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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문법과 국어 생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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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높임(2) |
이병규(李炳圭) / 국립국어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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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통권 제84호)에서는 한국어에 말하는 사람이 어떤 대상에 대하여 높임의 태도를 나타내는 방법이 크게 세 가지가 있음을 보았다. 상대 높임법, 주체 높임법, 객체 높임법이 그것이다. 주체 높임법에는 직접 높임과 간접 높임이 있다는 것 역시 지난 호에서 간단히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간접 높임이 사용되는 구체적인 상황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보도록 한다.
간접 높임은 높여야 할 주체의 신체의 일부, 소유물, 생활의 필수적 조건이나 밀접한 관련이 되는 사물을 높임으로써 주체를 간접적으로 높이는 방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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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ㄱ. |
그분의 머리는 하얗게 {세셨다.(○)/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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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귀가 참 {밝으셔요.(○)/밝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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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
할아버지의 수염은 매우 {기시다.(○)/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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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 |
선생님의 손은 참 {예쁘시다.(○)/예쁘다.(×)} |
일반적으로 (1)의 ‘머리, 귀, 수염, 손’은 모두 존대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머리, 귀, 수염, 손’을 소유하고 있는 ‘그분, 우리 할아버지, 할아버지, 선생님’은 모두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높여야 할 대상이다. 일반적으로는 높임의 대상이 아니나 (1)에서처럼 높여야 할 대상의 소유물로 해석되면서 문장에서 주어의 구실을 할 경우는 서술어에 ‘-(으)시-’를 붙여 주어를 간접적으로 높인다.
아래 (2)는 (1)과 조금 다른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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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ㄱ. |
그분은 살림이 {넉넉하시다.(○)/넉넉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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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
선생님께서도 감기가 {드셨다.(○)/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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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
아버님은 돈이 {없으시다.(○)/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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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 |
할아버지는 나이 어린 손자가 {있으시다.(○)/있다.(×)} |
(1)의 ‘머리, 귀, 수염, 손’은 모두 높여야 할 대상의 신체의 일부이지만 ‘살림, 감기, 돈, 손자’는 신체의 일부가 아니다. 신체의 일부가 아니어도 이들은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존대의 대상이 되는 ‘그분, 선생님, 아버님, 할아버지’의 소유물로 해석된다. 이 경우도 서술어에 ‘-(으)시-’를 붙여 주어를 간접적으로 높인다.
이처럼 높임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신체의 일부이거나 그 사람이 소유한 물건이 주어로 쓰일 때에는 반드시 서술어에 ‘-(으)시-’를 붙여 존대 표현으로 나타내어야 한다. ‘-(으)시-’를 붙이지 않으면 모두 틀린 문장이 된다. 그런데 (3)과 (4)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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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ㄱ. |
선생님께서는 댁에서 버스 정류장이 멀어서 불편하시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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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
선생님께서는 댁에서 버스 정류장이 머셔서 불편하시겠어요. |
(4) |
ㄱ. |
선생님께서는 하시는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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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
선생님께서는 하시는 일이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
(3ㄱ)의 ‘멀다’와 (4ㄱ)의 ‘되다’는 ‘-(으)시-’가 붙지 않고 (3ㄴ)의 ‘멀다’와 (4ㄴ)의 ‘되다’는 ‘-(으)시-’가 붙는다. (3)과 (4) 각각의 문장에서 ‘멀다’, ‘되다’의 주체로 쓰이는 ‘일’과 ‘버스 정류장’은 높여야 할 대상 ‘선생님’의 신체의 한 부분도, 소유물도 아니다. 다시 말하면 ‘일’, ‘버스 정류장’은 (1), (2)의 경우와 달리 간접 존대에서 필수적으로 ‘-(으)시-’를 동반하는 말이 아니다. 간접 존대를 하든 하지 않든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3ㄴ), (4ㄴ)과 같이 간접 존대 표현은 화자가 ‘선생님’에 대해 더 친밀한 감정과 더 높은 관심을 표시하려고 할 때 사용한다. 특히 (3ㄴ)에서와 같은 간접 존대 표현은 화자가 ‘버스 정류장이 멀다’는 사실을 존대의 대상인 ‘선생님’의 생활과 관계가 깊은, ‘선생님’과 관계되는 특수한 사실로 파악할 때 사용한다. 반면에 (3ㄱ)은 말하는 사람이 시장이 멀면 불편하다는 것을 일반적인 사실로 보고 특별히 ‘선생님’과 관계되는 일로 보지 않을 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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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서울특별시 강서구 방화3동 827 ☎ (02) 2669-9721
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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