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과 어원에 대하여

최창렬 /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1. 어림없는 착각
    우리는 흔히 어림없는 착각에서 비롯된 말을 거침없이 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사람은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서 있는 모양을 그린 사람 인 '人'자가 잘 보여준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평범한 언중들이 아니다. 사회적 지도층에 속한다고 할만한 지식인들의 입에서 대중 교화의 열변을 늘어놓으면서 이런 말이 자주 등장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왜냐하면 이 말은 얼토당토 않은 어림없는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말쟁이 꾼들이 착각에 의해 만들어 낸 언어 유희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가) 사람 인 '人'자의 원형
    적어도 이런 말을 어디서 들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다시 말하고 싶으면 반드시 사람 인(人)자의 자원을 자전을 통하여 한번쯤 확인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 인(人)'자는 결단코 두 사람이 기대어 서 있는 모양을 그린 글자가 아니라, 사람이 혼자 서 있는 모양 ''을 그린 글자임을 자전(甲骨文字典)을 통해 분명히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인(人)'자의 두 갈래로 갈라진 모양의 두 가닥을 사람이 기대고 있는 모양으로 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착각이다. ''의 상단부는 머리요 앞갈래는 팔이요 뒷갈래는 몸통을 거쳐 발까지 내려 뻗은 모양이다. 이 갑골문자에서 보는 '사람 인'자의 전체 모양은 한 사람이 서서 가려고 하고 있는 모양을 옆모습으로 그린 원시형의 상형문자라고 우리는 쉽게 판독할 수 있는 것이다.
    '행주치마'가 임진왜란 때의 행주산성 싸움에서 여자들이 돌 나르던 치마폭에서 유래된 말이라는 것을 교과서에 실어 가르쳐 온 것도 이와 유사한 어림없는 착각에서 비롯된 거짓말 어원풀이이다(최창렬 1986:288~296).
    오월 단오를 순 우리말로 수릿날이라고 하는데 이때의 수릿날도 이날 만들어 먹는 계절식 수리치 떡이 수레바퀴모양 같대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민간어원 속설도 민속학자들이 주워 모아 놓은 것을 여과 없이 교과서에 실어 가르쳐 온 어림없는 착각에서 빚어진 거짓말이다(최창렬 1989:95~111).
    이처럼 자원이나 어원을 착각에 의해 잘못 풀이해 온 것을 그냥 더 두고 보아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러한 안목에서 이 글에서는 우리가 일상 쓰는 말 가운데에서 사람과 관련된 것을 쉬운 것부터 몇 가지 골라 그 자원과 어원을 바로 밝혀 풀이해 나가 보기로 한다.

2. 사람의 모습을 그린 글자
    사람의 모습을 그린 글자는 매우 다양하다. 어린 아기를 그린 글자와 어른을 그린 글자가 서로 다르고 서 있는 모습을 그린 글자와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그린 글자가 또한 다르다. 사람의 모양을 그리되 몸의 모양을 부풀려 강조하여 그린 글자와 힘이 빠져 버려서 누워 있는 모양을 그린 글자가 또한 다르다. 오줌을 누는 모양을 그린 글자와 뒤를 보는 모양을 그린 글자가 서로 다르다. 이제 그 재미있는 예를 몇 가지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나) 아이와 어른의 구분
    사람의 모습을 그리되 어린아이를 어린 모습으로 그려서 나타낸 글자가 있는데 그것은 아들 자 '子'의 원형인 ''이라는 갑골문자다. 어린아이를 오늘날 미술가나 만화가가 그릴 때에도 몸 전체의 균형면에서 머리를 크게 그려서 나타낸다. '아들 자'자의 원형인 글문(契文 곧 甲骨文字)에서의 ''도 몸 전체에 비해서 둥근 모양의 머리 부분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 양쪽에 팔을 벌리고 몸통과 발은 하나로 뭉뚱그려져서 그려지고 있다. 발이 두 갈래로 나뉘지 않고 몸통과 함께 뭉뚱그려져 있는 모양으로 그려진 것은 또한 까닭이 있다. 어린아이가 강보에 두루루 말려 싸여 그 속에 발이 한데 묻혀 있는 모양을 그린 것으로 그 까닭이 풀이되는 상형문자라 하겠다. 강보(襁褓)란 어린아이를 감아서 보로 싸는 포대기로 보면 되겠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람의 모습을 그리되 어른[大人]의 모습을 살려서 그린 글자가 있는데 그것은 곧 큰 대자의 '大'의 원형인 ''라는 갑골문자다. 아들 자 ''에 비하면 머리가 강조되지 않았다. 그 대신 팔과 다리가 힘차게 뻗어 있어, 활동력이 있어 보이는 모습으로 버티고 서 있는 어른의 모습을 글문(契文)의 큰 대 ''자에서 읽어볼 수 있도록 상형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다) 건강한 몸 모양과 힘빠진 몸 모양
    사람의 건강한 신체를 나타내는 몸 신 '身'자의 원형이 갑골문자에서는 ''로 그려져 있음을 찾아 볼 수 있다. 이것은 사람 인 ''자에서 몸통 부분을 힘차게 강조하여 나타냄으로써 몸신 ''자로 상형한 글문(契文)의 서체로 삼은 짓이라고 그 자원적인 의미가 풀이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람의 모습에서 힘이 다 빠져서 어른이 되기도 전에 일찍 죽어 버린 모양을 그린 글자인 일찍 죽을 요 ''자도 있다. 머리도 바로 서지 못하고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팔다리에서도 힘이 다 빠져 버려서 균형을 잃고 있는 모양으로 그려진 이 글문체의 글자는 오늘날 '夭'자로 정착되어 쓰이고 있는 상형문자다.
    (라) 오줌 누는 모양과 뒤 보는 모양
    이제까지 살펴본 글자는 그 원형인 갑골문자가 오늘날 자형과 많이 닮아 있어서 이해하기가 매우 쉬웠다. 그러나 이제 다루려는 두 글자는 오늘날 쓰는 어떤 한자의 원형의 글자인지 쉽사리 연결이 잘 안 되어 매우 궁금해질 수 있다. 그런데 우선 이 글자의 모양이 실제 그 뜻을 보여 주는 데는 매우 분명한 그림으로의 상형이어서 결코 어렵거나 따분해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그것이 어떤 변이형을 거치면 오늘날의 어떤 문자로 연결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가 있다.
    앞에서 몸 신 ''자가 사람 인 ''자를 약간 꾸부려서 변이시켜 몸통 쪽 배부른 모양을 살려서 이루어진 것처럼, 발상만 전환하면 알기 쉽다. 오줌누는 모양의 글자를 보자. 사람인 ''자를 조금 구부려서 ''로 나타내면 '尸'자의 원형이 된다. 점 셋은 물 수(水)를 나타낸다. 따라서 글문에서의 ''는 오늘날 오줌 뇨(尿)에 해당되는 원시형 상형문자다.
    이러한 안목에서 그 다음의 글자를 살펴보자. 구부러진 모양의 사람 인 ''자는 오늘날 주검 시 변 '尸'의 원형이고 뒤에 흩어진 점 넷은 쌀 미 '米'자를 나타낸 원시상형문자다. 그러므로 뒤를 보고 있는 모양을 그린 이 글자 ''는 오늘날 똥 시 '屎'의 원형임을 쉽게 판독하여 읽어 낼 수가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오늘날의 주검 시 변 '尸'이 사람 인 '人'자의 변이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 포개어진 사람 인()자
    사람 인 ''자가 두 사람의 기댄 모양이 아니라 사람이 혼자 앞으로 가려고 서 있는 모습을 그린 것에서 온 상형문자라면 사람이 둘이 겹쳐 있는 글자는 없는 것일까? 만약에 있다면 어떤 모양의 것이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이 우선 앞선다.
    그러면 이 궁금증부터 먼저 풀어나가 보기로 하자.
    (마) 앞으로 나란히 향한 두사람
    원시 갑골문자에서 사람 인 ''자 두 개를 나란히 겹으로 세워 놓은 글자가 번뜻 눈에 뜨인다. 이 글자는 요즘에는 잘 볼 수 없는 글자로 보이는데 이 것이 무슨 자인가? 궁금증이 다시 앞선다.
    이 글자는 자전(옥편)에서 찾아보면 ':從同'이라 기록하고 있다. 사람 인자 두 개를 나란히 포갠 이 글자는 따를 종(從)자와 같은 글자라고 풀이된다. 따를 종(從)자의 원시형이 바로 갑골문자의 ''인 것이다. 이 글자의 모양은 앞사람을 뒷사람이 따라간다는 뜻을 그린 그림이라고 풀이된다. 여기에 길거리를 가리키는 중인변 ' → 行 → 彳'과 발을 가리키는 발족의 변형 ' → ' '이 더 추가 되어 앞사람을 뒷사람이 따라서 길을 간다는 뜻의 오늘날의 따를 종'從'자가 이루어진 것이다.
    갑골문자의 자전에는 한 사람이 서 있는 모양을 그린 사람 인 ' '자 하나가 다시 두 개로 겹친 ''모양의 '따를 종'자가 있는가 하면 ''와 같이 '사람 인'자 세 개를 겹친 글자 모양도 나타난다. 이 글자는 사람 셋이 나란히 서서 앞사람이 가면 뒷사람이 그 뒤를 밟아 따라가고, 그 뒤의 또 다른 사람이 그 뒤를 밟아 연이어 따라가는 모양을 그린 것이다. 이 글자도 따를 종(從)자의 또 다른 원시형이다. 다시 말하면 ''의 이형(異形)(그 변이형을 낳은 것)이 ''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두 글자는 같은 자로 풀이된다.
    (바) 뒤로 향한 두 사람과 등지는 두 사람
    이번에는 앞사람을 뒤따라 밟아 가는 뜻의 따를 종 ''자와는 반대로 두 사람이 뒤로 향해 나란히 서 있는 모양을 그린 '사람 인'자의 겹글자 ''자가 있다. 무엇을 뜻하는 글자가 되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사람 인 ''자가 겹치되 앞으로 향하지 않고 뒤로 향해 나란히 겹친 모양으로 그려진 ''라는 글자가 갑골문 자전에 나오는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으로 상형을 한 것일까? 이 글자는 오늘날 우리가 늘 자주 보는 견줄 비 '比'자의 원형이다. 앞사람이 뒷사람을 뒤돌아보며 자신과 견주어 보는 모양으로 그린 것으로 풀이함직도 하고, 두 사람을 나란히 두고 다른 사람이 견주어 본다는 뜻으로 풀이함직도 하다. 이것이 오늘날은 서로 견주어 보며 이웃삼아 친해지고 또 뜻을 같이하여 서로 도와준다는 뜻이 담긴 회의 형성문자로서 '이웃 비', '도울 비'라고도 한다.
    이와는 아주 다르게 사람 인 자가 겹치되 앞으로 향해 나란히 있는 모양도 아니고 뒤로 향해 나란히 있는 모양도 아닌, 서로 등지고 있는 모양의 글자가 옛 글문(契文)에 보인다. 이것이 다름 아닌 오늘날의 북녘 북 '北'자의 원형이다. 이 글자는 원래 동서남북의 방향을 가리키는 이름으로서의 북녘 북 '北'이라기보다는, 사람이 서로 등지고 있는 모양을 그려서,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 배반한다는 뜻을 담아 놓은 등질 배 ''라는 회의 문자다. 그리하여 상대방을 저버리고 도망간다는 뜻으로 '달아날 배'라고도 한다. '패배(敗北)'에서의 배(北)가 바로 그 뜻으로 쓰인 보기의 하나다. 사람이 남향집을 짓고 살다가 보니까 앞쪽이 남쪽이 되고 뒤쪽이 곧 북쪽이 된 것이리라. 훈몽자회에서 '南'을 '앏 남'이라고 이르고 '北'을 '뒤 븍'이라 이르고 있는 것이 이를 잘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사람의 육체를 가리키는 육달월 변(肉→月)이 덧붙여져서 등 배 '背'자가 되어 사람의 몸뚱이 뒤쪽이 곧 등이라는 뜻을 보여주는 회의 문자가 된 것이므로 등 배 '背'의 원형도 북녘 북 '北'자와 함께 ''자가 그 원형인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사람 인 '자가 오줌 뇨 '尿', 똥 시 '屎'에서 보듯 '尸'자 이외에도 등질 배 '北'에서 보듯 비수 비 '匕'자 모양으로도 그 변이형이 나타나 쓰인다는 사실을 또 하나 깨닫게 되었다.
    (사) 겹으로 연결한 사람 모양
    이번에는 사람을 나란히 겹으로 연결한 모양의 글자를 두고, 그 원래의 의미는 무엇이며, 오늘날 어떤 모양의 글자로 바뀌어 쓰이고 있는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앞에서 사람 인 ''자는 나란히 늘어 놓으면 따를 종 ''자가 된다고 하였는데 이 글자의 나란히 늘어선 두 사람을 한데 묶어 연결한 모양의 ''자는 또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이 글자는 오늘날 아우를 병 '幷, '자의 원형이다. 나란히 한데 아울러 하나로 묶어 합친다는 뜻을 담은 회의 문자다. 여기에다 오늘날은 사람인 변을 하나 더하여 '合倂'에서의 '倂'자처럼 쓰이는 예가 더 많아졌다.
    한편, 사람을 나란히 겹으로 연결한 모양의 또 하나의 글자로서 ''자를 빼놓을 수가 없다.
    앞에서 사람의 모양을 그린 글자 가운데 어린이와 구분해서 다 장성한 어른의 모습을 그린 글자에 큰 대 ''자가 있다고 하였다. 이 글자의 발밑에 평지의 땅을 뜻하는 수평선 하나를 더 그려 넣으면 장성한 사람이 땅을 딛고 서 있다는 뜻을 담게 되어 설 입 ''자가 된다. 이 설 립 ''자는 오늘날 '立'으로 정착되어 쓰이는 자의 원형이다. 이처럼 다 장성한 어른이 땅위에 나란히 포개어 지면 두 사람이 같은 땅의 지점 위에 나란히 발을 딛고 서 있다는 뜻을 담은 또 하나의 아우를 병, 또는 나란히 할 병 ''자가 된다. 이 글자는 오늘날 '竝'자처럼 아우를 병, 나란히 할 병자로 쓰이는 한편 이 두 설 립자가 더욱 밀착된 모양으로 굳어져서 '並'자의 자형으로도 쓰이고 있는 것이다.

4. 마무리
    이제까지 우리는 사람의 모양을 상형하여 그린 글자와 그 글자가 다시 모아져서 새로운 뜻을 담아 쓰이게 된 보기를 들어서, 오늘날 쓰이고 있는 글자의 의미와 자형에 대하여, 그 원시 근원형인 갑골문자의 모양으로 거슬러 올라가 다시 조명해 봄으로써 그 글자가 지닌 자원적인 의미를 살펴보았다.
    이를 요목화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ⅰ. 사람 인 '人'자는 사람이 혼자 서 있는 모양을 그린 ''에서 온 상형문자다. 사람이 혼자 살 수 없고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임을 반영하여 '두 사람이 의지하여 기대고 있는 모양'을 그린 글자라는 종래의 사회지도층의 국민교화적 넉두리 풀이는, 말은 그럴 듯도 하고 근사하게 들리기까지도 하지만, 이는 말쟁이가 꾸며낸 허황한 언어유희의 거짓말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사람 인자의 원형은 ''처럼 '天圓·地方·人立'을 반영하게 되는 한글 원형의 이론의 뿌리와도 상통하듯 사람이 혼자 서 있는 모양을 그려서 이루어진 상형 문자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ⅱ. 아들 자 '子'자는 어린아이가 포대기에 싸여 있어 두 다리가 몸과 함께 두루루 한데 말려 있어 얼굴과 팔만 크게 보이는 모양을 그린 상형문자 ''에서 온 것임을 갑골문자전에서 찾아 확인해 볼 수 있다.
ⅲ. 큰 대 '大'자는 사람 인 자에서 팔다리의 힘찬 모습을 강조한 것으로서, 다 장성한 어른[大人]이 힘차게 버티고 서 있는 모양을 그려 나타낸 갑골문자의 자형 ''에서 온 것임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ⅳ. 사람 인 자의 원형 ''의 몸통 부분을 힘차게 강조하여 나타냄으로써 건강한 몸의 체형을 그린 ''이라는 갑골문자의 자형이 몸 신 '身'자의 원형임을 쉽게 풀어 보았다.
ⅴ. 큰 대(大)자의 원형인 ''자의 힘찬 모양과는 달리 두 팔의 균형이 무너져 흐트러져 있고 머리도 바로 놓이지 못하고 왼쪽으로 젖혀져 있는 모양으로 그려진 자형 ''가 왼쪽 죽을 요 '夭'자의 원형임을 확인해 보았다.
ⅵ. 사람 인 자를 꾸부리면 주검 시 변 '尸'이 된다는 사실을 오줌 뇨 '尿'의 원형 ''에서 확인하였다. 아울러 갑골문자의 자형이 오줌 누는 모습을 아주 실감나게 그려서 상형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ⅶ. 우리말에서 화장실을 '뒷간'이라 이르고 큰 용변을 '뒤보다'로 일러 오는데, 그 이유를 똥 시 '屎'자의 원형 ''에서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겠다.
ⅷ. 사람 인 자가 앞을 향해 곁으로 나란히 놓이면, 이는 앞사람을 뒷사람이 뒤 밟아 따라간다는 뜻임을 담은 따를 종 ''자가 이루어지며, 이것이 오늘날의 자형 ' → 從'을 이루게 되었음을 글문(契文)의 글체에서 확인해 보았다. 아울러 ''와 같이 쓴 세 사람이 나란히 겹친 모양의 자형도 같은 자로 쓰였음을 확인하였다.
ⅸ. 사람 인자 둘을 뒤로 향하도록 나란히 놓으면 견줄 비 ''자가 되어 그것이 오늘날의 '比'의 원자였음을 알게 되었다. 아울러 사람 인 ''자가 비수 비 '匕'자의 모양으로도 그 변이형이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ⅹ. 사람 인자 둘을 앞 뒤로 향하도록 서로 등진 모양으로 늘어 놓으면 서로 등지고 배반한다는 뜻을 담은 등질 배 ''자가 되며, 이는 오늘날 북녘 북 '北'자와 등 배 '背'자의 원형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아울러 훈몽자회에서 '北'을 '뒤 븍'이라 이르고 있는 것처럼 우리 옛말에서 '北'을 '뒤'라고 말하고 있었음도 확인하였다.
ⅹⅰ. 사람 인 자를 겹으로 나란히 놓고 이를 한테 연결하면 아우를 병 ''자가 되며 이는 오늘날 '幷'자의 원형으로서 '倂'으로도 발전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ⅹⅱ. 큰 사람 모양을 그린 큰 대자를 땅위에 발을 딛고 서 있는 모양으로 그리면 설 립 ''자가 되고, 이것이 오늘날 '立'자의 원형이었음을 확인하였다.
ⅹⅲ . 큰 사람이 땅위에 서 있는 모양의 설 립 ''자가 두 개 나란히 연결되면 또 하나의 아우를 병, 또는 나란히 할 병 ''자가 되는데, 이것이 오늘날 자형 '竝'과 밀착형 '並'의 원형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ⅹⅳ . 사람 인 자와 그 변이형들이 그 근원적인 의미를 고스란히 담은 채 오늘날 다양한 자형의 자원을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참 고 문 헌
    최창렬(1986). 『우리말 어원 연구』. 일지사.
    최창렬(1987). 『어원의 오솔길』. 한샘.
    최창렬(1989). 『아름다운 민속어원』. 신아출판사.
    최창렬(1993). 『어원 산책』. 한신문화사.
    朴熙永, 李漢鳳 編譯(1990). 『甲骨文字典』. 景仁文化社.
    加藤常賢(1982). 『漢子の起源』. 東京:角川書店.
    山田勝美(1982). 『漢子の語源』. 東京:角川書店.