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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
세계화의 흐름에 어떻게 동참하고 대응하느냐의 문제는 국가의 위상에서부터 개인의 삶에 이르기까지 깊은 영향을 끼친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우리 문학과 문화를 해외에 전파해 우리 국력에 걸맞게 세계문화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번역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필요에 따라 2001년 2월 설립되었다. 이후 번역원은 한국문학을 중심으로 일반도서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문화적 성취를 해외에 소개하는 일에 주력해 왔다. 아울러 한국문학과 관련된 국제 교류 및 홍보, 번역 전문인력 육성과 연구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민간재단에서 법적 기구인 특수법인으로 지위가 격상되어 법적 기반을 확보한 데 이어, 직원을 대폭 충원하고 독립 청사에 입주함으로써 지금까지 쌓아 온 성과를 바탕으로 문학과 문화 교류에서 번역의 임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해 나갈 물적인 기반을 갖추었다.
덕성여대 교수이자 문학비평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다 지난 4월부터 한국문학번역원을 이끌고 있는 윤지관 원장을 만나 한국 번역의 현주소와 번역원의 역할에 대해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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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자: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장
질문자: 장승욱(작가)
때: 2006년 6월 21일
곳: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실 |
장승욱: 출범한 지 꽤 됐지만 한국문학번역원의 존재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번역원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를 해 주십시오.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은 기본적으로는 한국 문학, 넓게는 한국문화를 해외에 전파하여 세계 문화의 형성에 기여하고자 하는 뜻에서 만들어진 기관입니다. 한국 문학 작품을 번역, 출판하는 일을 지원하며, 우리 문학이나 문화가 세계의 문화와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맡아서 이끌어 나가는 기구입니다. 그에 수반해서 작가들을 외국과 교류해서 소통하게 한다거나 한국 문화를 해외에 진작하는 일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번역 전문인력 육성사업과 연구 사업같이 한국 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데에 필요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는 급속도로 지구화하고 있고, 이 흐름에 어떻게 동참하고 대응하느냐의 문제는 국가의 위상에서부터 개인의 삶에 이르기까지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번역원은 우리 문학과 문화가 우리의 국력에 걸맞게 세계 문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번역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필요에 따라 2001년 2월 설립되었습니다. 이후 번역원은 한국 문학을 비롯하여 일반 도서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문화적 성취를 해외에 소개하는 일에 주력해 왔습니다.
장승욱: 한국문학번역원이 만들어진 배경이 궁금합니다.
윤지관: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대한 학계나 사회의 요구를 정부에서 인식하고 처음에는 작은 규모이지만 한국문학번역금고를 설립해서 종수는 많지 않지만 일정 규모로 한국 문학 작품 번역을 지원해 왔는데, 그런 규모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점점 커지면서 2001년에 한국문학번역원이 독립적 기구로 설립된 것입니다.
그때부터 한국 문학의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됐던 셈인데, 그 이후로 작년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겨서 민간 재단 형태로 정부 지원을 받아서 운영되던 것이 정부법에 규정된 특수 법인으로 지위가 바뀌었습니다. 정부에서 국책 사업으로 예산을 지원하게끔 규정된 그런 단체가 된 것입니다.
올해 들어 그런 격상된 지위에서 새로 직원을 대폭 충원하고 직제도 개편했으며, 독립 건물을 구입해 얼마 전 입주함으로써 본격적인 사업을 벌일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번역원은 지금까지 쌓아 온 성과를 바탕으로 문학과 문화 교류에서 번역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세워 나갈 물적인 토대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인터뷰 모습(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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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욱: 공모를 통해서 지난 4월 원장에 취임하셨는데, 응모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윤지관: 저 역시 번역 활동에 종사하던 사람으로서 평소에 번역원이 하는 일에 관심이 있었고, 학계에 있으면서 번역이 사회적, 문화적 차원에서 중요하고, 나아가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늘 얘기해 왔습니다. 한국 문학이 세계에 어떤 식으로 소개되느냐에 따라서 한국 문학의 위상이 달라지고 국제 사회의 인식도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공모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문단이나 문화계의 적극적인 추천도 있어서 응모를 했습니다.
장승욱: 덕성여대 교수로 계시다가 번역원장이 되셨는데, 교수 시절과 비교해서 어떻습니까?
윤지관: 솔직히 어려워졌죠. 교수는 여름이 되면 방학이 있잖습니까.
연구나 강의를 하다가 한 기관을 맡아서 경영자나 행정가의 일을 담당하게 되어 낯선 곳에 와 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 업무가 번역에 대한 학자로서의 인식이나 전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학자로서의 정체성과 기관 책임자로서의 정체성을 늘 결합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장승욱: 한국문학번역원에 오신 일을 ‘참 잘했구나’ 하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까?
윤지관: 지금까지는 ‘잘했구나.’보다는 ‘참 어려운 일을 맡았구나.’ 이런 심정이 더 커요. 학자로 있었을 때는 원론적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했다면, 지금은 그것이 구체적으로 실천되는 국면에 들어와 있습니다. 학자로서 상당히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장승욱: 한국문학번역원을 이끌어 나가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윤지관: 역시 번역이라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결여나 부족이 문제입니다. 물론 그런 인식이 계속 커져 온 측면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번역원이 이만큼 자리를 잡게 됐지만, 아직까지도 모자라는 것 같습니다. 해외의 여러 사례와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가 번역에 부여하고 있는 국가적 중요도나 투자가 상당히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번역이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과제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장승욱: 원장으로 취임할 때 이것만은 꼭 이뤄 보겠다고 결심한 것이 있다면?
윤지관: 크게는 한국 문학 세계화의 토대를 확실하게 다지는 일을 임기 중에 해야겠다, 임기 중에 당장의 성과는 나오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토대를 쌓아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토대를 쌓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면, 역시 번역 기반, 다시 말해 각국 언어로 번역을 할 수 있는 역량 있는 번역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승욱: 취임 전에도 번역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주로 어떤 책을 번역하셨는지요?
윤지관: 처음에는 주로 이론서를 번역했습니다. 영어로 된 문학 이론서나 문화 이론서를 중심으로 개인적으로 또는 학계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번역해 왔고, 문학작품을 처음 번역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의 ꡔ오만과 편견ꡕ이 처음 번역한 책입니다. 제가 문학 평론도 하고 이론 공부도 해 왔는데, 그보다는 ꡔ오만과 편견ꡕ 번역자로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장승욱: 번역자로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윤지관: 역시 적절한 언어를 찾아내는 것이죠. 번역이란 결국 말과 씨름하는 작업인데, 한 나라의 말을 다른 나라 언어로 옮길 때에는 보통 말하는 직역이라는 것이 성립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한 단어라도 그것이 가진 함의가 똑같은 경우란 없으니까요. 번역을 하는 과정에는 늘 언어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한 나라의 언어는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와 필연적으로 결합돼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언어는 문화를 싣고 있고, 그래서 번역에는 문화적인 의미까지 포함돼야 합니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 번역이란 불가능한 작업인데,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말을 찾아내는 작업, 그것이 어려움이기도 하고, 제대로 해냈을 때는 큰 보람이기도 합니다.
장승욱: 저서 제목을 보면 ‘지구시대’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지구시대’에 번역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윤지관: 저는 ‘지구시대’라는 말을 썼지만, 세계화라는 말도 알려져 있죠. 전체적으로 국가 간의 경계가 흐려지기도 하고 교류가 빈번해지기도 하는 그런 현상 전체를 포괄해서 세계화, 지구화라는 말을 쓰게 되는데, ‘지구시대’라는 말은 앞으로의 지향에 대한,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지구적인 의미를 갖는 하나의 공동체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는 그런 지향을 의미하는 말로 썼습니다. 그럴 때, 현재 각국의 민족 언어로 여러 가지 언어들이 있지만, 각각의 민족어로 형성된 민족문화, 국가문화, 이런 것들이 서로 소통하는 것이 점점 더 필수적이 되고, 그 기본이 되는 것이 번역이 아닌가, 소통의 기본 도구로서 번역이 점점 더 중요한 것으로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장승욱: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지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반역이란 말에는 번역의 창의성, 그러니까 원래 뜻에 반해서 번역자 스스로 창조해 낼 수 있는 영역이 번역에는 있다는 뜻이 내포돼 있는데, 번역에는 분명히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본적으로 원어나 원뜻을 충실하게 옮기는 것이 번역의 일차적 과제입니다. 일차적 과제를 이룬 다음에 반역을 시도하는 것, 이 두 가지의 결합이 번역의 모습인데, 그냥 ‘번역은 반역이다.’라고 하면 무엇을 위한 반역인지 알 수가 없게 돼 버리죠.
장승욱: 우리 번역에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윤지관: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외국 문학이나 외국의 문화를 우리말로 옮기는 것, 또 하나는 우리 문학이나 문화를 각국의 언어로 옮기는 것이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우리의 경우 역시 외국의 문물을 흡수하면서, 그것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 가면서 근대 문화를 형성해 왔기 때문에 그 점에서는 우리가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실제로 많은 해외의 문학이나 문화가 번역되어 들어와 우리 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우리 문화가 해외에 번역된다거나 그래서 그것이 세계 문화의 일원이 된다거나 하는 그런 점에서는 빈약했습니다. 그런 점이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좀 더 후자 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거기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번역에 대한 인식이 정부 차원에서든 민간 차원에서는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장승욱: 한국 문학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윤지관: 여러 가지 차원에서 얘기할 수 있겠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번역자의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문학을 외국어로 번역하려면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탁월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문학적 감수성도 갖춰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많지가 않습니다. 언어권마다 차이는 있지만, 어떤 언어권은 번역자가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번역자 확보입니다.
이와 다른 차원의 문제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옮길 때 생기는 본질적인 문제, 즉 언어의 특성 차이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입니다. 예컨대 로마자를 공유하고 있는 유럽어권 사이의 번역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런데 우리나 일본은 그쪽 언어권과는 전혀 다른 문자와 문법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유럽어권 언어로 번역한다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언어에 묻어 있는 여러 가지 문화적인 의미도 동서양의 차이가 많습니다. 이런 언어 특성의 차이도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장승욱: 번역과 국력의 관계를 살펴볼까요. 우리나라는 국력에 비해 어떤 편인가요?
윤지관: 국력에 비해 훨씬 미흡하죠. 격차가 크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경우, 근대 이후 또는 독립 이후에 국력을 빠르게 키워 온 나라 가운데 하나인데, 그래서 경제력만으로 본다면 세계 10위권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문화적 차원의 국력을 따지자면 그런 이야기를 하기가 부끄러울 만큼 너무나 빈약한 형편입니다. 우리의 문화적 역량이나 자산이 세계에 알려진 바도 적고, 그것이 세계 문화에 이바지하는 바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동아시아의 이웃 나라, 그러니까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 보더라도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경제적 국력과 문화적 국력 사이의 큰 간극을 메우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고, 그런 면에서 번역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장승욱: 요즘의 화두인 ‘한류’를 번역으로 뒷받침할 계획은 없습니까?
윤지관: 한류라는 것이 문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중요한 문화적 현상이고, 우리나라의 문화를 해외로 전파하는 계기이기 때문에 문학 쪽에서도 당연히 큰 틀 안에서 연계해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한류는 외국에서 전파력이 빠른 대중문화를 통해 재생산되고 있는데, 대중문화의 기반은 역시 문학이나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류를 대표하는 ‘대장금’ 같은 것도 문학의 깊이, 역사의 깊이가 전제되었을 때 나오는 것이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거든요.
한류가 일어나고 있는 동양권 나라에 당장 눈에 보이는 대중문화 뒤에는 그보다 훨씬 깊고 넓은 문학적 바탕이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해야 한류가 일시적 거품이 아니라 지속적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번역원에서도 한류와 문학을 결합하는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심하고 있습니다.
장승욱: 외국에도 번역원과 같은 기능을 하는 기관이 있습니까?
윤지관: 물론 외국에도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진작부터 이런 지원 사업을 벌여 왔습니다. 일본이 근세 초기, 그러니까 메이지 시대부터 번역에 관심을 갖고 거의 국가적인 사업으로 수행해 온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고, 그런 토대에서 일본 문화나 문학이 세계에 끼친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중국에도 이와 유사한 국가 기구가 있어서 번역 지원 사업을 하고 있고, 그 밖의 선진국들은 사실 자기 나라 문학 작품들이 해외에, 그러니까 각국의 출판사, 번역자나 연구자를 통해 이미 널리 소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국에도 이와 비슷한 기구를 두어서 자국의 문학이나 문화에 대한 번역, 출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규모로 보면 스페인, 스웨덴, 아일랜드 같은 유럽 국가들이 지원 종수나 규모 면에서 우리나라를 능가하고 있습니다.
장승욱: 굳이 띄어쓰기를 하자면 ‘한국 문학번역원’입니까, 아니면 ‘한국문학 번역원’입니까?
윤지관: ‘한국’과 ‘문학’ 사이를 띄어 쓰면 되겠습니다. ‘한국’은 일반적인 정부 기관 앞에 붙는 말이니 떼어 내면 ‘문학번역원’이 되는데, 문학 번역을 중심으로 한다는 기관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이름이죠. 그런데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계기로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문학뿐 아니라 한국 문화의 소개와 관련된 제반 도서를 모두 번역할 수 있도록 번역원의 기능이 확장된 것입니다. 그래서 일반 도서의 번역까지 담당하는 형태로 가고 있고, 앞으로 그쪽의 비중이 커지다 보면 ‘한국문학번역원’이라는 명칭에서 ‘문학’이 빠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번역원’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문학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장승욱: 그동안 번역원이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일들은 무엇이고, 그 가운데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윤지관: 역시 번역· 출판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 문학을 세계화하는 데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곳이 번역원이라고 자부합니다. 물론 민간에서는 대산재단 같은 곳이 어느 정도 기여를 해 왔지만, 번역원에서 하는 것이 대다수입니다. 매년 50종 정도 번역을 진행해 와서 지금 번역원에서 번역한 것만 해도 250종이 넘습니다. 그것이 가장 큰 성과인 셈인데, 몇 년 전부터는 문학도서 외에 일반 도서로도 영역을 넓혀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주빈국을 맡은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100권의 책을 소개했는데, 그 번역 작업을 번역원에서 도맡아 진행했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그 사업을 이어받아서 ‘한국의 책’이라는 이름으로 90여 권을 선정해 번역하는 중인데 현재 거의 완료 단계에 있습니다.
장승욱: 한국 문학 작품이 몇 개 언어로 번역되고 있으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언어들은 어떤 것들입니까?
윤지관: 지금까지 25개 언어로 번역이 됐습니다. 물론 세계어로 불리며 쓰이고 있는 영어로 가장 많은 번역이 되어 왔고, 뒤를 이어 국제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어, 프랑스 어, 스페인 어, 중국어로도 많은 번역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와서는 소수 언어권, 이를테면 러시아권에서 분리된 우크라이나 어라든가, 아시아에서는 베트남 어나 몽골 어로도 수효는 적지만 번역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장승욱: 번역하는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윤지관: 지금 현재는 자유 공모 방식으로 돼 있는데, 기준은 두 가집니다. 먼저 번역의 수준, 다시 말해 언어 차원에서 번역이 제대로 되었느냐를 따져 보고, 다음으로 그 작품이 해외에 소개할 만한 문학적 가치를 갖고 있느냐, 이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모 방식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꼭 번역돼야 할 작품이 응모자가 없어서 번역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는 과제를 지정해서 공모하는 방안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장승욱: 어떤 작가나 작품이 주로 많이 번역되고 있습니까?
윤지관: 번역 지원이 가장 많이 이루어진 분은 역시 황석영 작가입니다. 워낙 활발하게 활동을 하니까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해서 선정이 된 것이지요. 그리고 이문열, 이청준, 박완서 작가도 번역이 많이 된 분들입니다. 시 분야에서는 단연 고은 시인이 많습니다. 소설 작품으로는 이문열의 ꡔ시인ꡕ, 황석영의 ꡔ손님ꡕ, 조세희의 ꡔ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ꡕ이 많이 선정되었고, 시로는 고은의 ꡔ만인보ꡕ, 작고한 분이지만 한용운의 ꡔ님의 침묵ꡕ이 가장 많습니다.
장승욱: 한국 문학에도 여러 분야가 있는데, 어떤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까?
윤지관: 역시 소설이 중심이 되고 있는데, 소설 중에서도 장편이 주로 번역되고 있습니다. 지원자가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외 독자가 받아들이기에 적절한 측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 시 순서로 가고 있습니다.
장승욱: 고전 문학도 번역되고 있습니까?
윤지관: 그렇습니다. 한글로 된 일반적인 고전, 그러니까 춘향전이나 심청전 같은 것들은 전부터 많이 번역돼 왔고, 근대 이전의 한문으로 된 고전 문학도 번역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전 문학 쪽은 번역원에서 어떤 작품이 번역되면 좋겠다는 지침을 마련해서 거기에 따라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소개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장승욱: 번역자 양성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윤지관: 번역원에서 어느 언어를 처음부터 가르칠 수는 없고,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공부나 한국 문학 번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우선 현재 하고 있는 일은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들 가운데 어느 정도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한국 문학에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뽑아서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외국의 연구자나 작가들이 한국에 와서 머물면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번역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장승욱: 외국 문학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도 번역원에서 담당하고 있습니까?
윤지관: 한국 문학을 외국에 소개하는 일이 워낙 미흡했기 때문에 번역원이 설립된 이후 당연히 그쪽에 중점을 두었지만, 반대쪽의 일도 하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우리에게 충분히 소개된 선진국의 문화나 문학을 번역할 계획은 아직 없고, 우리에게 미지의 문화, 예컨대 아시아권이나 아프리카권의 문화를 소개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반 상업 출판사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그렇지만 교류가 필요하고, 앞으로도 교류를 늘려 가야 할 아시아권 국가들, 예를 들어 몽골이나 베트남의 경우 우리가 우리 문학을 그쪽에 소개도 해야겠지만, 그쪽의 문학을 우리말로 소개하는 쌍방향 소통이 진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권은 좀 차별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은 한국에 대해서 쓴 외국의 책들, 그렇다고 요즘 책은 아니고 근대 이전이나 근대 초기에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쓰거나 우리나라에 대해 기술한 고서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은 올해 시작해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될 것입니다.
장승욱: 한국문학번역원의 설립을 노벨문학상과 관련시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윤지관: 노벨상과 관련을 지을 수는 있습니다. 번역원이 설립될 당시, 언론이나 사회의 노벨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것이 번역원 설립에 하나의 계기가 되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크게 보면 한국 문학의 세계화나 한국 문학이 어떤 식으로 세계 문화에 기여하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일개 상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물론 노벨상이 하나의 문화적 계기는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내 문화를 살찌우는 측면도 있고, 한국 문학이 해외에 자리를 굳히는 계기도 되기 때문에 노벨상의 획득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노벨상을 위해서 번역원이 설립됐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너무 일면만을 강조한 것이 되겠지요.
장승욱: 노벨문학상을 받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그리고 언제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배출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윤지관: 그런 예상이 쉽진 않지요. 그렇지만 그다지 머지않은 시기에 우리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갖게 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그 사이에 거론된 작가들도 있었고요. 한국 문학의 수준이나 역량 같은 것들이 아직은 미흡하나마 해외 문화계에 어느 정도는 전파된 면이 있고, 노벨문학상이 과거에는 미국 같은 문화 강대국 쪽에 편중돼 있었는데, 근래 들어서는 제삼세계 국가나 주변적 나라에서 중심적 성취를 하고 독특한 그 나라의 민족적 상황이나 문화를 반영하는 작가들이 수상하는 경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문학도 그런 점에서는 상당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실제로 그런 성격의 좋은 문학 작품을 많이 산출해 왔기 때문에 그것이 제대로 세계에 소개되기만 한다면 노벨상처럼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획득하는 것이 그다지 멀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장승욱: 그런 점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을 가능성이 큰 작가들을 꼽는다면?
윤지관: 시인이라면 고은, 소설가라면 황석영, 이런 분들이 특히 최근 들어서 번역이나 국제적 문학 행사 같은 것을 통해서 세계 문학계에 상당한 위상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황석영 작가는 지금 프랑스에 머물면서 국제적 활동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이고, 그 문학 세계가 한국의 특수한 상황, 즉 분단 상황이나 민주화, 민족 문제를 가지고 씨름해 온 작가이기 때문에 이점이 있습니다. 고은 시인도 국제적인 시인의 반열에 올라서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두 분이 노벨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소설가로 이청준, 조정래, 시인으로 신경림, 황동규 같은 분들도 충분한 가능성과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장승욱: 이런 분들의 작품이 외국과 비교해 볼 때 어느 정도나 번역돼 있습니까?
윤지관: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 보더라도 훨씬 떨어집니다. 동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 가운데 하나가 일본이고, 일본에서는 두 작가가 나왔는데, 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노벨상을 받았을 때, 그 작가의 작품이 해외에 소개된 것이, 아마 20~30년 동안 번역이 진행돼 가지고 130여 종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다음 90년대에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의 경우도 150종 이상이 30년에 걸쳐서 번역돼 왔기 때문에 해외에 많은 수의 독자를 확보하고 평가도 이뤄진 상태였죠. 그에 비하면 우리 작가들은 상당히 처집니다. 고은 시인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20종 정도밖에 번역이 안 돼 있고, 황석영 작가 경우도 그 이상은 안 될 것입니다.
장승욱: 국립국어원에서도 ꡔ우리 문화 길라잡이ꡕ가 2006년도 상반기 일반 도서 번역지원사업 지원 대상 도서로 선정되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그 뒤로 어떤 과정을 거쳐 지원을 받게 됩니까?
윤지관: 우리 번역원에서도 국어원에서 펴낸 우수한 도서를 번역하게 된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번역 지원 사업 지원 대상 도서로 선정되면 곧바로 번역에 들어가게 되는데, 번역자가 지원을 받아서 번역을 성실하게 완성하는가를 감독합니다. 그래서 번역물이 완성되면 거기에 대한 평가 작업이 이어집니다. 평가에 의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번역된 작품을 해외 출판사를 통해서 출판하게 됩니다. 개개의 번역자가 출판 섭외를 할 수도 있겠지만, 번역원에서도 각 해당 국가의 출판사들과 교섭해서 출판이 되도록 돕고 있고, 나중에 어떤 식으로 배포되고 그 나라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도 번역원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그 책에 대한 출판 기념회를 열어 준다거나 해당 작가가 현지에 가서 자기 작품에 대한 설명회나 모임을 연다거나 하는 방식의 지원까지 번역원에서 맡고 있습니다.
장승욱: 번역의 바탕은 어차피 국어인데, 국어원과 함께 나눠야 할 일은 없습니까?
윤지관: 번역원은 국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죠. 한국어를 외국어로, 또는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문제가 핵심이기 때문에 국어 문제는 번역원에서도 중요한 축입니다. 한국 문학을 번역하다 보면 한국어의 성격, 특성, 가치, 문제점 같은 것들을 인식하게 되는데, 국어원 같은 기관과 학술회의를 함께 연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런 인식을 공유하게 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어 안에 외국어의 요소도 많지 않습니까. 순 우리말도 있지만, 외국어의 흡수도 국어 형성에 상당히 중요합니다. 국어의 질을 지킨다거나 국어 어휘를 풍성하게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는데, 이런 문제는 국어의 문제인 동시에 번역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장승욱: 긴 시간 유익한 말씀 고맙습니다.
윤지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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