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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물음 >>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사절, 거절, 거부’ 모두 ‘제안을 물리치다.’라는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단어들의 쓰임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습니다.
(손준혁, 서울시 송파구 잠실7동)

>>  ‘사절, 거절, 거부’ 등은 유사한 의미를 가지는 듯하나, 실제적인 쓰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사절’과 ‘거절ㆍ거부’는 사전의 정의를 참고하면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사절(謝絶)’은 요구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양하여 물리친다는 의미가 있으나 ‘거절’이나 ‘거부’에는 ‘사양하다’의 의미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사양’이란 ‘겸손하여 받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하는 것, 또는 남에게 양보함.’이라는 의미이므로 ‘사절(謝絶)’은 제안에 대해 거절할 때 ‘정중함’이라는 표현 의도가 첨가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절’이 쓰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면회 사절/외상 사절/아버지는 대문 옆에 ‘신문 사절’이라고 크게 써 붙였다.
  다음으로 ‘거절’과 ‘거부’는 유사한 의미로 쓰이기도 하나, 이들에 ‘-하다’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동사는 목적어 자리에 오는 어휘들에서 차이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 차이를 보이기 위해 ‘거절하다’와 ‘거부하다’가 쓰인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 제의를 거절하다./선물을 거절하다./간곡한 부탁을 거절하다.
   
(3) 투자를 거부하다./ 증언을 거부하다./트집을 잡아 물품 수령을 거부하다.
  ‘거절하다’와 ‘거부하다’가 취하는 목적어를 살펴보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나 ‘거절하다’의 목적어 ‘제의, 선물, 부탁’의 행위자는 ‘다른 사람’인 반면, ‘거부하다’의 목적어 ‘투자, 증언, 물품 수령’의 행위자는 ‘거부하는 사람 자신’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위를 나타내는 명사를 목적어로 취할 때, ‘거절하다’는 목적어가 나타내는 행위의 주체가 ‘다른 사람’인 경우가 우세하고, ‘거부하다’는 목적어가 나타내는 행위의 주체가 바로 ‘거부 행위의 주체’와 일치하는 경우가 우세하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인 경향과 달리 쓰이는 예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승차 거부’라는 표현이 바로 그러한 예인데, 앞서 보았던 ‘거부’라는 단어의 일반적인 쓰임대로라면 승차 행위를 하는 사람은 ‘거부 행위의 주체’가 되어야 할 듯합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주로 택시 운전사가 손님의 승차 행위를 거부하는 경우를 일컬을 때 쓰여 온 것으로, 거부 행위의 주체와 목적어 명사가 나타내는 행위의 주체가 일치하지 않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승차 거부’가 말 그대로 ‘(자신이) 승차하는 것을 거부하는 일’을 뜻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물음 >>  “머리는 나쁠망정 손은 부지런하다.”와 “그나마 둘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혼자 있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라는 예문에서 ‘망정’의 띄어쓰기가 서로 다른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진철, 대구광역시 북구 대현동)

>>  그것은 첫 번째 예문에서는 ‘-ㄹ망정(-을망정)’이라는 연결 어미가 쓰였고 두 번째 예문에서는 ‘망정’이라는 의존 명사가 쓰였기 때문입니다.
  어미 ‘-ㄹ망정’(‘이다’의 어간,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ㄹ’ 받침인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서 쓰임)과 ‘-을망정’(‘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용언의 어간이나 어미 ‘-었-’ 뒤에서 쓰임)은 앞 절의 사실을 인정하고 뒤 절에 그와 대립되는 다른 사실을 이어 말할 때에 쓰는 연결 어미로 ‘비록 그러하지만 그러나’ 혹은 ‘비록 그러하다 하여도 그러나’에 가까운 뜻을 나타냅니다. 다음은 연결 어미 ‘-ㄹ망정/을망정’의 용례입니다.

(1) 시골에서 살망정(살-+-ㄹ망정) 세상 물정을 모르지는 않는다.
(2) 우리 학교는 작은 학교일망정(이-+-ㄹ망정) 역사는 오래다.
(3) 시험에 떨어질망정(떨어지-+-ㄹ망정) 남의 것을 베끼지는 않겠다.
(4) 고생은 누구 못지 않게 많았을망정(많-+-았-+-을망정) 꿈을 버린 적은 없소.
(5) 차라리 얼어 죽을망정(죽-+-을망정) 겻불은 아니 쬐겠다.
  반면, “그나마 둘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혼자 있었더라면 큰일날 뻔했다.”에 쓰인 ‘망정’은 의존 명사이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합니다. 의존 명사 ‘망정’은 주로 ‘-기에 망정이지’, ‘-니/-으니 망정이지’, ‘-니까/-으니까 망정이지’, ‘-아야 망정이지’, ‘-어서 망정이지’의 꼴로 쓰여 앞 절에서 언급된 일에 대하여 화자가 다행으로 생각함을 나타냅니다. 다음은 의존 명사 ‘망정’의 용례입니다.
(1) 급히 왔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2) 마침 돈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영락없이 남의 손에 넘어가는 거였다.
(3)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으니까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다리몽둥이가 부러져도 부러졌을 것이다.
(4) 금년 농사한 것도 거의 다 익어서 머지않아 거두게 되었으니, 이왕 거두어서 돈을 장만하여야 망정이지 그것을 들에다 내버리고 일어선다는 것은 아깝기도 하려니와 손복할 노릇이었다.
(5) 날씨가 좋아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던들 일을 치르는 데 퍽 어려웠을 거야.


물음 >>  ‘하려고/할려고’, ‘만드려고/만들려고’, ‘이러려고/이럴려고’는 두 가지 모두 많이 쓰고 있어 항상 헷갈립니다. 어떻게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인지 알고 싶습니다.
(권여정, 경남 창원시 상남동)

>>  ‘하려고’, ‘만들려고’, ‘이러려고’라고 쓰는 것이 맞습니다.
  ‘-려고’는 받침 없는 동사 어간과 ‘ㄹ’ 받침을 가진 동사 어간 뒤에 쓰는 어미입니다. 이때 어미를 ‘-ㄹ려고’로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이는 ‘-려고’의 잘못입니다. 따라서 동사 ‘하다’의 어간 ‘하-’에 어미 ‘-려고’가 결합하면 ‘할려고’가 아니라 ‘하려고’가 됩니다.
  또 동사 ‘만들다’는 어간이 ‘만들-’이므로 어미 ‘-려고’가 붙으면 ‘만들려고’가 됩니다. ‘이러다’는 동사 ‘이리하다’의 준말이므로 어간 ‘이러-’에 어미 ‘-려고’가 바로 결합합니다. 어떤 이는 ‘이러다’의 기본형을 ‘이렇다’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렇다’는 형용사이므로 일반적으로는 의도를 나타내는 어미 ‘-려고’가 붙어서 쓰일 수 없습니다. ‘그러려고/그럴려고’, ‘저러려고/저럴려고’도 ‘이러려고’와 마찬가지로 ‘그러려고’, ‘저러려고’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동사에 어미 ‘-려고’가 붙어 쓰이는 예를 더 들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ㄱ. 잠을 자려고(자-+-려고) 누웠다.(◦)
ㄴ. 잠을 잘려고 누웠다.(×)
(2) ㄱ. 여기서 어떻게 살려고(살-+-려고) 그러니?(◦)
ㄴ. 여기서 어떻게 사려고 그러니?(×)
  한편 ‘ㄹ’ 외의 자음을 받침으로 갖는 동사 어간 다음에는 ‘-으려고’를 씁니다. 역시 이때에도 ‘-으려고’ 대신 ‘-을려고’를 쓰는 것은 잘못입니다. 다음은 동사 ‘먹다’에 ‘-으려고’가 붙어 쓰이는 예입니다.
(3) ㄱ. 밥을 먹으려고(먹-+-으려고) 부엌으로 갔다.(◦)
ㄴ. 밥을 먹을려고 부엌으로 갔다.(×)


물음 >>  “A 씨보다 B 씨의 팔이 더 짧네요.”라고 말할 때 ‘짧네요’의 발음을 [짬네요] 혹은 [짤브네요]라고 발음하게 되는데 표준 발음법으로는 어떤 발음이 바른 발음입니까?
(이동수, 대전광역시 유성구 구암동)

>>  ‘짧네요’는 [짤레요]가 표준 발음입니다.
  표준 발음법 제10항에 따르면 겹받침 ‘ㄳ’, ‘ㄵ’, ‘ㄼ, ㄽ, ㄾ’, ‘ㅄ’은 어말 또는 자음 앞에서 각각 [ㄱ, ㄴ, ㄹ, ㅂ]으로 발음하게 됩니다. 그러면 ‘짧네’의 발음은 일단 [짤네]가 되었다가 겹받침 ‘ㄼ’이 단순화된 ‘ㄹ’에 의해 뒤의 자음 ‘ㄴ’이 동화되어 [ㄹ]로 발음되므로 [짤레]로 소리가 납니다. 요컨대 자음 앞에서 ‘ㄹ’로 발음되는 용언 어간 다음에 ‘ㄴ’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결합하면 ‘ㄴ’을 ‘ㄹ’로 동화시켜 발음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정은 겹받침 ‘ㅀ’을 가진 ‘싫네’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말을 하기는 죽어도 싫네.”라고 말할 때에 간혹 ‘싫네’를 [싣네]로 잘못 발음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표준 발음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겹받침 ‘ㅀ’의 발음은 표준 발음법 제12항과 제20항에서 다루고 있는데, 첫소리 ‘ㄴ’이 ‘ㅀ, ㄾ’ 뒤에 연결되는 경우 ‘ㄴ’은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ㄹ]로 발음한다는 표준 발음법 제20항의 규정에 따라 [실레]로 발음하는 것이 옳습니다.
  다만, 받침 ‘ㄼ’은 일반적으로 ‘여덟[여덜]’, ‘엷고[열ː꼬]’와 같이 [ㄹ]로 발음되는 데 대하여 ‘밟다’만은 ‘밟다[밥ː따], 밟지[밥ː찌], 밟게[밥ː께]’ 등과 같이 [ㅂ]으로 발음되는 예외적인 현상이 있습니다. 따라서 ‘밟는’을 [발ː른]으로 발음하는 것은 잘못이고 [밤ː는]으로 발음하는 것이 옳은 발음입니다.
  그리고 ‘짧네요’를 ‘짧으네요[짤브네요]’로 발음하거나 표기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종결 어미 ‘-네’는 연결 어미 ‘-(으)니’와 달리 받침으로 끝난 용언 어간에 결합할 때 모음 ‘으’가 나타나는 어미가 아닙니다. 따라서 ‘짧으네요’라는 활용형은 표준어로 볼 수 없으며, ‘짧네요’로 고쳐 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