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계명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1.
우리말에서 ‘어린이’를 지칭하는 ‘꼬마’라는 말의 어원에 대해 여러 견해가 제기되어 있다.
김민수편 우리말 어원사전(164쪽)에서는 고마[妾, 敬]를 어원으로 보고 이것이 ‘꼬마’로 변한 것으로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 중세어에서 ‘고마’는 ‘첩’이라는 뜻과 함께 ‘삼가 높이 여김’의 의미도 가지고 있으나, 이것은 동일어로부터의 의미 파생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고마’는 기원적으로 태음신(太陰神)을 의미했던 ‘’으로부터의 파생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
또 조항범 교수의 다시 쓴 우리말 어원 이야기(65-66쪽)에서도 ‘꼬마’의 어원을 중세국어 ‘고마[妾]’로 보고 있다.
한편 서정범 교수의 국어 어원 사전(112쪽)에는 ‘꼬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다.
꼬마는 ‘꼬’와 ‘마’의 합성어다. ‘꼬’는 ‘고’로 소급된다. 곧>골>고>꼬의 변화로서 일본어에서
ko(子)가 있다. ‘곧(골)’은 본디 사람의 뜻을 지닌다. ‘마’는 ‘고마(妾)’의 ‘마’, 할미(祖母)의 ‘미’등과 동원어(同源語)로서 사람의 본뜻을 지닌다. 름(莊頭)<漢 5:31>, 슴(머슴)<華方>등의 어근 ‘, ’등도 본디 사람의 뜻을 지닌다. ‘꼬마’는 “子人”의 본뜻을 지니는 말로서 소아, 유아(幼兒)의 뜻을 지닌다고 여겨진다. |
먼저, ‘꼬마’의 어원이 ‘고마[妾, 敬]’라는 견해에 대해 논의해 보기로 한다. 중세국어에서 敬을 뜻하는 ‘고마’의 성조는 상-거성이고 妾을 뜻하는 ‘고마’의 성조는 평-거성으로서 두 말의 성조가 다르다. 성조가 다른 이 두 말을 동일어로부터의 의미 파생으로 보는 견해나 더욱이 ‘고마’가 기원적으로 태음신을 의미한 ‘’에서 파생되었다고 보는 견해는, 그 비합리성 및 구체적인 근거의 부실로 인해 받아들이기 어렵다.
현대국어 ‘꼬마’의 어원을 ‘고마[妾]’로 보는 견해 또한 문제가 없지 않다.
중세국어의 ‘고마[妾]’는 다른 단어와 더불어 단어족(word family)을 형성하는 일이 없이 고립되어 있는데 이것은 이 단어가 차용어일 가능성을 말해 준다. 妾을 뜻하는 중세국어의 ‘고마’는 중세 몽골어 quma의 차용어로 알려져 있다(이기문 1991:246-247).
몽골어에서 quma가 사용된 예가 뽀뻬(Поппе1938:309)에 다음과 같이 제시되어 있다.
妾을 뜻하는 ‘고마’가 어린아이를 뜻하는 ‘꼬마’로 그 의미가 바뀌었다는 것과 중세몽골어 quma의 차용어인 이 ‘고마’에서 현대국어 어형 ‘꼬마’가 나왔다고 보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서정범 교수의 ‘꼬마’에 대한 어원 풀이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꼬마’를 ‘꼬’와 ‘마’의 합성어라고 하고 ‘꼬’는 ‘곧’에 소급하며 이 ‘곧’이 사람의 뜻을 지닌다고 한 점, ‘마’는 ‘미’등과 동원어로서 사람의 본뜻을 지니며 ‘꼬마’는 子人의 본뜻을 지니는 말이라고 한 점 등은, 구체적인 근거 제시가 전혀 없어 도저히 수긍할 수가 없다.
2.
‘꼬마’의 어원과 관련하여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꼬마’는 ‘작음’을 뜻하는 말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형태와 의미면에서 ‘꼬마’와 관련있다고 생각되는 어형들 다시 말하면 ‘꼬마’와 한 단어족을 형성하는 어형들을 문헌 자료와 현대국어에서 찾아 제시해 보기로 한다.
고모도적(小毛賊) ‘좀도둑’ <박통사 신석언해 2:41>
고믈젓- ‘細小하다’ <첩해신어 9:8>
고막 魁蛤 如棗栗小蛤 <유씨물명 2>
고막조개(蚶) <물보> |
현대 국어 어형들은 사전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막(→꼬막)
고매(→꼬마)<경북>
고무도둑 ‘좀도둑’의 방언‘<경상>
고무라기 ‘떡의 부스러기’
고무락(→고무라기)
고물 ‘떡에 묻히는 가루모양의 가는 재료’
고밀고밀 ‘꼼꼼하고 찬찬한 모양’
곰곰하- ‘찬찬하고 자세하다’
곰살궂- ‘꼼꼼하고 자세하다’
곰상곰상 ‘성질이나 행동이 잘고 꼼꼼한 모양’ |
한편 곰- 계열어는 경음화하여 꼼- 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꼬마동이 ‘꼬마’
꼬막(小蛤)
꼬막손 ‘손가락이 짤막한 조막만 한 손’
꼬망이(→꼬마동이)<경북>
꼬맹이(→꼬마동이)
꼬물 ‘조금’
꼼꼼쟁이 ‘꼼꼼한 사람’의 낮은 말
꼼꼼하- ‘매우 찬찬하고 자세하다’
꼼바르- ‘좀스럽고 인색하다’
꼼바리 ‘꼼바른 사람’
꼼쟁이(→꼼바리)<전남>
꼼쥐(→꼼바리)<전남>
꼼지-(→옹졸하-)<평북>
꼼치(→잔챙이)
꼬막배미: 전라남도 무안군 청계면 서호리 신기동 옆에 있는
작은 논
꼬막시앰: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면 화봉리 화봉 서쪽에 있는
작은 우물 |
위에 제시한 어형들의 어원핵(etymon)은 곰(>꼼)으로 잡을 수 있고 그 주된 의미는 小, 細로 볼 수 있다.
3.
한편 ‘꼬마’와 ‘꼬망이(>꼬맹이)’를 비교해 보면 이 두 어형의 지시의미는 같으나 형태가 이질적이다. 형태의 이질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말 어말자음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1) 바닥 ‘바다’의 방언<경남, 전남>1)
향가 普賢十願歌 중의 하나인 普皆廻向歌에 나오는 海惡도 *바닥의 표기형으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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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닿: 香水 바다히니<월인석보 1:23>
3) 바당 ‘바다’의 방언<제주>
4) 바다
우리말에서 海를 뜻하는 어형으로 위 1)~4)의 4가지가 나타나는데(이밖에 *바(海等)>바>바(~바르)(海)도 있다), 그 변화의 선후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5)와 유사한 어형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6) 索曰那又朴<계림유사>
7) 밯: 두 머리 바흐로 얽어 고 <禪眞逸史 3:75>
8) 바: 술윗 바 다 됴야 잇다<번역노걸대, 하:36>
9) 빵(<방): 걸빵, 멜빵, 질빵
6)의 朴을 *박의 표기로 보면 6)~9)의 어형 변화도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10) *박
(索) |
- |
>방(>빵) |
- |
>밯>바 |
위의 5)와 10)을 참고하여 어형 ‘꼬마’와 ‘꼬망이’의 변화과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꼬막 |
- |
>꼬망>꼬망이>꼬맹이 |
- |
>*꼬맣>꼬마 |
요컨대 현대국어의 ‘꼬마’는 小를 뜻하는 어원핵 ‘곰’에 어근 형성소 ‘-악’이 붙어서 된 ‘고막’이 어두자음의 경음화와 어말자음 탈락현상을 겪어서 형성된 것이며 ‘꼬망이(>꼬맹이)’는 ‘고막’이 어두자음의 경음화와 어말자음의 변화를 겪은 다음 -이가 첨가되어 형성된 것으로서 이 두 어형은 동원어(同源語)이다.
어근 형성소 -악(-억)은 주로 단음절 어형에 붙어 어형 확대 및 어형의 안정성 확보 구실을 하는데 다음과 같은 것들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뜨락(=뜰+-악), 쪼각(=쪽+-악)
구석(-굿+-억), 구덕(=굳+-억)
小, 細를 뜻하는 한국어 어원핵 ‘곰’의 대응형을 우리는 일본어에서 찾을 수 있다.
11) komaka 1)粉狀인 상태 2)小粒形
12) komake 잘게 나눈 것
13) komagoma(細細) 작은 모양
14) komakasi 상세한
15) komagane(細金) 小粒의 銀貨
16) komagoto(細言, 細事) 중얼거리는 말, 자질구레한 일2)
大野晋 外(19807:517)(단, 일본글자는 로마자로 바꾸어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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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11)~16)에서 koma가 쉽게 추출되는데 이 koma는 한국어 어원핵 ‘곰’과 형태·의미상 정확하게 대응한다.
참고 문헌
이기문(1991), 국어 어휘사 연구, 동아출판사
大野晋外(19807), 岩波 古語辭典, 岩波書店
Поппе, Н. Н.(1938), Монгольскийсловарь Мукадимат ал-адаб, Мoсква-Ленингра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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