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물음 글을 쓸 때마다 자주 혼동하는 표기로 '어쨌든/어쨋든/어쨌던/어쨋던'이 있습니다. 기억을 해 두었다가도 다시 쓸 때마다 혼동이 되곤 합니다. 어느 표기가 바른지, 왜 그런지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미라, 인천시 서구 가좌1동)

'어쨌든'으로 적어야 합니다. '어찌하다'는 활용할 때 'ㅎ'이 탈락하므로 '어째(어찌해)', '어쨌든(어찌하였든)'이 됩니다. '어쨌든'은 '앞의 상황과는 관계없이'란 뜻으로 '-든'을 '-던'으로 쓰는 것은 잘못입니다. '-던'의 '-더-'는 회상을 나타내는 말로 과거의 일을 이야기할 때에만 사용할 수 있는데, '어쨌든'은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쨌던'으로 적을 이유가 없습니다.
    '어쨌든'은 [어짿뜬]으로 소리 나기 때문에 종종 '어쨋든'으로 적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이 말은 '어찌했든'의 준말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 '게 섰거라'를 '게 섯거라'로 잘못 적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게 섰거라'도 '게 서 있거라'가 줄어든 표현이므로 '게 섰거라'로 적어야 합니다.

물음 "팔을 엇갈리게 마주 잡으세요."에서 '엇갈리게'가 자연스러운 표현인가요?
(김은주,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엇갈리게'보다는 "팔을 엇걸리게 마주 잡으세요."처럼 '엇걸리게'를 쓴 표현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팔, 다리 따위가 이리저리 서로 겹쳐 놓이거나 걸리다'를 뜻하는 말은 '엇갈리다'가 아닌 '엇걸리다'이기 때문입니다.
    '엇갈리다'는 '마주 오는 사람이나 차량 따위가 어떤 한 곳에서 순간적으로 만나 서로 지나치다', '생각이나 주장 따위가 일치하지 않다', '모순적인 여러 가지 것이 서로 겹치거나 스치다', '서로 어긋나서 만나지 못하다' 등의 의미로 쓰입니다.

(1) ㄱ. 내가 그와 엇갈린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ㄴ. 동업자와 이해가 엇갈린다.
ㄷ. 여러 생각이 엇갈려 무엇이 옳은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ㄹ. 그와 나는 길이 엇갈려 만나지 못했다.

반면 '엇걸리다'는 '엇걸다'의 피동사로, '엇걸리다'는 '서로 마주 걸리다', '팔, 다리 따위가 이리저리 서로 겹쳐 놓이거나 걸리다'의 의미로 쓰이거나 '노래 따위의 소리가 서로 어우러지다'의 의미로 쓰입니다.

(2) ㄱ. 훈련병들의 총이 길가에 엇걸려 놓여 있다.
ㄴ. 팔을 엇걸리게 하여 옆 사람 손을 잡으세요.
ㄷ.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가냘픈 여자의 목소리와 엇걸려서 들려 온다.

따라서 "팔을 엇갈리게/엇걸리게 마주 잡으세요."에서는 '팔, 다리 따위가 이리저리 서로 겹쳐 놓이거나 걸리다'의 의미를 갖는 말이 와야 하므로 '엇갈리게'보다 '엇걸리게'를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물음 사전에 보니 '뭐하다'라는 말이 '무엇하다'의 준말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면 "너 뭐하고 있니?"라고 붙여 쓰는 것이 맞습니까?
(장순옥,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아닙니다. "너 뭐 하고 있니?"라고 띄어 씁니다. 문의하신 문장의 '뭐 하다'는 '무엇을 하다(어떤 일을 하다)'에서 목적격 조사 '을'이 생략되고 '무엇'이 '뭐'로 줄어든 말입니다.

(1) 너 무엇을 하고 있니? → (너 무엇 하고 있니?) → 너 뭐 하고 있니?

반면 '뭐하다'는 형용사 '무엇하다'의 준말로 언짢은 느낌을 알맞게 형용하기 어렵거나 그것을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 암시적으로 둘러서 쓰는 말입니다. 주로 '거북하다', '곤란하다', '난처하다', '딱하다', '미안하다', '싫다' 등의 느낌을 나타낼 때 씁니다. 즉, '무엇하다/뭐하다'의 '무엇/뭐'는 모르는 사실이나 사물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로 쓰인 것이 아닙니다. '무엇하다'는 '뭐하다'뿐만 아니라 '뭣하다, 멋하다'로 줄여서 쓸 수 있습니다.

(2) ㄱ. 저 사람은 만나기가 좀 뭐한 사람이다.
ㄴ.내가 가기가 좀 무엇해서(→뭐해서, 뭣해서, 멋해서) 그러는데 네가 다녀오너라.
ㄷ. 정 하기 무엇하면(→뭐하면, 뭣하면, 멋하면) 그만두려무나.

그런데 질문하신 '뭐 하고'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문맥에서 쓰인 것이므로 아래의 예처럼 지시 대명사 '무엇'과 동사 '하다'가 연결된 구성으로 봐야 합니다. 따라서 '뭐하다'처럼 붙여 써서는 안 되고 '뭐 하다'처럼 띄어 써야 합니다.

(3) 저기 저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니?
물음 '끼어지다(껴지다)', '끼여지다', '끼워지다' 가운데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인지 알고 싶습니다.
(이세하,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세 표현 모두 맞춤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닙니다. '끼어지다(껴지다)'는 '끼다'에 '-어지다'가, '끼여지다'는 '끼이다'에 '-어지다'가, '끼워지다'는 '끼우다'에 '-어지다'가 붙어서 된 말입니다. 여기에서 '-어지다'는 피동의 뜻을 나타냅니다.
    '끼다'에는 '안개나 연기 따위가 퍼져서 서리다'라는 뜻의 '끼다1', '끼이다'의 준말로서의 '끼다2', '끼우다'의 준말로서의 '끼다3' 등이 있으므로 '끼어지다'는 이들 세 동사가 피동의 뜻을 나타낼 때 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끼다1'은 의미적으로 봐서 굳이 피동의 뜻을 나타내어 쓸 필요가 없으며, '끼다2'도 피동사인 '끼이다'의 준말이므로 '끼어지다'와 같은 중복된 피동 표현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반면 '끼다3'은 '끼우다'의 준말이므로 '-어지다'를 붙여 피동의 뜻을 나타내도 별문제가 없습니다. 아래의 (1ㄴ)과 (2ㄴ)에서처럼 '끼다1, 끼다2'에 '-어지다'를 붙여 쓰면 어색한 반면 (3ㄴ)에서처럼 '끼다3'에는 '-어지다'를 붙여 써도 자연스럽습니다.

(1) ㄱ. 하늘에 구름이 끼었다. (○)
ㄴ. 하늘에 구름이 끼어졌다. (×)
(2) ㄱ. 책가방이 전철문에 끼었다. (○)
ㄴ. 책가방이 전철문에 끼어졌다. (×)
(3) ㄱ. 나는 문이 닫히지 않게 책가방을 전철문에 끼었다. (○)
ㄴ. 마지막 전철을 잡으려는 듯 그의 책가방은 전철문에 끼어졌다. (○)

그리고 '끼이다'는 '끼-'에 피동접미사 '-이-'가 붙어서 만들어진 피동사이므로 여기에 다시 피동의 뜻을 나타내는 '-어지다'를 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불필요하게 피동의 뜻이 중복되기 때문입니다.

(4) ㄱ. 반지가 손가락에 잘 끼인다. (○)
ㄴ. 반지가 손가락에 잘 끼여진다. (×)

마지막으로 '끼우다'는 '끼다2'의 사동사이자 '끼다3'의 본말입니다. 따라서 앞의 '끼다3'처럼 '끼우다'에 '-어지다'를 붙여 쓰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5) ㄱ. 나는 반지를 손가락에 끼웠다. (○)
ㄴ. 반지가 손가락에 끼워졌다. (○)

결국, '끼다', '끼이다', '끼우다' 등에 '-어지다'가 붙은 꼴인 '끼어지다(껴지다)', '끼여지다', '끼워지다'는 모두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은 아니지만 '끼다1, 끼다2, 끼이다' 등은 의미적으로 굳이 '-어지다'를 붙여 쓸 필요가 없으며 '끼다3', '끼우다' 등에는 문맥에 맞추어 '-어지다'를 붙여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