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신ㆍ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음성 /언어정보연구부 선임연구원
감탄사란 문장 안의 다른 단어와 어떤 관계도 맺지 않고 독립적으로 쓰이는 단어들을 아우르는 품사의 한 부류로, 국어 문법사에서 다른 명칭으로는 ‘간투사’, ‘감동사’, ‘느낌씨’ 등으로 불리어 왔다. 서구의 보편 문법에서는 감탄사를 ‘interjection’이라 부르는데, 이는 문장에 소속되지 않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끼어들어 가는 말이라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즉, 단어로서의 독립적인 속성을 보여 주는 명칭이다. 반면, 국어 문법에서의 감탄사라는 명칭은 이 품사에 속하는 많은 단어들이 화자의 강한 느낌, 즉 감탄을 표현하는 데 쓰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나, 실은 ‘네’나 ‘아니요’와 같은 응답어나, ‘음’, ‘그’, ‘저’와 같이 머뭇거릴 때 내는 소리 등, 매우 다양한 부류의 단어를 포함하는 품사이다. 따라서, 그 범위를 파악하고 한정하는 데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1)
‘감탄사를 연발하다’의 ‘감탄사’는 순수하게 ‘감탄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뜻으로, 품사로서의 ‘감탄사’와는 다른 의미로 구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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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감탄형 어미 등에 의해 표현되는 문장 종결법의 한 유형인 감탄문과도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2)
문장 종결법에 대해서는 남기심ㆍ고영근(1993: 343) 참조. 감탄문 및 감탄의 의미에 대해서는 노대규(1983: 34∼3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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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탄사의 특성
1.1. 품사 분류 기준에서 본 감탄사
일반적으로 품사를 분류할 때 기능과 형태와 의미라는 기준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기준으로 감탄사를 정의하자면 감탄사는 우선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품사처럼 수식이라든가, 서술이라든가 하는 문법적 기능을 갖지 않는다. 문장 성분으로서 독립어를 구성한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감탄사는 그 자체가 문장과 같이 독립적으로 하나의 발화를 이루거나, 문장의 앞뒤에 같이 쓰여 그 문장과 함께 하나의 발화를 이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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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가: 그 일 내일까지 다 마쳐야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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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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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왜? 무슨 일 있어요? |
(2) |
가: 빨리 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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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차,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
(1)의 대화에서 <나> 화자의 “아차!”는 그 자체로 하나의 발화를 이루고 있는 반면, (2)의 대화에서는 문장 앞에 쓰여 이어지는 문장과 같이 하나의 발화를 이루고 있다.
형태 면에서 볼 때 감탄사는 기본적으로 활용이나 파생을 하지 않는다. 간혹 ‘여보게’, ‘여보시오’, ‘여보세요’ 같이 청자 존대의 어미를 포함하여 활용을 하는 듯이 보이는 단어들이 있으나 이것은 ‘여보다’라는 동사가 활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축약된 형태로 굳어진 표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감탄사에는 ‘아니’나 ‘참’, ‘뭐’, ‘저’ 등과 같이 다른 품사에서 전성된 단어들이 있다.
그리고 의미 면에서 감탄사는 문장 의미를 구성하기 위한 어휘적인 의미나 문법적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감탄사의 의미는 사용의 의미이며, 상황에 의해 풀이되는 의미이다. 다른 단어처럼 개념적으로 설명될 수 없고, ‘어떠어떠할 때 내는 소리’, 또는 ‘어떠어떠할 때 쓰는 말’ 등으로 풀이되어 있음은 감탄사의 의미가 상황적, 화용적인 의미임을 말해 준다. 감탄사는 형태론이나 통사론에서보다는 화용론이나 담화 분석 등의 분야에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는 품사이다.
1.2. 음성·음운적 특성
이제 감탄사의 다른 특징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음성적, 음운적 특징을 보면, 감탄사에 속하는 단어들 중에는 국어의 음소 체계에 속하지 않는 소리를 포함하거나 국어의 음절 구조에 맞지 않는 단어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 한 예가 혀를 차는 소리인 ‘쯧쯧’이다. 가엾다는 느낌을 나타내거나 못마땅함을 표현할 때 하는 혀를 차는 소리는 이를 문자화했을 때 ‘쯧쯧’이라고 표기되고 있지만, 실제의 소리는 /ㅉ/이라는 경구개음이 아니라, 치경, 즉 잇몸을 차는 소리이고 /으/ 모음도 실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밖에도 감탄사 중에는 국어의 음소 체계에는 없는 이중 모음이 나타나는 단어들이 많이 있다. 많이 쓰이는 감탄사로 ‘아이고’, ‘아이구’, ‘어이구’ 같은 단어를 보면, ‘아이’, ‘어이’의 실제의 소리는 [ai], [əi]가 아니라 국어의 음소 체계에는 없는 이중 모음인 [aj], [əj]라는 소리이다. 또 ‘음’이나 ‘흠’처럼 모음이 실현되지 않는 소리들도 많다. 즉 표기와 실제가 일치하지 않는 단어들이 많다. 감탄사를 비단어(non-word), 혹은 비교적 관례화된 음성적 제스처(vocal gesture)3)
라고도 부른 것은 감탄사가 음운론적으로 변칙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감탄사는 국어의 의성어나 의태어와 같이 음성의 교체나 반복에 의해 느낌의 크고 작음이나 강조 등을 나타낸다. ‘아이고’의 유사한 형태로 ‘아이구’, ‘아이쿠’, ‘어이구’, ‘에구’, ‘하이구’, ‘어이그’ 등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어디까지를 표준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모음과 자음의 교체만이 아니라 억양, 소리의 지속, 높낮이 등에 의해 그 의미가 더욱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아이구’라는 단어가 힘듦이나 괴로움의 표현이 되느냐, 반가움의 표현이 되느냐는 이러한 초분절적(supra-segmental) 요소에 의해서이다.
1.3. 부차 언어적 행위와 감탄사
인간의 의사소통 행위의 대표적인 방법인 언어적 행위는 부차 언어적 행위(paralinguistic behaviour)를 수반하기도 한다. 부차 언어적 행위란 표정이라든지, 고개의 끄덕임, 몸짓 등을 말하는데 감탄사의 기능은 이러한 제스처와 유사하다. ‘네’나 ‘아니요’와 같은 단어도 고개를 끄덕임이나 좌우로 젓는 제스처와 같이 뜻을 전달하는 신호와 같다. 이러한 제스처의 속성은 화자의 뜻을 개념화하여 문장으로 표현하지 않고, 하나의 신호로서 직접적으로 혹은 순간적으로 표현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주로 문장으로 구성되는 발화에 선행하여 나타나는데, 감탄사 역시 그러하며, 이는 문법 구조와는 무관하다.
2. 감탄사의 분류
우리가 언어의 기능을 말할 때 보통 기술적 기능(descriptive function), 표출적 기능(expressive function), 행동 유발적 기능(conative function)을 얘기하는데, 감탄사는 앞서 언급했듯이 어휘적 혹은 문법적 개념을 갖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외부 세계를 기술하는 기술적(descriptive) 정보를 나타내는 데에 역할을 하지 않고, 대신 감탄사는 표출적 기능, 행동 유발적 기능을 담당하는 단어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2.1. 표출적 기능의 감탄사
표출적 감탄사의 기능은 화자의 내부 상태나 정신 작용을 표출하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분류해 보면, 화자의 감정이나 감각, 즉 느낌을 표출하는 것과, 화자의 인지 작용을 표출하는 것, 그리고 기원을 표출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각각 다음의 예들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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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a. 느낌의 표출: 아이고, 애걔, 어구머니, 어이쿠, 어머나, 쯧쯧, 후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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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인지 작용의 표출: 아차, 아참, 아차차, 아하, 아뿔싸, 정말, 참, 옳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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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기원의 표출: 만세, 아멘. |
2.2. 행동 유발적 기능의 감탄사
감탄사에는 또 어떤 대상으로부터 어떤 행동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욕구와 같은 의지적인 정신 작용을 나타내는 것도 있다. 이러한 행동 유발적 기능을 하는 감탄사에는 다른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해 내는 소리를 비롯하여 동물을 부르거나 쫓을 때 내는 소리, 유아를 대상으로 어떤 행동을 일으키려고 내는 소리, 그리고 복수의 사람들이 협동하여 어떤 일을 할 때 서로 힘을 모으기 위해 내는 소리들이 포함된다. 각각 다음의 예들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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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a. |
동물의 행동 유발: 굽아, 우어, 두두, 구구, 워리, 둬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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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
유아의 행동 유발: 곤지곤지, 도리도리, 자장자장, 짝짜꿍짝짜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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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
여러 사람이 힘을 모으기 위해 쓰이는 경우: 영치기, 어여차, 어기야디야, 어허야어허. |
2.3. 의사 전달 기능의 감탄사
우리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 보통 문장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하게 되나,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의 단어만으로 의사 전달을 할 때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 관례적으로 쓰이는 단어들이 있다. 주로 대화에서 사용되는 고정 표현들인데, 이들은 청자를 수신자로 하여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이며, 수신자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청자 존대와 비존대를 구분하는 형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에는 부름이나 응답, 인사에 쓰이는 단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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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a. 부름: 얘, 야, 여보, 여보세요, 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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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응답: 네(예), 오냐, 그래, 아니, 아니요, 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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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인사: 안녕. |
3. 감탄사의 문장 보조적 기능
감탄사는 ‘감탄’이라는 용어 때문에 감탄이라는 서법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감탄사는 감탄문 외에도 의문문과 같이 쓰이기도 하고, 명령문이나 청유문과 같이 쓰이기도 하면서, 각 서법적 의미를 보조한다. 그 예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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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a. 아, 정말 대단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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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아이, 좋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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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아이구, 골치야. |
(7) |
a. 아니, 저게 뭐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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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아니, 누가 그런 말을 해요? |
(8) |
a. 자, 서두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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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자, 어서 타세요. |
(6)의 예문들은 감탄문의 앞에서 감탄이라는 서법적 의미를 보조하거나, 감탄문을 구성하는 기능을 한다. b, c의 경우는 감탄사가 없이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인데 ‘-아라’와 같은 감탄형 어미나 ‘-야’와 같은 서술격 조사와 항상 같이 쓰여 감탄문을 구성한다.
(7)의 두 예문에서 ‘아니’는 의문문과 이어져 질문을 하기에 앞서, 화자가 접한 상황이나 정보에 대한 이해 불가의 느낌을 나타내고 있다.
(8)의 예문에서 ‘자’는 듣는 이에게 어떤 행동을 유도하려는 의지를 나타내면서 청유문과 명령문을 보조하고 있다. 이렇게 감탄사는 감탄문만이 아니라 의문문, 청유문, 명령문과 같은 서법의 문장들을 보조하거나 구성하는 기능을 한다.
4. 대화에서의 감탄사
담화 혹은 대화 분석의 연구 분야에서 감탄사를 담화의 진행과 관련하여 설명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여기서는 몇 가지 경우만 예를 들어 보기로 한다. 긍정의 응답의 표시로 쓰이는 ‘네’는 이 본래의 기능 외에도 담화의 진행과 관련한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다음의 예를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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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가: 산 같은 데엘 갔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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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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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한 집에 들어갔는데 좀 허술해 보이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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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네―. |
위의 대화에서 쓰인 ‘네’는 상대 발화 내용에 대한 긍정의 대답이 아니라 상대의 발화를 청취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4)
담화 연구에서는 이 같은 기능을 backchanneling이라고 한다. 이것은 언어행위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고개의 끄덕임이나 눈짓으로도 표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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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말을 알아듣고 있음을 알려 대화 행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 주며 궁극적으로 대화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또 다음의 예를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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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가: |
맏며느리시니까 궂은일도 많이 하시고, 큰일도 많이 하고, 어려우실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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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네, 그래도 다른 동서들이 잘 도와줘서 별로 힘드는 것 모르겠어요. |
(11) |
가: |
그 영화에서는 어떤 것이 기억에 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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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예, 마지막 장면에서요. 이 주인공이 친구 따라서 바다 속으로 잠수하던 게 있거든요. |
위의 두 대화에서 <나>의 화자는 선행 발화 내용을 인지했음을 ‘네’와 ‘예’로 표시하고 자신의 발화를 연결시키고 있는데, 이는 발언권을 이어받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네’와 ‘예’를 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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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가: 여보세요. 이 선생님 지금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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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 지금 나가신 것 같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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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네, 알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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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네. |
위의 대화에서는 두 번의 ‘네’가 쓰이고 있는데, 마지막의 ‘네’는 상대의 발화 내용을 인지했음을 나타낼 뿐 아니라 대화를 마감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렇게 대화 진행을 보조하는 기능을 하는 경우는 흔히 말 더듬음 또는 머뭇거림을 나타낸다고 하는 ‘음’, ‘어’, ‘에’, ‘저’ 등의 감탄사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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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가: |
어, 또 우리가 그, 이, 우루과이 라운드를 이해한다고 할까, 파악한다고 할 때는 농업 문제에서 어, 과연, 어, 조금 전에 그, 얘기가 나온 바와 같이······. |
위에서 쓰인 ‘어’나 ‘그’, ‘이’ 등은 화자가 다음 말을 생각해 내려 하고 있음을 표출하기 위해 내는 소리인데, 이러한 발성은 또한 말 사이의 공백을 메워 발언권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참고 문헌|
- 김하수(1989), 언어행위와 듣는 이의 신호에 관한 화용론적 분석 시도: 담화 속의 ‘네’, 『말』 14, 서울: 연세대학교 언어연구교육원.
- 남기심·고영근(1993), 『표준 국어문법론(개정판)』, 서울: 탑출판사.
- 노대규(1993), 『국어의 감탄문 문법』, 서울: 보성문화사.
- 노대규(1991), 감탄사 ‘네’의 의미와 그 용법, 『갈음 김석득 교수 회갑 기념 논문집』, 서울: 한국문화사.
- 오승신(1995), 국어의 간투사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박사 학위 논문.
- 최현배(1971), 『우리말본』, 정음사.
- Goffman(1981), Response Cries, In Forms of Talk, Philadelphia: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 Stenström, A.B.(1994), Introduction to Spoken Interaction, London and New York: Lo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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