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궁중 언어의 사회언어학적 연구
1. 궁정 언어의 연구
언어학에서 궁정 언어가 논급된 것은 일찍이 예스페르센(Jespersen, O.)의 명저(1925)1) 를 들겠지만, 이것이 사회언어학의 주제로 취급되기란 초창기 업적인 카펠(Capell, A)의 저서(1966)2) 에서였다. 이 책에서는 궁정 언어의 기원론적 특징이 태평양 지역의 추장 언어에서 볼 수 있는 어떤 특징과 일맥상통하는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본격적 기술은 태국의 ‘왕실 언어’가 될 것이다.龍顔(Long Nhan) | 陛下(Beha) |
聖上(Thanh Thuong) | 殿下(Dien ha) |
聖旨(Thanh Chi) | 朕(Tram) |
玉璽(Ngoc Ti) |
2. 세계의 궁정 언어
현대의 세계 216개 주권 국가9) (외교통상부, 2000: 15~9)10) 중에는 약 10.6%에 해당하는 23개 왕정제 국가가 있고, 이들 중 10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이들 여러 왕국에는 질적 발달(qualitative development) 또는 양적 발달(quantative development)이라는 언어 발달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모두 ‘궁정 언어’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왕국 정체가 ‘절대 군주제, 세습 군주제, 입헌 군주제’의 어느 것이든, 그들 ‘궁정어 공동체’에 있어서 나타나는 ‘궁정 언어’의 사회언어학적 특징이 있는데, 이들을 몇 가지로 논급하여 보겠다.(1) 태국의 궁정 언어
먼저 카펠(Capell, 1966: 107~8)11) 에서는 현행 궁정 언어에 관한 전형적 기술을 태국의 ‘궁정 언어’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보았는데, 태국의 경우, 상당히 풍부한 어휘가 발견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 중에는 얼마의 인도 기원이 있고, 과거 통치자의 자취로서 캄보디아어가 쓰인다. 그들 왕실 어휘(royal vocabulary)내부에는 4등급이 있는데, 단어의 가장 정교한 집합이 왕과 왕비에게 사용되거나 혹은 관련된 것이며, 세 가지 덜 정교한 집합은 ‘2·3·4세(世)의 왕족’에게 사용되는 것들이다. 그 마지막의 것은 다만 약간 특수화된 용어인데, 규범적 글말(normal writtern language)과 입말(spoken language), 그리고 남성과 여성, 화자와 청자 사이에 함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2) 일본 왕실 용어의 변화
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 왕실 용어는 큰 변화를 겪었다(西田直敏, 1998: 329~34)12) . 1945년 8월 15일에 패전국이 된 일본 사회는 크게 변모하게 된다. 메이지 헌법에 바탕하는 천황 통치의 ‘대일본제국’은 소멸하고, 주권 재민, 기본적 인권 존중, 평화주의의 신헌법에 의거하여 새로운 일본국이 된다. 천황은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존재일 뿐이다. 따라서 천황은 ‘현인신(現人神)’을 포기하고, 스스로 ‘인간 선언’을 하게 된다. 이후 많은 특수어를 경칭어로 대치하고 자경법(自敬法)도 폐지하게 된다.(3) 고려말 궁중 언어의 변화
한국의 궁중 언어는 물론 현행 궁정 언어가 아니다. 고려시대 말 원나라 지배 하에 있을 때, 그들 간섭으로 궁중 언어를 바꾸게 된다. 고려사(권 28: 14)에 의하면 원의 진수관(daruvaci, 達魯花赤)이 힐난하여 말하기를14) ‘선지(宣旨)라 칭하고 짐(朕)이라 칭하고 사(赦)라 칭하니 무슨 참월할 일이냐’ 하거늘, 왕이 참의 중찬 김방경, 좌승지 박항으로 하여금 해명하게 하기를, ‘감히 참월함이 아니라 다만 조종이 상전하는 구례를 따를 뿐이었던 바, 감히 고치지 아니 하리오’하고 이에 선지를 왕지(王旨)로, 짐을 고(孤)로, 사(赦)를 유(宥)로, 주(奏)를 정(呈)으로 고쳤다는 기록이 있다. 즉 이것은 외부의 간섭으로 변화를 택하게 된 ‘피동적 변화’(passive change)의 유형이 된다.3. 국어의 궁중 언어
나는 우리들의 과거 궁중 문화가 이 나라 전통 문화에서 내세울 정수의 하나라고 본다. 즉 궁중 의상, 궁중 요리, 궁중 건축이 각기 한국의 전통적인 ‘의상, 요리, 건축 등’의 문화에 있어서 정상을 점유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궁중 언어는 한국어의 전통에 있어서 가히 백미가 된다. 특히 호칭과 경어법의 발달 등은 대단히 정교한 것이라 하겠다. 이것은 예스페르센(Jespersen, 1964: 61)에서 지난날 최량의 영어를15) 궁정 통상어(the usual speech of the court)로 본다든가, 프랑스에서 17세기 절대 왕정의 확립기(三浦信孝, 2000: 117)16) 에 궁정의 프랑스어를 말하는 것이 세련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일치하고 있다.(1) 어휘의 계통
궁중 언어의 계통은 고유어계와 차용어계로 나눌 수 있는데, 이것은 궁중 언어의 역사적인 형성 발달이 고유한 역대 왕조의 전승을 거치면서 나타나는 ‘전통 문화’의 측면과, 대외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보였던 ‘외래 문화’의 측면과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된다.1) 고유어계의 특징
이들 고유어계의 발달은 고유어를 비롯하여 일상어에 관한 이두어 또는 혼용어, 취음 등으로 나누어 보게 된다. 우선 어례를 든다.(고유어) | 마리(머리) | 밧집(민가) |
대루리(다리미) | 두긋없다(기쁘다) | |
아니꼽다(마음에 끌리지 않다) | ||
(이두어) | 直(지기, 下隸) | 色(빛, 係員) |
(혼용어) | 常 없다(버릇 없다) | 未安하다(서운하다) |
(취음) | 기별(소식) | 茄子(가지) |
2) 차용어계의 특징
이들 차용어계의 발달은 몽고어 차용과 중국어 차용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먼저 (1) 몽골어 차용의 경우는 몽고 침입(1231~59) 이후, 원의 부마국으로 전락한 고려 말기(충렬왕~공민왕, 1275~1374) 이래 넓게 침투된 몽고풍의 영향이다. 그리하여 몽고 왕실의 공주를 정비로 맞는 고려 왕실에는 일단의 몽고 여인들이 상주하며, 몽골어가 궁중 언어에 침투하게 된다. 이들 어례와 기술을 아래에 보이겠다.(2) 어휘의 발달
이들 궁중 언어의 어휘 발달을 고찰하는 데에 있어서, 절대 왕권에 관한 위엄의 상징을 비롯하여 어의 정밀화에 관한 높은 표현 기능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들 어휘 형성의 규칙과 여기 강하게 작용하는 타부의 영향을 기술하겠다. 더욱 사회언어학적 특징으로, 어휘의 ‘계층적 파급’의 모습을 제안하게 된다.1) 어휘의 상징과 정밀화
먼저 왕에 관한 절대 왕권의 존엄을 나타내는 상징어 용계 어휘가 발달하고 있다. 어례를 보인다.용안(龍顔, 왕의 얼굴) | 용루(龍淚, 왕·왕비의 눈물) |
용상(龍床, 왕의 밥상) | 용포(龍袍, 왕의 사무복) |
황육 | 인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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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휘의 형성과 타부
궁중어에서 단어들은 크게 보아, 왕을 비롯한 왕족들에게는 특수어(예: 汗雨, 의례)를 쓰지만, 정작 왕이나 왕족 자신들은 일반어(예: 땀, 옷)를 쓰게 된다. 따라서 왕과 왕족에 관한 ‘신체, 의류, 식사, 행지....’ 등에 관한 특수어에는 광범하게 경어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여기 일반어에 대한 특수어의 대치 과정을 보자.눈 → 안정(眼精) | 입 → 구순(口脣) |
귀 → 이부(耳部) | 이마 → 액상(額上) |
손 → 어수(御手) | 얼굴 → 용안(龍顔) |
발 → 족장(足掌) | 다리 → 각부(脚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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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휘의 계층적 파급
이들 궁중 언어에서 ‘어휘의 계층적 파급’은 ‘진지, 뫼, 수라’의 어례로 고찰해 볼 수 있는데, 이 쓰임의 실태는 궁중 언어, 반촌어, 민촌어, 교포말 등으로 역동적 측면에서 기술하게 된다. 따라서 궁중어는 근세 국어의 자료를 중심으로 위로는 중세 국어 또는 알타이 어학과 관련지어 살펴볼 수 있으며, 오늘날 교포 말에까지 광범하게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진지 - 자시다) | 진지··· | 자신 바를(소언4-12) |
(뫼 - 자시다) | 뫼 자셔든 | (소언4-12) |
(뫼 - 졔하다) | 뫼 졔하야 | (동신속효20) |
(뫼 - 셰시다) | 조석뫼··· | 셰시난가(송강1-16) |
(슈라 - 셔시다) | 수라 셔실제 | (내훈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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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타부의 해제
황경환(1963: 269~93)35) 에서는 궁중 언어에서 보게 되는 타부계 다의어는 ‘지’ 이외에도 ‘치’(왕의 신, 상투), ‘것’(낮것) 등을 제안하지만, 그렇게 광범하고 완고하던 타부의 적용도 어휘 확산에 따른 광역어화 과정에서 해제되어 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여기 ‘매유’(대변)의 예를 든다. 즉 이것은 중세 국어에서 ‘훈몽자회’의 출전이 있다.![]() |
5) 세속화의 모습
나인 집단의 경우, ‘무술이(水賜 관비, 처음 교번 출입이었으나, 곧 궁내 상주), 복이(불 때는 나인)’ 등, 궁내 비자들이 포함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과 함께 궁중 언어의 세속화는 피할 수 없다. 여기 방언의 침투, 속어 은어의 쓰임이 있다. 다음 간단한 어례를 든다.
(방언) | 광우리 | (누른밥) |
깨보송이 | (깨소금) | |
(속어) | 문화 | (약한 불) |
무화 | (강한 불) | |
동해 부인 | (홍합) | |
(은어) | 대식 | (동성애) |
각X | (자위물) |
(3) 호칭에 대하여
궁중 언어의 호칭(김용숙, 1987: 91~109)40) 은 ‘존칭, 이칭’으로 대별하지만, 전자가 더욱 격식적 호칭이며, 후자는 보다 비격식적 호칭이라 하겠다. 일부 호칭어의 경우, 시대에 따른 그 쓰임의 확대와 전용이 있다. 따라서 이들 호칭 변화의 문제는 또 다른 특징이라 하겠다.![]() |
(4) 경어법과 화계, 화체
절대 왕권의 체제 속에, 왕을 정점으로 하는 궁중 언어에 있어서, 경어법의 모습은 보다 특징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특징은 특수 화계와 극존칭 화체를 비롯하여, 경어 대상 영역(치 뫼 오너라, 마마의 신을 가져오라: 상궁→비자)의 극대화 등을 제안하게 된다. 아울러 타부(taboo)와 미어법(euphemism)이 궁중 언어에도 영향을 주는 반면, 궁중 언어의 경어법은 측근 반촌어에 영향을 주게된다. 왕을 비롯하여 왕족 및 군신간에 정교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어법에는 이것을 정연하게 서열화하기 위한 ‘압존법’(壓尊法)의 발달(장태진, 2000: 85~114)41) 이 상응하게 된다. 더욱 고려말 대원 관계를 비롯하여, 이조의 대명 사대에서 이들 외압(外壓)을 겪은 바 있었다. 또한 내부적인 궁녀 집단의 경어법 역성과 함께, 하위 계층의 화계 간소화와 압존법 쇠퇴를 가져오게 된다.![]() |
4. 결어
언어와 신분 또는 계층과의 관련에 있어서, 그 사회언어학적 특징을 추장 언어 또는 궁정 언어의 모습에서 어떤 시사를 얻으려는 노력은 어느 면에서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국어 궁중 언어의 경우, 수천 년의 왕국 전통으로 이어 온 궁중 문화의 바탕으로, 정교한 호칭과 극대화된 경어법의 화계가 발달하고 있다. 그리고 역대 왕조에 영향을 끼친 중국 문화를 비롯하여, 중세기 원의 지배 하에서 받은 몽골 문화 등으로 많은 중국어계, 몽골어계의 차용어를 가지고 있다. 더욱 현대에 들어서 일본에 의한 대한제국 침략으로, 국어의 궁중 언어는 소멸의 불행을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어의 궁중 언어는 고도의 발달된 모습을 지닌 소중한 우리의 언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