화와 내적역량의 성숙에 따라 점점 더 다문화 모델에 가까운 정책과 제도로 수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변화는 시대의 요청이지만 변화의 동력은 가까운 곳에 있다. 다문화 가정과 그 자녀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 ‘이종교배’를 통한 새로운 문화 창조의 가능성에 대한 소박한 믿음으로부터 공존과 상생의 다문화 사회의 도래가 앞당겨 질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