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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매체 환경의 변화와 국어 생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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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변화 시대의 국어 정책 및 교육의 방향 |
민현식∙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1. 머리말
오늘날 정보 혁명은 계속 우리의 삶을 바꿔 놓고 있다. 지식의 소통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식의 수명은 매우 짧아졌으며 각종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들의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정보와 매체는 이 시대를 특징짓는 핵심어가 되었다. 정보와 매체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이에 대한 이해와 사용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매체와 소통 방식의 변화는 사고의 변화, 의식의 변화를 초래하여 더욱 소통이 잘 되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매체 혁명이 세대 간, 계층 간, 성별 간 소통이 더 안 되는 사회를 만드는 기형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의 국어 정책과 국어 교육은 어떠해야 할 것인지 전망해 볼 필요가 있다.
2. 매체와 매체 언어의 개념
‘매체(media)’와 ‘매체 언어(media language)’라는 용어는 논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다. 우리는 의사소통과 정보 전달의 다양한 수단을 ‘매체’라 하고 ‘매체 언어’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현되는 언어라고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인간 매체(육성, 육필 등), 통신 매체, 언론 매체, 대중 매체의 언어 문제를 다루는 것이 가능하다. 이 중에 인터넷, 손전화(=휴대 전화) 등 통신 매체의 언어 문제는 통신 언어로 부르는 경향이 크다. 이 경우 통신 언어는 전자말, 인터넷 언어, 사이버 언어, 가상 언어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매체 언어를 넓게 보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면 통신 언어는 매체 언어의 하위 부류로 범주화할 수 있다.
- <매체와 매체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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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인간 매체와 언어 현상: 인간의 육성 언어와 문자 언어(육필, 종이 활자) |
② |
통신 매체와 언어 현상: 전자·통신에 나타나는 언어(통신 음성과 통신 문자) |
③ |
언론 매체와 언어 현상: 신문, 방송, 잡지, 인터넷 언론에 나타나는 언어 |
④ |
대중 매체와 언어 현상: 만화, 영화, 인터넷 게임, 광고 등의 대중(오락) 매체에 나타나는 언어 |
우리는 넓은 의미로 매체 언어를 매체 전반의 언어 문제로 보고 먼저 이러한 매체 언어의 특성을 살펴보도록 한다.
3. 매체 언어의 특성과 기능
다양한 매체의 텍스트가 보여 주는 속성을 페어클러프(Fairclough) (1995: 5)에서는 다음 세 가지로 압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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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나타내기(representations): 텍스트에서 세계(사건, 관계 등)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
② |
드러내기(identities): 텍스트에 나타난 관련된 당사자들(매체 텍스트에 나타난 보도자, 청중, 제3그룹 등)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
③ |
짝 짓기(relations): 텍스트에서 관련자들(보도자-청중, 전문가-청중, 정치인-청중 등)은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가? |
이는 모든 매체가 사용한 언어 표현 속에는 텍스트 생산자가 수용자에 대하여 보여 주는 세계관, 정체성, 상호 관계성이 나타남을 뜻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속성의 매체와 매체가 생산하는 매체 언어가 생성되는 정보화 매체 사회는 익명성(匿名性, anonymity), 익면성(匿面性, facelessness), 쌍방향성, 개방성, 중독성의 특징을 지니기도 한다. 아울러 다양한 순기능과 역기능을 보여 준다.
3.1. 매체의 순기능
매체들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즐겁게 하는 데 유익하며 긍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1) 의사소통의 혁명
오늘날의 정보 통신 혁명으로 인류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의사소통의 신속성, 개방성, 대량성을 경험하고 있다.
(2) 지식 정보의 혁명
정보 교류에서도 신속성, 개방성, 대량성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 정보 혁명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그리하여 지식과 정보의 개념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고 문식성(literacy) 외에 디지털 정보화 시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정보 식별력 즉 디제러시(digeracy) 능력이 중요하게 되었다.
(3) 생활 편리의 혁명
실용적 생활 정보 사이트(각종 육아 정보, 부동산 정보, 건강 정보, 교육 정보, 상품 구매 정보 등), 취미 동호인 사이트 등의 정보를 공유하거나 공개함으로써 서로에게 유익이 되며, 사회 구성원이 친교를 높이는 것은 사회 전체로 큰 자산이 될 것이다.
3.2. 매체의 역기능
매체들은 인간 생활을 해롭게 하는 역기능도 보인다. 순기능이 지나치면 역기능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순기능의 적절한 유지 방책도 필요하다.
(1) 신속성, 개방성, 대량성의 역기능
① 신속성의 폐단: 신속성의 추구는 여유의 상실을 초래하여 빠름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 때문에 우리는 잃는 것도 많아 인간이 컴퓨터의 노예로 전락해 가고 있는 면이 있다.
② 개방성의 폐단: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정보가 개방되면서 건강한 개인과 조직을 알리고 서로 이해하자는 것인데 정보 보안이 이루어지지 않아 정보 유출로 인해 온갖 사이버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가족도 집안에 있지만 인터넷으로 가출하고(인터넷에 몰입하고) 가족끼리의 대화는 더 어려운 ‘인터넷 가출’ 현상이 나타난다.
③ 대량성의 폐단: 오늘날 정보의 대량화로 인해 소통되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많다. 그러나 수많은 정보의 바다 속에 정보 선택의 고통을 가져다주어 오히려 정보 염증을 일으키고 있다.
(2) 매체 중독
매체의 심각한 문제는 매체 중독 현상으로 게임 중독, 쇼핑 중독, 사이버 주식 중독, 대화방 중독 등이 나타난다.
(3) 매체 범죄
인터넷의 역기능에는 인터넷상에서 저질러지는 온갖 범죄도 있다. 사이버 성 범죄, 경제 범죄(통신 판매 사기, 금융 사기, 사이버 도박, 주가 조작, 저작권, 불법 복제 등), 인권 침해 범죄(해킹 범죄, 바이러스 유포, 개인 보안 범죄) 등이 있다.
(4) 정보 격차와 정보 비용 증가
① 정보 격차: 오늘날 정보화 사회가 진행하면서 계층 간 정보 격차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② 정보 비용 증가: 개인이나 각국은 정보화 기반 구축을 위해 엄청난 정보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5) 언어 규범과 언어 윤리의 파괴
정보 통신 문화가 가져온 중요한 역기능으로 표기법, 어법을 파괴하는 ‘언어 규범의 파괴’ 현상과 비속어 사용, 비방 표현 사용과 같은 ‘언어 윤리의 파괴’ 현상을 들 수 있다. 청소년기의 언어 규범 파괴는 반규범적 사고를 조장하고 언어 혼란을 일으키며, 언어 질서의 혼란이 개인 사고와 사회 질서의 혼란을 초래하고, 다른 교과 학습에 장애가 되며, 정상적 언어 발달에 해롭고, 격식 언어와 비격식 언어의 혼란, 문어와 구어의 혼란으로 문체가 바로 서지 않는다(이정복 2000, 2003).
4. 매체 언어의 양상: 보여 주기와 엿보기
오늘날 소통 매체로 손전화, 문자 메시지, 전자 우편, 메신저, 채팅, 카페, 커뮤니티, 미니홈페이지, 블로그 등이 개인, 사회단체, 공공 기관 등에서 새로운 형태로 추구되고 있다. 이들 매체를 통해 ‘나’와 ‘우리’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보여 주고 남과 다른 집단의 생각을 신속히 엿볼 수 있다. 이런 개인 매체들에서 나타나는 언어 현상은 다음과 같다.
(1) 보여 주기와 엿보기
개인이나 단체나 자기를 보여 주기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 그 바탕에는 보여 주기와 엿보기의 심리가 놓여 있다. 보여 주기와 엿보기에서 나타나는 언어 현상은 다시 긍정적 언어 현상과 부정적 언어 현상으로 나뉜다.
(2) 긍정적 언어 현상
① 말 걸기: 앞집 아파트 이웃과는 인사도 하지 않으면서, 인터넷으로 온 세계를 돌아다니고 몇 시간을 채팅하며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고 사귄다. 말 걸기를 통해 동호회 카페, 지지 모임(팬 클럽)이 생김은 긍정적 측면이지만 이런 모임이 사이버 패거리 문화로 변질되는 단점도 있다.
② 고백하기: 홈페이지에서 공개 일기나 수필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시집간 딸이 육아 사진을 올리면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가 방문하여 방문 일기를 쓰는 가족은 가족애가 한층 더 깊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공개 일기는 적나라한 고백이 담길 때는 감동을 줄 수 있으나 자칫 자기 미화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③ 알리기: 사실적 글쓰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각종 사실을 기록하여 알리며 전문가로서 할 역할을 유감없이 보여 주는 경우이다. 정보 지식 사회에서 전문 지식을 공개하여 누리꾼들에게 제공함은 지식 정보화 사회에 공헌하는 바람직한 일이다.
④ 격려하기: 각종 축하 메일을 보내고 남의 글에 대해 격려하고 칭찬하는 댓글을 붙이는 경우가 이에 속하는데 이러한 격려하기는 긍정적 언어 현상이다.
⑤ 주장하기: 인간 만사에 대해 주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인터넷이다. 다양한 논리와 근거를 동원한 인터넷 논객들의 주장은 인터넷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⑥ 비판하기: 다양한 비판 속에서 좋은 의견이 나오고 정책 개선이 이루어져 개인이나 단체, 기관이 발전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는 점에서 인터넷 민주주의를 위해 비판 활동은 더욱 강조될 수 있다.
(3) 부정적 언어 현상
① 시비 걸기: 남의 글이 마음에 안 든다고 댓글을 달면서 시비를 걸거나 저주와 악담을 다는 글도 많이 나타난다.
② 꾸미기: 진솔한 고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상당수 글쓰기에서는 사실과 다른 자기 미화의 글쓰기가 나타나 자기도취에 빠질 수 있고 자기 홈피에 방문객이 없으면 절망하는 심리도 나타난다.
③ 왜곡하기: 사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있지만 사실을 왜곡하고 유리하게 조작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특히 개인이나 언론의 역사적, 객관적 사실에 대한 편파 왜곡 보도 현상은 언론 매체의 보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④ 선동하기: 사실과 진실에 근거한 주장을 쓰지 않고 편파적이거나 과장된 일부 정보에 근거하여 비방과 저주의 악담을 곁들여 선동하는 글도 많이 나타난다.
⑤ 비방하기(모욕하기, 저주하기, 조롱하기, 희화화하기): 인터넷 언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남에 대한 비방과 저주의 악담을 하는 일이다. 대안 없는 비판도 결국 이 부류에 속한다.
⑥ 반말하기: 통신에서는 반말 어법이 일상화하였다. 이는 또래 문화에서 편리한 어법이지만 정중한 어법을 사용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이는 언어 교양을 지키느냐 익명성을 따르느냐에 좌우된다고 하겠다.
⑦ 유혹하기: 인터넷 쇼핑몰의 구매 충동 유발 표현, 성인 사이트의 접속 충동 유발 표현이 대표적이다.
⑧ 과장하기: 각종 경품 광고의 과대, 과장 광고에 잘 쓰인다. 부사 표현, 반복 표현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이다. 일부는 유혹의 표현과 상통한다.
⑨ 마구 쓰기: 전자매체들에서 나타나는 쓰기는 생각하지 않고 마구 쓰기가 넘친다는 점이다. 자료를 따지고 고쳐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보다는 생각나는 대로 즉흥적으로 마구 자판을 두드리며 쓰는 글이 많아 생각이 알차게 여문 글을 찾기가 어렵다. 정보의 바다, 글의 바다에 주옥같은 글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매체 시대에 ‘생각하고 쓰기’를 강조하는 신 문장도(文章道)가 절실하다.
5. 국어 정책 및 교육의 방향
현대의 매체 언어 문제와 관련하여 국어 정책과 국어 교육 정책에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1)
국어 교육에서의 매체 언어 교육은 매체 언어에 대한 교육, 매체 언어를 통한 교육, 매체 언어에 의한 교육으로 구분하기도 한다(최병우 외,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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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체 언어의 일반적 이해 강화
정책적 대응을 위해서는 매체 언어의 실태에 대한 일반적 이해가 정책에 반영되고 국어 교육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이정복(2000, 2003)의 연구는 이 분야의 좋은 축적물이다. 언어 규범과 관련한 일탈, 오용의 실태를 조사하려면 우선 가장 변화가 심한 매체 언어 실태를 조사하고 국어 정책은 이러한 기초 연구 위에서 기획, 실천되어야 한다. 특히 매체 언어는 구어와 문어의 중간적 성격을 띠는 언어가 많아 매체 언어 나름대로의 독자적 연구 가치가 크다. 매체 언어의 실태 조사는 계층(class), 연령(age), 성별(gender), 지역(region), 직업(job) 등에 따른 사회언어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2) 매체 언어의 언어심리적, 언어윤리적 인식 강화
매체 언어 연구의 3대 중심축이 언론 매체, 통신 매체, 대중 매체라 할 때 이들 유형별 매체 언어 연구는 한층 더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 매체 언어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따른 매체 언어의 심리성과 윤리성 문제를 연구하여 언어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우선 ‘보여 주기’와 ‘엿보기’ 행위가 일상화한 통신 매체의 경우 인터넷 사용 심리에 대한 언어심리학적 연구가 요구되며 인터넷 통신 언어의 문제인 각종 욕설, 비방과 같은 무례 언어 사용의 심리와 그 예방을 위한 언어윤리학적 연구가 필요하다(민현식 외 2001, 추병완 2001 참고). 오늘날 전술한 ‘보여 주기’와 ‘엿보기’의 심리가 부정적으로 흘러, 보여 주기는 표현 과잉의 시대로 흐르게 하고, 엿보기는 인터넷을 음란 산업의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표현 과잉은 침묵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며 ‘나는 찍는다. 고로 존재한다’는 디카족(디지털카메라족)을 낳아 우리는 “최근 2주간 새로운 게시물이 없습니다.”라는 문장에 대한 공포 때문에 분주히 찍어 대고 쓰고 보여 준다.
매체 언어의 심리성과 윤리성 문제는 언론 매체의 경우에 더 심각하다.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과 같은 언론 매체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동안의 언어 규범 중심적 접근 외에 사회과학적 방법론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언론 매체의 텍스트 생산자와 소비자 문제를 윤리적 측면에서 규명하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언론 기사를 쓰는 기자나 독자의 입맛에 맞게 선택하려는 편집자 그리고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자 등에게 요구되는 객관적 윤리성을 확립하고 언론의 소비자인 신문 독자나 방송 시청자가 신문이나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생산자의 이데올로기나 주관성을 변별하여 내고 균형적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매체 문식성(미디어 리터러시) 강화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가령, 다음 언론 기사는 대중의 판단을 오도하기 쉽다는 점에서 독자는 균형 있는 매체 문식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 [사례 1]
- 1. 최성규 총경 돌연 출국
- 최규선 씨의 대책회의 뒤 홍콩으로
- ······ 최규선 씨와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청 특수 수사과장 최성규 총경이 홍콩으로 출국한 사실이 15일 밝혀졌다. ······(대한매일 2002. 4. 16.)
- 2. 최성규 총경 홍콩 도주
- 최규선 씨 비리에 연루 의혹
- 최규선 씨 비리 연루 의혹을 사고 있는 경찰청 특수 수사 과장 최성규 총경이 지난 14일 ······ 홍콩으로 도주한 사실이 15일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 2002. 4. 16.)
위 사례는 이석주 외(2002: 18)에 나온 예로 두 신문의 어휘 선택은 대조적이라 ‘출국-도주’, ‘유착-연루’, ‘밝혀졌다-파문 일다’로 구분된다. 이러한 신문 기사 내용은 권력형 비리 보도일수록 언론의 경향성을 형성하기도 한다.
- [사례 2] 위암 장지연 선생 친일 시비 소송
- 1. 황성신문에 명 논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발표해 투옥까지 됐던 위암 장지연(韋庵 張志淵)이 경남일보 주필 시절 장기간에 걸쳐 친일 행위를 한 의혹이 제기되었다.(2005년 3월 5일 경향신문. 6월 3일 한겨레. 6월 15일 데일리서프 보도.)
- 2. 언론사학자 정진석 교수는 월간조선(2005년 5월호)의 ‘과거사 규명이 정치투쟁의 도구로 전락했다’에서 장지연의 친일설을 반박하는 논문을 게재하였다. 위암 장지연의 손자는 장지연 친일을 주장한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을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위 사례는 확정하기 어려운 일을 두고 추측 보도한 언론 때문에 소송이 붙게 된 일이다. 이처럼 날마다 쏟아지는 언론의 보도는 어느 한쪽 언론의 기사만 보고서는 편향된 의식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각종 언론 보도를 읽거나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는 일방적 시각을 경계하고 비판적으로 읽고 판단하는 비판적 문식성(critical literacy)이 요구되며 국어 정책이나 국어 교육에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요구된다.
(3) 화법 교육 강화: 협상하기, 조정하기, 결단하기, 결정하기
인터넷 언어의 논설을 보면 진위와 흑백을 가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모두의 만족을 누릴 수 있는 대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서로 적게 손해 보고 일부의 손해를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이를 언어적으로 도출해 내는 협상하기, 조정하기 능력이 매우 중요하게 요구되며 최종적으로 지도자가 결단하고 결정하는 의사 결정 과정의 훈련이 국어 교육에서 요구된다.
거짓 소문이 퍼져 개인이나 단체의 명성을 더럽힐 수 있고 첨예한 사안일수록 여론이 둘로 갈라져 대립하므로 정치나 행정에서 지도력(리더십)이 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아졌다. 핵폐기물 유치 찬반 대립, 고속 전철 터널 공사 중단 사태 등 우리 주변에서 이런 일은 숱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이해 당사자의 합의 도출 능력, 지도자의 조정 능력, 결정 능력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조정과 협상 문화에 미숙하고 명분에 집착하는 우리 관습상 매체 언어 시대는 더욱 ‘협상적·지도자적 언어 능력’ 곧 ‘통솔적 지도력(리더십)의 언어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연구와 교육이 요구된다.
(4) 규범 교육, 활자 이해(독서) 교육, 지식 교육의 강화
매체 언어는 반규범적, 규범 일탈적 언어 수행이 일상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청소년들에게서는 외계어 사용과 같은 언어 규범의 해방구를 보여 준다. 따라서 규범 언어의 교육과 계몽은 지금보다 더 강화되어야 한다. 오히려 영상 언어, 통신 언어 사용으로 규범적 국어 능력이 저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전통적 규범 교육, 독서 교육, 어문학 지식 교육은 더욱 요구된다. 많은 나라들이 국민의 국어 능력 저하를 우려하고 국어 능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도모하고 있음을 참고해야 한다. 특히 어문학 지식 교육, 고전 독서를 강화하고, 손글(육필) 쓰기 같은 전통적 방법이 일정하게 교육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미국에서 명문 사립학교는 전통적 독서 작문 교육을 수행하고 있고, 이력서를 쓸 때만은 미국인도 육필 이력서를 요구받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국어 교육은 대학 수학 능력 평가 체제가 기능 중심으로 치우치고 과거 80년대까지의 지식 중심적 평가를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학교 교육에서 지식 교육이 사라져 버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문학사를 알 필요가 없고 문법 지식은 체계적, 반복적으로 제공하지 않아 규범 언어 사용의 당위성도 원리도 모르는 국민을 양산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어문학 지식 교육이 사라져 학교 수업도 교사의 지식 교육은 사라지고 학생 활동 위주로 이루어지는데 활동이 끝나면 학생들 머리에 남는 지식과 원리가 없다는 탄식이 나오고 지식은 학원에서 배운다는 후문이다.
교사의 권위의 상징인 지식의 가르침이 없고 그 지식조차 인터넷 검색으로 해결되는 세상에서 교사는 학생의 학습 촉진자일 뿐이라는 교육 철학 속에 교사가 설 자리가 없어지고 학교 붕괴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21세기 신지식 강조의 시대에 국어과만은 기능에 치우친 활동 중심 교육이 교실을 휩쓸고 어문학 지식 교육은 실종된 상태라 21세기 신지식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 4대 기능 교육을 아무리 강화한다고 해도 어문학 지식 교육이 없이는 불완전한 기능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끝으로 1990년대 이래 영국과 일본이 국어 능력 강화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참고로 살펴보도록 하고 글을 맺는다.
① 서구의 문식성(literacy) 증진 방안과 독서 운동
영국에서는 학생들의 읽기 능력 부진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 문식성 전략’(National Literacy Strategy)을 국가 실천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이 정책은 1996년부터 준비하여 1997년 7월부터 시작하였는데 ‘국가 문식성 전략 실행 보고서’(The Implementation of the National Literacy Strategy)가 1997년 9월에 발행되면서 구체화하였다.2)
이 정책의 최근 동향은 http://www.literacytrust.org.uk과 www.readon. org.uk에 나온 것을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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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책은 어떻게 하면 5∼10세 아동들이 읽기를 잘할 것인가 대책을 세우는 정책으로 ‘읽기 혁명’(literacy revolution)이라고도 부른다. 그리하여 학교는 날마다 ‘문식성 시간’(literacy hour)을 배정하여 읽기 훈련을 하게 하였다. 영국 국가 학력 평가 기준에 따르면 1997년에 11세 아동의 읽기 능력이 목표 수준의 57%에 불과한 것을 2002년까지는 80%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는 국가 계획을 가졌다. 1997년부터는 각급 학교는 교육 과정 속에서 읽기 훈련을 강화하였고 하계 학교에 ‘문식성 학교’(literacy school)를 매년 확대 개설하여 아동들을 훈련시켰다.
1998, 1999년에는 ‘읽기의 해’(National Year of Reading)로 정하여 부모들에게는 집에서 하루에 20분씩 읽어 주기 운동을 매스컴 홍보를 통하여 대대적으로 권장하였다. 문식 국가 건설(Building a literate nation)이란 구호 아래 ‘국가 문식 연맹’(National Literacy Trust)이란 단체도 만들어 ‘오늘의 문식성'(Literacy Today)이란 잡지도 발간하고 있다.
이런 일은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등 전 세계에서 국가마다 국어 능력을 국가 경쟁력의 기초로 보고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문식성 향상을 위한 각종 기구 단체가 미국 전역에 설립되어 문식성 증진을 위해 교육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호주는 매체 언어 교육과 관련하여 ‘보기’(viewing) 교육 과정도 설정하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3)
미국의 경우는 Donald L. Rubin & Sally Hampton(1998), ‘National Performance Standards for Oral Communication K-12: New Standards and Speaking/Listening/Viewing’을 참고할 것.
호주의 보기 교육 과정에 대해서는 권순희(200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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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일본의 국어력 증진 방안
일본 문부과학성은 국민의 국어력(國語力)을 증진하는 시책을 도모하고 있다.4)
일본의 국어 정책 관련 정보는 문화청의 홈페이지에서 ‘國語に関して’ 부분이 좋은 안내가 된다.
- http://www.bunka.go.jp/1kokugo 참고. 또한 다음 자료도 참고할 수 있다.
- 新「ことば」シリーズ 1, 解説編「国際化と日本語」(平成6年度).
- 新「ことば」シリーズ 9, 解説編「情報化時代の言語能力」(平成10年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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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일본어 교육에서 제시하는 ‘국어력’의 개념과 구조는 ‘생각하는 힘, 느끼는 힘, 상상하는 힘, 표현하는 힘’으로 이루어지는 ‘언어 정보를 처리·조작하는 영역’과 이런 정보 처리와 조작 영역의 기반이 되는 ‘국어의 지식과 교양, 가치관, 감성의 영역’이라는 두 영역으로 구성된다고 한다.5)
이하 자료는 ‘これからの時代に求められる國語力について’(平成 16년 2004년 2월 3일), 文化廳 文化審議會答申 http://www.mext)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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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력의 구조>
- (ㄱ) 이해력
- · 생각하는 힘(사고력): 논리적 사고력(분석력, 논리 구축력)
- · 느끼는 힘(감상력): 언어 감각, 감동적 정서력
- · 상상하는 힘(상상력): 추리 상상력
- (ㄴ) 표현력
- 자신의 생각하고 느끼고 상상한 것을 구체적 발언이나 글로 표현하는 능력
- (ㄷ) 국어 지식
- 생각하고 느끼고 상상하고 표현하는 힘의 기반이 되는 국어의 지식으로 한자와 어휘, 문법과 표현에 관한 지식을 말한다. 다음 여섯 가지를 들 수 있다.
- ① 어휘, ② 표기 지식, ③ 문법 지식, ④ 내용 구성 지식(문장 조립 방법), ⑤ 표현 지식(문체, 수사법 등), ⑥ 기타 국어 지식(관용구 표현 등)
- (ㄹ) 교양·가치관·감성
- 생애를 통해 형성되는 ‘교양, 가치관, 감성’의 영역으로 인간, 그리고 각 민족인 한국인, 일본인 등으로서 지녀야 할 근간을 이룬다.
일본에서는 국어력을 개인차가 크다는 점, 평생 발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국어력 향상에 힘쓰고 있는데 주로 가정과 연계한 독서 지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 예로 아침 10분간 독서 운동을 벌인 교사의 예를 들 수 있으니, 하야시 히로시(林公)라는 교사가 ‘아침 독서’(朝の読書) 운동을 하여 학생들과 학교를 변화시킨 것으로 유명한데 그 책도 발행하여6)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교가 전국 48,500여 초·중·고교 중에서 1만 8천여 학교에 이른다. 이 운동이 한국에도 상륙하여 실천하는 학교가 많은데 학생들의 집중력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이 운동이 말하는 아침 독서의 4원칙은 “모두가 한다, 매일 한다,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읽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읽는 것에만 집중케 한다.”라는 것으로 이 운동의 결과 첫째, 아침 독서로 인하여 오랫동안 학교에서 사라졌던 정숙과 집중이 살아났다. 둘째, 정숙과 집중이 아이들의 다른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아침 독서가 시작되고 나서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워졌다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는 아이들도 있다. 셋째, 책을 읽을 수 없던 아이들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넷째, 책을 읽게 되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하였음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실력이 향상되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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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퍼졌다.
일본의 여야 국회의원 286명이 참여한 ‘활자 문화 의원 연맹’도 일본 독서 주간 첫날인 10월 27일을 ‘문자·활자의 날’로 제정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문자·활자 문화 진흥법 요강’을 마련, 올 정기 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주요 시책을 보면 북스타트(bookstart) 운동의 보급 지원, 독서 지도사 육성, 작문 지도자(저술업ㆍ작가 등)를 네트워크화, 공공 도서관 증설, 교원 양성과정에 ‘도서관과’ 또는 ‘독서과’를 도입, 신문 읽기 교육 활동의 충실화, 번역 진흥ㆍ지원 등을 실천 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요컨대 전자 매체 시대일수록 매체 언어의 순기능은 발전시키되 역기능은 예방하고 치료하는 정책과 교육을 펼치고 특히 매체 언어 윤리 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 언어 규범의 파괴는 사회 구성원의 통합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규범 교육에 대한 염증 의식을 버리고 재미있게 구성하여 더 강화하여야 한다. 마구 쓰기의 매체 문화가 극성을 부리고 활자 문화가 퇴조할수록 전통적 활자 문화의 매력을 찾아주는 독서 교육을 강화하고, 마구 쓰기 대신 ‘생각하고 쓰기’를 강조하여 육필로 글을 쓰듯 신 문장도(文章道)를 가르쳐야 한다. 사이버 여론이 사회 분열을 심화시키는 매체 문화의 폐단을 막기 위해 협상과 조정의 설득 능력을 갖추는 화법 교육, 통합적 지도자를 키우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어국문학의 지식 교육도 주입식 교육의 편견을 버리고 한국 문화유산으로서 작품, 인물, 작가, 사건 등을 새롭게 재조명하여 문화 교육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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