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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형 ‘쇠’[金, 鐵]’와 ‘새[鳥]’의 고형(古形)

김영일∙계명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1.

  이 글은 ‘쇠’(金, 鐵)와 ‘새’(鳥)의 고형(古形)을 문헌 자료와 지명 및 방언에 의존하여 밝혀 보고자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논의의 과정에서 ‘ㄹ’음의 반모음화, ‘ㄱ’음의 변화 등에 관한 예도 제시될 것이다.


2.

      2.1. ‘쇠’[金, 鐵]의 고형

  ‘金, 鐵’을 뜻하는 어형에는 고대 국어 이래 두 가지 형태 즉 ‘솔’과 ‘쇠’가 존재해 왔는데 이제 이것들을 문헌 자료 및 지명에서 찾아 제시해 보기로 한다.
  

          2.1.1. ‘솔’계 어형

    ㄱ. 金橋謂西川之橋俗訛呼云松橋也 (삼국유사 권 3, 阿道基羅)
    ㄴ. 那或云 金川 (삼국사기 권 47)
    ㄷ. 옷쵸 俗呼錐兒 (훈몽, 중:7)
  또 지명에서도 ‘솔’계 어형이 나타난다.
    ㄹ. 金谷里 [금곡, 쇠편, 금평, 솔편][마을] 경북-청송-청송-금곡리
    ㅁ. 모루[金盤][마을] 충북-괴산-증편-남하-금염실 동북쪽에 있는 마을
    ㅂ. 내[金川][마을] 충북-진천-만승-금곡-금곡리에서 으뜸되는 마을
    ㅅ. 일[마을] 경기-오산-금곡→금곡리
  ㄱ의 金橋와 松橋를 두고 도수희(1999:157)에서는 다음과 같이 논한다:
  ‘松橋’는 ‘金橋’에 대한 訛呼가 아니라 동일한 다리 이름에 대한 이표기일 뿐이다…… 따라서 ‘松橋(솔다리)’는 오히려 ‘金橋(쇠다리)’보다 이른 보수형이라 추정된다.
  ㄴ과 ㅂ에 나타나는 ‘素’와 ‘소’는 설단음(舌端音) ‘ㄴ’ 앞에서 ‘솔’의 어말음 ‘ㄹ’이 탈락한 형태이다. 또 ㅅ의 ‘소일’은 ‘솔실(金谷)>소실>*소>소일’의 단계를 거친 변화형이다.
    

          2.1.2. ‘쇠’계 어형

ㄱ. 金壤郡本高句麗休壤郡 (삼국사기 권 35)
休壤郡一云金惱 (삼국사기 권37)
ㄴ. 鐵曰歲 (계림유사)
ㄷ. 쇠잣 金城 (용가 7:7), 쇠재 鐵峴 (용가 1:50)
ㄹ. 金 쇠 금, 鐵 쇠 텰 (훈몽, 중:15)
  ㄱ의 金壤(또는 金惱) = 休壤에서 休를 석독자(釋讀字)로 보면 그 형태가 ‘쇠’와 유사해진다(休 쉴 휴(신증유합, 하:46)).
  앞의 2. 1. 1-ㄱ, ㄴ과 2. 1. 2-ㄱ을 비교해 보면 고대 국어 시대의 신라 지역에서는 ‘솔’계 어형이, 고구려 지역에서는 ‘쇠’계 어형이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은, ‘水’를 뜻하는 어형이 신라 지역에서는 ‘勿’로, 고구려 지역에서는 ‘買’로 나타나는 것과 동일 유형의 현상이다.
  그렇다면 ‘솔’과 ‘쇠’의 어형상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우리말에는 일찍이 고대 국어 시기부터 ‘ㄹ’이 반모음(y)으로 바뀌는 현상이 있었고 이 현상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되고 있는데 이제 그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1) 伐~徐
(2) ~加
(3) 加耶~阿加耶
(4) 達句(火) > 大丘 (삼국사기 권 34)
(5) 巨露 (삼국사기 권 34) > 거유(鵝)
(6) 봄놀- : 고기 묏부리에서 봄놀오(魚躍岫)(백련 4)
봄뇌- : 踴은 봄뇔씨오(월석 2:13-14)
(7) { 리- : 구챠히 리디 아니며(소해 2:10)
리- : 우으며 배(소해 5:108)
(8) { 허러디- : 시름 허러듀미 이 오미로다(두해-초 22:11)
허여디- : 븟디 아니 허여디디 아니며(구방, 하:65)
(9) { 이 : 닐어 비러 오니(노번, 상:19)
이 : 닐너 비러 오니(노해, 상:17)
(10) + -아지→아지/야지 
(11) 방언에서
   ㄱ. 눈이 다~눈이
   ㄴ. 창~
   ㄷ. 하바람~하바람(이상 함북 방언)
   ㄹ. 져근 (小便) > 소(전주 지방)
   ㅁ. 뚝~뚝(전라)
   ㅅ. ~매(馬)(제주)
  ‘金, 鐵’을 뜻하는 두 어형 ‘솔’과 ‘쇠’는 위의 (1)~(11)에 의해 솔>쇠로 변화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음운 변화의 관점에서 합리적이다. 즉 ‘솔’의 어말음 ‘ㄹ’이 반모음화하여 ‘쇠’로 변화한 것이다.
  ‘水’를 뜻하는 두 어형 ‘勿’과 ‘買’ 중에서 ‘買’는 쇠퇴하고(일부 방언에 믜>미의 형태로 남아 있기는 하다) ‘勿’이 중세 국어 ‘믈’을 거쳐 현대 국어에서 ‘물’로 변하여 존속하고 있는 데 반하여 ‘金, 鐵’을 뜻하는 어형은 ‘솔’계 어형이 쇠퇴하고 ‘쇠’계 어형이 살아 남았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金, 鐵’을 뜻하는 어형의 최고형(最古形)은 ‘솔’이고 이것의 어말음 변화형이 ‘쇠’인데 이 ‘쇠’가 현대 국어에 존속하고 있다고 하겠다.
    

      2.2. ‘새(鳥)’의 고형(古形)

  문헌과 방언에서 ‘鳥’를 뜻하는 어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ㄱ. 사이(평북 방언)
ㄴ. 새
ㄷ. 상이(제주 방언)
ㄹ. 생이(제주 방언)
  위 ㄱ~ㄹ의 어형 상호 간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다음의 논의를 보기로 하자.
  우리말에서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쟁이’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여 나타나는데 이들 하나하나를 제시해 보기로 한다.
ㅁ. 꾀자기(꾀많은 사람)
ㅂ. 겁재기(겁이 많은 사람)
ㅅ. 노래자이, 춤자이, 칼자이
ㅇ. 겁(=겁장이, 제주 방언)
ㅈ. 멋장이
ㅊ. 환쟁이
  위의 ㅁ~ㅊ에 나타나는 어형의 변화의 전후 관계를 알아보자.
  먼저, 모음 사이에서 ‘ㄱ’이 탈락하는 예는 방언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개감~개암(개암, 경기, 충청)
  해거름~해어름(해거름, 경기)
  새각시~새악시(새색시, 전남)
  삐가리~삐아리(병아리, 전남, 경남)
  사마구~사마우(사마귀, 경남)
  깨고락지~깨오락지(개구리, 전남)
  바구옷~바우옷(이끼, 전남)
  파구~파우(파, 경북)
  토구~토우(는개, 경남)
  다음으로, ㄱ > ㅇ(또는 ㄱ~ㅇ)의 예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욱(上) { > 웋 > 우(> 위)
> 웅[지붕(=집+웅)]
메기~멩이 (갈매기, 제주)
돌새기~돌생이 (작은 돌, 제주)
바닥~바당(함북)
눈두덕~눈두덩(함북)
버데기~버뎅이(다리, 심마니말)
돌채기~돌챙이(도랑, 평북)
나부래기~나부랭이(평북)
구먹~구멍(전남)
지시락~지시랑(기스락, 전남)
바구~방우(바위, 경북)
  이제 위의 ㅁ~ㅊ의 밑줄 친 어형들의 변화의 전후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A. 자기 { > 자이 > 재
> 재기
> 장이 > 쟁이
  위 A의 어형 변화표를 근거로 하여 위의 ㄱ~ㄹ의 어형 변화의 선후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B. *사기 { > 사이 > 새
> 상이 > 생이
  ‘鳥’를 뜻하는 고형(古形)은 ‘*사기’로 추정되는데 이 어형은 우리나라 문헌이나 방언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어에서 ‘까치(鵲)’를 kasasagi(かささぎ)라고 한다.
  “삼국지 위서 30(오환 선비 동이전)”에 보면 일본에는 본래 소, 말, 범, 표범, 양, 까치가 없었다고 한다(其地無牛馬虎豹羊鵲).
  또 “日本書紀 卷二十二, 推古天皇”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六年夏四月難波吉士磐金至自新羅而獻鵲二隻
  위의 두 기록에 의하면 까치는 본래 일본에 없었는데 신라인이 이것을 일본에 가져간 것이다.
  한편 “계림유사”의 鵲曰渴則寄를 진태하(1974)에서는 *ka-cɐ-ki로 읽고 있는데 여기의 -cɐ-ki는 일본어 kasasagi의 -sagi와 유사하다.
  또 “日本書紀 卷一, 神代 上”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도 있다.
鷦鷯此云娑娑岐
  娑娑岐의 -娑岐도 -sagi의 표기로 인정된다.
  이 밖에 일본어에서 鷺를 sagi라 하는데 이 sagi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sirasagi(しらさぎ, 白鷺)
daisagi(だいさぎ, 大鷺)
goisagi(ごいさぎ, 五位鷺)
herasagi(へらさぎ, 篦鷺) 등.
  일본어에서 鵲이나 鷦鷯를 뜻하는 말의 뒷부분에 붙는 -sagi와 鷺를 뜻하는 어형 sagi가 곧 위에서 재구한 우리말 ‘*사기’와 일치하는 어형으로 볼 수 있다.
  위의 2. 2.에서 논의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새(鳥)’의 고형(古形)은 ‘*사기’로 추정되는데 이 ‘*사기’는 일본어에서 새 명칭어에 보이는 sagi(さぎ)에 나타나 있다. 다시 말하면 일본어 sagi(さぎ)는 우리말 ‘새(鳥)’의 고형(古形)이다.
  
  

| 참고 문헌 |

김이협(1981), 『평북방언 사전』, 한국 정신문화 연구원
김태균(1986), 『함북방언 사전』, 경기대 출판국
도수희(1999), ‘『삼국유사』의 할주 지명에 관한 해석 문제들’, 『언어학』 제24호
제주도(1995), 『제주어 사전』
진태하(1974), 『『林類事』究』
한국 정신문화 연구원(1987-1993), 『한국 방언 자료집 Ⅰ~Ⅷ』
한글학회(1991), 『한국 땅이름 큰 사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