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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이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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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방송(EBS) '우리말 우리글 제작 팀' |
화창한 오월 중순의 어느 날,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일대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우리말 프로그램인 ‘우리말 우리글’ 제작 팀의 마이크 세례를 받았다. 요즘 지하철 환승역에 등장하고 있는 ‘무빙워크(Moving Walk)’를 우리말로 순화하면 어떤 것이 좋겠냐고 묻는 ‘거리 조사’였다. 총 3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시민들이 제일 많이 선택한 것은 ‘스르르 길’. 우리말의 맛깔스러움이 담뿍 느껴지는 표현이었다. ‘우리말 우리글’은 이렇게 우리말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말에 대한 그리움과 아름다움까지 되새기게 한다. ‘우리말 우리글’ 제작 팀은 지난 4월, EBS에서 매달 수여하는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도 받았다. 내용에서도 형식에서도 시청자들의 칭찬이 자자한 EBS ‘우리말 우리글’의 엄한숙 프로듀서와 제작진을 만나 봤다. ---편집자 주 |
답변자: |
엄한숙(EBS ‘우리말 우리글’ 담당 프로듀서 겸 연출가), 그 외 곽재희(조연출), 황현정(사회), 박계영(작가), 황예진(작가), 이관규(도움말, 홍익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
질문자: |
이명신(지식공작소(박영률출판사) 기획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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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
2005년 5월 24일 |
곳: |
한국교육방송공사 E 스튜디오 |
엄한숙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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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신 ‘우리말 우리글’ 방송을 언제 시작했나?
엄한숙 2001년 9월 프로그램 개편 때 시작했다.
이명신 프로그램 개편 때 기획안이 다양하게 올라왔을 텐데, 어떻게 이 프로그램이 선정됐나?
엄한숙 우리말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느끼고 있었다. 교육 방송은 그동안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언어 프로그램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한국어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자고 한 것이다.
이명신 그렇다면 외국인 대상인가?
엄한숙 아니다. 한국인의 한국말 실력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언어 프로그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외국어 제작 팀’에서 제작했지만, 지금은 ‘사회 문화 팀’에서 만들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관규, 황예진, 엄한숙, 황현정, 곽재희, 박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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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신 한국인의 한국말 실력을 높인다고 했는데, 말만 통하면 됐지 뭘 더 바라는가?
엄한숙 말이 안 통하니까 문제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국어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단어나 문장력 수준이 점점 낮아진다.
이명신 인상 비평이 아닌가?
황예진 아니다. 한번은 출연자에게 점수를 많이 주려고 누구나 맞힐 수 있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냈다. ‘청출어람청어람’에 나오는 색을 우리말로 뭐라고 하는가를 물었는데, 한 명만 맞혔다. 많은 사람들이 ‘쪽빛’이란 말을 모른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명신 지난번 프로그램을 보니, 잘 맞히던데?
황현정 주부들이 나온 프로그램을 본 모양이다. 의외로 주부들이 잘한다. 대학생이 주부보다 모른다. 자기표현이 명확하고 좋고 싫고가 분명하며 생각이 기발한 것은 좋은데, 너무 감각 중심이고 지식이나 진지함이 떨어지지는 않나 걱정된다.
이명신 ‘수준’이니 ‘지식’이니 하는 것은 문자 중심 사회에서 흔히 보이는 일종의 지적 열등감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엄한숙 언어 문제는 대수롭지 않게 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고급 문장 해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꼴찌란 말이다. 토플이나 토익 공부할 힘의 십분의 일만 자기 나라 언어를 공부하는 데에 쏟았어도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명신 내친김에 그 문제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보자. 세계화 시대에 영어가 점점 중요해졌다. 심지어 영어를 우리말로 하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 시점에 대체 국어를 지키는 것이 왜 그리 중요한가?
이관규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국어는 민족이고 국가다. 갑오경장 때는 지금의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해당하는 장관이 칙령을 내려 모든 공문서를 한글로 쓰라고 했다. 1896년 독립신문도 순 한글로 썼다. 국문이 국가고 민족이라면서 말이다. 또 광복 직후인 1948년에는 한글 전용을 법령을 발표했다. “모든 공문서는 한글로 쓴다.” 딱 한 줄이다. 그리고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한글학자 33명이 잡혀 들어갔고, 그 가운데 광복 이후에야 풀려난 최현배, 이극로, 이희승, 정인승 선생은 돈 한 푼 받지 않고 우리나라의 말글 정책을 세우는 데에 봉사했다.
이명신 그게 어쨌다는 건가?
이관규 국가가 어려운 시기에 그렇게 자기 말을 포기하지 않고 붙들고 늘어졌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살아남아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는 말이다. 말과 함께 사라진 민족이 얼마나 많은가.
이명신 영어를 쓰면서 자기 나라를 유지하는 곳도 많지 않은가.
이관규 고유한 것을 지키지 못하면 발전이 없다. 필리핀의 경우 식민지 시절 이후 영어를 공용어로 쓰면서 자기 고유어는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경제적으로 매우 뒤떨어졌다. 이것이 사멸해 가는 필리핀 고유어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명신 그렇다면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민을 가는 캐나다는 어떤가.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이관규 캐나다 원주민은 사라졌다. 지금의 캐나다는 다민족 국가다. 민족을 떠나 국가만 보더라도, 캐나다 경제는 상당 부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 경제도 그동안은 미국에 많이 의존했지만, 지금은 우리의 경제 성장이나 문화 수준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언어, 국가, 민족이 하나이고 그 모두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신 제작진의 우리말 사랑 열기가 대단하다. 원래 이랬나?
엄한숙 이 정도는 아니었다.(웃음) 평소에도 우리말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생각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이전에는, 글은 정확하게 써야 하지만 말은 마음대로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말도 하나하나 배워 가면서 잘 써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명신 말도 잘 써야 한다니, 경건주의로 들린다.
엄한숙 개인적으로는 경건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것조차 없으면 우리말이 어떻게 되겠는가? 말의 중요성을 먼저 느낀 사람이 계속해서 경계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명신 인터넷이나 또래 집단에서 동질감을 위해 일부러 은어를 사용하고, 재미있자고 말을 이리저리 만들어서 사용하는 정도는 그냥 두어도 되는 것이 아닌가?
엄한숙 이 프로그램을 맡기 전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말을 바르게 쓰는 것에 대해 참견하는 사람을 보면 ‘고리타분하게 왜 저러나.’, ‘생활인데 그냥 두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바른 말의 필요성을 깨달은 사람이 계속 참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해도 모든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닌데 그렇게라도 안 하면······.(고개를 흔든다.)
이명신 그렇다면 ‘우리말 우리글’ 출연자들이 은어를 사용할 경우 그 부분은 삭제해 버리나?
엄한숙 그렇지는 않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상대방에게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얼마 전에 출연자 한 명이 “그까이꺼”라는 말을 썼다. 아마도 일종의 유행 표현이었던 모양이다.
이명신 장동민이 개그 콘서트에서 시작했다.(웃음)
엄한숙 “콩나물 그까이꺼 십 원어치 더 주세요.”라고 했던가? 이런 걸 편집할 순 없다. 언어는 그 사람의 생각을 표현한다. 프로그램에서는 우리의 언어 수준, 언어생활 자체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이명신 그렇다면 국어 순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엄한숙 일본어를 순화하는 데는 성과가 있었다. 삐까번쩍, 땡땡이 무늬 등이 일본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말을 순화하면서 제작진도 고쳐 쓰려고 많이 노력한다.
박계영 “오는 길에 타이어가 빵꾸 나서······.”라고 하면 바로 “빵꾸가 아니라 구멍이에요.”라고 일러 준다. 그럼 곧 “타이어는 또 뭡니까?” 이런 공격이 들어온다.(웃음)
이관규 그러고 보니 ‘인터뷰’는 또 뭔가? 국립국어원에서 좋은 우리말로 좀 바꿔 달라.(웃음)
황예진 그런데 우리 자신도 그런 표현이 어색하다. ‘바퀴에 구멍이 나서’라고 하면 재미도 없고 왠지 현장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박계영 우리말이 그만큼 퇴화한 거다.
이명신 퇴화라는 말을 들으니, 기술 용어 순화 문제가 생각난다. 외국에서 들어온 기술 용어를 우리말로 쓰는 문제 말이다.
엄한숙 ‘줌 인(zoom in)’을 ‘점점 다가가기’라고 하는 거 말인가?
이명신 그렇다. 수학 용어는 비교적 많이 우리말로 바꿨지만 최신 기술과 관련됐거나 전문적인 것은 외국어로 그냥 쓰고 있다. 네트워크를 ‘망’이라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엄한숙 그 문제는 좀 어렵다. 배우는 과정에서 계속 외국 용어를 썼으니까 현장에서도 그렇게 쓰게 된다. 그렇다고 나만 바꿀 수도 없다. 혼선이 생기니까. 이런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명신 뭐든지 국가에 미뤄서 되겠는가?
엄한숙 이건 그럴 만한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릴 때는 ‘세모’, ‘네모’ 이렇게 부르다가 학교에 다니면서 ‘삼각형’, ‘사각형’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교과서부터 바꾸면 어느 정도는 해결된다. 또, 외래어를 순화하는 것보다 기존의 우리말을 지키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의학 용어를 예로 들면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큰골’, ‘작은골’ 이렇게 불렀다. 지금은 ‘대뇌’, ‘소뇌’라고 부른다. ‘큰골’, ‘작은골’은 동물한테만 쓰는 것 같다. 이런 것이 퇴화 아닌가? 국어 순화는 당장 할 수 있는 거부터 하면 될 것 같다.
이명신 분위기가 화끈 달아올랐다.(웃음) 이제 프로그램 이야기로 돌아가자.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엄한숙 내가 만들면 다 재미있다.(웃음) 사실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스물네 시간 우리말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박계영 머리 빠진다.
황예진 죽음이다.
엄한숙 (손가락에 머리를 감으면서) 우리 작가 이렇게 머리 꼬느라고 많이 빠졌을 거다.(웃음)
이명신 제작진이 몇 명이나 되나?
엄한숙 연출 한 명, 조연출 한 명, 작가 두 명, 출연진 두 명과 촬영 조명 등 모두 합치면 100명쯤 된다.
곽재희 와, 우리 많네!
이명신 이번 주에 어떤 말을 다룰지는 어떻게 결정하나?
엄한숙 프로그램 개편 시기에 제작진은 물론 조언을 해주는 한글학회, 국립국어원, 국어국문학과 교수들과 함께 전체적인 방향을 정한다. 그리고 매주 어떤 것을 방송할지는 연출, 조연출, 작가가 모여 결정한다.
황예진 “문제를 내는 400명의 미인들”이라고 부른다.
이명신 400명이라니?
박계영 우리는 일당백이다.(웃음)
엄한숙 앞으로는 ‘전국 국어 교사 협의회’랑도 함께 일할 계획이다. 지금 준비 중이다.
이명신 참여 범위를 점점 늘려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시청률이 목표인가?
엄한숙 시청률 잘 나와서 나쁠 건 없다.(웃음) 다만, 우리 프로그램은 시청률보다는 목적 의식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알아 달라.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어를 계속 배우고 더 많이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흐름을 만들고 싶다.
이명신 듣기 좋은 말이다. 그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엄한숙 흥미보다는, 살려야 하고 알아야 할 우리말을 중심으로 다룬다. 그런 주제어를 중심으로 포괄적인 의미나 관련어까지 알 수 있도록 그래픽, 영화, 시청자가 직접 문제 내기, 서양 음악, 한국 음악, 비디오 촬영 등 다양한 형식을 사용한다.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니다. 이 점에서 스피드와 퀴즈 대결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다른 방송사의 우리말 프로그램과 다르다.
이명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엄한숙 작년까지는 주제별로 발음부터 응용까지 다루었다. 국어 전문가가 나와서 전문적인 지식과 민속 관련 단어에 대하여 해설도 해 주고, 마치 짧은 강연처럼도 진행했다. 심지어 글꼴까지 다루었다. 알다시피 우리 글꼴이 예뻐서 뜻도 모르고 우리말 문양이 들어간 옷을 입는 외국인도 많다.
곽재희 나도 봤다. ‘호남 향우회’ 이렇게 쓰여 있었다.(웃음)
이명신 그런데 그런 식으로 진행하면 프로그램이 너무 어려운 것 아닌가? 시청자를 가르치려 든다는 느낌이 들면 곤란할 텐데······.
엄한숙 심도 있는 내용을 쉽게 전달하려니 프로그램 제작이 어려운 거다. 그래서 강약을 조절한다. 올해는 ‘약(弱)’이다. 퀴즈도 내면서 대중적으로 재미있게 진행하려고 노력한다.
이명신 시청자 반응은 어떤가?
엄한숙 좋은 편이다. 지난주에는 시청률이 좀 높아서 칭찬을 받았다. 비가 와서 사람들이 아무 데도 가지 않은 모양이다.(웃음) 사실 우리 프로그램 시청률은 꾸준한 편이다. 고정 시청자가 있다. 주로 인터넷 게시판으로 시청자 반응을 보는데, 꾸준히 글이 올라오고 있고 외국에서 영어로 글을 남기기도 했다.
황예진 편지도 한다. 어떤 할아버지는 어원 문제를 지적하면서 “황현정 님께”로 시작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엄한숙 고마운 분들이다. 그래서 이런 지적을 가능한 한 충실히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가끔 반응이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가 제일 무섭다.
이명신 나도 게시판을 봤다. ‘옥에 티’를 찾아내는 사람들이 많더라.
엄한숙 그렇다. 우리말은 역시 어렵구나 해서 가슴이 뜨끔할 때도 많다. 그러면서도 고맙다. 그래서 질문이 올라오면 반드시 전문가의 의견을 얻어서 답변하는데, 어문 규정에 없거나 학자들 간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게시판이 달아오르기도 한다.
이명신 최근에 기억나는 게시판 논쟁은 뭔가?
엄한숙 논쟁이라기보다는······. 우리 프로그램 말미에 참가자들이 열 자 소감을 말하는 꼭지가 있다. 자막에 ‘10자 소감’이라고 적고 ‘열 자 소감’이라고 읽었더니 ‘십 자 소감’이라고 읽던가 표기를 ‘열 자 소감’이라고 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국립국어원에 문의하니, 둘 다 맞는다고 했다. 우리말에는 숫자 표기와 발음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아직 없다고 한다.
이명신 그렇게 매서운 감시를 받아가면서 4년이나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쌓인 자료가 꽤 많겠다.
엄한숙 많다. 시청자 질의응답 정리한 것까지 합치면 상당할 거다. 그런데 아직 정리가 많이 안 돼서······.(웃음)
이명신 게시판에 보니까 국외에서 교육 자료로 쓰고 싶다는 요청도 있던데.
엄한숙 종종 있다. 전에도 학교 선생님이 전화해서 국어 교재로 쓰려고 하는데 문제를 정리해서 보내 달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정리해서 보내 드렸는데, 요청이 많으면 교육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서 공개할 생각도 있다. 다만 국외는 우송료가 너무 비싸서 다시 보기 동영상을 이용하면 좋겠다. 그건 무료니까.
이관규 자료 요청은 계속 늘어날 거다. 수시 입학에서 전공 적성 검사를 하는데, 언어 사고 시험 문제가 비슷한 말, 반대말 등을 빨리 구분해서 적어 나가야 하는 등 꽤 어렵다. 언어는 곧 수학 능력과 직결되니까 지금이라도 그런 시험을 보는 것이 다행이다. 또 금년 7월 28일부터 시행할 예정인 국어기본법에 따르면, 관공서에도 국어책임관을 두게 되어 있다. 이들이 모든 공문서를 어문 규범에 맞게 작성하도록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이명신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우리말 실력이 많이 늘었나?
엄한숙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실력이 늘었다기보다는 애정이 깊어졌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집중적으로 고심하다 보니 온통 우리말만 보인다. 그러다 보니 예쁜 길 이름이 눈에 잘 들어오는 등 우리말에 관심이 생겼다. 사랑은 관심이라고 하지 않나. 관심을 가지면 발전하게 마련이라고 본다.
이명신 황현정 아나운서는 3년이나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들었다. 이제 그만둘 마음이 생기지는 않나?
황현정 전혀 그렇지 않다. 끝까지 가 볼 생각이다.(웃음) 이 프로그램은 나에게 가족처럼 느껴진다. 가족에게는 좋다 싫다가 없다. 당연히 존재하는 거다.
이명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제일 어려운 것은 뭔가?
이관규 젊은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제작하다 보니 내용보다 형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많다. 그 점이 아쉽다.
엄한숙 형식이란 게 결국 돈인데, 넉넉잖은 제작비로 재미있게 만들려니 머리에 쥐가 나는 것이다.
황현정 쉬운 문제라고 냈는데 출연자들이 정답을 맞히지 못할 때 답답하다.(웃음) 국어라는 게 범위가 있어서 미리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역시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
곽재희 가끔은 섭외하기도 어렵다. 국어 프로그램이니까 국어 전문가나 국어 관련자에게 출연을 의뢰할 때가 있는데 거의 대부분 거절당한다. 릴레이처럼 다른 사람을 소개하기도 한다. 그러시지 말고, 국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응해 주시면 좋겠다. 이 말 ‘새국어생활’에 꼭 실어 달라.(웃음)
이명신 조금은 의례적인 질문인데,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엄한숙 교육 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정리하고 싶다. 그리고 한국으로 유학 온 외국인들이나 외국에 살고 있는 동포와 함께 하는 특집 프로그램, 과학적이고 배우기 쉬운 우리말을 오지에 사는 외국인에게 가르치는 프로그램, 한국어 전문가들의 우리말 실력 특집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해 보고 싶다. 혹시 국립국어원에도 연락이 가면 흔쾌히 응해 주시길 바란다.(웃음)
이명신 아, 그거 정말 재미있겠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기를 바란다.
엄한숙 고맙다.
이명신 전문가에게도 어려운 한국어이니, 일반인들은 당연히 공부해야 할 것이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 줘서 고맙다.
우리말 우리글 제작 팀 우리도 즐거웠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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