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물음 '한류 열풍 중국팬들……'이란 신문 기사를 보았는데 '한류'를 [한뉴]로 발음하기도 하고 [할류]로 발음하기도 해서 혼동스럽습니다. 바른 발음을 알려 주십시오.
(최재범, 인천시 간석동)

'한류(韓流)'는 [할류]로 발음합니다.
    최근 중국 등 동아시아권에서 한국의 대중가요, 영화, 드라마 등이 유행하면서 생겨난 한국 대중문화의 바람을 '한류(韓流)'라고 합니다. 언론 매체에서 '한류 열풍', '한류 물결', '한류 문화 산업' 등과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류'를 [한뉴]로 발음하는 사람도 있고 [할류]로 발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말에서는 'ㄴ'과 'ㄹ'이 연이어 나타날 때 [ㄹㄹ]로 발음하는 경우와 [ㄴㄴ]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라[실라]', '광한루[광할루]'는 [ㄹㄹ]로 발음하는 경우이고 '의견란[의:견난]', '생산량[생산냥]'은 [ㄴㄴ]으로 발음하는 경우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ㄴ'받침을 가진 말이 자립적으로 쓰일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신라'나 '대관령'에서 '신'이나 '대관'은 자립성이 없는 말인데 비해 '의견란', '생산량'의 '의견', '생산'은 독립적인 단어로 쓰이는 것으로 보아 자립성이 있는 말입니다. 자립성이 있는 말들은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어서 뒤에 'ㄹ' 소리가 올 경우에 뒷소리에 동화되지 않고 뒷소리를 동화시킵니다. 그런 까닭에 [ㄴㄴ]으로 소리가 나게 됩니다. 이와는 달리 자립성이 없는 말들은 뒷소리에 쉽게 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류'에서 '한'은 자립성이 있는 독립적인 단어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할류]로 발음하는 것이 맞습니다.

물음 "가능한 빨리 제출해 주십시오."라는 표현이 바른 쓰임인가요?
(민웅기, 서울시 노원구)

"가능한 한 빨리 제출해 주십시오."가 바른 표현입니다. '가능한'은 형용사 '가능하다'의 관형사형으로 뒤에 명사나 의존 명사가 온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간혹 '가능한 일이다, 가능한 말이다'와 같은 표현에서 '가능한'이 서술어 '일이다, 말이다'와 함께 나타나는 것을 보고 '가능한 빨리 제출하다'도 성립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능한 일이다, 가능한 말이다'에서 '가능한'은 '일이다, 말이다'라는 서술어를 수식하는 것이 아니라 '일, 말'이라는 명사를 수식합니다. 즉 '가능한 일이다'의 구조는 다음과 같이 '가능한 말'에 '이다'가 연결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가. [[[가능한] 일]이다]
나. [[[예쁜] 꽃]이다]

'가능한 일이다'는 "가능한 일만 맡아라, 가능한 때에 오세요, 가능한 시간이 언제입니까?"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가능한' 다음에는 수식을 받는 명사나 의존 명사가 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능한 빨리 제출해 주십시오"는 '가능한' 다음에 '빨리'라는 부사가 온 문장으로, '가능한'이 수식할 말이 없는 상태입니다.

(2) 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나. 내 힘이 닿는 한 자네를 도와주도록 하겠네.
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는 그는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

위의 예처럼 "가능한 빨리 제출해 주십시오."는 '한(限)'이라는 명사를 써서 "가능한 한 빨리 제출해 주십시오."로 고쳐야 올바른 문장이 됩니다.

물음'강서소방서길'을 로마자로 어떻게 적어야 합니까. '소방서'를 영어 번역어로 적어야 하는지 로마자로 적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박영희, 서울시 강서구)

'Gangseosobangseo-gil'로 적는 것이 맞습니다.
    길 이름을 로마자로 적을 때는 국어의 발음을 로마자로 적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다음의 두 가지는 예외입니다.

(1) 길 이름에 외래어가 사용된 경우에는 외래어 원어를 밝혀 적습니다.
올림픽길 Olympic-gil(○) Ollimpik-gil(×)
(2) 학교나 회사에서 쓰는 관습적 표기를 인정하여 기관이나 단체 등의 이름이 길에 붙는 경우 원래의 기관 이름과 일치하도록 적습니다.
연세대길 Yonseidae-gil(○) Yeonsedae-gil(×)
물음 '썩다'의 사동사는 '썩이다'로 쓰기도 하고 '썩히다'로 쓰기도 하는 것 같은데 두 가지의 차이가 있습니까?
(김정희, 충남 부여군)

문의하신 '썩이다'와 '썩히다'는 둘 다 동사 '썩다'의 사동사이기는 하지만 의미가 다릅니다. '썩이다'는 아래 예문 (1)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걱정이나 근심으로 몹시 괴로운 상태가 되게 한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1) 가. 아이가 엄마 속을 썩였다.(썩-+-이-+-었+-다 : 썩이다)
나. 아이가 공부를 못해서 엄마가 속이 썩었다.(썩-+-었-+-다 : 썩다)

한편, '썩히다'의 경우는 다음의 세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습니다.
    먼저, 예문 (2)와 같이 '유기물을 부패하게 한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2) 가. 엄마는 음식물 쓰레기를 썩혀서 거름을 만들었다.(썩-+-히-+-어서: 썩히다)
나. 여름철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잘 썩는다.(썩-+-는-+-다 : 썩다)

다음으로 '물건이나 사람 또는 사람의 재능 따위가 쓰여야 할 곳에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내버려진 상태에 있게 한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3) 가. 그는 아까운 재능을 시골에서 썩히고 있다.(썩-+-히-+-고 : 썩히다)
나. 그의 재능은 시골에서 썩기는 아깝다.(썩-+-기+는 : 썩다)

끝으로 약간 속된 말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어떤 곳에 얽매여 있게 하다'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4) 가. 그 당시는 조사를 한다는 명분으로 몇 해이건 재판도 하지 않고 감옥에 넣어 썩힐 수가 있었다. (썩-+-히-+-ㄹ : 썩히다)
나. 그는 군대에서 삼 년 동안 썩었다며 억울해 했다. (썩-+-었-+-다 : 썩다)

위의 예문에서 알 수 있듯이 '썩다'의 사동사로는 '썩이다'와 '썩히다'가 모두 가능합니다. 그러나 둘은 의미에 따라 서로 구분해야 하는 말입니다.
물음 "오늘 약속 시간에 늦으며는 안 돼."는 올바른 표현인가요?
(김현숙, 경남 김해)

"오늘 약속 시간에 늦으며는 안 돼."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늦으며는'에서 '-며는'은 연결 어미 '-며'에 보조사 '는'이 결합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어에서는 연결 어미 '-며' 뒤에 보조사 '는'이 결합하는 일이 없습니다.

(1) 가. *이것은 감이며는 저것은 사과다.
나. *그는 시인이며는 소설가다.

'-며'는 두 가지 이상의 동작이나 상태, 또는 자격 등을 나열하거나 열거할 때 쓰입니다. 그런데 "오늘 약속 시간에 늦으며는 안 돼."에서 '며는'은 조건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이때의 '며는'은 '면은'을 잘못 쓴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2) 오늘 약속 시간에 늦으면은 안 돼.

'면은'이 쓰여서 앞 문장이 뒤 문장의 '조건'을 뜻하는 경우는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3) 가. 혼자 가면은 안 돼.
나. 비가 오면은 더위가 한풀 꺾이겠는걸.

그런데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에 '면은'은 '-(으)면'의 옛말로 뜻풀이되어 있습니다. 현재 쓰이지 않는 옛말은 표준어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오늘 약속 시간에 늦으면은 안 돼."는 다음과 같이 고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오늘 약속 시간에 늦으면 안 돼.
물음 '이 일은 차후에 논의합시다'라고 할 때 '차후'가 맞습니까? '추후'가 맞습니까?
(정태선, 경기도 광명시)

문의하신 문맥에서는 '차후'와 '추후' 둘 다 맞습니다. 먼저 두 단어의 사전 뜻풀이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차후 : 지금부터 이후.
추후 : 일이 지나간 얼마 뒤.

위의 뜻풀이를 보면 '차후'나 '추후'는 둘 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후라는 공통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가. 차후에는 이런 실수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나. 차후에 다시 뵙도록 하지요.
(3) 가. 이 문제는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였다.
나. 자세한 사항은 추후에 결정하도록 합시다.
다. 추후에 자세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문의하신 문장은 말하는 시점이 지금 현재이므로 '차후'와 '추후'를 모두 쓸 수 있습니다.

물음 닭고기를 육개장처럼 끓인 음식은 '닭개장'입니까, '닭계장'입니까?
(이건복, 서울시 용산구)

'닭개장'이 맞습니다. '닭개장'은 쇠고기 대신에 닭고기를 넣어 육개장처럼 끓인 음식을 이르는 말로 '닭'과 '개장'이 결합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닭계장'이라고 하는 것은 '닭 계(鷄)'를 연상하기 때문이지만 '육개장'과 관련이 있으므로 '닭계장'으로 적을 근거는 없습니다.
    '육개장', '닭개장'의 '개장'은 '개장국'에서 온 말입니다. '개장국'은 개고기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음식인데 개고기 대신에 쇠고기를 넣은 것을 '육개장'이라고 하고 닭고기를 넣은 것을 '닭개장'이라고 하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