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1. 조사의 문법적 성격
1.1. 어휘적 요소와 문법적 요소
말은 생각을 나타내며 생각은 세계에 의해 형성된다. 따라서 말은 곧 세계를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다. 세계를 나타내는 말의 단위들로는 단어와 문장이 있다. 보통의 단어는 세계를 나누어 그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소, 감자, 먹(-다), …’ 따위가 세계를 나누어 그 각각에 이름을 붙인 단어들인데 특히 세계를 나타내는 이러한 것들을 어휘적 요소라고 부르며 어휘적 요소들을 문법적 성질에 따라 나눈 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감탄사 따위를 어휘 범주라고 한다.(1) | 소가 감자를 먹었다 |
1.2. 조사와 어미
앞의 (1)의 문장에 나타나는 문법적 요소들 가운데 ‘가, 를’과 ‘-었-, -다’는 그것들이 실현되는 위치와 하는 일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선 나타나는 위치를 보면 ‘가, 를’은 체언뒤에 붙어 실현되며 ‘ -었-, -다’는 용언에 붙어 실현된다. 또 기능의 측면에서 보면 ‘가, 를’은 문장을 짜는 한 성분이 문장 속에서 어떠한 구실을 하는가를 표시하며 ‘-었-, -다’는 문장 그 자체가 어떠한 형식의 문장인가를 표시해 주는 것이다. 이처럼 ‘가, 를’ 과 ‘-었-, -다’는 그 실현 위치 및 기능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앞엣것을 조사, 뒤엣것을 어미라고 부른다. (1)의 것들만을 토대로 해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다면 조사는 체언 뒤에 붙어서 그것들이 문장에서 하는 구실을 표시하는 문법적 요소이고 어미는 용언에 붙어서 문장 그 자체의 형식을 표시하는 문법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2) | 가. | 도무지 마음이 내키지가 않는군요. |
나. | 우선 먹어를 보아라. | |
다. |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히를 못 있습니다. |
1.3. 조사와 접사
앞에서 조사와 어미를 설명할 때 무엇에 붙어 쓰인다는 표현을 자주 썼는데, 조사나 어미처럼 다른 말에 붙어 쓰이는 말들을 접사라고 한다. 접사 가운데는 조사나 어미가 아닌 것도 있다.(3) | 가. | 소가 먹이를 먹는다. |
나. | 저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
1.4. 조사와 형태 교체
조사와 같은 접사적 성격의 요소들이 앞 말에 붙을 때 형태를 달리하는 일이 있다.(4) | 말이 풀을 먹었다. |
(5) | 가. | 나+가 → 내가 |
나. | 너+가 → 네가 | |
다. | 저+가 → 제가 |
1.5. 조사의 갈래
앞의 (1)의 예문에서 조사 ‘가’와 ‘를’은 체언에 붙어 체언들이 문장 속에서 하는 구실을 표시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들처럼 체언 및 체언 상당 어구(곧 명사절 따위)가 문장 속에서 하는 문법적 구실을 표시하는 조사를 격조사라고 부른다.(6) | 영수가 삼국지와 홍길동전을 읽었다. |
(7) | 가. | 영수는 삼국지를 읽었다. |
나. | 영수가 삼국지는 읽었다. | |
다. | 영수가 삼국지를 읽어는 보았다. | |
라. | 어제는 영수가 삼국지를 읽었다. |
2. 격조사
2.1. 격조사의 종류
격조사는 체언 또는 체언 상당 어구 (명사절 따위)가 문장 속에서 하는 구실을 표시하는 조사이다. 단어들이 문장 속에서 하는 구실을 문장의 성분이라고 하는데 국어의 문장 성분에는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 관형어, 부사어, 독립어 등 일곱 가지가 있고 체언은 이 일곱 가지 문장 성분으로 다 쓰일 수가 있다. 따라서 격조사도 모두 일곱 가지를 설정한다. 곧 주격조사, 서술격조사, 목적격조사, 보격조사, 관형격조사, 부사격조사, 호격조사가 그것이다. 이들 격조사의 명칭은 호격 조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성분 이름을 딴 것이다. 다만 독립어를 표시하는 조사를 호격조사라고 하는 것은 다양한 종류의 독립어 가운데 부름말에만 이 조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2.2. 주격조사
주격조사는 주어를 표시하는 조사이다.(8) | 가. | 소나무가 잘 자란다. |
나. | 배꽃이 눈처럼 희다. | |
다. | 할아버지께서 오셨다. |
2.3. 서술격조사
서술격조사는 체언에 붙어 체언을 서술어가 되게 하는 조사이다.(9) | 가. | 영수는 학생이다. |
나. | 그는 부자(이)다. |
2.4. 목적격조사
목적격조사는 목적어를 표시해 주는 조사이다.(10) | 가. | 영수가 삼국지를 읽는다. |
나. | 철수는 홍길동전을 읽었다. | |
다. | 나는 널( ← 너 +를) 좋아해. |
2.5. 보격조사
보격조사는 보어를 표시해 주는 조사이다.(11) | 가. | 그는 부자가 되었다. |
나. | 그는 대학생이 아니다. |
(12) | 가. | 그분께서 선생님이 되셨다. |
나. | *그분이 선생님께서 되셨다. |
2.6. 관형격조사
관형격조사는 체언 관형어 뒤에 실현되는 조사이다.(13) | 가. | 이 옷은 새의 깃털처럼 가볍다. |
나. | 고슴도치도 제( ← 저 + 의) 세끼는 흠흠하다 한다. |
2.7. 부사격조사
부사격조사는 체언을 부사어가 되게 하는 조사이다.(14) | 가. | ① 오늘 나는 꽃밭에 물을 주었다. ② 기차는 1시에 출발한다. ③ 이번 비에 피해가 컸다. |
나. | 그 처녀는 나그네에게 물을 주었다. | |
다. | ① 황무지가 옥토로 바뀌었다. ② 콩으로 메주를 쑨다. ③ 그는 소 잡는 칼로 닭을 잡을 위인이다. ④ 그 두 사람은 친구로 지낸다. ⑤ 그는 바다로 떠났다. ⑥ 그는 감기로 결석하였다. |
|
라. | ① 모처럼 아내와 나들이를 했다. ② 그녀는 사슴과 닮았다. |
(14) | 가. | ④ 오늘 나는 도서관에서 공부하였다. |
(15) | 이것을 너에게/네게 주마. |
(16) | 가. | 이것을 너에게/한테/*더러/*보고 주마. |
나. | 누가 너에게/한테/더러/보고 오라고 했니? | |
(17) | 이것을 할머니께 갖다 드려라. |
(14) | 다. | ②' 콩으로써 메주를 쑨다. |
③' 그는 소 잡는 칼로써 닭을 잡을 위인이다. | ||
④' 그 두 사람은 친구로서 지낸다. | ||
⑤' 그는 바다로 향하여 떠났다. | ||
⑥' 그는 감기로 인하여 결석하였다. |
(18) | 가. | 시청을 중심으로 10㎞ 이내가 도심이다. |
나. | 그는 떡밥을 미끼로 잉어를 낚았다. |
(18') | 가. | 시청을 중심으로 하여 10㎞ 이내가 도심이다. |
나. | 그는 떡밥을 미끼로 하여 잉어를 낚았다. |
(19) | 가. | 모처럼 아내와/랑/하고 나들이를 했다. |
나. | 그녀는 사슴과/이랑/하고 닮았다. |
(20) | 가. | 그는 나에게 “자네도 같이 가세”라고 하더군. |
나. | 그는 나에게 나도 같이 가자고 하더군. |
2.9. 호격조사
호격조사는 독립어 가운데 체언으로 된 부름말 뒤에 쓰이는 조사이다.(21) | 가. | 영수야, 이리 와. |
나. | 바람아, 불어라. |
(22) | 가. | 그대여, 떠나지 마오. |
나. | 사랑하는 사람이여, 보고 싶구나 | |
(23) | 가. | 열사시여, 고이 잠드소서. |
나. | 임이시여, 벌써 나를 잊으셨습니까? |
2.10. 격조사의 생략
문장 속에서 체언들은 격조사 없이도 문장의 성분으로 쓰이는 일이 있다.(24) | 가. | 비(가) 온다. |
나. | 홍길동전(을) 읽어 보았니? | |
다. | 철수는 영수(의) 동생이야. |
(25) | 가. | *물을 꽃밭(에) 주었다. |
나. | *황무지가 옥토(로) 바뀌었다. | |
다. | *나는 영수(와) 갔다. |
(26) | 가. | 영수가 학교(에/를) 갔다. |
나. | 꽃분이를 며느리(로/를) 삼았다. | |
다. | 그 아이는 제 아버지(와/를) 닮았다. |
3. 접속조사
접속조사는 둘 이상의 체언을 이어주는 구실을 하는 조사이다.(27) | 가. | 배와 감과 사과를 샀다. |
나. | 배랑 감이랑 사과랑 샀다. | |
다. | 배하고 감하고 사과하고 샀다. | |
라. | 술에 밥에 떡에 아주 잘 먹었다. | |
마. | 이번 태풍에 배고 감이고 다 떨어졌다. | |
바. | 저는 배나 감이나 다 좋아합니다. | |
사. | 명예며 지위며 돈이며 하는 것들은 죄다 부질없는 것이다. |
(28) | 가. | 술에다가 밥에다가 떡에다가 많이도 먹었다. |
나. | 술에다 밥에다 떡에다 많이도 먹었다. |
4. 보조사
보조사는 비록 체언에 붙어 있더라도 그 체언이 문장 속에서 하는 특정한 구실을 표시하는 기능 없이 어떤 의미만을 덧보태는 일을 하는 조사이다. 격조사나 접속조사가 언어 형식과 관련된 기능을 하는 것에 비하여 보조사는 의미를 덧보탠다는 점에서 어휘적 요소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국어의 보조사 가운데는 다른 언어에서 어휘 자격을 가지는 것에 대응하는 것도 있다. 뒤에서 보게 될 보조사 ‘만’의 경우, 영어의 어휘적 단어인 ‘only’에 대응하며 보조사 ‘도’의 경우도 영어의 ‘also’에 대응한다. 그러함에도 ‘만, 도’ 따위를 어휘가 아닌 문법적 요소인 조사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들이 격조사와 마찬가지로 자립형태 뒤에 붙는 보편성을 가진 접사라는 점 때문이다.(29) | 가. | 영수가 삼국지는 읽었지만 홍길동전은 읽지 않았다. |
나. | 영수가 삼국지는 읽었다. |
(29) | 다. | “옛날 옛적에 금강산 깊은 골짜기에 한 나무꾼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그 나무꾼은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 |
라. | “ 누가 홍길동전을 지었는지 아니 ? ” “응, 홍길동전은 허균이 지었어.” |
(30) | 가. | 그 총각, 마음씨만 좋다. |
나. | 그 총각, 마음씨도 좋다. |
(31) | 가. | 잘만 한다. |
나. | 잘도 한다. |
(32) | 가. | (다른 짓은 하지 말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라. |
나. | (좋은 음식은 못 먹지만) 죽이나마 먹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냐. | |
다. | (다른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말이라도 좀 따뜻하게 해 줄 수 없겠니? | |
라. | (삼국지는 안 읽었어도) 홍길동전이야 읽었겠지. |
(33) | (다른 사람들이 그런다고) 너까지/마저/조차 그런 말을 하느냐? |
(34) | 가. | 거리마다 인파가 넘쳐났다. |
나. | ① 얘들아, 물들 마셔라. ② 고 녀석들 참 많이들 컸구나. ③ 너희들 참 오래간만이구나들. |
(35) | 가. | ① 산에서 내려왔다. ② 이 모임의 회원으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나. | ① 자기가 해 놓고서 남의 탓을 댄다. ② 너무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
|
다. | 학생이 둘이서 다정하게 걸어간다. |
(36) | 나는요 어제 집에 있었어요. |
(37) | 가. | 자네도 왔네그려. |
나. | ① 비가 옵니다마는 농사는 이미 틀렸습니다. ② 내가 그곳에 갔더니마는 아무도 없더라. |
(38) | 가. | 벽에다가 낙서를 했다. |
나. | 붓으로다가 글씨를 썼다. | |
다. | 책상을 어디(에)다가 둘까요? | |
(39) | 가. | 책을 읽다가 잠시 졸았다. |
나. | 빚을 얻어다가 사업을 시작했다. |
(40) | 가. | 그는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
나. | 믿을 것은 실력뿐이다. | |
다. | 모든 일이 항상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 |
(41) | 가. | 밖에 누구 있느냐? |
나. | 그는 말만 그러할 뿐이고 행동은 그렇지 않다. | |
다. | 하루 종일 발길 닿는 대로 하염없이 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