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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어의 특징과 구조

이해영∙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1. 들어가는 말

  언어는 의사소통의 매개 수단이 무엇인가에 따라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로 구분된다.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하여 음성적 기호를 매개 수단으로 사용한 경우 이를 구어라 한다. 반면에 글쓴이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하여 문자라는 시각적 기호를 사용한 경우, 우리는 이를 문어라고 한다. 어떤 언어든지 일반적으로 구어와 문어는 용도와 생김새가 달라서 몇 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우리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래에서 월드컵 응원이라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구어 (1. 가)와 문어 (1. 나)를 살펴보자.
(1) 가. 저희들은 일단 월드컵 행사 기간에는 손님들이 객실에서 응원하시다가 혹시나 다르게 몸이 편찮으시거나 그럴 때는 바로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고(#) 월드컵 응원하시다가 목이 많이 마르시니까 저희가 그런 것도 따로 준비해 놓고요.(KBS TV 인터뷰, 2006. 6. 6.)
나. 서울 프라자호텔은 저층 객실 150여 개를 응원과 숙식을 겸한 상품으로 내놨다. 하루 숙박료가 층수에 따라 39만~50만 원으로 고가지만 토고전의 경우 이미 80%가 예약됐다. 프랑스와 스위스전은 50~60%선이다. 호텔 관계자는 “내국인뿐 아니라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의 응원 문화에 매료된 외국인들도 다수 예약을 했다”라고 말했다.(인터넷 경향신문, 2006. 5. 24.)
  위에서 볼 수 있듯이 구어는 덜 다듬어진 것 같아 보인다. 논리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면서, 문장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연결 어미로 아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더러 군더더기 말도 섞여 있다. 그러나 (1. 가)가 음성으로 실현될 때에는 중간에 휴지(‘#’로 표시된 것)가 삽입된다. 휴지가 삽입되었다는 것은 문장이 끝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구어가 음성을 매개로 전달될 때에는 보이는 것만큼 복잡하지 않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이 조리 있게 말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의 말을 듣고는 횡설수설한다고 하기도 한다. 이는 구어에도 지켜야 할 질서가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 아닐까. 아래의 유머를 보자. 그리고 유머가 유머로 느껴지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2)   아들: 엄마 제가 수수께끼 낼게요. 맞혀 보세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3단계는?
  엄마: 그거야 쉽지.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넣고 냉장고를 닫고. 맞지?
  아들: 그럼, 기린을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요?
  엄마: 그것도 쉽지.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빼. 그다음에 기린을 넣고 문을 닫고. 맞지?
  아들: 그럼 이건 모르실 거예요. 숲 속에서 호랑이 생일잔치가 열렸는데요. 숲 속 동물이 다 모였거든요. 근데 못 온 동물이 있대요. 무슨 동물이 못 왔을까요?
  엄마: 응?
  아들: 모르시겠죠? 기린이에요. 냉장고에서 엄마가 안 꺼내셨잖아요.
  위의 (2)에서 호랑이의 생일잔치에 못 온 동물을 알아내는 것은, 코끼리를 꺼낸 것과 기린을 넣는 것, 그리고 기린을 꺼내는 것과 생일잔치 참석하는 것에 연관성이 있다고 전제될 때에만 가능하다.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억지를 발견하고 웃게 된다. 유머는 이러한 억지스러운 이야기 구성을 통해 생성되었다. 이 이야기가 유머로 느껴지는 이유는 이야기 구성에 요구되는 일종의 규칙과 질서를 위반하면서 자체 논리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구어를 무질서하고 잘못된 언어 사용으로 인식하여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고 외국어 학습에서도 구어는 제외 항목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구어에 존재하는 질서와 규칙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학자들의 연구도 활발하고, 우리말을 배우고 우리말로 이야기하기를 원하는 외국인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말 구어의 특징과 구조에 대해 알아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유익한 것이라고 하겠다.
  
  

2. 우리말 구어의 특징

  구어는 문어와 달리 어린 시기에 배운 단순한 형태적, 통사적 구조를 사용하며, 구어 사용은 대화 참여자나 상황에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한다(서상규·구현정, 2002; 노대규, 1996). 그러나 모든 구어가 대화 참여자나 상황에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구어는 단일 화자에 의한 것인지, 둘 이상의 화자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서 독백과 대화로 나뉘고,1) 독백은 계획된 것인지, 즉흥적인 것인지에 따라 하위 구분된다. 정치 연설이나 보도 자료처럼 문자로 원고가 준비되고 다시 음성으로 전달되는 것은 계획된 독백으로, 이는 문어에서 보이는 정갈하고 정리된 인상을 준다. 강의나 대화 도중에 혼자 길게 말하는 것, 인터뷰 등은 원고가 준비되지 않은 즉흥적이고 비계획적인 독백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대화 참여자나 상황에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은 비계획적인 독백이나 대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문어처럼 정갈하게 다듬어진 독백보다는 구어의 특성을 더욱 드러내는 대화와 즉흥적 독백을 대상으로 구어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구어는 주변 소음과 참여자 간의 순서 없이 끼어듦, 중복, 축약과 생략, 감탄사나 담화 표지2), 머뭇거리는 말이나 태도, 휴지, 횡설수설하는 말, 비문법적 요소, 빠른 발화 속도, 음성을 변화시키거나 말끝을 끌면서 말하는 부차언어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문어에 비해 방언, 관용어, 은어, 사회문화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말, 간접 표현들이 활발하게 사용된다. 다음에서는 노대규(1996), 이해영(2004)을 바탕으로 우리말 구어의 특징을 정리하였다.
    

  2.1. 우리말 구어의 통사적 특징

  구어는 문법적으로 복잡한 구조가 사용되지 않으며 단순하고 짧은 형을 선택하여 발화된다. 짧게 발화되다 보니 조사나 문장 성분, 구나 절 등의 생략도 많고 기본 단위가 문장 이하의 짧은 형, 즉 어절이나 구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강조나 휴지 등을 삽입하여 어순이 문어에 비해 더욱 자유로울 수 있고, 구어체 어미나 조사가 사용되는 등 구어의 고유한 특성을 보인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3) 우리말 구어의 통사적 특징
기본 단위가 완결된 문장이기보다는 구나 절 단위인 경우가 많다.
문장 구조가 단순하여 복문 사용이 많지 않다.
능동문이 피동문보다 많이 사용된다.
‘못, 안’과 같은 단형 부정이 ‘-지 못하다, -지 않다, -지 말다’와 같은 장형 부정보다 선호된다.
이중 부정이 선호되지 않는다.
문어에 비해 조사 생략이 자유롭다.
문장 성분의 생략이 많다.3)
반말체 어미 등과 같은 구어체 어미가 사용된다.
문어에 비해 어순이 자유롭다.
구어 접속 조사 ‘하고’가 사용된다.
접속 조사가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호격 조사가 사용된다.
관형격 조사의 사용이 적다.
‘되게, 무지, 참, 진짜’ 등의 정도 부사가 자주 사용된다.
  

  2.2. 우리말 구어의 음운적 특징

  구어는 음성을 매개로 전달하기 때문에 모든 음운론적 특징은 구어의 특징이 된다. 특징적인 것은 문어가 단일한 철자법에 의해 전달되는 데 반해서, 구어는 음성적 변이형이 많다는 것이다. 축약과 탈락, 우세4), 비표준적 현실음, 억양에 실리는 화자의 태도 등에서 구어의 특징이 나타난다.
(4) 우리말 구어의 음운적 특징
‘그것은→그건’처럼 음운의 축약과 탈락이 많이 일어난다.
강조하고 싶은 말을 강조하여 발음할 수 있고, 발화 속도도 조절된다.
표준적이지는 않으나 된소리로 발음되는 현실음이 많다.
‘의→으/에, 예→이’처럼 발음되는 표준음 또는 현실음이 많다.
표준적이지는 않으나 ‘고→구’처럼 발음되는 경향이 있다.
‘막아→마거’처럼 발음되는 현실음이 많다.
‘네가’ 대신 ‘니가’가 사용되기도 한다.
문말 억양을 통해 서술, 의문, 명령, 청유의 뜻을 나타낸다.
  

  2.3. 우리말 구어의 담화적 특징

  뉴스 앵커의 말이나 선언문이나 대국민 담화 등과 같은 계획적인 독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어 발화는 계획되지 않으며 즉흥적으로 발화된다. 따라서 비계획적인 독백을 제외한 구어 발화는 수정이 잦게 일어나며, 대화의 중복이나 순서 교대도 잦고 담화 참여자에 의한 화제 전환도 잦다. 또한 구어 대화에서 맞장구와 같은 행위가 있어 상대방의 말에 반응을 보인다. 위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구어가 대체로 담화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발화되기 때문이다. 구어는 이처럼 문어에 비해 담화 상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상대방에 따라, 또 이야기되는 주제의 부담에 따라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발화 전략을 사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또한 구어 발화에서는 구어체 담화 표지가 사용되고 우리말 특유의 몸짓 언어가 사용된다.
(5) 우리말 구어의 담화적 특징
잘못된 발화와 이의 교정이 일어날 수 있다.
순서 교대와 끼어들기, 중복이 일어난다.
대응쌍이 있다.
맞장구 표현이 있다.
담화 참여자에 의한 화제 전환이 잦다.
정보가 1인에 의해 구성되는 문어와 달리 대화 참여자들의 협력으로 구성된다.
의사소통 전략으로 간접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
‘글쎄, 뭐, 그런데 말이야, 그야 그렇지만, 자’ 등 구어체 담화 표지가 사용된다.
한국어 화자 특유의 몸짓 언어가 사용된다.
  

3. 대화의 구조

  우리는 앞에서 억지스러운 유머를 통해서, 구어 대화에도 주제의 일관성과 관련된 일정한 질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많은 학자들은 대화에도 질서와 규칙이 있다는 것을 밝혀 왔다(구현정, 1999; 이원표, 2001; Levinson, 1983; Mey, 1995; McCarthy, 2000). 일관성과 관련된 내용은 구어뿐만 아니라 문어에서도 동일하게 요구되는 것이므로, 5) 이 글에서는 설명하지 않기로 하겠다. 여기서는 우리말 대화를 구조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3.1. 순서 교대

  순서 교대란 한 사람이 말을 끝내고 다른 사람으로 차례 또는 순서가 넘어가는 것을 말한다. 순서 교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 참여자 간의 협동이다. 우리는 말을 할 때 언제 끼어들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의도된 경우가 아니면 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실수로6) 잘못 끼어들어 대화의 중복을 일으켜 자신의 대화 차례를 가져오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가 외국어를 할 때는 어떤가. 언제 끼어들어 내 차례를 얻어야 하는지 그 적정 지점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도 같은 경험을 할 것이다. 한 담화 참여자의 발화가 끝난 후 다른 담화 참여자의 발화가 시작되는 사이의 간격은 몇십 분의 일 초에 불과하기도 하지만 순서는 일정한 원리에 의해 교대되고 있다. 분명 순서 교대에는 문화적인 차이와 남녀의 차이가 있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남자들의 대화에 여자가 끼어들어 차례를 가져올 수 없도록 금기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문화권에서는 주제에 따라서 여자들이 더욱 활발하게 순서 교대를 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령 쇼핑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여대생들이 더 많은 발화의 순서를 얻으려 했다는 실험 연구도 있다.
  순서 교대가 일어나는 지점에서는 어떤 특징이 보일까. 말하는 사람이 순서를 넘기고 싶을 때는 상대방을 호칭하거나 눈, 몸짓으로 상대를 지목하여 다음 순서임을 알려 주게 되는데 이로써 순서 교대가 일어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말하는 사람이 먼저 순서를 넘기는 경우도 있지만, 듣는 사람이 순서를 가져오려고 할 때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특징적인 언어적, 비언어적 장치가 사용된다. 가령, ‘흡’ 하고 말할 준비를 나타내는 숨 들이마시기를 통해서, ‘저, 그런데요, 음, 있잖아요’와 같은 표현이나 ‘맞아 맞아’와 같은 맞장구 표현을 연발하면서, 또 더 나아가서는 ‘나도 좀 말 좀 하자, 말씀 다 하셨죠?, 잠깐만요’ 등과 같이 직접적인 표현을 통해서 순서 교대를 예고한다. 재미있는 것은 상대방이 차례를 가져가기 위한 예고나 조짐을 보일 때 또는 그렇지 않더라도 말하는 사람이 차례를 넘기고 싶지 않을 때 순서 교대를 막는 장치로 상승조의 억양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6)   가.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것을 따랐던 것이고요.↗
       나.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것을 따랐던 것이고요.→
  가령, 위의 (6.가)에서는 절과 문장의 끝부분을 상승조로 발화하여 상대방이 끼어들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6.나)와 같이 문장의 끝을 하강조로 발화하게 되면 말하는 사람이 말을 끝내는 느낌을 주므로 차례가 넘어가기 쉽다.
    

  3.2. 대응쌍

  사람들은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반응하며, 또 초대를 받으면 어떻게 대꾸하고, 요청을 받으면 또 어떻게 반응할까. 대응쌍은 상대방으로부터 질문을 받거나, 초대를 받거나, 요청을 받거나, 칭찬을 받거나 할 때 대꾸하는 표현을 말한다(국립국어원, 2005). 대응쌍은 일정한 유형성을 보이며 보통 인접해 있으며, 다른 화자에 의해 발화된다.
  대응쌍은 선호되는 것과 꺼려지는 것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는 것이 선호되며, 요청을 받으면 이를 수용하는 것이, 제의나 초대를 받으면 이를 수용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선호된다. 또 상대방이 스스로를 비난하면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해 주는 것이 선호된다. 그 반대로 질문을 받고도 대답을 회피한다든지, 요청이나 초대, 제의를 받고 이를 거절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선호되지 않는다. 그러나 선호되지는 않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대화를 하면서 거절도 하고 회피도 해야 하는 경우에 직면한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말하기 전에 긴 휴지를 둔다든지 머뭇거리면서 말하거나, ‘글쎄, 어, 저, 어쩌지, 잘은 모르겠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맙기는 하지만’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긴장감을 완화하게 된다. 그리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선택하게 된다. 아래의 (7)에서도 ‘을지’의 거절에서는 망설이고 머뭇거리기, 말끝 흐리기, 간접적으로 거절하기가 사용되었다.
(7)   성희: 오늘 시간 어때? 오후에 나 좀 도와줘.
       을지: 어, 어쩌죠? 저, 선약이…….
  대응쌍은 항상 인접하는 것은 아니다. (8)처럼 대응쌍 사이에 다른 대응쌍(맘에 들어-응. 좋아 보이네.)이 삽입될 수도 있고, (9)처럼 질문에 대한 답이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이라면 흔히 (9)와 같은 경우 간접적으로 전달된 대답을 파악하지 못하여 “그런데 방이 있어요?”라고 묻게 된다.
(8) 영진: 이거 어디서 팔아요?
정덕: 맘에 들어?
영진: 응. 좋아 보이네.
정덕: 학교 앞 가게에서 다 팔아.
(9) 외국인: 자취방 있습니까?
한국인: 혼자 쓰려고요?
외국인: 네. 그런데 방이 있어요?
  외국인에게 더욱 난감한 대응쌍은 문화적인 특징을 보이는 경우이다. 아래 (10)은 감사에 대한 한국식 반응인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외국인은 이 대화를 듣고 의아해 할 수밖에 없다.7)
(10) 외국인: 그 스카프 잘 어울려요.
한국인: 별로 좋은 거 아닌데요, 뭐.
외국인: 그래도 아주 멋있어요.
한국인: 오래된 거예요. 싸구려고요.
  

  3.3. 시작과 마무리

  대화는 일반적으로 ‘시작부-중심부-종결부’로 구성된다. 우리들은 중심부를 구성할 때 이야기가 일관된 내용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한다(각주 5 참조). 이것이 조리 있게 말하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모국어 화자로서 우리는 시작부에서 어떤 표현으로 말을 시작해야 하고 종결부에서 어떤 표현으로 대화를 마무리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 가령, 전화 대화라면 시작부에서는 ‘이화여행사입니다’, ‘여보세요’ 등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종결부에서는 ‘안녕히 계세요’나 ‘그럼 내일 봐’, ‘그래, 그럼’, ‘들어가세요’ 등을 사용하기도 하며, ‘네’나 ‘끊어’를 길게 끌면서 전화 대화를 끝내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강의라면 ‘자, 00쪽을 펴 보세요’, ‘지난 시간에는 ~에 대해서 공부했지요. 오늘은 ~’ 등으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우리는 ~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로 끝낸다는 것도 알고 있다.
  대화에는 아래와 같이 예비적인 시작 부분이나 예비 마무리도 보인다. (11. 가)는 길을 가르쳐 달라는 예비 요청이고, (11. 나)는 무언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예비 공표라고 할 수 있다. (11. 다)는 전화를 끊기 위한 준비, 즉 예비 마무리 표현이다.
(11) 가. 국립국어원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나. 너 그 이야기 들었니?
다. 그래. 그럼.
  시작과 마무리에 사용되는 이와 같은 우리말 표현을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잘 알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의 한국어 발화를 들여다보면 한국인들이 잘 사용하는 대화 시작 표현인 ‘그런데, 있잖아’, ‘저기, 있잖아요’ 등을 사용하는 대신에 대부분 ‘할 말 있어요’, ‘질문해도 돼요?’와 같이 직접적 표현으로 대화가 도입된다. 외국인들은 대화를 마무리할 때에도 어떤 말로 끝맺을지 망설이게 된다고 한다.
    

4. 맺는말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말 구어의 특징과 구조를 살펴보았다. 뉴스나 매우 형식적 강연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어는 즉흥적이고 대화 상황과 참여자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무질서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대화에도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고 구조가 있다. 이러한 질서와 구조는 우리 문화의 특징을 반영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우리말 구어의 특징과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말 구어에 대하여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편안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 참고 문헌 |

구현정(1999), 『대화의 기법』, 서울: 한국문화사.
국립국어원(2005),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1(체계편)』.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노대규(1996), 『한국어의 입말과 글말』, 서울: 국학자료원.
박영순(2004), 『한국어 담화·텍스트론』, 서울: 한국문화사.
박용익(2001), 『대화분석론』, 서울: 역락.
서상규·구현정(2002), 『한국어 구어 연구(1)』, 서울: 한국문화사.
이원표(2001), 『담화분석』, 서울: 한국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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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y, J. L.(1993). Pragmatics. Blackwell Publishers, 이성범(역), 『화용론』, 서울: 한신문화사.
McCarthy, M. (2000). Discourse Analysis for Language Teachers, Cam- 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