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 "새털같이 하고많은 날 중에 꼭 오늘 만나야 해?"라고 했을 때 '새털'을 '쇠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껏 '새털'로 알고 있었는데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요? (김정옥, 양천구 목동) |
답 '쇠털'이 맞습니다.
'새털'로 잘못 쓰는 일이 있는 것은 '쇠털'의 발음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쇠털같이 하고많은 날"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쇠털 같은 날"로도 쓰입니다. 1957년에 나온 ≪큰사전≫에 "쇠털같이 많다"라는 말이 오른 이래로 모든 국어사전에 "새털같이 많은 날"이 아닌 "쇠털같이 많은 날"이 올라 있습니다. 그러므로 "새털 같은 날"이나 "새털같이 하고많은 날"은 "쇠털 같은 날"이나 "쇠털같이 하고많은 날"로 써야 옳습니다.
물음 얼마 전 '아멜리에'라는 프랑스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 제목은 영화 속 주인공 이름이었는데, 영화 내내 한 번도 '아멜리에'라고 부르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원어로는 'Amelie'인데, 영화 주인공의 이름을 한글로 어떻게 표기해야 하나요? (유원석, 서초구 서초동) |
답 프랑스 어 'Amelie'는 '아멜리'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외래어를 국어로 표기할 때에 원어의 발음을 고려하지 않고 철자에 이끌려 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외래어를 국어로 표기할 때에는 원어의 발음에 따라야 합니다. 'Amelie'를 '아멜리에'라고 표기하는 것은 철자의 마지막 'e'를 표기하려는 의도 때문입니다. 그러나 프랑스 어에서 모음 뒤에 오는 마지막 'e'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즉 'Amelie'의 발음은
[amεli]입니다. 따라서 한글로는 '아멜리'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세느 강'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북부를 흐르는 강인 'Seine 강'을 '세느 강'이라고 하는 일이 있지만, 발음이
[sεn]이므로 '센 강'이 맞습니다.
한편 'Amelie'를 '아메리'라고 표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중의 'l'은 모음 앞에 올 때에는 'ᄅᄅ'로 적으므로
[amεli]는 '아멜리'라고 적는 것이 맞습니다.
물음 '오랜만에'와 '오랫만에', '오랜동안'과 '오랫동안' 가운데 무엇이 맞는지 알고 싶습니다. (현예림, 동대문구 답십리동) |
답 '오랜만에'와 '오랫동안'이 맞습니다.
'오랜만'을 '오랫만'으로 잘못 쓰는 것은 '오랫동안'처럼 '오래'와 '만' 사이에도 사이시옷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랜만'은 '오래간만'이 줄어든 말이므로 본말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오랜만'으로 적는 것이 맞습니다. 국어에서 준말을 적을 때에는 '어제그제(본말)/엊그제(준말)', '바깥벽(본말)/밭벽(준말)'처럼 본말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을 종종 '오랜동안'으로 잘못 쓰는 일이 있습니다. 이는 '오랜 세월/기간/만남'과 같은 표현에 쓰이는 관형사 '오랜'과 명사 '동안'이 이어진 구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은 '오래+ᄉ+ 동안'에서 온 말이므로 '오랫동안'으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물음 "슬픔으로 가슴이 미어진다."라고 해야 합니까, 아니면 "가슴이 메어진다."라고 해야 합니까? (김금형, 관악구 봉천동) |
답 "슬픔으로 가슴이 미어진다."라고 해야 합니다.
"뭔가가 가득 차서 터질 듯하다."라는 뜻의 말은 '미어지다'입니다.
위의 뜻풀이를 보면 슬픔이나 고통이 가득 차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을 때에는 "가슴이 미어진다."와 같이 '미어지다'를 써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메어지다'는 '메다'에 '-어지다'가 붙은 말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다'에는 다음과 같은 뜻이 있습니다.
따라서 '메어지다'의 뜻을 유추하면 '슬픔이 북받쳐 목소리가 잘 나지 않게 된다'는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경우에도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와 같이 '메다'를 쓰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음 "그녀는 만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라고 할 때, '한몸'의 띄어쓰기가 궁금합니다. (우성주, 경상북도 경산시) |
답 "그녀는 만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라고 띄어 씁니다. 여기서 '한'은 관형사로 쓰여 뒷말을 수식합니다.
'한'은 관형사로 띄어 쓰는 경우와 접사로서 붙여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먼저, '한'이 관형사로 쓰일 때는 '그 수량이 하나임을 나타낼 때', '어떤' 또는 '대략'의 뜻을 나타낼 때입니다.
(1ᄀ)의 '한 가지'는 '수량이 하나임'을 나타내고 (1ᄂ)의 '한 마을'은 '어떤'이라는 뜻으로, (1ᄃ)의 '한 20분쯤'은 '대략'의 뜻으로 쓰인 경우입니다.
'한'이 접사로 쓰일 때는 '같은'의 의미를 나타내거나 '큰'의 뜻을 더할 때, 그리고 '정확한' 또는 '한창인'의 뜻을 더할 때입니다. 이때는 접두사이므로 뒤에 오는 말과 붙여 씁니다.
(2ᄀ)은 '한-'이 '같은'의 뜻으로 쓰인 경우이고 (2ᄂ)은 '큰'의 뜻으로 (2ᄃ)은 '정확한' 또는 '한창인'이라는 뜻으로 쓰인 경우입니다.
'한몸'은 '한'이 관형사로 쓰여 '한∨몸'으로 띄어 쓰는 경우와 '한'이 접두사로 쓰여 '한몸'으로 붙여 쓰는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이 둘은 의미에 따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문의하신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에서 '한 몸'은 '그 대상이 하나'라는 뜻으로 쓰인 경우로 '같은'이라는 의미의 접사 '한-'과는 구별됩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한∨몸'으로 띄어 쓰는 것입니다.
물음 "그 아이는 세 살 때 한글을 모두 깨우쳤다."에서 밑줄 친 부분은 '깨우쳤다'가 맞습니까, '깨쳤다'가 맞습니까? (최원석, 수원시 팔달구) |
답 '깨쳤다'가 맞습니다. '깨우치다'는 '깨달아 알게 한다'는 의미로 주로 다른 사람을 깨닫게 하는 경우에 쓰입니다.
그러나 '깨치다'는 '일의 이치 따위를 깨달아 안다'는 의미로 스스로 깨달음을 나타내는 데에 쓰입니다.
문의하신 문장은 다른 사람이 한글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한글을 알게 되었다는 의미이므로 "그 아이는 세 살 때 한글을 모두 깨쳤다."가 맞습니다.
물음 "그녀는 조카에게 용돈을 쥐어 주었다."에서 '쥐어 주었다'는 올바른 표기입니까? (김영신, 강원도 춘천) |
답 아닙니다. '쥐여 주었다'가 맞는 표기입니다. '쥐어 주다'와 '쥐여 주다'는 그 발음이 [쥐여주다]로 같아서 혼동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형태와 쓰임에 분명한 차이가 있으므로 서로 구분해야 하는 말입니다.
'쥐여 주다'의 '주다'는 동사 뒤에서 '-어 주다' 꼴로 쓰여, 다른 사람을 위하여 어떤 행동을 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여기서 '행동'은 주체의 직접적인 행위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1ᄀ)은 '그'가 '아이'를 위하여 직접 파를 먹는 경우이고, (1ᄂ)은 '보호자'가 '환자'를 위하여 밥을 떠서 환자가 먹을 수 있게 하는 경우입니다. 전자는 '-어 주다' 앞에 '먹(다)'를 넣음으로써 주체가 직접 먹는 행위를, 후자는 '-어 주다' 앞에 '먹다'의 사동사인 '먹이(다)'를 넣음으로써 다른 사람이 먹게끔 하는 주체의 행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는 '쥐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2ᄀ)은 '그'가 '아이'를 위하여 직접 말고삐를 쥐는 경우이고, (2ᄂ)은 '농부'가 삽을 쥐는 데 미숙한 '아들'을 지도하여 아들이 삽을 올바로 쥐게 하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전자는 '-어 주다' 앞에 '쥐(다)'를 넣음으로써 주체가 직접 쥐는 행위를 나타내고, 후자는 '쥐다'의 사동사 '쥐이(다)'를 넣음으로써 다른 사람이 쥐도록 하는 주체의 행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어 주다' 구성에서는 선행 동사가 주체의 직접적인 행위를 나타내는 경우와,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 주체의 행위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 적절한 선행 동사를 선택하도록 해야 합니다. 문의하신 "그녀는 조카에게 용돈을 쥐여 주었다."에서 '그녀'는 직접 용돈을 쥐는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카'를 위해 조카가 용돈을 쥐게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므로 '쥐어 주다'가 아닌 '쥐여 주다'를 쓰는 것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