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표준 화법의 미비점

김세중 / 국립국어연구원 어문자료연구부 부장

표준 화법이 만들어진 지가 12년이 지났다. 1990년 10월부터 1991년 12월까지 1년 2개월에 걸쳐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화법 표준화 자문위원회의 논의와 언론 매체를 통한 국민 의견 수렴 끝에 표준 화법은 얼개가 만들어졌고 1992년 10월에 국어심의회에 붙여 확정되었다. 표준 화법은 호칭, 지칭어, 경어법, 인사말에 대한 표준을 제공한 의미가 있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호칭, 지칭어, 경어, 인사말에 대한 규범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언어 예절에 대한 전문가가 많이 있어도 각자의 개인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았지 사회적으로 공인된 표준은 없었다. 그래서 국민 누구나 믿고 따를 수 있는 표준화된 화법이 절실히 요청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표준 화법은 두 가지 점에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나는 표준 화법에서 충분히 자세하게,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다루어졌는가이다. 다른 하나는 정해진 사항이 현실에 적용되는 데 문제가 없느냐이다. 이 글에서는 1992년 확정된 표준 화법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사항과 정해졌으되 현실에 맞지 않게 정해진 사항을 지적해 보이고자 한다. 이는 앞으로 표준 화법이 더욱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보완할 때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1. 정해지지 않은 문제
    호칭, 지칭어는 촌수로 주로 3촌 이내의 관계에 대해서 다루어졌고 더 먼 관계 사이의 호칭, 지칭어에 대해서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4촌 너머의 관계는 이만저만 복잡하지가 않고 또 대체로 동기와 숙질 간에 쓰이는 호칭, 지칭어를 준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사촌 사이의 호칭, 지칭어는 동기 사이의 호칭, 지칭어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문제가 있어서 따로 규정해 줄 필요가 충분히 있다.
    우선 고종 사촌, 외종 사촌, 이종 사촌 그 자체의 이름부터 분명히 정리되어 있지 않은데 이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국어사전에는 사촌과 외사촌만 올라 있을 뿐, 고종사촌, 이종사촌은 올라 있지 않다. 고종사촌, 이종사촌이 단어로 올라 있지 않다 보니 띄어 써서 고종 사촌, 이종 사촌이라고 한다. 보통 고종 사촌은 내종 사촌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표준 화법에 언급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그렇게 부른다는 뜻이다.
    내종이든 외종이든 사촌들 사이에는 호칭어, 지칭어가 사실 그리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동기의 호칭, 지칭어를 준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촌의 배우자가 나나 나의 배우자를 어떻게 부르고 가리킬 것인지는 간단치가 않다. 열거해 보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남자의 입장에서 다음의 경우가 문제가 된다.

가. 사촌 형이나 동생의 아내가 나와 나의 아내를 부르는 말
나. 사촌 누나나 여동생의 남편이 나와 나의 아내를 부르는 말
다. 고종 사촌 형이나 동생의 아내가 나와 나의 아내를 부르는 말
라. 고종 사촌 누나나 여동생의 남편이 나와 나의 아내를 부르는 말
마. 외사촌 형이나 동생의 아내가 나와 나의 아내를 부르는 말
바. 외사촌 누나나 여동생의 남편이 나와 나의 아내를 부르는 말
사. 이종 사촌 형이나 동생의 아내가 나와 나의 아내를 부르는 말
아. 이종 사촌 누나나 여동생의 남편이 나와 나의 아내를 부르는 말
    여자의 입장에서는 다음의 경우가 문제가 된다.

자. 사촌 오빠의 아내나 남동생이 나와 나의 남편을 부르는 말
차. 사촌 언니나 여동생의 남편이 나와 나의 남편을 부르는 말
카. 고종 사촌 오빠나 남동생의 아내가 나와 나의 남편을 말
타. 고종 사촌 언니나 여동생의 남편이 나와 나의 남편을 부르는 말
파. 외사촌 오빠나 남동생의 아내가 나와 나의 남편을 부르는 말
하. 외사촌 언니나 여동생의 남편이 나와 나의 남편을 부르는 말
거. 이종 사촌 오빠나 남동생의 아내가 나와 나의 남편을 부르는 말
너. 이종 사촌 언니나 여동생의 남편이 나와 나의 남편을 부르는 말

이렇듯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관계가 존재하는데 각각의 경우에 어떻게 부르고 지칭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동기 배우자와 나 사이의 호칭, 지칭어를 그대로 쓸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명시해 둘 필요가 있다.
    5촌 사이에는 아예 그 관계의 명칭이 무엇인지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있다. 우선 남자를 기준으로 놓고 보자. 사촌 형제의 아들은 당질, 종질이라 하고 사촌 형제의 딸은 당질녀, 종질녀라 한다. 그러나 사촌 누나나 사촌 여동생의 아들이나 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 종생질, 종생질녀라 해도 좋으냐 하는 것이다. 종생질, 종생질녀는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남자 고종 사촌의 아들을 내종질, 고종질이라고 하는지, 남자 고종 사촌의 딸이 있을 경우에 고종 질녀라고 하는지도 문제다. 더욱 어려운 것은 여자 고종 사촌의 아들이나 딸을 어떻게 불러야 하느냐이다. 내종 생질이나 고종 생질 그리고 내종 생질녀나 고종 생질녀라 불러도 되는지 분명히 정해져야 하겠다.
    5촌 조카뻘 되는 이가 나를 어떻게 부르느냐도 문제이다. 아버지의 친사촌 형제는 보통 당숙, 종숙, 오촌 아저씨, 아저씨 등으로 지칭하고 부를 때는 아저씨라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의 사촌 오빠나 사촌 남동생을 가리키는 말, 아버지의 외사촌 형이나 외사촌 남동생을 가리키는 말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외당숙과 외종숙은 둘 다 쓰일 수 있는 말인지가 궁금하며 진외당숙이나 진외종숙이란 말은 쓸 수 있는지 의문인데 진외당숙, 진외종숙은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또 어머니의 외사촌 오빠나 외사촌 남동생을 가리키는 말로 외외당숙이 가능한지도 문제이다.
    남자의 입장에서 누나의 아들이 생질이고 누나의 딸이 생질녀인데 생질, 생질녀의 자녀를 어떻게 부르는지도 관심사이다. 생질의 자녀를 생질손, 이종질의 자녀를 이종질손, 외종질의 자녀를 외종질손이라고 한다는 설(최재석(1988) 우리말의 친족 용어)이 있는데 생질손, 이종질, 이종질손, 외종질, 외종질손 어느 하나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형편이다. 그리고 최재석(1988)에도 생질녀의 자녀에 대해서는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또한 조부모나 외조부모의 동기와 그 배우자에 대해서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편이다. 숙질간의 호칭, 지칭어를 다룰 때에 일부 언급이 되었지만 제대로 논의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누이인 고모를 내 자녀에게 지칭할 때에 대고모나 왕고모라 하지만 고모할머니라 지칭할 수도 있다고 해 놓았다. 단 단서를 달아서 고모할머니, 이모할머니 따위는 어린이들이 쓸 수 있는 말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고모할머니, 이모할머니, 고모할아버지, 이모할아버지는 어린이들만 쓸 수 있고 성인이 되어서는 쓸 수 없는 말인지가 문제가 된다. 공론에 부쳐서 정해 둘 필요가 있는 문제라 여겨진다.
    표준 화법은 주로 가까운 혈연 관계 사이의 호칭, 지칭어에 대해 규정을 하였는데 이들 사이의 경어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 공대를 하고 어떤 경우에 평대를 할 것이냐는 사실 규정하기도 간단치 않다. 가령 부모 자식 사이의 경우에 아주 어린 시절에는 부모 자식 사이에 높임말을 쓰지 않다가 어느 정도 크면 자식은 부모에게 높임말을 쓰게 된다. 어떤 연령대부터 부모에게 공대를 해야 하느냐는 규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집집마다,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규범화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개인들 사이의 사생활을 규범화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그렇지만 개인들 사이에 알아서 할 문제로 덮어둘 수만도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동서들 사이에 서열과 나이 차가 일치하지 않을 때이다. 손위 동서가 나보다 나이가 적을 때 존대 말을 해야 하느냐이다. 서열이 우선하느냐 나이가 우선하느냐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 호칭어에 대해서만 규정해 놓았는데 호칭어도 남녀 사이에 불균형이 보인다. 즉 여자 동서들 사이에서는 손아래 동서가 손위 동서보다 나이가 많을 때 손위 동서를 반드시 '형님'이라고 불러야 하지만 남자 동서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동서'라고 부르는 것이 원칙이고 '형님'도 할 수 있다고 했다.
    형부와 처제 사이의 경어도 민감한 문제인데 언급되어 있지 않다. 형부가 처제에게 존대말을 해야 하느냐는 말을 놓아야 하느냐는 과연 규범으로 정해둘 필요가 있는지 분명치는 않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문제가 아닌가 한다. 이는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을 것이고 형부와 처제 사이의 나이차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다시 호칭어, 지칭어로 돌아가서 처형과 동생 남편 사이의 부르고 가리키는 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형부'는 인정했지만 '제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여자 입장에서 언니의 남편은 '형부'라고 호칭할 수 있어도 여동생의 남편은 '제부'라고 부르지 못하도록 하였다. 제부라는 말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 서방' 또는 '○ 서방님' 하고 부르도록 하였다. 그런데 '○ 서방', '○ 서방님'이라는 호칭어가 두루 널리 쓰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칭어로는 '동생의 남편'을 쓰도록 하였는데 보통 친족 지칭어가 단어인데 이 경우만은 구이다. 그것은 곧 지칭어를 두지 않았다는 것은 의미한다. 여동생의 남편을 가리키는 단어를 두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여동생의 남편을 가리키는 단어로 제부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기도 하다. 따라서 제부를 인정하거나 아니면 다른 단어를 새로 만들거나 할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
    표준 화법에서는 직장인들 사이의 호칭, 지칭어에 대해서는 꽤 여러 모로 검토하여 정해 두었다. 그런데 학생들 특히 대학생 사이의 호칭, 지칭어에 대해서는 별로 논의하지 않았다. 대학 선후배들 사이의 호칭, 지칭어와 동년배인 남녀 학생들 사이의 호칭, 지칭어에 대해서도 지침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부음란의 상(喪) 이름에 대해서도 명칭이 정해졌으면 좋았을 것이다. 국어사전에는 부친상, 모친상은 올라 있지만 장인상, 장모상, 조부상, 조모상, 시부상, 시모상, 백부상, 백모상, 숙부상, 숙모상이 올라 있지 않다. 상배(喪配)는 상처(喪妻)를 높여 이르는 말이라 풀이되어 있지만 부인상이라는 말을 쓰자는 움직임도 있는 실정이다.
    인사말은 표준 화법에서 일반적인 인사말과 특정한 때의 인사말로 나누어 정리해 두었다. 정년퇴임을 하는 분에게 하는 인사말로 '근축(謹祝)', '송공(頌功)'을 정해 둔 것은 잘 된 일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축하를 해야 할 상황은 다양하다. 어떤 이가 책을 내어 출판기념회를 하는데 축하하러 간다. 정성을 담아 돈을 봉투에 넣어 가려는데 단자에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단지 '축하'라고만 하기에는 모자란 듯한 느낌이다. 이럴 경우 '근축', '송공'을 쓸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어떤 말을 써야 할지 궁금해진다.

2.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는 문제
    우선 호칭어, 지칭어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시부모가 며느리를 부르는 호칭어는 '아가', '새아가', '어미', '어멈', '○○ 어미', '○○ 어멈', '얘야'로 정해져 있다. 호칭어는 호격 조사를 포함한 개념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위 호칭어 중의 하나인 '얘야'의 '야'는 호격 조사이고 그렇다면 '어미', '어멈'에도 호격 조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어미야!' 하지 않고 '어미!' 하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칭어로 쓰일 때는 '어미야!' 하지만 호격 조사를 제외하고 '어미'만 보였다면 '얘야'의 경우도 '얘'라고 했어야 옳다.
    그밖에 표준어의 문제가 있다. '어미'와 '에미' 중에서 '어미'가 선택되어 있다. 그것은 '에미'는 비표준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에미'가 훨씬 널리 쓰이고 있다. 이는 '아비'와 '애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비'보다는 '애비'가 훨씬 널리 쓰이고 있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적어도 복수 표준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위가 '장인 어른' 또는 '아버님' 하고 부르게 되어 있고 '아버지'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호칭어로 '장인 어른'이 얼마나 널리 쓰이는지는 의문이다. 꽤 나이든 사람이 쓸 수 있는 말이기는 하겠으나 젊은 사람이 쓰기에는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별로 실려 있지 않고 거의 대등한 느낌을 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시부모에게 남편을 지칭할 경우 '아비' 또는 '아범'으로 써야 하고 아이가 없는 신혼의 부인은 '그이', '이이', '저이'라고 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이', '이이', '저이'는 잘 쓰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오빠'라고 시부모에게 남편을 지칭하는 경우도 흔하다. '오빠'는 결코 권장할 수 없는 지칭이기는 하지만 대안을 제시하기가 어렵다. '그이', '이이', '저이'가 과연 만족스러운 대안인지 의문이다. 이는 또 남녀 불평등의 사례이기도 하다. 남편이 장인, 장모에게 아내를 가리킬 때에는 '그 사람'이라고 하면서 아내가 시부모에게 남편을 가리킬 때에는 '그 사람'이 아닌 '그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의문을 제기한다.
    남녀 불평등의 요소는 또 있다. 친부모에게 아내를 말할 때 '○○ 어미', '○○ 어멈'은 되지만 '○○ 엄마'는 안 된다고 하였다. 부모 앞에서는 아내를 낮추어 말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장인, 장모에게 아내를 가리켜 말할 때는 '○○ 어미', '○○ 어멈'은 물론이고 '○○ 엄마'라고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아내를 '○○ 엄마'라고 지칭하는 것은 친부모나 시부모에게 다 가능하든지 다 가능하지 않든지 해야지 어느 한쪽은 되고 다른 쪽은 안 된다는 것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지 않을까 한다.
    또, 신혼부부 사이에서 남편을 부를 때 '여봐요'가 잘 쓰이는지도 의문이다. 신혼부부가 서로 '여보' 하기가 쉽지 않은데 '여보'가 바로 떨어지지 않을 때 쓰도록 '여봐요'라는 말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여봐요'는 부부 사이에서만 쓰일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보'도 대등한 호칭어라고 보기 어렵다.
    형의 아내를 내 자녀에게 가리킬 때에 '큰어머니' 또는 '큰어머님'이라고만 했는데 내 자녀가 어릴 경우에는 '큰엄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 또 형의 아내를 부르는 호칭어에 대해서는 분명치 않은 점이 있다. 즉 '형수님' 외에 '아주머님'만 되는 것인지 '아주머니'만 되는 것인지 '아주머님', '아주머니' 둘 다 되는 것인지가 뚜렷하지 않다. 아마도 '형수님' 외에 '아주머님', '아주머니' 둘 다 되는 것으로 본 게 아닌가 한다. 그럴 경우 형수를 부를 때 쓰는 말 중의 하나인 '아주머니'는 고모, 외숙모, 이모를 부를 때 쓰는 '아주머니'와 동일한 어형이어서 여간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만일 고모와 형수가 같이 있을 때에 '아주머니' 한다면 누가 대답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형수는 '아주머님'과 '아주머니'를 다 쓸 수 있고 고모는 '아주머니'라고만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 형수를 '아주머님' 하고 부르고 고모는 '아주머니' 하고 불러서 구별할 수 있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항렬이 높은 고모를 '아주머니' 하고 부르고 동기의 배우자인 형수를 '아주머님' 하고 부르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문제가 된다고 본다.
    남편의 아우를 부르는 말은 남편의 아우가 미혼이면 도련님, 기혼이면 서방님이라고 했다. 그런데 자녀에게 남편의 아우를 가리키는 말은 미혼일 경우에 삼촌, 기혼일 경우 작은아버지 또는 작은아버님이라고 했는데 남편의 아우가 미혼일 경우 자녀에게는 삼촌 외에 아저씨가 추가되어야 옳을 것이다. 숙질 간의 호칭, 지칭에서 아버지의 남동생은 삼촌 또는 아저씨라고 했기 때문이다.
    손위 처남의 부인을 '아주머니'라고 결정한 것도 문제 있다. 형의 아내를 부를 때는 '아주머님' 또는 '아주머니'라고 하고 '손위 처남의 부인'은 '아주머님'이 아닌 '아주머니'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손아래 처남의 부인은 '처남의 댁'이라고 했는데 지칭으로는 쓰일 수 있을지 몰라도 호칭으로는 과연 적절한지 의문스럽다. 특히 조사 '의'가 있음으로써 '처남의 댁'은 단어가 아닌 명사구가 되었는데 명사구가 호칭어로 쓰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사회 생활에서의 호칭, 지칭어로 눈을 돌려보자. 표준 화법에서는 나이 어린 여자 종업원을 '언니'라고 해서는 안 되고 '아주머니' 또는 '아가씨'를 써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10년 전에 비해 '언니'라는 말은 더욱 널리 쓰이게 된 듯하다. 이는 표준 화법이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아니면 '언니'를 막기에는 '언니'의 세력이 이미 매우 커져 버렸음을 뜻한다. 나이 지긋한 중년 신사나 부인까지 젊은 여자 종업원을 '언니' 하고 부르는 경우가 꽤 흔한데 한때의 유행어였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아 보여서 곤혹스럽다. 이렇게 규범과 현실이 엇나가 있을 때에 규범이 현실적이 되도록 진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식당 같은 곳의 종업원을 부르는 말로 흥미로운 것은 남자 종업원에게는 '아저씨', '젊은이', '총각', 여자 종업원에게는 '아주머니', '아가씨' 하도록 하였는데 '젊은이'라는 말은 남자에게 한정한 점이다. 굳이 남자에게 한정한 점도 문제라 여겨지지만 식당 같은 데서 '젊은이'라고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운지도 또한 의문이다.
    사소한 문제 같지만 단자를 쓸 때에 세로쓰기로 '年 月 日'로 쓰거나 '년 월 일'로만 쓰도록 했지 숫자를 실제 예를 들어 쓰는 것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써야 할지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한글로 써야 하는지, 한자로 써야 하는지, 아니면 아라비아 숫자로 써도 되는지 알 수가 없다. 거의 모든 문자 생활을 가로쓰기로 하고 있고 가로쓰기에서는 연월일은 아라비아 숫자로 쓰고 있다. 그러므로 세로쓰기 할 때만은 아라비아 숫자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십 단위나 천 단위의 아라비아 숫자를 세로쓰기로 한 숫자씩 써 내려가는 것은 매우 어색한 느낌을 준다. 세로쓰기를 함으로써 생기는 문제인데 이에 대한 논의와 명시적 언급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표준 화법에서는 정년퇴임을 기릴 때에 '근축(謹祝)', '송공(頌功)'이라 봉투나 단자에 쓰도록 했으나 '근축', '송공'은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당연히 국어사전에 올라야 하리라 본다.
    표준 화법에서는 '드리다'를 아무데나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전화드리다', '축하드리다', '감사드리다'는 어법에 맞지 않으므로 '전화하다', '축하하다', '감사하다'라고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는 재고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공경을 표하고 싶은 윗사람에게 그냥 '축하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은 뻣뻣한 느낌을 주고 그래서 결례라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 요즘 보통 사람들의 심리가 아닌가 한다. 그러므로 '드리다'를 덮어 놓고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갖가지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여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표준 화법에서는 술자리에서의 건배 용어로 어느 한 사람이 '○○를 위하여' 하면 나머지 사람이 '위하여' 하고 답하는 것을 표준으로 삼았다. 그밖에 '건배', '축배', '집배', '지화자-좋다', '드십시다', '듭시다' 등을 들었다. 이렇게 다양한 표현이 제시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정형화된 건배 용어를 찾기가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가장 표준적인 것으로 제시된 '○○를 위하여'만 보더라도 ○○ 부분은 그때그때 다 달라지는 것이어서 정형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드십시다', '듭시다'는 건배 용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평범한 단어이다. 그리고 '지화자'에 화답하여 '좋다'고 하자는 것은 인위적으로 제안한 것인데 널리 쓰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정이 그렇다면 술자리의 건배 용어를 정해야 한다는 목표 자체가 과연 타당하였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점에서 문상할 때의 인사말로 가장 좋은 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라 정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으리라 여겨진다.
    표준 화법은 우리말의 예절에 대한 중요한 지침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자못 크다. 표준 화법이 있음으로 해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에 또는 가정에서 자녀를 가르칠 때에 참조할 기준이 생겼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처 정하지 못한 문제가 꽤 있었다. 그리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정한 말도 꽤 있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표준 화법을 보완할 때에는 눈높이를 사용자에게 맞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말은 억지로 권한다고 다 퍼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나아가 전통적인 기준으로 보아 온당하지 않아 보이는 말이라 하더라도 대중이 널리 쓴다면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10년쯤 전에 만들어진 표준 화법은 마냥 전통적인 예절을 고집하지 않고 언어 현실을 적극 고려하여 정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현실과 유리된 말도 적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3. 참 고 문 헌
    조선일보사, 국립국어연구원 편(1991), '우리말의 예절'. 서울:조선일보사.
    국립국어연구원(1999), '국어연구원에 물어보았어요'. 서울:국립국어연구원.
    국립국어연구원(2001), '가나다 전화 상담원 지침서'. 서울:국립국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