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의 개념과 범위
1. 머리말
‘외국어는 어릴 때 배우는 게 좋다’거나 ‘지나친 외래어 사용을 삼가자’는 말을 하면서 ‘외국어’나 ‘외래어’라는 말을 우리는 흔히 사용한다. 그러나 외래어와 외국어가 정확히 무엇을 지시하는지 구분해서 설명하기란 쉽지가 않다. 교과서나 사전에서는 국어 생활 속에 널리 사용되고, 또 바꾸어 쓸 수 있는 적당한 어휘가 없는 경우만을 외래어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치킨’이나 ‘키’, ‘루머’ 따위 낱말들은 외래어인가 외국어인가? 국어 단어로 인정된 말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하나, ‘닭고기’나 ‘열쇠’, ‘소문’으로 바꾸어 쓰기에도 마땅치 않아 판정하기가 쉽지 않다.2. 종래의 외래어에 대한 정의와 문제점
2.1. 연구 초기의 외래어 개념
어떤 언어든지 다른 언어권과의 끊임없는 접촉을 통해 많은 외래 언어적 요소들이 들어와 쓰이게 마련이다. 우리말은 역사적으로 중국어와 만주어, 몽골어 등에서부터 많은 어휘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금 그 말들은 우리말 속에 충분히 녹아들어 더 이상 다른 언어에서 왔다는 의식이 없다. 우리가 흔히 외래어라고 하는 것들은 19세기 말엽부터 서양 문물의 전래와 함께 들어오기 시작한 말들로, 대개 영어를 비롯한 서양 여러 나라의 말들이다.2.2. 외래어 정의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초기의 외래어 연구를 계승하여 외래어의 개념을 체계화한 대표적인 연구로는 이희승(1941, 1959) 및 김민수(1973)를 들 수 있다. 이희승(1941)은 앞선 연구자들이 막연하게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분 지었던 데 반해, 외래어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외래어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고자 하였다. 김민수(1973)는 외국어가 우리말에 귀화하는 과정과 관련지어 외래어 개념을 체계적으로 기술하였다. 그 밖에도 배양서(1970), 유구상(1970), 강신항(1983) 등 여러 연구자들이 외래어에 대한 논의를 하였으나 대부분 국어사전 식의 간략한 뜻풀이를 받아들인 채 외래어의 사용 실태나 수용 대책, 또는 표기법 고안이나 순화 방안 등 실천적인 연구에 주력하였다. 외래어의 개념이나 범위에 대해서는 사실상 이 두 가지 연구보다 진전된 논의는 없었다. 따라서 이 절에서는 이희승(1941, 1959) 및 김민수(1973)의 연구를 통해 국어학계에 널리 받아들여져 온 외래어의 개념을 점검해 보고, 그와 같은 정의가 보이는 문제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1) | 외래어의 정의(김민수 1973: 103~104) |
첫째, 외국에서 들어와야 한다. | |
둘째, 수입되어야 한다. | |
셋째, 제 국어 속에 들어와야 한다. | |
넷째, 사용되어야 한다. | |
다섯째, 단어라야 한다. |
2.3. 외래어와 차용어의 구분
(2)에 있는 김민수(1973)의 어휘 분류표는 용어가 상당히 비경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외래어’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해서 개념이 모호하게 된 반면에 ‘차용어’는 협의의 외래어와 같은 개념을 지시하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또한 차용어와 외국어의 경계에 있는 낱말들은 적당한 명칭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외래어와 차용어라는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외래어와 차용어를 새 언어에 동화된 정도에 따라 구분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이덕호(1980)가 제안한 적이 있으며, 특히 독일어학에서는 두 가지 개념을 명확히 구분한다. 우선 독일어의 연구 사례를 따라, 이 두 가지 용어가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통시적 분석의 결과 (기원) |
모든 자질을 포함하는 공시적 분석 |
범주 |
fremd (외래의) fremd (외래의) heimisch (고유의) heimisch (고유의) |
fremd (외래의) heimisch (고유의) heimisch (고유의) fremd (외래의) |
Fremdwort (외래어) Lehnwort (차용어) heimisch Wort (고유어) Pseudo-Fremdwort (유사외래어) |
3. 외래어 개념의 재정의
이제 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하여 외래어의 개념을 새로 정립해 보고자 한다. 외래어 연구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된 때부터 지금까지 외래어는 ‘외국어에서 들어와 국어처럼 쓰이는 단어’로 정의되어 왔다. 외래어는 곧잘 외국어와 비교하여 기술되었는데, 외국어와 외래어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외래어는 국어화한 말이며 외국어는 그렇지 않은 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어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가? 다양한 논의가 있었지만 임홍빈(1997)에서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분 짓는 기준으로 제시한 ‘쓰임의 조건’과 ‘동화의 조건’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감각 16% | 84% 센스 | 상자 13% | 87% 박스 |
색안경 12% | 88% 선글라스 | 열쇠 17% | 83% 키 |
공책 4% | 96% 노트 | 탁자 18% | 82% 테이블 |
외국어 어원 | 널리 사용됨 | 동화 과정 완료 | 언중의 외국어 인식 | |
외래어 | + | + | ± | + |
차용어 | + | + | + | + |
귀화어 | + | + | + | - |
참 고 문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