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1)
양명희(梁明姬) / 국립국어연구원
우리가 흔히 쉼표라고 하는 ',' 부호는 문장 부호 규정에 따르면 '반점'이라고 칭해야 한다.(문장 부호 규정에 “가로쓰기에는 반점, 세로쓰기에는 모점을 쓴다.”라고 되어 있다.) 문장 부호 규정에서는 반점의 쓰임을 15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규정이 세밀하지 못해 수정 및 추가가 필요하다. 다음은 반점의 첫 번째 규정이다.
(1) 같은 자격의 어구가 열거될 때에 쓴다.
다만 조사로 연결될 적에는 쓰지 않는다.(용례 생략)
위의 규정은 쉼표의 가장 일반적인 규정이다. 그러나 이 규정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공동격 조사처럼 사용되는 접속어 '및, 또는, 혹은'이 쓰일 때 쉼표의 사용에 관한 것이다.
(ㄱ)처럼 공동격 조사 '와'와 마찬가지로 접속어 '및'을 사용할 때는 쉼표를 사용하지 않는다. '또는'과 '혹은'은 공동격 조사처럼 쓰일 때는 쉼표를 사용하지 않으나(ㄴ), 어미 다음이나 절 뒤에 쓰일 때에는 쉼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ㄷ).
둘째, 쉼표 없이도 열거되는 사항임이 쉽게 드러날 경우(ㄹ), 또는 더 큰 기능을 하는 쉼표와 중복될 때(ㅁ)는 쉼표를 쓰지 않는다.
(ㄹ)은 쉼표를 넣으면 '네 돈, 내 돈'이 끊어져 해석이 더 어렵게 된다. (ㅁ)의 '김 총무' 뒤의 쉼표는 '이 총무'와 '박 총무' 사이에 쓸 쉼표보다 더 큰 기능을 하는데 쉼표를 다 쓸 경우 문장 이해에 오히려 방해가 되므로 '이 총무'와 '박 총무' 사이에는 쉼표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선행 서술어의 '하다'를 생략한 아래 (ㅂ)의 예는 올바르지 않은 문장으로 지적되기도 하나 이미 국어 문장 구조로 자리잡은 듯하다. '비교 검토', '수정 보완' 사이에는 흔히 쉼표 또는 가운뎃점이 사용되나 아무런 문장 부호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이에 대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셋째, 종결어미로 끝나는 여러 문장을 나열할 때라도 다음의 예처럼 그 문장들을 한 덩어리로 묶고자 할 때에는 마침표 대신 쉼표를 쓸 수 있다.
넷째, 한 문장 안에서 몇 개의 선택적인 물음이 겹쳤을 때에는 맨 끝에는 물음표를 쓰고 앞의 물음에는 쉼표를 한다.
그러나 다음 예처럼 선택적인 물음이 겹쳤더라도 쉼표가 이미 더 큰 기능으로 쓰여 문장 이해에 쉼표가 방해가 될 때는 쉼표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
(2) 짝을 지어 구별할 필요가 있을 때에 쓴다. (3) 바로 다음의 말을 꾸미지 않을 때에 쓴다.
닭과 지네, 개와 고양이는 상극이다.
슬픈 사연을 간직한, 경주 불국사의 무영탑.
성질 급한, 철수의 누이동생이 화를 내었다.
(2)의 규정은 넓게 보면 규정 (1)에 포함될 수 있는 내용이다. '닭과 지네', '개와 고양이'는 같은 자격을 갖는 두 개의 어구가 열거된 것으로 해석된다.
(3)은 앞의 말이 바로 다음의 말을 꾸미는 것으로 오해되어 혼란을 일으킬 것을 예방하기 위한 규정이다. 그런데 이 규정은 '꾸미는' 관계가 아니면서 바로 다음에 오는 말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오독(誤讀)될 소지가 있는 다음의 예를 포괄하는 규정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ㅌ)의 '갑돌이가'는 어떤 다른 성분을 꾸미는 말이 아니다. 반점 규정 (12)에 나오는 (ㅌ)의 예는 그 내용을 보면 오히려 규정 (3)에 포함시켜 규정을 보완하는 것이 체계적이다. (3)의 규정은 '바로 다음의 말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지 않음을 나타내 줄 필요가 있을 때에 쓴다'로 수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