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화
1. 명사화란?
국어에는 파생 접사나 굴절 어미를 접미하여 문법 기능의 범주를 바꾸는 문법적 절차가 있는데, 이는 일상 언어 표현에서 매우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에는 명사화(체언화), 동사화(용언화), 관형사화, 부사화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이들은 대개 어휘 단위나 구절 단위에서 모두 일어나고 있다.(1) | ㄱ. | 그는 노름을 좋아한다. |
ㄴ. | 영이는 책 위의 먼지를 털이개로 조심스럽게 털어내었다. | |
(2) | ㄱ. | 그는 보수가 너무 많음을 보고 놀랐다. |
ㄴ. | 그는 혼자서 놀기를 좋아한다. |
2. 명사화의 종류
국어에는 어휘와 구절 단위의 명사화가 각각 있음을 앞에서 말했다. 전자를 형태적 명사화, 후자를 통사적 명사화라 일컬을 수 있다. 통사적 명사화와 대비하여, 어휘적 명사화는 형태적 명사화라 이를 수 있을 것이다.(3) | ㄱ. | 기다림, 글짓기, 놀이, 노래, 빨강 ···· |
ㄴ. | 거름, 보기, 재떨이, 날개, 시렁, 무덤. 울보 ···· | |
ㄷ. | 털이개, 주먹, 기둥, 갈치, 두꺼비, 송아지 ···· | |
ㄹ. | 좋아하다, 좋아지다 |
(4) | ㄱ. | 우리는 그가 다시 올 수 없음을 아쉬워하고 있다. |
ㄴ. | 우리는 수업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 |
ㄷ. | 우리는 그가 먹은/먹을 만큼만 내놓았다. |
(5) | ㄱ. | 그는 줄기차게 달리기를 경기 종목에 넣자고 주장해 왔다. |
ㄴ. | 그토록 줄기차게 달리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 |
(6) | ㄱ. | 그의 웃음은 늘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한다. |
ㄴ. | 그가 웃음은 무엇인가 일이 잘 되고 있다는 신호이다. |
(7) | ㄱ. | 파생 명사 : 울음/*욺, 얼음/*얾, 싸움/쌈 |
ㄴ. | 동명사 : 울음/욺, 얼음/얾, 싸움/*쌈 |
3. 명사화 구문의 생성
명사화 구문의 생성에 관한 논의는 통사적 명사화만을 대상으로 한다. 형태적 명사화는 어휘적 파생에 의하여 만들어지므로 그 생성 과정에서 구문 변화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8) | ㄱ. | 산은 높고 골은 깊다. |
ㄴ. | 산이 높으니 골이 깊다. | |
(9) | ㄱ. | 영이는 내가 좋아하는 꽃을 한아름 샀다. |
ㄴ. | 우리가 그곳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 |
ㄷ. | 코끼리는 코가 길다. | |
ㄹ. | 돌이는 연습할 때에도 실제 시합을 하듯이 최선을 다한다. |
(10) | ㄱ. | 나도 그들이 지금 먹는 음식을 원한다. |
ㄴ. | 나도 그들이 지금 먹는 것을 원한다. | |
(11) | 나도 그들이 지금 먹기를 원한다. |
(12) | ㄱ. 돌이는 조금씩 미음을 먹어 보았다. |
ㄴ. 이 나무는 아직 살아 있다. | |
(13) | 그는 아이를 웃게 하였다. |
(14) | 돌이는 오늘 산에 가지 않았다. |
(15) | 영이는 지금 산에 가고 있다. |
4. ‘-음’과 ‘-기’
어휘적 명사화나 통사적 명사화를 이루는 데 공통적으로 가장 넓은 분포를 가지고 있는 명사화 어미는 단연 ‘-음’과 ‘-기’이며, 어휘적 명사화에선 ‘-이’ 또한 생산력이 큰 어미이다. 이들 접미사들은 넓은 분포와 생산성을 가진 어미이지만, 그 사용 환경이나 출현 조건이 달라 서로 다른 분포를 갖는다.(16) | ㄱ. 먹이, 재떨이, 높이, 개구리, 거북이, 누더기, 절름발이, 복돌이, 미장이 |
ㄴ. 굶주림, 그림, 모임, 웃음, 흐름, 더움, 정다움, 나눔 | |
ㄷ. 달리기, 잠자기, 종치기, 풋나기, 해바라기, 굵기, 나누기 |
(17) | ㄱ. 우리는 그가 천재임을 기대한다. |
ㄴ. 우리는 그가 천재이기를 기대한다. | |
(18) | ㄱ. 우리는 그가 천재임을 알았다. |
ㄴ. *우리는 그가 천재이기를 알았다. | |
(19) | ㄱ. *그는 매일 아침에 공부함을 시작하였다. |
ㄴ. 그는 매일 아침에 공부하기를 시작하였다. |
(20) | 그의 생활 태도는 남보다 잘하기가 아니다. |
(21) | ㄱ. 그녀도 드디어 모든 일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
ㄴ. 이제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함에 있어서, … | |
ㄷ.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번 일이 전화위복일 수도 있다. |
5. 명사화 구문의 변천
언어는 항상 변하고 있다. 과거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천을 거듭해 왔고, 또 현재도 변하고 있는 과정이다. 국어의 명사화도 역사적으로 변화를 뚜렷이 보여 왔고, 지금도 변화를 보이는 대표적인 언어 현상 가운데 하나이다.(22) | ㄱ. 誓音深史隱尊衣希 (다딤 기프신 尊의희) <원왕생가> |
ㄴ. 雁曰哭利弓幾 (그려기) <계림유사> |
(23) | ㄱ. | 佛慧十力 四無所畏 不共法 等 成就 是波羅蜜義 (佛慧여 十力여 四無所畏여 不共法여 다 成就 디 이 是波羅蜜義이며) <금광명경 권3. 5:18> |
ㄴ. | 名 [爲]住 奢摩他 毘鉢舍那 依 當 知 (일하 住여 여 奢摩他여 毘鉢舍那여 붙어 반기 알오다) <유가사지론 권20, 26:14-19> | |
ㄷ. | 思議 可 不 度量 可 不 (思議홈 짓 안디며 度量홈 짓 안디이곤) <구역인왕경 상 11:23-24> | |
(24) | 逢烏支惡知作乎下是 (맛보기 엇디 일오아리) <모죽지랑가> |
(25) | ㄱ. | 죽사리 <석보상절 6.37>, 瞿曇이 <월인석보 21.197>, 거름 <월인천강지곡 기 126>, 노 <소학언해 5.95>, 에질 <삼강행실도 효7>, 날개 <월인석보 1.14>, 불무질 <두시언해 8.65> |
(26) | ㄱ. | 義 셰샤미 너붐과 져고미 겨시며 <원각 서6> |
ㄴ. | 舍衛國 大臣 須達이 가며러 쳔랴 그지 업고 布施기 즐겨 <석보 6.13a> | |
ㄷ. | 히 멀면 乞食디 어렵고 하 갓가면 조티 몯리니 <석보 6.23b> |
(27) | 기 <한청문감 145>, 침 <삼역총해 4.2>, 개 <자초방언해 12>, 킈 <동문유해 상18>, 馬駒子 야지 <역어유해 하29>, 터럭<마경초집언해 하26>, 가락지 <물보, 의복> |
(28) | ㄱ. | 이 디위장 쉬믈 기려 <노걸대언해 상22> |
ㄴ. | 사의 盜賊 되오미 다 주리고 칩기로셔 나니 <경민편 16> |
6. 마무리
일상생활에서 주고받는 국어의 표현들을 보면 단순문보다 복합문이 훨씬 더 많다. 복합문의 중요한 구문 형식 가운데 하나로 명사화문을 꼽을 수가 있다. 명사화는 이와 같은 통사적 복합문 구조 외에 어휘적 파생도 포함한다. 위에서 우리는 이 두 가지 용법을 함께 간략하게 살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